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93
194화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4)
“이 많은 애들을 데리고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어린애들은 두려운 눈빛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흰 셔츠에 흰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 셔츠 뒷덜미에는 식별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거 누가 봐도 애들을 가지고 실험하는 거잖아.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이렇게 어린애들로 대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지만 일단 긍정적인 방향은 절대 아닐 것 같았다.
“히익! 무서운 사람이다!!”
“얘들아, 진정해! 위험한 사람 아니야!”
애들이 공포에 떨며 두려워하자 옆에서 옆에 있던 아이가 나서서 나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나름 아이들 사이에서는 리더격인 아이인지 다들 경계를 푸는 것이 느껴졌다.
“오름이를 만나러 왔대. 오름이의 진짜 아빠 친구래.”
다들 놀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벌렸다.
“와, 부럽다.”
“오름 언니 그럼 이제 여기 나가는 거야?”
다들 오름을 부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왜인지는 대충 추측이 됐다. 아이들에게는 부모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혹시 너희들 오름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주변을 쭉 둘러보다가 오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나에게 오름의 위치를 알려줬다.
“오름이라면 항상 가던 곳에 있을걸요?”
“지금쯤이면 각성실에 있을 텐데!”
각성실? 설마 애들을 가지고 각성시키려는 실험을 하고 있는 건가?
애들이 상태를 살피면서 어디 상처 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다 애들의 팔뚝과 목 쪽에 나 있는 주사 바늘 자국을 확인했다.
미친놈들, 이렇게 어린애들로 무슨 짓을….
괜히 납치당할 뻔했던 지완의 딸인 세린이가 떠올랐다.
만약 그날 나원명을 이기지 못했더라면 그곳에 있던 아이들도 이 아이들처럼 다른 나라에 팔려 실험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가 꽉 깨물렸다.
겨우 3살도 채 안 된 아이들도 이곳에 있었다. 어른들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도 아니고 애들을 데리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어른들이 너희를 아프게 했니?”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망설이며 서로의 눈치를 봤다.
“주사는 아프긴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랬어요.”
“맞아요, 아빠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랬어.”
누가 그딴 소리를 한 거야?
“아니야, 누가 뭐라고 해도 아프게 한 사람이 잘못이야.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너희를 아프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야.”
나는 아이들을 향해 조용하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몇몇은 긴가민가하며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아빠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아저씨는 누군데 뭐라고 그래!”
악을 쓰듯이 화를 내는 아이를 보며 단단히 세뇌당한 건가 싶었다.
아이들을 모두 구출해내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과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소미가 말하길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이 아니라 차오름을 각성시키는 일이었다.
근데 차오름이 각성실에 있다면 지금 각성을 시키려고 한다는 건가?
“아저씨, 여기 차오름 없어요. 다른 곳으로 가요.”
분노하는 아이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는지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마 여기 없으면 아빠랑 같이 각성실에 있을 거예요.”
“각성실은 뭐 하는 곳이야?”
아이는 혼자 고민하다가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각성실에서는 일반인을 헌터로 만들어준댔어요. 머리에 무거운 모자를 쓰고 충격을 가하면 된대요. 오름이는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그랬어요.”
미친놈들. 헌터를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실험을 하고 있는 거다. 설마 차오름도 이곳에서 강제로 각성을 하게 된 케이스인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혼자 조용히 분노를 삭이고 있을 때였다.
“누가 와요.”
눈동자가 하얀 한 아이가 입을 열었다.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는 눈뿐만이 아니라 머리카락도 새하얀 색이었다.
누가 오는 거지? 그리고 이 아이는 어떻게 그걸 알았고? 설마 이 아이, 각성자인가?
“숨어야 해. 어른이 있는 걸 보면 또 큰일이 일어날 거야.”
“제아야, 부탁해.”
나를 끌고 왔던 아이가 제아라고 불린 갈색 머리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웅, 맡겨줘.”
그러자 눈이 축 처져서 강아지 같은 눈을 한 제아라는 아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제아의 몸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제아가 커진 것이 아니라 내가 작아진 것이었다. 그것도 어린아이 모습으로.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스륵-
놀란 눈을 하며 내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영락없는 어린애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강제로 각성을 하게 된 아이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놀랄 새도 없이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누군가에 의해서 열렸다.
등을 보이고 있던 나는 그게 누군지도 모른 채로 식은땀을 주륵 흘렸다.
“다들 무사히 잘 있었구나.”
그리고 그 목소리에 소름이 쭉 돋았다.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사이코패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갈 데까지 간 녀석이었다고?
긴장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있을 때, 녀석이 아이로 변해 걸칠 옷이 없었던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 친구는 누구지? 왜 옷더미에 쌓여 있던 걸까?”
실제로 나는 옷이고 바지고 전부 커져 버린 탓에 아무것도 걸치고 있는 것이 없었다.
약간의 수치심이 들었지만 그런 기분을 느낄 상황이 아님을 인지하고 조용히 녀석이 하는 짓을 살폈다.
“옷을 좀 입혀야겠는걸. 얘들아, 새 친구에게 옷을 가져다줄래?”
“알겠어요.”
아이들은 녀석의 말을 따라 구석에서 흰 셔츠와 흰색 바지를 가져다줬다.
