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15
216화
-한라산의 사람들 (1)
팬이라고 소리치며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여자의 연필과 종이를 받아든 함유리는 웬일로 순수하게 사인을 해 주고 있었다.
쓸데없는 일이라며 거절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와아! 함유리 님 사인!”
여자는 사인이 담긴 종이를 소중하게 품에 껴안고서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함유리의 뒤를 따랐다.
“그럼 이제부터 산을 올라 볼까요?”
함유리와 포니테일의 여자의 기행을 보고 있던 중 효선이 챙길 짐들을 전부 챙겼는지 우리에게 말했다.
아직 제대로 효선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우리는 산행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유, 유리 님! 그럼 저희는 어떡하죠?”
아참, 이 녀석들을 잊고 있었네.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매달리고 있는 5명의 신입 길드원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데리고 간다고 해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녀석들이었다.
“당신들에게는 중요한 미션이 하나 있어요.”
그래도 확실히 아군인 사람들이었으니 어렵지 않은 일을 맡겨줬다.
“이 무리의 리더를 잘 살펴봐 주세요.”
무리의 리더. 그러니까 우리를 안내했던 사람이었다. 마력이 높은 다른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 남자였다.
“어째서 리더를…?”
“그나저나 당신은 누군데 유리 님이랑 같이 다니는 거죠?”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말 생 신입인 것인지 내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날 알 만큼 내가 유명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화 길드이거나 길드대항전을 즐겨보는 일반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텐데 말이다.
“김철민, 저 사람 몰라? 신혈 길드 백이권 지인이잖아. 길드 대항전 안 봤어?”
철민이라 불린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나서는 머리를 푹 숙이며 90도로 인사했다.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매화 길드 신입, 22세 김철민입니다!!”
우렁차게 자기소개를 한 철민을 보며 함유리를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철민아. 내가 말한 거 잘 부탁한다. 매화 길드에게도 엄청 중요한 일이니까.”
나는 비웃거나 한숨을 쉬진 않았다. 어차피 함유리의 상태로 봐서는 곧 매화 길드에서 퇴출당할 것 같았으니 굳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에게 리더를 살펴보라고 맡긴 것도 그냥 하는 소리였다. 이 무리의 리더격 되는 남자가 이혁일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혁일이 이 사람들을 이끌고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이곳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혁일이 혼자서 잘 지내고 있었다면 무리를 지었을 리도 없고 자신을 피해 산으로 도망쳐 온 인간들을 가만히 내버려 뒀을 리도 없다.
“말씀 다 나누셨다면 갈까요?”
효선이 우리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내가 예상하기로 이혁일은 사람 좋은 척하며 다가오는 효선이 맞을 것이다.
매화의 신입들에게 리더를 지켜보라고 한 것은 그저 만약을 위한 안전장치일 뿐이었다.
“네, 이제 올라가시죠.”
효선이 소개해 준 정찰팀들과 함께 결국 산을 오르게 됐다. 산을 오를 때마다 기운이 쭉쭉 빠지며 체력이 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산이 내 기운을 빨아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들 체력이 엄청 좋으시네요.”
나는 힘든 티를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부 티가 나는지 정찰팀과 함유리는 나를 배려해서 중간중간에 쉬는 타임을 가졌다.
“산행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네요. 제가 그렇게 체력이 약한 편은 아닌데 말이죠.”
소미 덕에 각성도 했으니 체력도 어느 정도 올라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정말 각성을 하고 나서 더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나와 산은 정말로 맞지 않는 것이거나. 그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힘들 정도는 아닌데 말이지.”
“너무 힘드시면 이곳에서 쉬고 계실래요? 암매를 따러 가는데 전부 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거 일부러 나 떼어놓으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하지만 함유리가 있었으니 그렇게 큰일이 벌어질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함유리는 S급 헌터였고 이혁일보다 등급이 높았으니까.
“곧 따라가겠습니다. 조금만 쉬었다가 올라갈게요.”
나는 창피하지만 결국 그들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이상하게 몬스터를 상대한 것처럼 지치고 숨이 가빠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 남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원래는 함유리에게 남으라고 할 생각이었던 나는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함유리에게 모든 걸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으나 미리 언질을 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유리 님.”
내가 함유리를 부르자 그녀가 다른 사람들 몰래 내 곁으로 다가왔다.
“뭔가 알아낸 건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효선이 맞는 것 같아요. 제대로 주시했다가 제압해 주세요. 만약 산을 내려온다면 제가 여기서 막겠습니다.”
