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20
221화
-한라산의 사람들 (6)
“저기! 한라산!”
함유리가 다급히 한라산의 위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그 시선을 따라 갔다. 그리고 한라산의 위에 거대한 검은 구름이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대체 뭐야?”
땅이 진동하고 있는 것과 상관이 있는 건가 싶었다.
어떻게 저런 구름이 상공에 나올 수 있는지 원리는 알 수 없었지만 누가 저런 구름을 만들어 냈는지는 알 것 같았다.
“설마 이혁일이…?”
기분 좋은 듯이 웃고 있는 한석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이제 멈출 수 없어. 너희가 뻘짓을 하며 우리를 쫓고 있을 때 혁일 님은 일을 마치셨다.”
“일을 마쳤다니? 무슨 일을 벌어지는 거지?”
가만히 보니 구름이 있는 방향은 아까 효선이 이끄는 정찰팀이 준서를 찾으러 간 방향과 같았다.
불길한 생각이 스치며 나는 급히 몸을 돌려 산을 오르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그런데 한석은 그런 내 다리를 붙잡으며 달라붙었다. 그렇다고 크게 막아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다리를 탁 털어내려고 할 때였다.
한석이 붙잡은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뭐야, 왜 이러는 거지? 녀석이 뭔가 한 건가?
“크큭, 꼼짝도 못 하겠지? 네 녀석의 다리에 세뇌를 걸었다. 나는 내 손에 닿은 물체에 세뇌를 걸 수 있지. 땅과 너의 발을 붙게 했다.”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세뇌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게 부분적으로도 가능한 것인 줄은 몰랐다.
이래서 등급이 낮다고 해서 누구든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직업과 생각지도 못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석도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이 스킬로 상대를 당황시키는 것에 성공했을 것이다. 문제는 나를 만났다는 것이다.
“꼼짝도 못 하는 건 너겠지.”
여전히 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 녀석에게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석은 내 말에 의문을 표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
콰지직-
나는 발을 들어 올렸다. 바닥 채로 말이다. 마나를 이용하면 내게 건 스킬 정도는 간단히 풀어낼 수 있었다. 차라리 정신을 세뇌시키지 않은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한석이 손댄 다리에 얽혀 있는 마력을 전부 끊어내고 발바닥에 그것들을 집중시키니 쉽게 땅과 함께 다리를 들어 올려 버렸다.
그것에 놀란 녀석이 내 다리를 놓치고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녀석의 몸 위로 그 땅을 덮어 버렸다.
바위가 섞여 있어 무게가 상당한 땅에 덮여 버렸으니 한석이 꼼짝도 못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크억! 그만!!”
한석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흙과 돌멩이의 무게는 생각보다 사람 하나를 생매장시킬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무게였다.
“내가 말했잖아, 꼼짝 못 하는 건 너라고.”
일반인이었다면 목숨이 위험했겠지만 녀석은 각성자였으니 이 정도는 몸을 못 움직이는 정도일 것이다. 그것을 알고 흙으로 덮어 버린 것도 있었다.
한석을 처리하고 나자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불길하게 떠 있는 검은 구름이었다.
한석을 처리한 것을 보고 함유리는 빠르게 산 위로 걸음을 옮겼다. 정확히는 그 뛰어난 점프력으로 자리를 떴다는 게 더 가까울 것이다.
나도 일이 터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 하늘을 날아 구름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 *
“미연아, 너 어디 있어?”
준서는 몸을 파들파들 떨며 주변을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준서는 머리를 하나로 묶은 누나가 사람들을 종이에 가두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산 위로 도망쳤다.
자신도 겁쟁이 같은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때는 두려움에 차서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나밖에 남지 않은 건가…? 어떡하지?”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다. 한참을 산 위로 오르던 준서는 자신이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더욱 공포에 질렸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바로 먼저 출발했던 미연이었다. 자신과 비슷해 보이던 또래의 미연을 떠올리고 녀석도 두려움에 질려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준서는 미연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까 그 포니테일의 누나가 쫓아 올라올까 봐 소리도 못 내고 조용히 주변을 살피기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산을 올라도 미연의 머리카락 한 올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씩 소리를 내어 찾았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소리를 내도 자신을 쫓아 올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큰 목소리로 미연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대체 얘는 어디로 간 거지?”
준서는 길을 잘못 들은 건가 싶었지만 사람이 잘 다니라고 길을 터놓은 곳으로만 다녔기에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미연이 길을 잃었다는 소리인데 베테랑이라던 애가 길을 잃었다고?”
준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 산 깊숙한 곳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달았다.
“으아악!”
“헉, 이 목소리는!”
그리고 준서는 그 목소리가 미연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역시 미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준서는 급하게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내달렸다.
“미연아! 어디야!!”
그렇게 소리쳐 간 곳에는 미연이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효선 님…!”
준서는 종이에 갇혀 있던 효선이 미연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효선과 다른 사람들을 구해 준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효선 님! 미연이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요?”
다급하게 미연에게로 달려간 준서는 효선을 바라보며 쉬지 않고 질문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효선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준서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네 녀석은 한설과 같이 도망쳤던 꼬마였지?”
“효선 님…?”
