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2
23화
-비밀 던전 (1)
“이게 뭐지? 비밀 던전의 주인?”
알람은 선택을 기다리는 듯이 계속 떠있었다.
남들보다 빨리 던전을 공략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 던전의 주인이 되면 뭐가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 함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수락을 하지 않자니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건가 싶었다.
띠링.
[수락 거절 시, 직업 스킬 제한이 걸립니다.]…뭐?
고민하고 있는 사이 마치 협박이라도 하듯 메시지가 다시 한번 울렸다.
이거 그냥 무조건 하라는 소리잖아.
“뭐, 어쩔 수 없나.”
‘비밀 던전의 주인’이라고 이름만 거창하지, 별거 아닐 가능성이 컸다.
지금 상황에서는 시스템의 협박이 아니더라도 수락하는 것이 맞았다.
[시험을 수락하셨습니다.]비밀 던전의 주인으로 가는 길 (1)
난이도: D
제한 시간 안에 몬스터를 전부 처치하시오.
제한 시간: 1시간
특수 효과: 던전에서 부상을 입지 않습니다.
소리 전달 스킬 사용이 불가합니다.
“생각보다 단순한 시험이네. 전부 죽이면 된다는 거지?”
(1)이라는 숫자가 뜬 것을 보니 시험은 한 번이 아닌 모양이다.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알 수 없었지만, 난이도가 D인 것을 보고 안심했다.
이제껏 처리해 온 몬스터의 수준을 보면 D급 정도면 쉽게 깰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부상도 입지 않는다니. 던전의 특수 효과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혼자서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평소보다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고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소리 전달도 못 쓰고.”
소리 전달이 있기에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다.
그런데 시스템은 나의 스킬을 전부 알고 있기라도 하듯 바로 제한을 때려 버렸다.
“에휴, 직업도 거지같은 거 주더니 스킬도 마음대로 제한하네.”
시스템을 향한 의미 없는 원망을 삼키고 전투 준비를 했다.
던전에 들어올 때 항상 챙기는 리코더와 날카로운 단도를 양손에 단단히 쥐고 곧 나올 몬스터에 대비했다.
단도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인데 리코더에 문제가 생길 때를 위한 것이었다.
항상 리코더로만 싸우다 보니 무기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부러 가지고 다니는 것도 있었다.
혹시 언제가 다른 공격 스킬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곧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됩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성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에 시스템 알림이 원래 이런 말도 했었나 의문이 들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메시지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몬스터가 나오기 전에 항상 부르던 동요를 불렀다.
피해를 입지 않으니 방어력보단 공격력에 집중하는 게 이득이었다.
역시 공격에 대한 거라면 ‘나비야’가 최고지.
공격력과 공속을 올린 후 주변을 긴장한 채 살폈다.
곧이어 공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덜컹- 쾅!
“엇, 던전 입구가?”
강하게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들어왔던 상가의 입구를 바라봤다.
상가 입구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 이상 내보내 주지 않겠다는 듯이 굳게 잠겨 있었다.
여차하면 튈 생각이었던 나는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작게 중얼거리며 당황하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도망치는 것도 전략적으로 좋은 전술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떤 적인지 보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도망가는 것은 헌터로서 치욕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죽기 살기로 한번 해보지, 뭐.”
쿠궁-
상가건물에 작은 진동이 이는 것을 느끼며 앞을 바라봤다.
크아아-!
몬스터의 괴성과 함께 바닥이 꿈틀거리더니 바닥에서부터 겉모습이 딱딱한 골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뭐야, 골렘? 이게 왜 D등급에서 나와?”
골렘은 최소 C급 던전 이상에서 보스 몬스터로 나오는 강한 몬스터라고 들었다.
당연히 E급 던전을 돌았을 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등급의 커뮤니티에 들어갔을 때 C급에서나 간간히 보이던 몬스터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순간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이 시험의 난이도가 D라고 했지, 던전의 등급이나 몬스터의 등급이 D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것들은 센터와 인간이 정한 기준이었으니까.
그 소리인즉, 이 시험은 D급 던전보다 더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아씨, 망했다.”
생성된 골렘은 모두 다섯이었다. 돌로 만들어진 몬스터라 그런지 움직임이 느릿느릿했다. 공격 속도 또한 그랬다.
