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31
232화
-마력 오염
당연히 오염될 줄 알았던 나뭇가지가 멀쩡했다.
“뭐야? 그 나뭇가지만 왜 멀쩡해?”
서원은 내가 들고 있는 나뭇가지가 멀쩡한 것을 보고 기함을 토하며 바라봤다.
금방 오염물에 감염돼서 썩어버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생생해진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거라면 물고기를 건져낼 수 있겠어요!”
나도 정말로 될 줄은 몰랐기에 나뭇가지를 들어 올리고 꽤나 놀랐다. 소원을 들어주는 나뭇가지는 모르긴 몰라도 마력 오염에 효과가 탁월한 것 같았다.
작살 던지는 것에 재능이 있었던 서율이 나뭇가지를 받아들고 생선들을 잡아 올리기 시작했다.
바다 위를 걸으며 별 노력 없이 척척 물고기들을 건져내는 것을 보고 저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율은 다섯 마리의 생선을 잡아다 내 앞에 내려놓았다.
모두 겉모습은 멀쩡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은 뜨고 있어도 움직임이 없었고 마치 죽은 생선처럼 보였다.
“물건은 닿자마자 시커멓게 변해버리는데 생명체는 아닌 모양이네.”
나는 가장 앞에 있던 미동 없는 물고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까 돌멩이에 한 것처럼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나의 핵에는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애초에 생명체이다 보니 핵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돌멩이보다 쉬웠고, 한 번 해본 일이다 보니 더 빨리 감을 잡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마나핵에 마나를 깃들게 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이상을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 마나를 깃들게 했다면 그것은 이미 상대의 마나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 내 것도 아닌 상대의 마나를 운용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내 마나를 움직이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남의 마나를 움직여야 하니 엄청난 마나의 지배력이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괜찮아?”
내가 생선을 만지고 끙끙대고 있자 서율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대답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걸 눈치챈 것인지 서율도 그 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내 손으로 해내야 하는 영역이었다.
노란빛의 마나를 통해 우선 생선을 이루고 있는 마나의 구조를 살폈다.
세밀하게 마나를 조정해 마력 오류가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아봤다. 처음에는 아무리 해도 꽉 막힌 느낌만 들어 실패인가 생각했다.
그러다 마나를 더 실처럼 얇게 해서 퍼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얇게 운용하니 막혀 있던 길들이 조금씩 트였다.
그리고 생선의 구조 곳곳을 살피던 중, 길이 끊긴 것처럼 뚝 끊어진 부분을 발견했다. 그곳이 바로 마력 오류가 일어난 곳이었다.
나는 바로 마나핵에서 마나들을 끌어올려 그곳으로 마나를 퍼부었다.
최대한 많은 양이 그 마력 오류에 들어가길 바라며 쏟아부은 끝에 조금씩 마력 오류로 인한 막힘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뭔가 조금 부족해.
하지만 거기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인가 싶어서 순간적으로 실망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근데 마력 오류에도 효과가 있는 거면 이 나뭇가지로도 뭔가를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서원이 내가 집중하고 있는데 옆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나뭇가지를 주워 들며 한 말이었다. 그 순간 또다시 이권의 말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신원효가 마력 오류를 위해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매화 나뭇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실을 말이다.
잠시 생선을 내려놓고 나뭇가지를 들어 올렸다. 나뭇가지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나뭇가지가 밝게 빛을 내며 내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나뭇가지의 밝고 투명한 마나가 내 몸속을 돌아다니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 생선의 마나 오류를 고치기 위해 손을 댔다.
맑고 투명한 마나를 생선에 불어넣으니 완전히 꽉 막혀 있던 마나가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었다.
팔딱! 팔딱!
그리고 생선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기운차게 팔딱거리기 시작했고, 곧 내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물고기는 어이없게도 마력으로 오염된 바다로 꿈틀대며 향하더니 그곳으로 쏙 사라져 버렸다.
“엇! 다시 바다로 돌아가면 오염될 게 뻔한데!”
서율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생선을 놓친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마력 오류가 고쳐진 생선이 바다로 뛰어들자 바다의 그 부분만 정화된 것처럼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었다.
“저게 뭐야?”
서율과 서원은 눈이 동그래진 채로 바다와 생선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신기한 광경이긴 했다. 예측하건대, 소원을 들어주는 나뭇가지의 마나가 옮겨갔으니 나뭇가지가 오염에 강했던 것처럼 생선도 오염에 면역이 생긴 것 같았다.
생명체라 그런지 오염을 정화하는 능력이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나뭇가지는 마나를 흡수당해 환하게 빛나던 빛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거 잘하면 다시 인천의 바다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을지 몰라!”
눈이 초롱초롱해진 서율이 나를 돌아보며 희망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일리 있었다. 나는 아직 많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의 마나를 흡수해 다른 생명체에게 불어넣는다면 오염된 바다를 원래대로 되살려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준서와 형을 살리기 전까지는 안 된다. 한낱 생선에게 이 나뭇가지들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생선에게는 한 개의 나뭇가지만으로 가능했지만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나뭇가지가 필요한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했다.
