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26
227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아래(3)
“저희 아빠를 아세요?”
놀란 얼굴로 되묻는 질문을 보아 하니 맞게 찾아온 것 같았다. 신원효의 나이가 많지 않아서 자식들도 나이가 어릴 줄 알았는데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네, 조금요.”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눈앞의 여자는 침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아빠는 돌아가셨어요. 먼 길 오셨는데 죄송하게 됐네요.”
그건 알고 있다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여자 앞에 다가갔다. 그러자 여자는 한 발자국 물러나며 살짝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괜찮습니다, 저희는 원효 씨가 아니라 당신에게 볼일이 있어서 온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자 여자는 완전히 몸을 돌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확실히 경계한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혹시 헌터 확인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그녀가 눈을 찌푸리며 우리에게 말했고, 나는 헌터증을 요구하는 그녀를 보며 잠시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렇다 쳐도 이권과 함유리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헌터증을 보여줄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요. 경계하시는 건 잘 알겠는데 저희 이상한 사람들 아니거든요. 혹시 신혈 길드 백이권 몰라요?”
나는 백이권을 앞세우며 여자 앞에 들이댔다. 이권이 순순히 미소를 지으며 내가 이끄는 대로 여자 앞에 서며 꽃받침을 했다.
그러자 여자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뒤로 물러났다.
백이권이 잘생기긴 했나 보네. 경계하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거야?
“백이권은 알죠…. 근데 얼굴을 바꾸고 올 수도 있잖아요.”
얼마나 경계심이 강한 거야? 아는 얼굴인데도 경계를 했다는 거야?
“이해해 주세요.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까 이런 일 저런 일 다양하게 있거든요.”
결국 우리들은 모두 헌터 확인증을 여자에게 보여주고 나서야 의심을 풀 수 있었다.
“의심해서 죄송해요, 저는 신서율이라고 해요. 일단 집으로 들어가실래요?”
자신을 서율이라 소개한 여자는 우리가 서 있는 게 신경 쓰였는지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그러다 우리 모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혹시… 도둑이 든 거 아니에요?”
“왜 경계를 했는지 알겠군. 자주 강도가 드는 모양이지?”
우리는 충격적인 집안 상태를 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은 함유리뿐이었다.
“아하하, 사람을 초대할 일이 없다 보니까!”
신서율의 집은 그야말로 돼지우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지럽혀 있었다. 자기도 집 상태가 이런 것을 깜박하고 있었던 것인지 집안 꼴을 보고 당황하며 급하게 옷가지와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하는 신서율이었다.
“도둑이 든 게 아니었구나.”
내 말을 들은 건지 서율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지더니 창문 밖으로 쓰레기들을 투척했다.
아니 저렇게 막 아무 데나 쓰레기를 던져도 되는 거냐고.
“아무리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는 해도 청소 좀 하고 살지 그래.”
가만히 있던 함유리가 한마디를 툭 던지고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도 함유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이던 서율이 사람들이 마실 만한 것을 내왔다. 따듯한 차였다.
“그래서 저에게는 무슨 볼일이 있으신 거죠?”
우리는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혹시 마력 오류에 대해서 아버지께 들은 바가 있나요?”
서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마력 오류요?”
“그래, 마력 오류에 걸린 사물이나 생명체를 고치는 일을 했던 걸로 알고 있어.”
이권이 조금 더 설명을 보태자 서율은 뭔가 떠올랐는지 ‘아!’라고 작은 소리를 냈다.
“뭔가 알고 있는 거죠? 혹시 그쪽이 그 기술을 이어받은 건 아닙니까?”
나는 급한 마음에 와다다 서율에게 질문 폭탄을 날렸다. 그러자 서율은 아까보다 더 우울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그냥 흉내만 내는 정도에요. 그 기술은 아버지가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그냥 혼자만의 일로 끝내시려고 했죠.”
대체 그 기술이 뭐길래 저렇게 말하는 거지?
나는 서율의 태도를 보고 마력 오류 장인이 가지고 있다는 그 기술이 평범한 것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아무도 그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 없다는 건가요? 대체 그 기술이 뭔데 그래요?”
“제가 혹시 어떻게 바다를 걸었는지 보셨나요?”
내가 궁금해하자 서율이 고개를 다시 들고 질문에 질문으로 답변을 해왔다. 나는 멀리서 본거라 잘 기억나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저 스킬을 사용해 바다 위를 걸어왔겠거니 하고 추측한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서율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저는 각성자가 아니에요.”
뭐? 각성자가 아니라고? 그런데 바다 위를 걸어 다녔던 거야?
각성자가 아니라는 말에 놀라다가 그러다 문득 그것이 완전히 불가능 한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도 스킬과 같은 능력을 펼치는 기운의 힘을 이용하고 있었다.
