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91
192화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2)
내가 지금 어디로 들어온 거지? 갑자기 차오름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니.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휙 둘러보자 던전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디로 떨어진 건가 싶어 골치가 아파왔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적어도 이게 차오름을 정신 차리게 할 방법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너 뭐야?”
어린 오름이 나를 올려다보며 시비 투로 말을 걸었다. 갑자기 내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면서 이리 저리 살펴보기까지 했다.
“너 차오름 맞지?”
어린 오름은 깜짝 놀라며 두 눈을 깜박였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아빠 친구야…예요?”
오름은 작은 머리로 아빠의 친구일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는지 갑자기 존댓말로 말을 바꿨다.
“응, 아빠 친구야.”
딱히 변명할 말이 없어 오름의 말에 동의하고 말았다. 혹시 자기 아빠에 관한 걸 물어보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었다.
“근데 아저씨 헌터죠? 갑자기 뿅 나타난 걸 보니 무슨 스킬 쓴 거예요?”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던 오름은 흥분한 상태로 눈을 반짝였다. 헌터를 처음 보는 건가?
생각해 보면 이 시기부터 막 헌터들이 등장할 때인 것 같긴 했다.
오름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많아 봤자 초등학생이었다. 오름이 나보다 어렸으니 헌터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
“헌터 맞는데, 비밀이야.”
이 시기에는 헌터들을 사칭하고 다니는 족속들이 많았다.
헌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헌터로 사칭하고 몰래 던전에 들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들이 넘쳐나는 시기였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최초로 헌터 자격증을 발급했고, 그건 센터의 확인증의 시초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항상 문제가 발생했는데, 자격증을 발급해 주겠답시고 헌터들을 납치해서 병기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정확히 그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헌터들 세계에서 암암리 퍼져 있던 소문들이었다.
‘설아, 너는 누가 맛있는 거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 돼?’
‘내가 앤 줄 알아? 자격증 준다면 모를까!’
‘자격증은 진짜 안 돼!’
형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진짜로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갈까 봐 걱정하던 모습이 아른거렸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앞으로의 일만 보자.
그렇게 다짐하며 어린 오름을 바라봤다. 일단 가장 먼저 여기는 어디인지, 내가 뭘 하면 되는 건지 생각해야 했다.
어린 오름이 있으니 과거로 돌아온 것은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과거로 돌아온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여기서 뭘 해야지 차오름이 정신을 차리고 원래대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오름이 각성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어린애가 각성한다고 각성이 되는 건가? 게다가 현재의 오름이 아닌데 각성을 한다고 살 수 있는 건가?
그래도 혹시 몰라 나는 ‘인간작곡’스킬을 오름을 향해 사용하려고 했다.
뭐, 이해도가 10% 미만이라고? 말도 안 돼. 그래도 나름 오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10%? 아니지, 10% 미만이라고 했으니까 이해도는 더 낮다는 거였다.
자신에 대해서 모를 거라고 확신하던 오름의 얼굴이 어린 오름의 얼굴과 오버랩 됐다.
어린 오름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정말 오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걸까. 머릿속이 잠시 복잡해졌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소미야, 너 거기 있어?”
혹시 몰라 허공에 대고 소미를 불렀다. 한참을 기다려도 소미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곳이 비밀 던전의 영향을 벗어난 곳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로지 나 혼자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거군.
“아저씨 혹시 머리 아파?”
귓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빙빙 돌리는 오름을 보며 이 녀석의 싸가지 없음은 어릴 때부터였구나 생각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넌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건데? 아저씨야말로 갑자기 나타났잖아. 혹시 아빠가 날 데리러 오래?”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런 후미진 골목길에서?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현재 있는 장소를 확인했다. 칙칙한 콘크리트 바닥에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골목길.
어린아이를 두고 가기에는 너무도 부적절한 공간이었다.
설마 버림받은 건 아니겠지?
“아빠는 언제 오신다는데?”
“몰라? 여기서 100번을 세 번 세고 있으면 찾으러 온댔어.”
이거 맞잖아. 버림받은 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곤란했다. 오름은 자신을 데리러 온 줄로만 알고 나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아빠가 있는 곳으로 가자!”
난 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아무리 재수 없는 오름의 어린 시절이라고 해도 아이에게 그런 잔인한 현실을 말해주기가 껄끄러웠다.
“그래, 아빠 찾으러 가자.”
나는 눈물을 머금고 오름의 손을 잡았다. 아빠를 찾는 일이야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했다.
오름의 아빠를 적당히 찾아주는 척하다가 녀석이 정신 차릴 방법을 알아내고 떠나면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아빠라는 작자를 만나 봤자 오름에게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어? 이건 무슨 표시야?”
나는 오름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녀석의 목 뒤에 알 수 없는 표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자 오름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의 목을 가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가 함부로 보여주지 말랬어.”
