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11
212화
-계획 (2)
계획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될지 안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어떻게 해서든 녀석과 시스템이 연결된 부분을 끊어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할 만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나밖에 없었다. 나도 각성을 하고 나서 부터 시스템을 이용하게 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이혁일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었다.
“네가 녀석을 막을 수 있다는 소리야?”
함유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백이권을 이용할 셈이라면 그만둬. 녀석은 순순히 따라줄 녀석이 아니니까.”
함유리는 백이권을 잘 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백이권을 이용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것보다 당연히 내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힘을 빌릴거라고 확신하는 함유리의 생각이 웃겼을 뿐이었다.
하긴 만약 내가 이번에 각성하지 못했더라면 이권의 힘을 빌리는 것밖에 답이 없었으니 마냥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가 해결합니다.”
“네가? 무슨 수로?”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도 나름 길드 대항전에서도 활약하고 그랬는데.
사실 인정받지 못했다기보다는 그만큼 이혁일의 힘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트집을 잡지 않았다.
대신 나는 의문을 표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는 함유리에게 지도를 돌려주며 씩 웃었다.
“이혁일을 잡으면 무슨 수를 쓰는지 보여드릴게요.”
그러니까 더 정확한 위치를 알아와.
내가 말하는 바를 깨닫고 함유리는 인상을 잠시 찌푸렸다.
길드장에 S급 헌터인 그녀에게 능력 부족이라고 간접적으로도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은 낮은 등급의 헌터가 능력 부족이라고 대놓고 말하니 화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었고 지금 아쉬운 사람은 함유리였다.
인상을 쓰며 울컥하는 것이 보였지만 이내 그녀는 차분해지며 순순히 인정했다.
“그래, 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이혁일을 찾아내지. 대신.”
함유리는 험악한 눈빛을 지어 보이며 눈을 부릅떴다.
“이혁일을 찾아내면 반드시 처리해야 할 거야. 매화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마.”
어차피 내가 해결 못 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면서 웬 협박이래?
함유리는 내가 유일한 희망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뭔가 최후의 수단이라도 있는 모양인데?
매화에서 준비한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 전까지 나를 최대한 이용해 먹을 셈인 것 같았다.
그게 좀 괘씸하기는 했지만 나도 이혁일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해 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볼게요.”
그렇게 말하고 함유리는 갑자기 손을 들어 허공에 매화 꽃잎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 꽃잎들이 바람에 휘날려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는 것이었다.
“방금 그건 뭐예요?”
내 질문에 함유리는 가만히 꽃잎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길드원들에게 이혁일을 찾으라고 일러둔 거다.”
* * *
매화 길드 내부는 소란스러웠다. 이제 막 22살이 되어 제주도로 온 철민은 매화 길드를 존경하고 있었다.
제주도를 책임지는 유일한 길드.
그 타이틀이 주는 위용은 심장을 뜨겁게 할 수밖에 없었다.
철민은 매화 길드에 들어오고 싶어서 제주도로 이사를 왔을 정도였다.
C급 헌터이지만 나름 유용한 스킬이 있었던 철민은 생각보다 쉽게 꿈에 그리던 매화 길드원이 될 수 있었다.
‘매화 길드는 입단 테스트가 있어. 매화 길드에서 일주일을 견뎌내는 거야. 그럼 그 이후로 진정한 매화 길드원이라고 할 수 있지.’
매화 길드의 부길드장인 정승아가 입단 테스트에 대해서 말할 때만 해도 조금 겁이 났었다.
왜냐하면 매화 길드는 매화길이라고 불리는 어마어마한 계단을 매일 올라야 하니까.
토하고 죽을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이틀이 걸려서 겨우 매화 길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어느새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길드에 들어온 지 딱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콰과광-!!
눈앞에서 매화 길드의 연무장이 반파되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이제야 진정한 매화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헉! 잠깐만, 설마…. 이것도 입단 테스트인가?!”
철민은 생각했다. 이렇게 매화 길드가 쉽게 무너질 리 없다고.
몇십 년 동안 제주도의 안전을 지켜온 대형 길드가 한 사람에 의해 이렇게 철저히 무너져 내릴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내 철민은 이상한 쪽으로 확신했다.
이것은 매화 길드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시험이라고.
“후후, 이것도 전부 환각으로 만들어낸 환상이겠지.”
철민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이가 백이권임을 알지 못했다. 사실은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알지 못했다.
길드장인 함유리가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스킬 때문에 알 수 있었지만 상대의 움직임과 둘의 전투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민도 착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건 신입들을 위한 시험이다. 내가 확신하지!”
철민은 길드원들이 전투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을 때 자신과 함께 들어온 다른 신입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 그럴 법도 해. 하필 딱 일주일이 되는 날 이런 일이 터질 리가 없잖아.”
“맞아! 분명 우리가 어떻게 나오나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해!”
어리둥절해하며 어리바리하게 굴던 신입들은 철민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이 멍청이들아. 빨리 선배님들 도우러 가자!”
그 와중에 인상을 찌푸리며 철민의 말에 반대하는 신입들도 있기는 했다.
