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28
229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아래(5)
그렇게 무력으로 사과를 받아낸 함유리는 마당 대청마루에 서원을 앉혀놓고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서율도 있었기에 대충 현재 상황을 정리해서 말하니 둘 다 놀란 눈치였다.
그럴 만도 했다. 던전 브레이크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이 이상의 혼란을 주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빠가 사용했다던 마력 오류를 풀어내는 기술을 알아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라는 얘기지?”
원래 말투로 돌아오며 서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며 말했다. 결국 자신이 아니면 이 일은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마력 오류를 풀길 위해서는 결국 나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거네?”
“근데 서원이 너도 모르잖아.”
건방짐에 핏줄이 설 때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율이 서원의 말을 잘라먹었다.
“아, 아니거든! 나도 알아!!”
서원은 서율의 고발에 얼굴이 새빨개지며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그 꼴이 웃겨서 풋 하고 소리 내서 웃자 서원이 세모눈을 뜨고 나를 노려봤다.
“그래도 아빠의 기술을 흉내 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소리를 빽 지른 서원은 자기 분에 못 이겨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력 오류는 모른다며? 흉내 내는 정도로는 안 돼. 우리는 준서를 깨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크윽….”
내 말을 들은 서원은 할 말을 잃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 사실은 우리에게도 절망스러운 얘기였다. 그렇다면 준서를 깨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였으니까.
벌떡-!
서원의 말을 전부 들은 함유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다시 제주도로 간다.”
“네? 돌아간다고요?”
“꼬마를 깨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남은 던전을 하루라도 빨리 공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으니까.”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함유리는 제주도로 떠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정말로 서원이 마력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리의 말이 맞았다. 최대한 한시라도 빨리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낮은 등급의 던전이면 모를까 B급 이상만 돼도 하루는 걸린다고요!”
게다가 던전 안에서 마력이 떨어져 더 이상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때가 되면 정말 목숨을 걸고 맨손으로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럼, 방법이라도 있어? 말리지 마.”
함유리는 내 말에도 마음을 굽히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한 번 더 함유리를 설득하기 위해 밖으로 따라 나왔다. 함유리는 평소처럼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오르듯이 점프를 시도하려고 했다.
턱.
그리고 우리는 함유리의 점프를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점프가… 스킬이 안 돼.”
함유리는 일반인의 점프를 보여줬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 신의 경지와 같았던 점프력이 사라졌다는 소리였다.
“벌써 시작된 건가?”
이권의 말에 유리가 이 가는 소리를 냈다. 억울한 만도 했다. 하루아침에 잘 사용하고 있던 스킬을 빼앗긴 꼴이었으니까.
“스킬이 없으면 결국 우리도 일반인보다 조금 더 힘센 사람이라고요. S급이라면 낮은 등급의 던전은 쉽게 깰 수 있을지 몰라도 A급으로 올라가면 힘들어질 거예요.”
침착하게 말했지만 나 역시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른 것은 아니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게 된다면 몬스터들이 일반인들을 공격하고 다닐 텐데 그럼 병원에 있는 형이나 여동생인 예빈이도 공격을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어쩌라는 건데!!”
함유리는 참아왔던 울분을 쏟아내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이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감정 폭발이었다.
나는 서율을 돌아봤다.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일러요.”
서율은 내 시선을 느끼고 눈을 피했다. 역시 예상대로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수상한 행동이었다.
나는 서율이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기술을 배운 것은 서율이지만 재능이 있는 것은 서원이라는.
그 말인즉슨, 서율에게는 신원효에게서 물려받은 지식이 있다는 소리였다.
“서율 씨, 아버지에게서 기술 배웠죠?”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고 한다면,
“아닌데요.”
바로 서율의 거짓말.
“거짓말하지 말아요. 아까 오면서 아버지의 기술을 배웠다고 들었어요. 내가 원효 씨라면 마력 오류를 고치는 중요한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 주고 죽었을 거예요. 왜 숨기려고 하는 건데요?”
나는 거짓말하는 서율이 이해가 가지 않아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함유리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 희망이라는 듯이 눈에 생기가 도는 그녀의 눈빛은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런 걸 아빠가 나한테 가르쳐 줬을 리가 없고!”
서율은 우리의 압박과 질문을 견딜 수 없었는지 자리를 박차고 대문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함유리가 그 뒤를 쫓아갔지만 생각보다 서율의 달리기는 S급의 피지컬을 능가할 만큼 빨랐다.
“내가 각성자도 아닌 사람에게 달리기로 지다니….”
패배의 쓴맛을 보고 돌아온 함유리는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것인지 충격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력이나 스킬이 없으면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 되어버리는 건가?”
이권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함유리에게 쐐기를 박아버렸다.
“무슨 소리! 너는 뭔가 다를 줄 아는가 보지? 너도 마력이나 스킬이 사라졌을 거 아니야?”