원래는 함유리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내려오는 이혁일을 막는 일 말이다. 어쨌든 함유리는 S급 헌터였고, 매화잎을 이용한 스킬로 어떻게든 막아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1차적으로 내가 아래로 도망치는 일 없게 막으려고 했었지만 말이다.
함유리는 내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럽게 정찰팀 멤버를 공격하는 것에 다른 사람들이 당황하며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었기에 나는 준서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도 여기 남을래? 따라가면 위험해질 수도 있어.”
속닥이며 뭔갈 말하는 우리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전했다.
“괜찮아요!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게요!”
아무래도 걱정이 됐지만 이쪽에 있으나 저쪽에 있으나 위험한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충분히 쉰 정찰팀은 들고 온 바구니를 들쳐 메고 다시 빠른 속도로 산행을 속행했다. 사라지는 속도에 감탄하며 나는 사람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혼자는 힘들 것 같으니 한번 불러볼까.”
나는 근처 평평하게 나 있는 바위 위에 앉아 현지를 부르려고 했다.
근데 왜 쉬고 있는데도 아직 힘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나는 목걸이를 만졌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할 현지를 기다렸다. 마나가 쑥 사라지는 느낌과 함께 현지가 소환됐다.
“어라? 뭐야?”
그리고 나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한설, 이게 뭐냐.”
소환된 현지는 난생처음 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거대한 용의 형태가 아닌 인형이라고 착각할 만큼 작은 몸집에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야, 너 모습이 왜 그래?”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 무슨 짓을 했길래 상태가 그 모양인 거지?”
“뭐가?”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고 있는 우리는 서로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현지는 한숨을 푹 쉬며 내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 지금 마나가 고갈되어 있어. 지난번처럼 어디가 고장 나서 새어 나가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뺏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뭐라고? 그런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수시로 마나의 흐름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가 마나를 뺏기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어쩐지 산을 오르는데 힘이 너무 든다 싶었더니 마나가 고갈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마나가 사라지고 있는 거지? 딱히 뭘 한 적도 없는데.”
현지를 소환하는 것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나인데 마나 조금 빼앗겼다고 마나가 고갈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누가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네 마나가 모자라 나도 온전한 모습으로 소환되지 못한 거다.”
“대체 누가 내 마나를 뺏고 있는 건데?”
“그거야 네가 더 잘 알겠지.”
현지의 말에 나는 마나를 뺏길만한 일들을 생각해 봤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의심이 가는 곳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정확한 마나의 흐름을 알기 위해 나는 집중해서 마나의 기운을 느꼈다.
내 몸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금빛의 마나들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흘러 소미에게로 빨려들어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뭐야, 소미한테 마나가 가고 있잖아?”
어쩐지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더라니 내 생각보다 더 심한 수준인 모양이었다.
어라, 잠깐. 그런데 소미의 마나가 다른 곳으로도 흘러가고 있잖아?
나는 이상함을 느끼며 마나에 더욱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미에게 흘러가고 있던 거대한 마나의 양이 소미에게로 흘러가다가 한라산 땅바닥 안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왜 한라산이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는 거야?”
당황한 나는 한라산이 빨아들이고 있는 마냐의 양에 당황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라산에게 소미나 나, 둘 중 한 명이 집어삼켜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나를 뺏기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체력이 더 빨리 다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상태라면 이혁일을 잡는 것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는 나도 곧 역소환될 거다. 뭐라도 해 봐.”
현지도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느꼈는지 살짝 당황한 목소리였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그게 말처럼 쉬워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라산에서만 이러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런데 한라산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소미가 편안해하는 것이 보였다.
마나도 덜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 현상은 한라산에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소리였다.
그렇담 한라산에 뭔가 있다는 소리인데. 대체 뭔 짓을 해 놓은 거지?
나는 이혁일이나 시스템이 그냥 얌전히 몬스터를 없앴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혁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뭔 짓을 해 놓았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너무 안일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한라산 전체가 마나를 잡아먹는 성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미나 나를 대비한 함정이라고 느껴졌다.
공중에 떠 있으면서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눈앞에서 이혁일을 놓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라산에 가까워지면 나는 마나를 빼앗겨 힘의 절반도 내지 못할 것이었다.
“어떡하지?”
그리고 그 걱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용없어졌다.
“꺄아악!”
“비명 소리…? 이 목소리는 그 여자애인데?!”
효선과 함께 떠난 위쪽 산맥에서 포니테일을 했던 여자애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