공격이 느리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악기 공격 스킬도 있었으니 버프와 스킬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상대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절망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
생각한 것보다 크기도 크지 않아서 잘만 하면 쉽게 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헌터 등급은 D급이었지만 D급의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이 비밀 던전의 난이도 측정 방식과 내 정보 시스템의 측정 방식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둘 다 등급보다 훨씬 웃도는 능력치라는 점에서 말이다.
골렘들이 움직이기 전에 재빨리 눈앞에 있던 골렘 머리 위로 단도를 박아 넣었다.
챙-
“헉.”
하지만 단검은 골렘의 머리에 작은 생채기만 낸 후 날이 부러지고 말았다. 상당히 단단한 몸이었다.
하긴, 던전에서 나온 물건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단검으로 저 단단한 돌을 상대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였지만, 악기가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악기 공격 스킬이 적용되지도 않았다.
힘없이 나뒹구는 단도의 작은 칼날을 바라보며, 너무 준비도 없이 이 던전에 들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갑자기 던전이 생겼는데 준비를 철저하게 해오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어쩔 수 없지.”
골렘들에게 리코더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감이 안 잡혔지만, 이제 와 후회해 봤자 이 던전을 나갈 수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까 버프의 효과로 공격력과 공속이 20%씩 올랐다는 것.
효과가 평소대로 잘 걸린 것을 보아하니 이 던전과 내 등급의 수준이 비슷하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쫄 필요가 없었다.
크아아아악!
골렘은 공격을 당하자 화가 났는지 느릿하지만 몸을 움직여 다가왔다.
리코더를 들고 재빠르게 움직여 아까 단도로 내리쳤던 골렘의 머리에 안착했다.
크기가 크지 않아 골렘의 머리에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리에 중심을 단단히 싣고 리코더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빡-!
크아악!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공격 시 상대의 방어력을 10% 무시합니다.]기분 좋은 알림을 들으며 다시 한번 리코더를 내리쳤다.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20% 증가합니다. 공격 시 상대의 방어력을 20% 무시합니다.]등급이 높아져서 스킬의 효과도 덩달아 좋아진 것인지 스킬 적용도가 장난 아니었다.
그때 골렘이 나를 떨어트리기 위해 머리 위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 공격을 피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쿵-
높은 바위에서 굴러떨어진 느낌이었지만 공사장에서 굴렀던 경험과 상승한 등급 덕분에 바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단단하네.”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자 쓰라림이 몰려왔다. 확인해 보니 상처는 안 났지만 고통은 그대로 느껴졌다.
“아, 부상을 입지 않는다는 게 이 뜻이었어?”
등급 올랐을 때의 무적 효과랑 같을 줄 알았는데….
곤란했다. 아픔도 아픔이거니와 공격이 먹히고는 있었지만 놈들의 단단한 표면은 쉽게 상처가 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부 처리 못 할지도 모르겠는데….”
리코더를 바짝 쥐고 다시 골렘에게로 덤볐다.
퍽!
파스스-
돌가루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나마 악기 공격이 있어 표면이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공격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다시 공격하기 위해 리코더를 든 순간….
우직.
어디선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티는 크게 나지 않지만 리코더에 살짝 금이 간 것이 보였다.
미쳤다. 어떡하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리코더를 바라봤다.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몬스터가 단단했으니까.
하지만 던전에서 돌로 된 벽을 그렇게 후려쳤을 때도 괜찮았던 리코더가 이렇게 빨리 한계가 올 줄 몰랐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곧이어 들리는 알림 소리.
띠링.
[악기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악기의 손상으로 스킬의 효과가 초기화됩니다.]“아, 젠장, 안 돼!!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어!”
당황하며 아무도 들어주지 못할 고함을 내질러 봤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코더를 살짝 불어봤다.
휙-!
“에라이, 텄다, 텄어!”
리코더에서는 작은 소리가 나긴 났으나, 바람 새는 소리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일반 악기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네.”
크워어어-!
골렘은 리코더를 불어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며 뜸 들이는 나를 보고 곧바로 커다란 주먹을 들어 올리며 공격해 왔다.
퍽!
주먹에 맞은 몸이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며 나동그라졌다.
자동차에 들이받히면 이런 느낌일까. 순간 정신이 아찔했지만 넋 놓고 있을 순 없었다.
골렘들이 날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으니까.
크워워-!!
먼저 도착한 3마리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내리쳤다.
쾅-!
