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99
200화
-주인공을 죽여라 (3)
왜 그냥 맞은 거지?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이권에게 조금 떨어졌다. 이권은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이권의 손이 목을 관통했다. 아까와 같이 이권의 손이 내 몸을 통과해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목을 관통당한 모양새가 이상해서 몸을 뒤로 젖히며 이권의 손을 피했다.
“정말로 통과하는군.”
이권은 몇 번을 더 시도하더니 그제야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처럼 보였다.
이권도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닌 건가?
나는 이권의 반응을 보고 깨달았다. 이권은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스킬을 그대로 얻게 된다는 말은 없었다.
이 스킬은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상해. S급 헌터로는 보이지 않는데 스킬이 끊이질 않네. 직업이 특이한 건가?”
이권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를 흘리며 저런 표정을 지으니 호러영화가 따로 없었다.
“이제는 제가 공격해도 문제없는 거죠?”
말과 동시에 이권을 향해 리코더를 휘둘렀다.
원래는 이권도 통과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을 테니 리코더가 통과하고 나서 바로 일괴본을 사용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스킬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런 방법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권은 리코더를 팔로 막아내고 그대로 내 팔을 잡으려고 했다.
그래 봤자 잡히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당당히 팔을 뻗어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고 할 때였다.
턱.
[횟수를 초과했습니다. 10분 후 다시 스킬이 사용됩니다.]뭐야, 횟수제였어?
나는 당황하며 이권에게 잡힌 팔을 쳐다봤다. 이권의 씩 웃는 미소가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니 이런 건 미리 알려 달라고!
이권이 갑자기 공격을 해 와서 스킬 설명을 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이권에게 공격당한 것은 총 5번. 아마 그 이상을 넘기게 되면 10분의 쿨타임이 걸리는 것 같았다.
그나마 쿨타임이 짧아서 다행인 건가.
역시 이렇게 좋은 스킬에 리스크가 없을 리가 없었다. 겨우 10분밖에 쿨타임이 되지 않는 것도 어쩌면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5번 만에 잡혔군.”
이권도 수를 세고 있었는지 벌써 스킬의 약점을 파악해 버렸다. 귀찮게 됐다고 생각하며 팔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단단히 잡힌 팔은 빠지기는커녕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스킬이 몇 분 만에 다시 사용 가능한지 한번 확인해 볼까?”
눈을 빛내며 이권은 거침없이 주먹을 날렸다. 고개가 돌아가며 큰 충격이 머리에 울렸다.
그게 시작이 되어 계속 한쪽 팔이 잡힌 상태로 이권에게 구타를 당했다.
“미친놈!”
오름이 리코더를 들고 이권에게 덤벼들었지만 이권은 오름쪽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스킬을 사용했다.
콰지직-!!
쾌청한 하늘에서 번개가 한 줄기 떨어지며 오름에게 적중했다. 녀석은 비명 한 번 지르지도 못한 상태로 자리에서 번개를 맞고 쓰러졌다.
“컥! 차, 오름…!”
“너는 신경 쓸 틈이 없을 텐데!”
퍽-!!
그렇게 한참을 처맞고 있을 때쯤 잡힌 팔에서 감각이 사라졌다. 10분이 지난 것이었다.
나는 재빠르게 이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숨을 골랐다.
“스킬도 안 쓰고 무식하게 패는 게 취미인가 봐요?”
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한 대만 맞아도 골이 울렸는데 10분가량을 처맞았으니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입을 살아 움직여 이권을 도발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내가 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권은 그대로 빠르게 날아와 다시 나에게 주먹질을 하려고 했다.
하, 멀쩡한 스킬 내버려 두고 이런 식으로 나온단 말이지?
“하나, 둘, 셋…!”
이권의 공격이 내 몸통을 통과했다. 그리고 이권은 통과할 때마다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이 스킬의 공략법을 터득해 버린 것이다.
마음대로 놔둘 수는 없지.
“일괴본.”
나도 리코더를 콱 쥐고 이권이 나에게 공격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는 때에 맞춰 일괴본을 사용했다.약점을 맞춰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드는 최고의 스킬.
하루에 한 번밖에 쓸 수 없어서 아끼고 있던 스킬이었다.
콰직-!
이권은 내가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몸을 피했다. 하지만 일괴본은 실패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내 의지가 아니라 저절로 상대의 약점을 찾아가 공격하는 스킬이었으니까.
황금빛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권의 약점을 찾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 골렘을 상대할 때 봤었던 노란색의 빛줄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때 봤던 노란빛이 마나였던 모양이다. 열심히 약점을 찾던 마나는 팔과 다리 몸 그리고 얼굴을 돌아다니다가 사라졌다.
엥, 뭐야 왜 사라져?
나는 이권을 바라봤다.
설마 약점이 없기라도 하다는 소리야?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약점이 없는 인간도 있다고? 이럴 거면 사용 안 했지!
일괴본의 위력을 드디어 느끼나 싶었는데 노란빛이 사라져 버리니 허망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무기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어? 잠깐만 희미하게 노란빛이 보이는데?’