마나. 그것만 다룰 수 있다면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각성자가 되어서야만 마나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꼭 각성자가 아니라도 수련을 한다면 누구나 마나를 다룰 수 있었다.
마력은 각성을 해야지만 생기는데 마나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태어나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설마 서율이라는 이 여자는 마나를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는 소리인가?
“각성자가 아니라고? 그렇담 아까 바다를 걸어오던 건 어떻게 된 거지?”
“게다가 그곳에는 던전 게이트가 있었어. 뭔가를 한 거 아니야?”
백이권과 함유리는 마나라는 개념을 아직 알지 못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각성자가 아니라는 것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서율도 그런 그들이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듯이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 그것 때문에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평생 들어왔어야 하니까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 능력 때문에 아빠도 사람들한테 배척당해왔어요.”
아니, 우리 애들이 그거 아는데? 심지어 도장까지 차리고 마나 수련법 가르쳐주고 있는데…?
나는 잠시 태클을 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던전에서 마나술을 배워온 헌터들이 내가 만든 경호 단체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율이 마나를 ‘이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마나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잡혀있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이걸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럼 그 능력을 네 아버지도 사용했다는 건가? 너도 그 능력을 흉내내는 거고? 스킬이 아니고서야 그런게 가능하다니. 각성자가 아니라 마력을 착각하는 건 아니고?”
함유리는 말도 안 된다며 서율에게 뭔가 착각한 것이 아니냐며 따지듯이 말했다. 서율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함유리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믿어주시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그게 진실이니까요. 그래서 당신들도 그 기술을 배우러 오신 건가요?”
마나라면 이미 다루고 있는데.
“내가 원하는 건 그 능력이 아니라 마력 오류를 정상으로 되돌릴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뿐이야.”
내가 놀라지도 않고 흥미를 갖지도 않자 서율은 신기한 듯이 내 쪽을 바라봤다.
“그쪽은 별로 이상하게 보지 않네요? 그냥 관심이 없는 건가…. 아무튼 마력 오류를 바로잡는 기술 따위는 몰라요. 저는 바다를 건너고 던전 브레이크를 잠시 막는 재주밖에 없는걸요.”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 그건 그거대로 대단한 능력이잖아!
나는 혹시나 해서 마나를 집중해 서율에게 흐르는 기운을 살폈다. 잿빛에 가까운 탁한 노란색 빛깔의 마나가 서율의 몸에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보통 마나를 수련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색이었다. 대신 서율에게는 그 마나의 양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았고 정교했을 뿐이다.
“그래도 재능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네.”
조용히 혼자 중얼거리고 있자 이권이 그걸 듣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빤히 쳐다봤다.
“또 뭔가를 숨기고 있군. 그렇지?”
잠시 잊고 있었다. S급들은 일반적인 헌터들보다 몇 배는 귀가 좋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고 이권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더 캐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정말 이제 희망은 없는 건가? 죽은 사람을 소환해 낼 수도 없고 말이야.
‘서원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들 목적이 뭔지 모르니 말하지 말자.’
갑자기 들려온 서율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음의 소리였다. 한동안 봉인된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리지 않았는데 각성이 끝나고 나니까 다시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신서원이라는 분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세요?”
서율이 당황했다. 마음을 읽힌 걸 알지는 못하겠지만 독심술이라도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희가 그 정도도 조사 안 해봤을 것 같아요? 효원 님 슬하에 자식이 두 명 있다는 사실은 두 분도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이권과 유리를 돌아보자 둘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끙하며 머리를 긁적이던 서율이 버럭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원이는 안 돼요! 당신들 목적이 대체 뭔데요!”
그러고는 아까부터 가지고 있던 작살을 우리를 향해 겨눴다. 우리가 헌터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건지 아니면 감정에 치우쳐 이렇게 무작정 들이대는 건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서율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감정적인 인간이라는 거였다.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험악하게 흘러갔다.
함유리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를 말리기 위해서였다.
“위, 위협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요? 헌터면 다야? 헌터라면 던전을 공략하고 사람들을 지켜줘야지, 위협해도 되는 거예요? 역시 헌터는 못 미더워!”
함유리를 무서워하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서율이었다. 뭔가 속에 담아뒀던 울분을 쏟아낸 듯한 느낌의 눈빛이었다.
“저기 유리 님, 그만하시죠….”
나는 뭔가 혼자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나 싶어 유리를 말렸다. 그런데 그때, 무서운 표정으로 유리가 서율에게 다가가더니 갑자기 턱하고 무릎을 꿇었다.
“유리 님?”
“뭐, 뭐예요? 왜 이래요?!”
당황한 건 서율뿐만이 아니었다. 자존심 높고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함유리가 갑자기 서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미안해. 하지만 제발… 도와줘.”
함유리가 고개를 숙이며 서율에게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