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32
233화
-정화된 인간
뭐지? 백이권이 어떻게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나는 갑자기 따뜻한 기운의 마나가 훅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이권은 집중하라는 듯이 턱짓을 했다.
이권의 뜻대로 준서의 마력 오류를 고치는 데 집중했다. 모자란 마나들은 이권이 끊임없이 공급해 주고 있었고 나는 다시 마력 오류에 거대한 마나들을 퍼부었다.
그리고 한순간 뻥 하고 마력 오류가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됐다.”
땀이 너무 나서 입고 있던 후드티가 축축해진 것을 느끼며 준서에게 대고 있던 손을 뗐다. 그리고 가만히 준서를 내려다봤다. 고요하게 숨을 쉬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모습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나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을 삼키고 준서가 눈을 뜨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서의 눈꺼풀이 서서히 뜨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음… 여긴 어디죠?”
“헉! 준서야!!”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준서가 눈을 뜨는 것을 보고 놀라며 주변을 에워쌌다. 준서는 그런 사람들의 인파에 깜짝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뭐, 뭐예요? 저는 분명 산속에서 기절했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것을 보니 마나 정화는 무사히 성공한 것 같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일어설 힘도 전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성공했군.”
이권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준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권이 아까 마나를 불어 넣어줬던 것을 떠올리며 이권에게 질문했다.
“아까 그건 뭐였어요? 마나를 다룰 줄 알았던 거예요? 게다가 소원 나뭇가지에서 느꼈던 마나와 똑같던데요.”
이권은 내 질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덤덤한 목소리로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널 보고 따라 한 건데.”
하, 따라 했다고? 그냥 한 번 본 것만으로 말이야? 하긴, 이권이라면 가능할지도… 이래서 천재들이란.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마나가 매화 나뭇가지랑 같았던 건요? 그것도 따라 했다고 말하게요?”
이것만큼은 아니겠지, 하고 부정하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에 쐐기를 박는 것은 이권이 가리킨 자리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매화 나뭇가지들이었다.
이래서 천재는 싫다니까….
내가 꺼내놨던 매화 나뭇가지들이었다. 빛을 잃은 것을 보니 이권이 그 나뭇가지의 마나를 흡수해서 나에게 넘겼던 모양이다.
나는 더 이상 이권에게 뭘 질문해 봤자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질문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지잉-.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탓에 대화를 이어갈 수 없기도 했지만 말이다.
“여보세요?”
“한설 님! 지금 통화되십니까?”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은 지완이었다.
“네, 됩니다. 무슨 일이에요?”
“곳곳의 던전들에서 몬스터들이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던전 브레이크입니다!”
뭐라고? 던전 브레이크가 이렇게 빨리 일어난다고?
놀라서 전화기를 놓칠 뻔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려면 적어도 며칠 뒤라고 생각했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준서의 스킬 때문에 시스템이 마력 구름에 갇히고 마력의 흐름이 뒤틀렸으니 던전의 시간이나 흐름도 온전치 않을 리가 없었다.
완전히 예측 미스였다.
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준서에게로 달려갔다.
“준서야! 네가 건 스킬 취소해야 해!”
준서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제가 건 스킬이요? 아, 맞아. 나 각성했었지!”
자신이 각성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인지 준서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준서에게 이제껏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설명하며 지금 당장 스킬을 해제해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이번에는 또 뭔데?
나는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을 느끼며 준서가 곤란하다는 듯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을 바라봤다.
“그게 뭔데? 스킬 해제하는 법을 몰라서 그래?”
나는 준서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그러자 준서는 고개를 젓더니 울 것 같은 눈을 하며 조곤조곤 말했다.
“저 이미 스킬이 해제된 상태에요.”
아.
나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렇다. 준서도 마력의 영향을 받는 존재. 현재 마력을 사용하는 헌터들은 마력 구름에 갇힌 시스템 때문에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S급인 함유리마저 스킬이 전부 사라졌는데 준서라고 멀쩡히 남아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그랬군.”
이권은 팔짱을 끼며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뭐야, 그쪽은 알고 있었던 거예요? 왜 말 안 해줬어요?! 미리 말해줬으면 대비를 했을 거 아니에요!”
잠깐 동안 살펴본 커뮤니티에는 던전에서 헌터가 죽어간다며 계속해서 속보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는 던전 브레이크로 튀어나온 몬스터 때문에 일반인들까지 죽게 생길 판이었다.
“안다고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게 있나?”
이권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 맞는 말이었다. 시스템이 저렇게 된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준서를 깨우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어떡하죠? 헌터도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고 몬스터는 계속 빠져나오고 있어요.”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걱정했다.
“그럼 왜 시스템이 저곳에 갇힌 거지?”