다행히 정신 차리고 옆으로 굴렀기에 망정이지, 저거에 맞았으면 바로 기절했을 거다.
높이 뛰어올라 리코더로 한 놈의 대가리를 후려쳤지만 금이 간 것 때문인지 아까보다 더 대미지가 없어 보였다.
혼자서는 저 골렘들을 전부 상대하기가 벅찼다. 공격력이 모자르기도 하고, 수에서도 밀렸다.
“어쩔 수 없다. 하나 쓰는 수밖에.”
얼마 전 얻게 된 ‘검은 늑대 울파란’의 소환석.
아껴뒀던 아이템의 차례였다. 이렇게 빨리 쓰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파삭-
띠링.
[소환석을 사용하셨습니다.]사용 횟수: 0
인벤토리에서 검붉은색의 구슬을 꺼내 부숴 버리자 붉은 빛이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빛이 점점 사그라지고 공중에서 울파란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크르륵-!
울파란은 C급 헌터가 여럿이 덤벼도 끄떡없던 높은 능력치를 가졌었다.
모르긴 몰라도 강력한 이빨은 현재 내 공격보다 더 쓸모 있을 터였다.
“가라! 저 녀석들을 박살내 줘!”
컹컹-!
어린 시절 자주 봤었던 ‘포켓X스터’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우렁차게 외쳤다.
명령을 받은 울파란은 사납게 짖어대며 빛의 속도로 골렘의 어깨로 올라가 강력한 이빨로 머리를 물었다.
콱-
크아악-!
골렘이 괴로워하는 것이 보였다.
골렘의 머리에서 깨진 돌멩이들이 떨어져 나왔다. 확실히 내가 공격한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몇 번 더 공격하면 녀석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나도 금이 간 리코더를 부여잡고 울파란이 공격하고 있는 녀석을 함께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세 번을 더 공격하자,
크아아-!
띠링.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처치 몬스터: 1
결국 골렘은 머리부터 파스스 부서지며 움직이지 못하는 돌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골렘이 처치된 것과 동시에 리코더도 결국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아쉬웠지만 얌전히 리코더를 손에서 보내줬다.
“휴, 이제 겨우 한 마리 처리했네.”
쓰러진 골렘을 보며 주륵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그런데 골렘의 시체에서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뭐야, 마정석도 주네?”
쓰러진 골렘 안에서 반짝이는 돌멩이를 주워 들었다.
색이 진한 마정석. D급 수준에서 나올 마정석이 아니었다. 전에 울파란을 잡았을 때 봤었던 마정석의 색과 더 가까웠다.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맨날 보던 흐릿한 색의 E급 마정석이 아니었으니까.
색이 진하고 예쁜 것을 보니 돈이 꽤 나갈 듯했다. 무려 5개나 얻을 수 있다는 얘기였으니 어떻게 안 기쁠 수가 있을까.
“여기다, 이 골렘들아!”
그런데 그때.
몬스터들이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팔에 붙어 있는 돌을 떼더니 나에게 던지는 것이다.
“뭐야, 왜 돌을….”
공격이 느려 나는 가볍게 옆으로 피하려 했다.
그런데 돌이 나에게 가까이 날아올수록 크기가 커지는 것이 아닌가.
골렘의 스킬이었다.
투광!
“윽!”
컹컹-!!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갑자기 거대해져 버린 돌덩이에 깔려 버리고 말았다.
울파란이 덤벼들고 있었으나 던져대는 돌덩이들을 유연하게 피하고 있을 뿐, 딱히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던전 특수 효과로 상처는 없었지만 힘이 딸려 돌덩이를 치울 수가 없었다. 애초에 공격형 직업이 아니었으니까.
평범한 돌이었다면 쉽게 들어 올렸겠지만 스킬이 걸린 돌이었다.
나에게 점점 다가오는 골렘들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너무 단단한 몬스터의 표면과 상대적으로 부실한 무기와 힘.
타개할 방법은 순식간에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에이씨, 지금 쓰려고 남겨둔 거 아닌데….”
골렘들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덤벼오기 전에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한 설 (Lv.8)
등급:D
칭호-???
직업: 소리 전달자
힘: 15
체력: 14
민첩: 11
지혜: 9
카리스마: 5
매력: -3
스킬: 3
남은 분배 스탯: 70
레벨 8, 그리고 초기화된 스탯들.
8레벨이 될 때까지 아껴두었던 분배 스탯을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전부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