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24
225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아래
뭐야? 나였다니, 갑자기 무슨 말이지?
내 어깨를 감싸며 눈을 번쩍이는 이권을 보며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권은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
이제 설명 좀 했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왜 이래요? 저 공격하려던 거 아니었어요?”
퉁명스럽게 말하며 어깨에 올린 손을 쳐내자 이권은 생글거리는 얼굴로 손을 내렸다.
그리고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설명해 주려는 것처럼 턱을 쓸더니 순식간에 주먹을 나에게로 내질렀다.
퍽!
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빠르게 반응해 주먹을 손으로 막아냈다.
이권의 눈빛이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권이 이런 눈빛을 할 때면 항상 공격적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과거의 백이권도 한참 잘 이야기하다가 저런 광기 서린 눈빛을 할 때면 바로 돌변해 공격을 해 왔었다.
솔직히 분노 조절 장애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대처를 할 수 있었다.
“봐봐, 내가 언제 공격할지 예측도 가능하고.”
그건 네 눈빛이 맛이 간 걸 보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겠다!
이권은 나에게 발차기를 날리며 신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고요! 사람이 종잡을 수가 없네! 소원 들어주는 매화나무의 위치를 물어보고 있었던 거 아니냐고요!?”
역시 지금의 이권은 과거의 이권보다 힘이나 공격의 정교함이 남달랐다.
한 발 한 발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뼈가 지잉 하고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필요 없어. 네가 과거의 그 꼬마라는 걸 알았으니까.”
과거의 꼬마? 설마 내가 과거로 돌아가 이권과 싸웠던 것을 말하는 건가?
이권의 반응을 보니 맞는 것 같았다.
그렇담, 찾고 있다는 사람이 설마 과거의 나였단 말이야?
과거의 그 일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쳐 억울했던 건가 싶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우위에 서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데 매화 길드를 쳐들어올 정도로 그 일에 집착하는 것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과거의 꼬마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나는 일단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이권의 눈이 돌아가 있는 것을 보니 밝힌다고 뭔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모른 척하지 마. 그 센터에서 만난 꼬마, 너잖아? 특이한 마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네가 보여준 마력과 너무 똑같아. 자세히 보니 생긴 것도 비슷한걸.”
이권이 마력에 민감하다는 것이 이렇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과거이기에 마력을 읽는 능력도 지금보다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 내가 사용했던 마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을까? 이렇게 마력이 비슷한데 말이야.”
그거야 최근에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됐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이 말은 꺼낼 수 없었다. 이 말을 꺼내게 된다면 내가 그 꼬마가 맞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꼴이었으니까.
나는 침착하게 행동했다.
“잠깐만요, 그 꼬마가 나인지 어떻게 아는데요?”
“그 꼬마가 쓰던 마력과 네 마력이 똑같으니까.”
나는 최대한 무해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권의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마력이 있다는 건 각성자가 되었다는 소리인데 저는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요?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네가 숨기고 살아왔던 건지 뭔지 나는 알 수 없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이권을 쳐다보며 말했지만 이권은 내가 그 꼬마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그 애를 찾아서 대체 뭐 하려고요?”
말이 안 통할 것 같으니 말을 돌렸다. 그걸 이권도 눈치챈 것 같지만 내 말에 어울려 주며 입을 열었다.
“보면 모르겠어? 싸우려고 찾은 거야.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이권의 말대로 그는 여전히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정말로 나와 다시 싸우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꼬마랑 다시 한번 싸우는 게 목적이었다고요? 매화 길드를 엉망으로 만들 만큼 그게 중요해요?”
“나한테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거라.”
이권의 웃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아 보였다.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길래 자기보다 한참 어린애와 다시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런 눈으로 볼 것 같았어. 하지만 진심인걸.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맞수를 만났다고 생각했거든.”
과거에 눈을 번뜩이며 죽이려 들었던 이권이 떠올랐다. 결국 각성을 했음에도 과거의 이권에게 밀렸던 것도 당연히 떠올랐다.
어린애 모습이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는데 이권은 다르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한 수 아래인 상대일지라도 좋은 적수라고 생각한 것은 내 수준에도 못 미치는 헌터들이 대부분이라는 소리겠지.
“그래서 그게 나라는 증거가 겨우 마력 하나라고요?”
“너밖에 없어. 대한민국 헌터들의 마력은 전부 내가 파악하고 있어. 그런데 그때 느꼈던 마력을 가진 녀석이 없었다고.”
정말 징하다.
이권의 집착과도 같은 행동을 보고 나는 경악스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굳이 티내지 않았다.
여기서 더 뭔가를 말해 봤자 들어먹을 것 같지 않아 나는 스킬을 사용하려는 이권을 향해 팔을 쭉 뻗고 소리쳤다.