그런 신입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길드원들을 쫓아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후후, 바보들. 이건 시험이라고! 우리가 얼마나 매화 길드에 어울리는 인간인지 알아보는 거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굴던 철민은 갑자기 확 부는 바람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는 순간 길드원들 머리 위로 분홍색 빛깔을 살짝 머금고 있는 새하얀 매화잎이 떨어져 내리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유리 님의 전갈이다.”
길드원들이 지내는 숙소 마당에 소복이 쌓인 매화 꽃잎을 주워들던 베테랑 헌터가 입을 열었다.
다른 헌터들은 그 말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 잘 봐. 저게 우리가 해야 할 미션일 거야!”
작게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철민은 자신의 말에 동조했던 신입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심각한 표정을 연기하는 거라고. 길드장님 전갈에 뭔가 미션이 담겨 있을 거야. 그럼 그걸 우리가 하겠다고 나서면 돼!”
철민의 말에 완전히 넘어간 대여섯 명의 신입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철민은 자기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너무 똑똑하다고 자만했다.
“근데 만약 미션 같은 게 아니면 어떡하려고?”
그들 중 그나마 의심이 많던 한 신입이 의문을 표했지만 철민은 그 말을 싸그리 무시했다.
“그럴 리가 없어. 봐 봐. 어떤 미션을 줄 거라고!”
그리고 안타깝게도 의문을 표했던 신입의 말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철민의 말대로 함유리가 전달한 메시지에는 몇 명을 충원해도 좋으니 특정 인물을 찾아내라는 명령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매화꽃이 산발적으로 떠오르다 암호문 같은 문자를 남겼고, 그걸 읽은 선임 헌터는 뒤를 돌아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이혁일’이라는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 길드를 지킬 몇 명을 제외하고 웬만하면 투입될 수 있도록 하라는 유리 님의 지시다! 알아들었으면 움직여!”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매화 길드에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를 복구하는 인원과 감시 인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매화길을 달려 나갔다.
“저, 정말 네 말대로네?! 유리 님이 미션을 주셨어! 이제 어떡하지?”
그곳에서 철민의 말을 듣고 있던 신입들은 이제 완전히 철민을 신뢰하게 됐다. 철민도 스스로의 말이 들어맞는 것을 보고 의기양양해져 매화길을 나서며 말했다.
“이건 신입들을 위한 시험이라고.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거야! 따라와, 이혁일을 찾으러 가자고!”
그렇게 철민이 신입들을 이끌고 길드 정문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잠깐.”
신입들이 모여서 대거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길드원이 그들을 불러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철민이 어리둥절하며 앞을 막은 길드원을 보자 그가 손가락질을 하며 정문 안쪽을 가리켰다.
“신입들은 집 지키기다.”
그 한 마디만 남기고 남자는 홱 하고 매화길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진 신입들은 철민을 멀뚱히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표정이 되었다.
철민도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는 듯이 무릎을 탁 쳤다.
“아! 역시 매화 길드. 그런 의미였군!”
뭔가 깨달은 것 같은 표정이자 신입들은 하나같이 동시에 철민을 바라봤다.
“뭔데? 뭘 알아낸 거야?”
“이것도 시험이다!”
철민은 마치 중요한 사실을 알아낸 사람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분명 방금 그 선배가 가만히 집이나 지키라고 했잖아! 그게 무슨 시험인데? 집 잘 지키는 게 미션인가?”
철민은 어리둥절해하는 동기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모르겠어? 이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에 대한 시험이야! 아무리 선임의 말이라지만 이혁일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린 건 누구지?”
“하, 함유리 님….”
“그럼 윗선배의 말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길드장이신 함유리 님의 말이 더 중요한가?”
“……!!”
신입들은 깨달았다는 듯이 철민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렇구나! 이건 어떤 상황에서도 함유리 님의 명령을 우선시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시험인 거군!!”
“그래, 바로 그거야!”
신입들은 뒤통수를 한 대 맞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철민을 바라봤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진짜 천재인가?”
철민은 동기들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지며 매화 길드의 정문을 넘어섰다.
“그런 말 말고 빨리 출발하자고! 이러다 시험에 탈락하겠어!”
그렇게 철민을 포함한 6명의 매화 길드의 신입들은 확신에 가득 찬 상태로 이혁일을 찾으러 밖으로 나섰다.
“우리 어디로 가면 되는 거지?”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밖으로 나왔던 신입들은 철민을 리더로 여기고 질문했다.
“우선 산이다!”
“사, 산?!”
철민은 당당하게 한라산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철민을 따르던 다른 신입들은 당황하며 철민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산은 대체 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철민은 있어 보이는 포즈를 취하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원래 높은 곳에서 전체를 살펴야 안 보이던 것도 보이는 법!”
“오오! 역시 현명해! 가자, 산으로!!”
그렇게 그들은 한라산을 향해 떼거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아, 저 이혁일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아요.”
함유리의 부하들이 소식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중, 지도를 유심히 보고 있던 준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쳤다.
함유리와 나는 동그래진 눈으로 준서를 바라봤다.
뭐? 이혁일이 어딨는지 알 것 같다고?
“어딘데?”
“한라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