그건 또 유리의 말이 맞았다. 아마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이권도 스킬이나 마력이 없는 상태라면 함유리와 그리 다른 상태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서율은 아마 자기도 모르게 마나를 다루는 것 같았으니 서율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다면 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다르지.”
그런데 이권은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말한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고!”
함유리가 어이없다는 듯 외쳤고, 이권은 그런 유리의 말에 반박이라도 하려는 듯 계속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꺼내 들었다.
파앗-!
그리고 이권은 정말로 스킬을 만들어냈다.
“말했잖아, 나는 다르다고.”
손에서 반짝이며 빛나는 푸른빛을 보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것은 정말로 마력을 이용한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마나라면 모를까 정말로 마력을 사용하고 있잖아? 함유리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그럴 리가 없어.
나는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 있었다. 갑자기 스킬 사용이 안 된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던전 안에 들어간 사람들의 사망 소식도 마찬가지였다.
난리가 난 것은 커뮤니티만이 아니었다.
어디를 들어가도 긴급 속보가 뜨고 있었다. 정말로 세상에서 마력이 사라진 것이다.
“백이권, 정말 당신 뭡니까?”
나는 이권을 돌아보며 침을 삼켰다. 백이권은 언제나 수상한 사람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수상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그를 경계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맞기는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최악의 가설이 하나 머릿속에 떠올랐다.
혹시 이권은 이혁일처럼 시스템의 혜택을 받은 또 다른 부하는 아닐까 하는.
“내가 누구긴? 나는 백이권이지.”
뻔뻔하고도 당당한 태도를 보면 그냥 생각 없이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그런 뻔한 수작질에 넘어갈 만큼 그를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요.”
이권은 내 진지한 눈빛을 보더니 올라갔던 입꼬리를 더욱 올리며 입을 열었다.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싶다면 네 정체부터 까는 게 맞는 순서 아닐까?”
이권의 미소는 싸늘했다. 이건 경고를 동반한 진심이었다. 정말로 이권은 반대로 내 정체를 알고 싶어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권의 입장에서는 내가 굉장히 수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고 E급인 주제에 S급과 맞먹는 전투력을 가진 나를 말이다. 그리고 그걸 넘어선 뭔가를 이권은 보고 있었다.
“일단은 넘어가는 걸로 하죠.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까.”
나는 이권에게 뭔가를 말하기엔 시기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이권이 아군이라는 확신이 들 때, 비밀을 알려줘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암튼 마력을 나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나도 몰랐던 일이야. 한데 이런 상황에서 저 애가 기술을 배운다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이권이 서원을 보았다.
“헹, 바보구나? 나나 누나는 마력 따위로 오염을 막고 있는 게 아니야.”
마나겠지. 각성하지 않고도 일반인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밖에 없었다. 눈으로 확인한 것도 있고 말이다.
“그게 뭔데?”
함유리가 서원을 노려보며 인상을 썼다. 움찔한 서원이 순순히 입을 열었다.
“그, 그건 나도 몰라…요. 그냥 우리는 기운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기운이라는 건 아무나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일단 수련 같은 걸 해야 해…요. 어쨌든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나는 하루아침에 얻었는데?
실제로 나는 던전 오류를 한 번 겪고 갑자기 세계수에서 마나를 수련법을 얻어버렸으니 말이다.
“일단 서율을 만나러 가죠. 그 기술만 있다면 어떻게든 될 것 같으니까.”
마나의 개념을 알고 있던 나는 서원의 목덜미를 잡아채고 서율을 쫓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서율을 잡는다고 뭔가 해결될 것 같아?”
함유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대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도 남들과는 조금 다르거든요.”
함유리가 입을 떠억 벌리며 공중에 떠 있는 나를 보며 경악했다.
“이쯤 되니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군.”
“역시 이럴 줄 알았지.”
함유리가 이권과 나를 번갈아 가며 돌아봤고 이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맞았다며 뿌듯해했다.
“우리 시간이 없다고요. S급 헌터들이시니 알아서 오세요.”
그렇게 나는 하늘을 날며 서율이 도망친 방향으로 향했다.
서율과 서원,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인 신원효는 아마 마나를 익혔을 것이다.
서율이 말했던 재능은 마나에 대한 재능이었을 것이고, 기술이라고 하면 마나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말하는 것이라 짐작됐다.
아마 아롤의 마나 수련법 같은 그런 종류의 스킬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면 기술만 있다면 나도 배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사실 서원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율이었다.
“으악! 내려줘! 이 괴물아!!”
“근데 너희 누나는 왜 도망친 건지 알아?”
버둥대며 내려달라고 소리치는 서원에게 넌지시 물었다.
서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말은 무시하는 거냐!”
서원이 씩씩거렸지만 나는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서원이 다시 입을 뗐다.
“누나가 도망친 이유라면… 아마 나 때문일 거야.”
이건 또 뭔 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