나는 실눈을 뜨며 이권의 몸을 돌아다니는 얇은 빗줄기를 바라봤다. 가만 보니 심장 쪽에 희미한 노란빛이 빛나고 있었다.
심장이 약점 아닌 사람이 있어?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리코더를 찌르듯이 공격했다. 심장 쪽에 정확히 박힌 리코더는 이권의 방어에도 정확히 찔러 들어갔다.
“……!”
이권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저 조금 놀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을 뿐이었다.
중첩이 꽤 된 상태라 꽤나 강력한 공격이었을 텐데도 말이다.
“정말로 스킬 더럽게 많이 가지고 있군.”
내가 생각해도 스킬이 좀 많긴 해.
이권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질린다는 눈빛이었다. 내가 서포터인 것을 알게 되면 기함을 토할지도 몰랐다.
“아직 더 있는데 다 보여드리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쉽네요!”
다시 심장께로 리코더를 찌르듯이 공격했다. 일괴본으로 공격한 게 아니어서 이권은 내 공격을 너무 간단히 피하고 말았다.
“넷, 다섯!”
그리고 이권은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다섯 번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독한 녀석.
나는 이권과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시간을 벌 셈이었다. 이권은 내 의도를 눈치채고 검지를 까딱였다.
그리고 아까 오름에게 썼던 스킬을 나에게도 사용했다.
콰광!
번쩍이는 빛과 함께 머리 위로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눈앞이 번쩍이며 한순간 새까매졌다. 온몸에 전류가 타고 흐르며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뜨거운 감각이 동반했다.
용암이 들끓는 것 같은 감각이 끝나자 눈을 떠봤을 때는 이미 바닥을 기고 있었다.
오름도 이걸 당하고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거구나.
강력한 스킬이었다. 미래의 이권이 쓰던 스킬과는 또 달랐지만 확실히 웬만한 사람들은 한 방에 훅 가겠다 싶었다.
그래도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걸 일어나네. 나보고 괴물이라고 했지만 너도 만만치 않아.”
이권은 즐거워 보였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지금 나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전기에 의해 덜덜 떨리는 손을 자제하고 다시 리코더를 쥐었다. 함께 전기를 맞았음에도 리코더 자체는 멀쩡했다.
대체 이건 뭐로 만들어졌길래 이렇게 단단해?
이권이 이 리코더를 선물로 줬는데 이걸로 이권과 싸우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이권은 다시 손가락을 까딱였다.
똑같은 스킬을 사용할 셈인 모양이었다. 하늘이 번쩍이는 것을 보며 나는 앞으로 몸을 굴렸다.
하지만 그걸 예측한 건지 정확히 내가 굴러 착지한 곳에 번개가 떨어졌다.
“크아악!!”
내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콰광!
거대한 번개 소리와 탈 것처럼 괴로운 고통이 밀려 들어왔다.
[냉정한 빛의 후계자의 효과로 빛과 번개에 면역이 생깁니다.]이건 무슨 소리지?
그러길 한참, 다시 시스템이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번개는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데 고통은 느껴지지 않고 몸이 멀쩡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냉정한 빛의 후계자’가 어떤 스킬인지 확인하기 위해 설명을 읽었다.
[냉정한 빛의 후계자]공격을 5회까지 막아냅니다. 그 이후에 10분의 쿨타임 후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빛과 번개 공격을 한 번 받게 되면 면역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받은 피해량만큼 무기에 공격력으로 전환하여 축적시킬 수 있습니다. (원하는 때 사용 가능)
느끼고는 있었지만 사기 스킬이었구나. 심지어 패시브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고.
받은 피해량만큼 축적이 된다는 소리는 이제껏 받은 피해량이 리코더에 담겨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아까 열심히 나를 때렸던 이권의 공격력도 담겨 있다는 얘기였다.
좋아, 한 번 내가 당한 만큼 당신도 당해 보라고, 백이권.
나는 번개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자리에 쓰러진 척을 했다.
이권이라면 금방 눈치챌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순간이라도 방심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일어나. 일어날 수 있잖아?”
이권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권이 스스로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을 벌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소용없어.”
이권은 다시 한번 번개를 내리쳤다. 그리고 나는 얌전히 리코더에 그 공격을 축적되는 것을 지켜봤다.
혹시 몰라 마나를 갈무리하며 내 기운이 새어 나가지 않게 조심했다. 그러자 이권은 정말 내가 쓰러진 건가 싶어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콰직.
그리고 내 손을 그대로 밟아 버렸다. 진짜로 쓰러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나는 팔에 타고 흐르는 고통에 신음이 흘러나올 뻔했지만 최대한 참아내고 재빠르게 이권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권은 씩 웃으며 내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퍽 소리가 나며 내 고개가 돌아갔지만 개의치 않고 이권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고 리코더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권은 다리를 빼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이권과 나의 힘은 똑같았다.
그말인즉슨 이번에는 이권이 다리를 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당했던 만큼 돌려받아 보시지.”
단숨에 몸을 일으키고 리코더를 힘차게 휘둘러 이권의 다리를 공격했다.
퍼억-!!!
“큭!!”
그리고 처음으로 이권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