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94
195화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5)
작은 아이의 몸으로 거친 언행을 하며 사납게 침을 뱉는 행위를 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는지 남자는 놀란 눈으로 오름을 쳐다봤다.
‘저 자식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 안정해였지.’
이름도 거지 같았다. 정하지 않긴 뭘 안 정해.
오름은 인벤토리에서 리코더를 꺼내 들었다. 직업 공유가 아직 조금이지만 남아 있었다.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녀석을 때려눕히기엔 충분한 시간.
“하하, 그런 리코더로 나를 때려보겠다고 들어 올린 거니?”
안정해는 B급 각성자지만 헌터는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전투들을 치러온 헌터들과는 결이 많이 달랐다.
그저 골방에 썩혀 연구만 주야장천 한 연구원과 매일매일 목숨을 걸며 전투를 치르는 헌터가 같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녀석은 딜러도 아니고 스킬도 연구에 특화된 녀석이었으니까.
“한 번 맞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오름은 리코더를 들어 올리며 자신을 비웃고 있는 정해를 향해 달려갔다. 작은 몸집이라 녀석이 방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빠르다.”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오름의 눈앞에 스킬 사용에 성공했다는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정해는 오름이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을 해치워 왔는지도.
“무슨 주문 같은 걸 외우고 있어? 빨리 덤비지 않고.”
정해는 깔깔대며 주변에 있던 일반 식칼을 들어 올렸다. 몬스터용이 아닌 일반 식칼이었다. 그만큼 오름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퍽-!!
“악!!”
오름은 자신을 잡아채려는 정해의 손길을 피해 빨라진 몸으로 그의 뒤로 돌아가 뒤꿈치를 가격했다.
정해는 악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뒤꿈치에서는 피가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정해는 이를 으득 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지 않고 오름은 리코더로 그의 다리를 무자비하게 공격해댔다.
중첩 효과로 인해 오름의 공격은 도를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정해를 공격했고, 다리가 터질 지경이 되어서야 오름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진짜 공부만 했나 보네.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오름은 속으로 정해의 허접한 신체를 욕하며 피가 묻어 나온 리코더를 털어냈다.
“으어억…. 대체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정해는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공포에 질린 눈으로 오름을 쳐다봤다.
연구원이라고는 해도 B급인데 너무 허약한 신체라는 생각을 하며 오름은 리코더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죽일 생각은 아직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 애들 치료제 어디다가 뒀어?”
정해를 죽이지 않은 단 한 가지의 이유, 그것은 녀석이 다른 애들의 목숨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잡혀 온 아이들은 하나같이 중독이 되기 쉬운 약물을 복용해야만 했다.
약물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아이들은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까지 이 약물이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오름은 과거로 돌아온 것을 알고 나서부터 함께 갇혀 있었던 아이들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치, 치료제 윽!! 내가 말할 것 같아!!”
“말 안 하면 어쩔 건데. 죽게?”
오름은 정해가 맞느라 놓친 식칼을 주워 그의 앞에 화려하게 휘둘렀다. 오름은 그냥 있어 보이게 휘두른 것뿐인데도 겁을 지레 먹는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
“자, 잠깐! 내 연구실 책상에 있어!! 그냥 가져가지는 못하고 내 지문이 있어야 할 거야!! 그러니까 날 죽이면 곤란해질걸?”
‘이런 새끼한테 농락당했다니.’
열심히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놈을 보고 인상을 팍 찌푸린 오름은 가차 없이 식칼을 녀석의 심장께에 찔러 넣었다.
“컥!!”
헌터와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평범한 식칼이었다. 하지만 노련한 헌터의 손에 들어온 식칼은 또 말이 달랐다.
이쑤시개라도 누가 드느냐에 따라서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현재 상태의 오름은 이쑤시개만 있어도 정해를 수천 번은 담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둘은 같은 등급의 헌터임에도 수준의 격차가 너무나도 달랐다.
“어, 어째서….”
서컹-!
“아아악!!”
오름은 죽어가는 정해의 손가락을 거침없이 잘라냈다. 그리고 덤덤한 목소리로 정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넌 필요 없고 손가락만 가져간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정해는 서서히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결국 숨을 거뒀다. 그리고 오늘은 그런 정해를 덤덤하게 바라보더니 자리를 떴다.
“지긋지긋한 인연이었다.”
과거에서는 이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실 정확히 하자면 기억에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몰랐다.
오름이 무사히 치료제를 얻어서 아이들에게 가져다준 것은 맞는지, 맞다면 다른 아이들은 지금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한 것투성이였다.
정해의 연구실에 도착한 오름은 잘라낸 정해의 손가락을 지문인식기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연구실 문이 스륵 열리고 온갖 해괴한 실험 재료들이 즐비한 공간이 나타났다.
“여기는 또 처음 와 보네.”
오름은 혀를 차며 연구실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아, 찾았다.”
한참을 뒤지다 오름은 투명하고 단단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주사기를 발견했다. 아마도 이 주사가 치료제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인벤토리에 상자를 넣어두고 오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을 가둬둔 방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오름이 방을 나서기 전에 먼저 연구실의 문이 열렸다.