기대하는 눈빛으로 서율이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바다를 정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장 급한 것은 준서를 깨우는 일이에요. 준서를 깨우지 못하면 모두 죽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뭇가지가 그렇게 많은데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지금 인천 바다가 어떤지 눈으로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서율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인천 바다가 오염된 것이 안타깝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준서를 깨우지 못할 수도 있는 확률을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제대로 설명하기도 전에 서율은 나에게 실망하며 화난 채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녀를 말릴 수 없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서원은 그런 우리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누나를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움찔댔지만 내 옆에 남아 가만히 서 있었다.
“너는 화나지 않아?”
“사실 그 애를 깨우는 게 더 옳은 일이잖아요. 바다는 그 이후에 해결할 문제라는 걸 누나도 알고는 있을 거예요. 제가 계속 정화로 힘들어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는 거겠죠.”
서원은 나이대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말투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대신 하나만 약속해 줘요. 준서를 깨우고서 이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에 고리를 걸었다. 그렇게 우리 둘만의 비밀을 가진 채 나와 이권, 그리고 함유리는 다시 준서가 있는 제주도로 향했다.
서원은 바다 모래사장에 나와 배웅했지만 서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빨리 해결하길 바랄게.”
이권은 하하 웃으며 그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다 알고 있으면서.
소머즈급의 좋은 청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것이 열받았지만 딱히 태클을 걸진 않았다. 지금은 준서를 깨우는 것이 먼저였다.
“준서는요?”
우리는 매화 길드에 도착해 다급히 의무실로 향했다. 매화 길드의 근처에 다다라서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고 징징댈 줄 알았는데 멀쩡히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것보다는 일단 다른 사람들이 마력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 나중에 따지자고 생각하며 의무실에 곤히 잠들어 있는 것 같은 준서를 바라봤다.
나는 생선 한 마리를 가지고 마력 오류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다. 솔직히 하나 가지고는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연습을 위해서 소원을 들어주는 나뭇가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감각은 익혔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며 인벤토리에 넣어왔던 매화 나뭇가지를 꺼내 들었다.
“이건!!”
함유리가 매화 나뭇가지를 눈치채고 경악하며 빼앗아 들었다. 당연히 매화 길드에서 키우고 나란 나무였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매화 나뭇가지잖아!”
함유리는 사나운 눈초리로 나를 노려봤다.
“내가 훔친 거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고 싶네요. 저는 이걸 인천 바닷속 동굴에서 꺼내 온 거거든요. 신원효가 만들어낸 매화나무예요.”
물론 진짜 매화 나뭇가지를 훔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함유리가 들고 있는 가지는 인천에서 가지고 온 게 맞았으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당장 제주도가, 아니 세상이 망하게 생겼는데!”
나는 열변을 토하며 다시 나뭇가지를 뺏어왔다. 그러자 함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뭇가지를 순순히 넘겼다.
“거기서 배워온 건 확실한 거지?”
대신 걱정되는 말투로 함유리가 물어왔다. 그리고 나는 불안한 마음을 최대한 감추고 준서를 바라봤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볼 생각이에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끊임없이 매화 나뭇가지를 꺼내 들었다.
하나하나 쌓여서 결국 100개 정도를 꺼내오자 함유리의 눈빛이 점점 썩어들어가는 것이 보였지만 최대한 무시하고 그 나뭇가지에 손을 댔다.
투명하고 맑은 마나가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는 하나였기에 적은 양이었지만 지금은 100만큼의 마나가 내 몸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몸이 따스해지고 기운이 넘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나는 그대로 준서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마나를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은 멀뚱히 내가 손을 휘적이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제 시작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준서의 몸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준서의 마나핵을 찾기 위해 마나를 실처럼 가늘게 만들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심장께에 느껴지는 강한 마나의 흐름을 눈치채고 그곳에 내가 가지고 있는 마나를 쏟아 넣었다.
한참을 쏟아 넣자 준서가 손을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준서가! 손을 움직였어!!”
놀란 사람들이 손을 가리켰다.
“아직이야.”
이권은 아까 서율과 내 대화로 뭔가를 알고 있는 모양인지 가만히 팔짱을 끼며 내가 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권의 말대로 아직 한참 남았다. 나는 그대로 충분히 마나핵에 쌓인 투명한 마나를 선두로 준서의 마력 오류를 향해 돌진했다.
뇌 쪽에 돌처럼 꽉 막혀 있는 마나 오류를 보고 최대한 많은 양의 투명한 마나를 쏟았다.
그리고 나는 느꼈다.
투명한 마나가 모자라다는 것을.
그렇다고 손을 지금 뗄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준서에게 쏟은 마나가 전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준서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길…!”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욕을 낮게 읊조렸다. 준서에게서 핏기가 가시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끝인가.
절망감이 밀려 들어오고 있을 때였다.
“아직 포기하면 안 되지.”
순간적으로 따뜻한 마나의 기운이 훅 들어왔다. 내 등 뒤로 백이권이 마나를 불어넣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