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88
189화
-비밀 던전의 주인
“뭐야,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거야?”
나는 허망하게 헌터들이 있던 자리를 쳐다봤다. 자리를 비운 것은 겨우 10여 분밖에 되지 않았다.
몬스터의 공격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빨리 움직였다는 것은 둘 중 하나였다.
다시 몬스터가 나타날까 봐 장소를 피한 것이거나 아니면 다른 몬스터가 나타나 공격해 뿔뿔이 흩어진 것.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전자가 확률이 더 높았겠지만 나는 이 과거를 겪었던 사람이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금방 떠올려냈다.
“생각해 보니 멧돼지 떼를 만나고 그 뒤에 바로 거대한 불길이 덮쳤었지.”
S급도 버티기 힘든 뜨거운 열기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서로 흩어졌고 나는 그때 혼자가 되었었던 것 같다.
던전에서 일반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당시를 떠올려 보면 작은 단도를 생명줄처럼 여기며 최대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숨어 다니면서 이동했었다.
그날 죽는다는 생각에 던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임에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예상외로 좋은 옳은 선택이었다.
실제로 이 던전에서 살아나온 사람은 나와 형 단둘뿐이었으니까.
“하, 나를 찾는 것도 일이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마나에 집중했다. 시스템을 활용할 때와 다르게 인간에게는 마나가 존재했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 향했는지 개미굴 때처럼 알아볼 생각이었다.
던전의 벽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몸 안에서 터져 나가는 마나의 감각이 느껴졌다.
“윽.”
전과 다른 감각이 몸을 지배했다.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둑이 무너지듯이 빠른 속도로 던전 안에 퍼져 나갔다. 갑자기 방대해진 양에 몸이 뻐근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갈대밭에서 많은 양의 마나를 받아들였기 때문인가?
나는 신경을 집중해 마나를 갈무리했다. 일정한 양으로 조금씩 흘러들어갈 수 있게. 방파제를 세우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리고 몸이 편안해짐과 동시에 머릿속에 지도가 펼쳐진 것처럼 던전의 모든 내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개미굴 때보다 훨씬 거대한 지도였다. 그만큼 마나의 양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갑작스레 마나가 터져 나간 것이다.
“음, 멀리 가진 못했네.”
사람들의 위치가 전부 느껴졌다. 누가 어디로 몇 명이 갔는지 선명하게 말이다.
한 단계 각성한다는 건 좋은 일이구만.
편리해진 마나와 만물의 소리, 생체리듬을 이용해 내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한 뒤 몸을 띄웠다.
이제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 편해진 기분이었다.
“근데 좀 이상하네. 몬스터들이 왜 움직이질 않는 거지? 보스 몬스터는 어디 있고?”
마나로 던전을 살펴보다 보니 의아한 점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당장 급한 것은 나를 찾아서 지키는 일이었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S급 던전에 보스 몬스터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생각해 보니 이 던전을 어떻게 빠져나왔더라?”
나는 곰곰이 과거의 일을 떠올려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검은 화면만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분명 형이 뒤늦게 합류하고, 거대한 존재를 마주한 뒤…. 윽.”
역시 떠오르지 않았다. 자세히 생각하려고 했더니 머리가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파왔다. 마치 더 이상 떠올리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뭔가 이상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나는 잠시 나에게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벽에 손을 올렸다. 다시 마나를 느끼며 모든 몬스터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멧돼지들이 사라졌고 그림자도 내 수족이 되었다. 하지만 S급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 라운드가 등장해야 했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로 지정된 몬스터의 무리는 발견하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잠들어 있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나의 정도를 보면 보스 몬스터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럼 대체 보스 몬스터는 어디에 있는 거지?
타닥-
마나로 던전을 꼼꼼히 살피던 중, 나는 잠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던전 입구에서 느껴지는 그리운 발걸음 소리 때문이었다.
던전 입구와는 거리가 상당해서 일반적인 헌터들이라면 그 소리가 들릴 리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나에게는 또렷이 들려왔다.
눈을 뜬 모습을 대체 몇 년 만에 보는 거지?