스륵-
“뭐, 뭐야. 그쪽이 왜 여기에 있어?”
오름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곳에서 마주하면 안 될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차오름이구나.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최고의 기대작이라던데.”
백이권.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장신의 남자는 백이권이었다.
오름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이 배후에 백이권이 있었던 건가? 헌터인증센터에서 독자적으로 진행시키던 것이 아니었던 건가?’
오름은 센터와 이권의 관계성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터지는 기분을 느꼈다.
만약 이게 진짜 과거가 맞다면 현재의 이권은 누구보다 위험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생각해 보면 이권은 매화 길드에서 함유리와 싸우는 중이었다.
함유리와 맹렬히 싸우던 이권은 한설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이혁일을 찾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왜 매화 길드에 쳐들어간 거지? 설마….’
매화 길드에는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 주는 ‘소원 나뭇가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걸 백이권이 노리는 것이라면 매화 길드에 가려는 것도 이해가 갔다.
‘만약 백이권이 소원 나뭇가지를 얻게 된다면 대체 무슨 소원을 빌려고 했던 거지? 설마 지금 이 상황과 관련이 있는 거면 어떡하지?’
백이권이 마음만 먹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세계 최강의 헌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왜 말이 없지?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이권에게 오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신이 여기 왜 있는 거냐고 따지고 싶어도 현재의 이권은 오름을 알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권에게 대들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대답.”
순간 이권의 미소가 싸늘해졌다. 여전히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것은 맞았지만 온도가 확 내려간 미소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몸이 본능적으로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S급이 마력으로 위협을 가할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어린애한테도 가차 없네.’
가끔 오름은 한설이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떻게 저렇게 위험한 기운과 압력을 내뿜는 녀석 앞에서 떨지 않고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지 말이다.
가끔 이권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마력으로 압박을 넣을 때가 있었다.
한설은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지만 B급인 오름은 그럴 때마다 멀찍이 떨어져서 대화를 구경하기 바빴다.
이권은 일부러 한설을 시험하듯 주기적으로 마력을 내뿜었었는데 그때마다 한설은 뭐가 지나갔냐는 듯한 태평하게 대화를 이어 갔다.
‘이런 무자비한 마력을 견뎌내다니 말이야. 그 녀석, 설마 S급인 건 아니겠지?’
“이 정도도 버텨내다니 괜히 기대작이라고 불리는 건 아니구나?”
오름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권은 사뭇 놀란 얼굴을 하더니 씩 웃으며 짐짝처럼 뭔가를 슥 옆으로 던져 버렸다.
그건 어린애였다. 오름 나이 또래로 보이는 아이였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름은 식겁하며 아이에게로 달려갔다. 아이는 거칠게 땅에 떨어졌음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라, 얘는 우리 애들이 아닌데?’
오름은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우리 쪽 아이가 아닌 것을 알았다.
흰 셔츠에 흰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식별 번호도 없었고 아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 혹시 아는 애였어? 조금 까불길래 겁 좀 줬더니 애가 기절하더라고. 손 하나 까딱 안 했느니 걱정 마. 근데 참 이상하지? 마치 나를 아는 것 같은 눈치였는데.”
오름은 이권의 말에 아이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겁만 줬다는 건 사실인지 다친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근데 얼굴 뭔가 익숙해. 누구지?’
희멀건 얼굴에 조금 처진 눈. 감고 있음에도 자기주장이 확실한 이목구비.
‘자, 잠깐. 이거 한설 아니야?’
오름은 눈을 크게 뜨며 한설로 추정되는 아이의 얼굴을 쭉 들어 올렸다.
“얘가 왜 여기 있어?”
오름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녀석도 실험체였다면 오름이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한설도 과거로 왔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일리 있었다.
‘어쩌면 이 녀석 때문에 과거로 온 것일 수도 있고. 정신 차리기 직전에 녀석이 이상한 스킬 쓰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도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름은 자신의 과거를 한설이 알게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친구와의 재회도 좋지만, 딴짓 할 시간에 나에게 좀 더 집중하는 건 어때?”
쿠구궁-
“윽!”
오름이 고개를 돌려 이권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권의 마력으로 인해 오름은 바닥에 몸을 짓눌렸다.
엄청난 압박이었다. 아까 장난처럼 보냈던 마력은 진심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 아이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뭔 생각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시당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말이야. 네가 왜 여기 있는지, 오다가 만난 우리 연구원은 어쩌다 손가락이 잘려 죽어 있던 건지 전부 설명해 주겠어?”
오름은 이길 수 없는 거대한 자연재해를 마주친 기분이었다. 몸에 짓눌린 마력을 이겨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애는 내가 찜해 뒀으니까 적당히 만져대고.”
그렇게 말한 이권이 손짓으로 오름을 쭉 밀어냈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주제에 무슨 개소리야?’
오름은 이권에게 반항 한 번 못 해 보고 몸이 쭉 밀리며 생각했다.
순순히 이권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싶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오름의 눈앞에 시스템이 떴다.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최종)]인간을 학살하고 주인공을 죽이세요.
제한 시간: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