애초에 왜 시스템이 마력 구름에 갇힌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킬이 해제된 순간 그냥 현실에 강림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시스템의 계획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부러 이곳에 강림하는 시기를 늦춘 것이었다.
준서의 스킬 때문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놈이 바라는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만약 자신이 세상에 강림하기 전에 거슬리는 인간들을 어느 정도 정리해 놓는다면 자신이 마음대로 하기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던전 브레이크를 만든 것이다.
“시스템, 이 새끼.”
나는 이를 뿌득 갈며 주먹을 쥐었다. 순간적으로 예빈이와 형이 떠올랐다. 두 사람 모두 안전한 것인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매화 길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내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 전, 나의 통화 내용을 들은 함유리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장 몬스터들을 처리하러 떠났다. 이권은 내 뒤를 바짝 뒤따라 날아오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형이 누워 있는 병원이었다.
키에엑-!!
“꺄악!! 몬스터야!!”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일반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던전에 들어가지 않았던 헌터들은 그래도 스스로 지킬 힘이 있었기에 쉽게 당하지 않았지만 정말 던전 근처에도, 몬스터의 몬 자도 모르며 살아왔던 일반인들은 끔찍한 몬스터 몰골에 놀라며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달아났으면 다행이지, 몬스터의 공격에 그대로 공격당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았다.
병원 앞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환자가 득실대는 병원에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몬스터들이 포진해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리코더를 들었다.
넘어져서 위협받고 있는 간호사 앞에 서서 날카로운 손톱을 들어 올리는 몬스터를 향해 내리쳤다.
쿠엑-!!
한 방. 녀석을 해치우는데 어떤 스킬도 힘도 들지 않은 채로 한 방에 녀석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뒤따라오던 이권은 이상하다는 듯이 턱을 쓸었다.
X등급이 어떤 등급인지는 몰라도 이 정도쯤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권은 내가 승급한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 점점 강해져 S급은 이미 예전에 찍고 X등급이 됐다는 것 또한 역시 알지 못했다.
“강하면 좋죠.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그렇다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이권을 뒤로하고 간호사를 일으켰다. 한 방에 몬스터를 해치우는 나를 보고 간호사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티브이에 나왔던 분 맞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순간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최근에는 어딜 가도 나를 모른다고 하는 사람밖에 없어서 길드 대항전이 꿈처럼 느껴졌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쪽은… 헉! 백이권 길드장!!”
간호사는 내 뒤에 있던 이권을 보더니 입을 틀어막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래도 아직은 백이권에 한참 못 미치는구나.
나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간호사를 이권에게 넘기고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병원 밖 좀 부탁해요! 전 안을 살펴볼 테니까!”
“이런. 난 완전 쭉정이만 치우는 청소부 취급이군.”
이권이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도 굳이 따라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권은 내 부탁대로 다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하나둘씩 처리했다.
말은 잘 들어준단 말이지.
나는 황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하게 병원 안은 밖보다 고요했다. 고요한 원인이 사람이 전부 당해서인지 도망가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예빈아! 형!!”
나는 형이 머물고 있는 병실을 향해 내달렸다. 이 시간이면 예빈이도 형의 병문안을 왔을 시간이니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드르륵-
형의 병실이 보이자마자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예상대로 형과 예빈이는 같이 있었다.
“오빠!”
침대 아래 예빈이는 형을 껴안은 채 숨어 있었다. 문제는 그런 예빈이와 형의 모습이 피칠갑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너 왜 그래? 어디 다친 거야?”
황급히 예빈에게로 다가갔다. 예빈이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말을 해야 알지!”
그제야 예빈이가 형의 복부 쪽을 내게 보여줬다. 이 피는 예빈이의 것이 아닌 형의 배가 뚫려서 난 피였다.
“!!”
나는 심각해 보이는 부상에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형을 잃을 수는 없었다.
피가 아직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상처를 확인하니 그리 오래된 상처는 아니었다.
“몬스터가 갑자기 병실을 쳐들어왔어. 그리고 큰오빠를 공격했다고…. 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스킬도 안 나와서….”
울음이 터진 예빈이 피 묻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만약 마나로 힐을 배웠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다.
소리 전달자로서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뼈를 치고 후회할 일인 줄은 몰랐다.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지!”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는 형을 조심히 내려놓고 인벤토리에서 나뭇가지를 전부 꺼냈다.
인벤토리에만 400개의 양이 있었다. 나는 혹시 몰라서 비밀 던전에 넣어뒀던 나뭇가지도 전부 꺼내왔다. 그러니 대략 천 개에 근접한 수가 나왔다.
천 개를 모으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뭇가지가 전부 모인 것이다.
나는 어렴풋이 이 소원을 들어주는 나뭇가지가 왜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인지 깨달았다.
이 정도의 깨끗하고 맑은 마나가 모이면 인간의 범위를 초월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소원을 이뤄준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 천 개의 나뭇가지에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