나는 여전히 녀석에게 뒤돌아 있는 채로 그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굉장히 과묵한 친구네. 울지도 않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니?”
그리고 녀석은 천천히 나를 돌려세웠다.
나는 눈을 똑바로 뜨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부정하고 싶었던 인물이 눈앞에서 나를 보고 생긋 웃고 있었다.
재수 없을 만큼 미소가 잘 어울리는 남자, 백이권이었다.
* * *
오름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인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러니까, 오름은 멘탈이 깨지는 기분이 들면서 눈앞에 보이는 인간들을 학살하고 다녔었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들다가 점점 자신에 손에 죽어가는 인간이 늘어나면서 무뎌지는 감각을 느낀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 한설을 만나고 눈앞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것도 기억이 났다.
이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더니 자신의 몸이 어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거지 같은 상황은 뭐야?”
“오름아, 깼어? 걱정하지 마. 곧 끝날 테니까.”
그리고 오름은 낯선 사내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내 이 사람이 낯선 사내도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시발, 어려진 게 아니라 과거로 돌아온 건가? 이 거지 같은 곳에 다시 올 줄이야.’
오름은 자신이 누구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인지 깨닫고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오름은 어린 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가짜 가족 놀이를 하며 어린애들을 붙잡고 헌터 각성 실험을 하는 곳.
그리고 품에 안긴 사내는 그 주축이었던 인간이다.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라 하며 고아인 아이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척하고 강제 각성 실험을 했던 인물.
오름은 머리에 씌워진 무겁고 복잡하게 전선들로 연결되어 있는 기기를 매만졌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은 오름이 강제로 각성 실험을 당하던 곳이었다. 오름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각성에 성공하게 된다.
그게 정말로 실험 때문에 성공했던 것인지 아니면 타이밍 좋게 일찍 각성이 시작되었던 것인지는 기억이 흐릿했다.
어쨌든 이 장소에서 각성을 했던 것만이 떠올랐을 뿐이다.
“거지 같은 기억 떠오르게 하네.”
“오름아, 그런 말들을 어디서 배웠어? 아빠한테 혼난다!”
거침없이 문장을 내뱉자 자신을 아빠라고 지칭하는 웃기지도 않은 녀석이 짐짓 화난 표정을 지었다.
‘어릴 때는 저 표정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지.’
오름은 거지 같은 실험실에 들어오기 전 진짜 아빠의 모습을 떠올렸다.
바다를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바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고아가 되었고, 나를 위탁해 줄 친척들이 돈을 받고 나를 이곳에 팔아넘겼었다.
“아빠는 개뿔, 니가 왜 내 아빠야?”
썩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에 씌워진 기기를 벗어 버렸다. 그리고 잽싸게 사내의 품에서 얼른 빠져나와 땅을 밟았다.
“차오름! 너 무슨 말버릇이니!!”
그때는 저 남자가 정말로 내 아빠의 대신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안녕, 네가 차오름이구나. 나를 아빠라고 생각해도 된단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자상하게 웃어주던 모습이 진짜 아빠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놈은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 가족 놀이에 동참시킨 아이들을 상대로 온갖 고문이란 고문을 해댔으니까.
“말버릇~? 진짜 아빠도 아니면서 아빠인 척 행세하지 마세요, 역겨우니까.”
놈의 얼굴에 핏줄이 서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이게 꿈인가 싶었지만 꿈은 아닌 것 같았다. 과거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게 느껴졌다.
“각성에 성공해 기분 좋게 넘어가 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구나. 각성에 성공한 대신 인성이 망가져 버렸나?”
‘각성에 성공했다고?’
오름은 뚱한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오름은 각성 직후의 기억이 없었다. 이제껏 잊고 싶은 기억이기 때문에 잊고 살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각성시킨 거라고? 아무 부작용 없이?”
“이제 존대도 안 하는 거냐? 그래, 내가 했다. 너는 오늘이 아니어도 각성을 하게 될 녀석이었다. 그걸 미래를 조금 앞당긴 것뿐이지. 그렇기에 부작용이 없었던 거야.”
‘미래를 앞당겼다라. 그래서 내 정신이 과거로 들어온 건가?’
오름은 자신이 과거로 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마 이건 한설의 스킬 영향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말이다.
원래라면 한설 혼자 과거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었지만 녀석의 스킬과 눈앞의 미친 각성 실험이 어떻게 맞아떨어져 본인도 정신만 과거로 돌아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인이야 어쨌든, 오름은 이 기회에 과거를 바꿀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콰앙-!!
“윽!!”
그리고 생각에 정신이 팔린 오름은 갑자기 몸이 붕 떠서 벽에 처박혔다.
“한눈팔면 안 되지, 오름아. 혼나는 중이잖니?”
‘맞다, 저 새끼 각성자였지?’
오름의 눈앞에는 팔이 마치 망치처럼 변해 버린 녀석이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놈이 각성자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헌터의 길을 포기하고 연구로 빠진 녀석도 나름 B급 등급을 받은 놈이었다.
오름은 몸을 일으키고 침을 바닥에 퉤 뱉어냈다. 그 침에는 피가 섞여 나왔다. 그리고 오름은 놈을 사납게 노려보며 미소를 지었다.
“혼나는 게 누군지 한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