오름이 예민하게 반응하니 나도 더 이상 건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찝찝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뭔가 숫자 같았는데…?
“거기, 누구야?”
오름의 손을 잡고 골목길에서 빠져나오려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이거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완전 납치 현장 그 자체잖아!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고요.”
이렇게 말하니까 더 수상해 보이네.
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 걱정은 별로 오래가지 않았다.
“아빠다!”
뭐라고? 아빠라고? 버림받은 게 아니었어? 아차,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실례인가.
분명 버림받은 게 분명할 줄 알았는데 오름은 신이 나서 아빠라고 부른 사내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몸을 돌려 바라본 사내는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뒀다기에는 조금 많이 젊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아빠 친구냐고 물어본 것도 나이대가 비슷해 보여서 그런 거였구나. 아빠 친구라고 착각하기에 왜 그러지 싶었는데.
그런데 왜 아빠라는 사람은 아이를 골목길에 기다리게 한 거지?
“아빠! 아빠 친구랑 같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어! 잘했지?”
아, 그걸 말하면 어떡해! 안 그래도 수상한데 더 의심하겠네.
“아빠 친구라고?”
봐 봐, 역시 의심하고 있잖아.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열심히 훑어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보고자 남자에게로 한 발자국 다가갔다.
“어린 아이가 여기에 혼자 있길래 걱정돼서 같이 있었던 겁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
“게다가 저 아저씨 헌터다?”
차오름은 나를 가리키며 방긋 웃어보였다.
그걸 말하면 어떡해!
사람을 납치하는 인신매매범들이 하는 레퍼토리가 항상 그거였다. 자신도 잘나가는 헌터라 높은 곳에 연줄이 있는데 자신만 따라오면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는 뭐, 그런 수법들 말이다.
“헌터시라고요?”
“아, 헌터는 맞습니다만,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게 전혀 아니거든요.”
“예, 알겠습니다. 저희는 바빠서 이만.”
그리고 사내는 오름을 데리고 휑하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안 돼! 저대로 오름을 데리고 사라지면 오름을 진정시킬 실마리는 어디서 얻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빠라는 남자의 뒤를 미행하기로 결정했다. 오름은 아무것도 모른 채 멀뚱히 안겨 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남자가 어디로 가나 뒤따라갔더니 이상한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남자는 주변을 휙휙 살펴보다가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들어갔다.
“여긴….”
나는 남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잠시 멍하니 건물을 올려다봤다.
이곳은 나에게도 익숙한 곳이었다. 바로 현재의 헌터인증센터가 세워진 곳이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차오름이 센터에 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신세를 지고 있었다고?
과거에 오름이 나에게 알려줬던 정보들을 최대한 떠올려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당시 상황이 급해서 제대로 듣지 못해 바로 떠오르진 않았다.
“일단 들어가 볼까.”
이곳이 미래에 센터가 되는 곳이라면 적어도 침입자들에 대한 대처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신상에 좋았다.
조심히 문을 열고 간판도 없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컴컴한 공간이 나타났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음침하고 인기척도 없는 곳이었다.
왜 이런 곳으로 놈이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수상한 냄새가 났다.
그 녀석, 진짜 아빠가 맞나?
나는 건물을 샅샅이 뒤지며 오름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 하지만 1층에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른 층에 있는 건가 싶어 계단을 올라가려고 할 때였다.
“우아아앙-!!”
아래층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뭐야, 어린애가 한 명이 아니라고?
나는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번 납치 때가 떠올랐다. 아이들을 납치해 다른 나라에 비싸게 팔아넘기려고 했던 그 일이.
“근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디 있는 거야?”
계단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래층으로 가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 야하는 것이었다.
“젠장, 일단 구조를 파악해야겠어.”
나는 재빨리 손을 바닥에 내려놓고 마나를 집중시켰다. 마나가 이 건물의 구석구석을 돌아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경악했다.
위층은 그저 위장이었을 뿐이었다. 지상보다 지하의 공간이 무지막지할 정도로 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바글대는 것을 보고 나는 수상한 낌새를 맡았다.
“설마 실험인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바닥을 부수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벌였다간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오름을 살리기 위해서 이곳에 온 거잖아?”
그래서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시행에 옮겼다.
콰광-!!
손에 힘을 꽉 쥐고 거침없이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리 찔렀다. 그러자 굉음과 함께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나는 쏙 뛰어내렸다.
“으악!! 이게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내가 내려앉은 공간을 둘러봤다.
병원복과 비슷하게 생긴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과학자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뭔가 냄새가 풀풀 풍기네.
“차오름 어디 있어.”
“넌 누구냐?!!”
나는 당황하며 자신을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군인들을 확인했다. 군인이 왜 이런 지하에 떡하니 몰려 있는 건데? 딱 봐도 수상해 보였다. 하지만 내 목적은 하나였다.
“다시 한번 말한다, 차오름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