비록 현재가 아닌 과거의 모습이었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을 참아내고 형이 과거의 내가 있는 방향으로 똑바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시험이고 뭐고 형의 모습을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었다. 어차피 형도 과거의 나에게 달려가고 있는 중이니 멈췄던 걸음을 이어가기만 한다면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어차피 내가 뭔갈 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왜 불안한 생각이 멈추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소미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다음에 형이 쓰러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나는 소미의 말대로 따를 생각이었다.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행동을 하되, 과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생각은 없었다.
형을 살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오히려 더 상태를 악화시킬지도 모르는 법이었으니까.
그런데도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왠지 이 앞으로 향하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몸은 멈출 수 없었다.
멀리서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 과거의 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형의 마나 또한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로만 느끼고 있었던 그리운 형의 얼굴이 눈앞에 펼쳐졌다.
“형….”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그리고 나는 당황했다.
“여기서 더 다가오면 죽을 거다.”
형이 나를 향해 무기를 들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오름은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어두컴컴한 공간에 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몸이 아프지 않네?”
오름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콩콩 뛰어 봐도 멀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스템에게 찔린 자국도 온데간데없었다.
그리고 이내 오름은 깨달았다.
“아 씨, 이거 현실이 아니네.”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님을 깨달은 것은 찔린 심각한 상처들이 없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어두컴컴한 공간 때문도 있었다.
마치 던전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아까도 던전 안이었지 지금은 다른 던전으로 들어온 것 같잖아?”
오름은 혹시 몰라 자신의 스킬이 전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창을 띄웠다.
그리고 직업란에 고스란히 적혀 있는 ‘소리 전달자’라는 항목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봤자 공유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남았지만 이게 어디야.”
공격 스킬이 없었던 오름은 소리 전달자 직업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완전한 딜러 직업은 아니었지만 소리 전달자의 악기 공격은 웬만한 공격 스킬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심해야지.”
오름은 인벤토리에서 한설에게 빌렸던 리코더를 꺼냈다. 현실이 아닌데도 별 게 다 된다 생각하면서.
오름은 주변을 살피는 데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정보가 없는 던전을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최악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오름은 주변에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눈앞에 이상한 메시지창이 뜨는 보고 깜짝 놀랐다.
[비밀 던전의 주인으로 가는 길(최종)]관리자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완전한 각성.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완성시키기.
실패: 죽음
보상: 관리자의 후계자
“뭐야, 이 이상한 퀘스트는?”
오름은 메시지창을 보고 의아해했다. 갑자기 자신에게 이런 퀘스트가 왜 뜬 것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던전에서 논리를 찾으라는 것이 우스운 얘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난 이 퀘스트를 진행해 본 적이 없는데 왜 ‘최종’이라고 되어 있는 거지? 관리자의 후계라는 건 또 뭐고? 실패하면 죽는다고?”
오름은 이 메시지를 그냥 무시할까 하다가 실패 시 죽음이라는 목록을 보고 망설였다.
시스템은 최악이었지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실패하게 된다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절하는 것도 가능한가?”
오름은 위험 부담을 안고 싶지 않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 오류입니다.] [완전한 ‘소리 전달자’가 아님으로 시험 내용이 조정됩니다.] [‘스토리텔러’의 최종 시험이 강제 진행됩니다.]‘이건 또 무슨 소리야.’
오름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부터 영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도 아닌 곳에서 진짜로 저 퀘스트를 깨야 하는 것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하나 확실한 것은 칭호가 언급된 것을 보면 지금 이 기회가 엄청난 기회라는 사실이었다.
오름은 스토리텔러의 다음 단계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소리 전달자’가 아니었기에 방금 퀘스트는 취소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한설과 오름이 직업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착오였던 것 같다.
“그럼 한설이 지금 내가 방금 받은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가?”
‘비밀 던전의 주인’. 오름은 거창한 퀘스트라는 생각을 했다.
“하긴, 한설 정도면 그런 거창한 퀘스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할 것 같기는 해. 그 녀석은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내 몸은 잘 있는 거 맞겠지?”
오름은 다음 메시지를 기다렸다. 그런데 뭔가 오류가 있는 것인지 뭔지 한참이 지나도 메시지는 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뭔가 알 수 없는 메시지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현재 비밀 던전의 공간에 침입했습니다.]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던전을 공유합니다.]계속해서 메시지가 뜨다 조금 지쳤다고 생각이 들 때쯤 오름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 하나가 떡하니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