준서는 선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상냥하게 대해주던 효선이 싸늘한 표정과 말투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을 보고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연은 잠시 잠을 자고 있는 거야.”
준서가 겁에 질려 미연의 팔을 꼭 잡고 있자 효선은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이며 준서에게로 다가갔다.
준서는 본능적으로 지금 눈앞의 효선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들어맞았다.
효선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더니 그 안에서 한설과 유리가 애타게 찾았던 이혁일의 얼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이혁일!”
말을 더듬으며 준서는 떨리는 몸을 겨우 일으켜 뒤돌아 도망치려고 했다.
“으으….”
하지만 그때 기절한 줄 알았던 미연이 신음을 흘렸다. 준서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미연을 돌아봤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과 창백한 표정.
솔직히 함유리 때는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도망친 것은 이전에 용감하게 앞서 행동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더 이상 준서에게 남아 있는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함유리는 매화 길드의 길드장이니까. 그들이 알아서 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연은 자신과 같은 또래인 남자애였다. 그리고 주변에는 미연을 도와줄 어른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이 준서에게 크게 다가왔다.
‘내가 아니면 이혁일이 미연을 죽일 수도 있어.’
준서는 그렇게 생각을 하자 사라졌던 용기가 다시 억지로 등을 떠밀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으아아아!!”
눈을 질끈 감고 준서는 빠르게 이혁일 앞에 쓰러져 있는 미연의 팔을 잡고 무작정 앞을 향해 내달렸다.
이혁일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미연만 빼내려는 속셈이었다.
“네 눈에는 내가 만만하게 보이나 봐?”
하지만 그런 행동은 이혁일에게 통하지 않았다. 마치 치타 앞에서 도망치려는 달팽이 같은 것이었다.
“크억!!”
정신 차리고 보니 준서는 이혁일에게 목덜미가 들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덜미가 잡힌다는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새 이혁일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포에 질려 준서는 몸을 비틀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의외로 이혁일에게 타격을 줬다. 발버둥 치다가 우연히 이혁일의 팔을 걷어찼는데 그대로 이혁일이 손을 놓치고 만 것이다.
“큭, 이 망할 꼬맹이가!”
준서는 이혁일의 팔이 온전치 못한 상태라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이혁일의 손에서 아주 찰나의 순간 정도만 벗어날 수 있는 정도였다.
“네놈 같은 애새끼는 날뛰어 봤자 내 손아귀지. 한설은 내가 이혁일인 줄 눈치챈 것 같지만 내가 같이 당하니까 금방 의심을 풀던데, 어쩌지? 네가 봐 버렸네.”
서늘한 미소와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차가운 손길이 준서의 목덜미에 느껴졌다.
준서는 한설이 지금 산 아래로 내려갔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절망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 네 녀석을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소리란다. 배신자의 말로는 잘 알고 있겠지?”
준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배신자라며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봐왔었다. 어른들이 그렇다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잘못됐다고 말하니까 스스로도 그런 줄 알았다.
“난 배신자가 아니야! 이상한 건 너잖아!”
두려움에 차서 목이 메이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면서도 준서는 고개를 쳐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을 속이고 죽이고! 대체 무슨 꿍꿍이야, 이 악마야!!”
한 번 터진 말들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한 번 쏟아지니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감각을 느꼈다.
준서는 자신을 용감하다고 말해준 한설에게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까 도망쳤던 일이 말이다. 그리고 미연을 못 구해내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 많군.”
“미연이는 어떻게 한 거야!”
준서는 이혁일의 말을 무시하고 따지듯이 말했다.
“하하, 이 건방진 꼬마 말이야? 마나를 쭉 빼냈지.”
“마, 마나…?”
준서는 놀라며 미연을 바라봤다.
“그래, 네 녀석들이 살아 숨쉬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기운. 너희같이 어린애들은 마나도 쥐똥만큼밖에 없어서 별로 빨아들이지 못했지만 말이야.”
마나라는 개념을 알 리가 없었던 준서는 이혁일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뭔가 그것이 위험한 짓이라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이제 곧 모든 마나가 모여. 그분이 다시 현세에 강림할 만큼 강한 마나 동력원이 이곳에 도착했거든. 그래서 딱히 너희 같은 녀석들의 마나는 빨아들이지 않아도 됐지만, 저놈은 너무 신경을 긁더라고.”
미연을 가리키며 이혁일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준서의 목덜미를 잡은 상태로 미연에게 다가가더니 그 배를 강하게 밟아 버렸다.
“으악!!”
미연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피를 토했다.
“그만해! 뭐 하는 짓이야!”
준서는 버둥거리며 말렸지만 이혁일은 무시하고 깔깔댔다.
“하하! 한 번으로는 부족하지! 그냥 죽어 버려!”
그렇게 이혁일은 다시 한번 다리를 들어 올렸다. 준서는 눈을 부릅뜨며 미연에게로 손을 뻗으며 경악했다.
“안 돼! 멈춰!!”
그리고 그 순간, 정말로 이혁일의 움직임이 잠시 동안 멈췄다.
삐이이—-!
그리고 준서는 머리에 울리는 강한 고주파음에 정신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