“잠깐! 다음에!”
내가 버럭 외치자 이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 하는 거냐는 듯이 쳐다봤다.
“다음에라니?”
“싸워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고요. 제가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싸우게 해 주세요.”
그냥 어차피 다 알고 있는 거 시원하게 밝히고 싸움을 뒤로 미루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전투를 했다가는 매화 길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싫다고 한다면?”
벌써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래.
나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권을 바라봤다.
“지금 싸우면 제대로 안 싸우고 그냥 도망만 다닐 건데 괜찮으시겠어요?”
이권이 바라는 것은 자신의 적수인 헌터와 제대로 된 싸움을 해 보고 싶다는 것일 테다.
그런데 내가 제대로 싸워 주지도 않고 도망만 다닌다면 어떨까?
“그건 역시 싫군.”
그럴 줄 알았어.
이쯤 되면 백이권의 성격을 마스터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일 것 같다.
“언제 어디서 할지 지금 당장 정하지.”
이권은 스킬을 쓰려던 것을 취소하고 나에게 재촉했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을 계속 걸 거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 만약 준서가 안 깨어나면 세상이 망하는데도 싸우는 걸 재촉하고 싶어요?”
“세상이 망하게 되면 싸우기에 더 적합한 환경이 되겠군.”
진짜 사이코 아니야? 세상이 망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
나는 이권의 말에 질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권이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 그냥 대충 빨리 아무 장소와 시간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3일 뒤, 신혈 길드의 A급 지속 던전에서.”
나는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고 말했다. 이권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굳이 지속 던전을 꼽은 이유라도 있는 건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이권과의 전투는 생각보다 더 큰 스케일이 될 것 같았고, 다른 장소를 파괴하는 것보다는 던전 안에서 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뿐이었다.
겸사겸사 지속 던전의 숨겨진 던전을 찾아내면 더 좋고.
시커먼 속내는 숨겨놓은 채로 나도 이권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잖아요. 댁은 상관없어 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이권과 전투 약속을 잡고 난 뒤 매화 길드의 사람들과 함유리가 도착했다.
“뭐야, 백이권!!”
함유리는 이권의 모습을 보더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권은 함유리와 싸울 생각이 없는지 함유리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나는 이제 이쪽에 관심이 없어져서 말이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우리 길드를 전부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분노에 찬 함유리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이 움찔거리는 것을 봤지만 그녀의 분노가 가라앉는 일은 없었다.
“일단 진정해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나는 유리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유리의 주먹은 내 손에 막혀 이권에게 다가가기 전에 사그라들었고 이권은 내 뒤에 숨어 무서워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매화 길드장은 험악해.”
아니 당신이 이렇게 망가트려 놓으면 함유리가 험악해질 일도 없잖아.
이권의 행동에 빡친 것도 맞지만 어떻게든 둘이 부딪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나는 그냥 입술을 꽉 깨물고 넘겼다.
“지금은 준서가 깨어나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닐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요. 준서가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을 좀 찾아보자고요!”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백이권이 팔짱을 끼고 다시 의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 꼬마 말하는 건가?”
“아니! 가만히 누워 있는 환자를 그렇게 들고 오면 어떡해요?!”
이권은 의무실에서 나오며 한 손에 준서의 한쪽 발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권 때문에 준서는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당장 내려놔요!!”
내 외침에도 이권은 준서를 이리저리 살펴보기만 할 뿐, 내려놓지는 않았다.
“준서를 깨울 방법을 찾으랬지, 누가 그렇게 난폭하게 들어 올리라고 했어요?”
결국 내가 이권의 손에서 준서를 빼앗아 들고 다시 제대로 안아 올렸다.
예빈이가 어렸을 때 자주 안아줬던 것을 떠올리며 안정적인 자세로 바꿔 줬다.
“그 녀석만 깨어나면 된다는 거지? 그럼 역시 소원을 들어주는 매화나무 가지를 찾는 게 맞겠는데.”
갑자기 또 매화나무 가지? 그걸 아직도 포기 못 한 거야?
나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권을 쳐다봤다. 그러자 이권은 오해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원해서 찾자는 소리가 아니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마력 오류 쪽으로 뛰어난 헌터가 하나 있거든. 그 작자가 스쳐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이 떠올라서 말이야.”
“네? 그게 뭔데요?”
이권이 웬일로 도움이 되는 말을 꺼내는 것을 보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했다.
“매화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뭇가지만 있으면 모든 오류는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이야.”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건 준서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마력에 대한 오류를 고칠 수 있다면 형도 고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당장 그 사람한테로 가요!”
나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이권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권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아니, 왜요?”
그러면 왜 말을 꺼낸 건데?
나는 왜 안 된다는 건지 몰라 인상을 썼다. 그러자 이권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지, 그 인간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