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33
234화
-한창우 (1)
따뜻한 기운이 손안으로 들어왔다. 거대한 마나의 양이 몸에 들어오니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르듯이 속이 울렁거렸다.
더 이상 음식이 못 들어갈 정도로 꽉 차서 곧 토할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마나를 담는 것도 빡세잖아.
그래 봤자 백 개의 나뭇가지를 가지고 있을 때는 이 정도로 버겁지는 않았는데 단위가 달라지니 말이 달라졌다.
그릇에 넘쳐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 오빠! 괜찮아?”
예빈은 버거워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나를 보고 걱정된다는 듯이 불안에 떨었다. 그런 예빈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괜찮은 척을 했다.
“걱정 마, 문제없어.”
나는 정신 없는 와중에도 예빈을 향해 씩 웃어 보이고 온몸에 모든 마나를 담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형에게 그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제발 성공해 줘. 준서가 그랬던 것처럼.
준서도 반쯤은 도박이었다. 그래도 아직 마력 오류에 걸린 지 시간이 오래되지 않았고 조금만 집중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형의 케이스는 조금 달랐다. 형은 마력 오류에 당한 지 너무 오래된 사람이었고 S급 헌터였다.
준서가 무슨 등급으로 각성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S급 사이에도 격차가 있는 만큼 마나를 쏟아부어야 하는 양이라든지 마력 오류의 크기라든지 여러모로 더 어려울 것이었다.
게다가 실패하게 된다면 이제껏 지탱해 왔던 무언가가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절대로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제발.”
간절한 한 마디가 입술 사이로 혼잣말처럼 새어 나왔고 정신없이 마나가 형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건 내가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형의 몸에서 흡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내 마나까지 흡수할 것처럼 스펀지처럼 흡수를 하고 나서 겨우 마나 핵에 온전히 전부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형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일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가하며 손끝에 흐르는 마나를 미세하게 조종했다. 실처럼 가는 마나가 형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마력 오류를 찾으러 다녔다.
“윽!”
그런데 실처럼 얇은 마나로는 부족했는지 마나를 흘려보내던 것이 순간적으로 막혀버렸다. 식은땀을 주륵 흘리며 긴장했다.
뭐지, 설마 실보다 더 얇아야 한다는 건가?
실보다 더 얇은 것이 무엇일지 상상했다.
머리카락? 아니야, 그것보다 더 얇고 튼튼해야 해.
나는 머리카락만큼 얇게 만든 마나를 나노 단위로 더욱 얇게 만들어냈다. 조금만 툭 하고 누가 건드리면 끊어질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최대한으로 얇게 만들어내자 그제야 막힘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드디어 몇 년 동안 형을 고통 속에 살게 했던 마력 오류를 발견했다.
형의 뇌쪽에 자리 잡은 마력 오류는 지독하게 시커먼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다.
나노 단위의 얇은 실을 형의 마력 오류에 최대한 많이 배치했다. 그리고 그대로 투명하고 맑은 기운의 매화나무 마나를 들이부었다.
사실 말만 들이붓는다는 것이지 실낱보다 얇은 마나의 통로로 주입되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있는 힘껏 속도를 세게 해봤자 압력이 높아져 마력 오류에 총을 쏘는 형태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마나를 주입하고 있었다.
아주 길고 섬세한 일이었다. 너무 집중해 열이 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게다가 식은땀은 더 이상 흐를 땀도 없는 것인지 아니면 뜨거워진 열기에 증발해 버린 것인지 오히려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오, 오빠 괜찮아?”
정신없는 와중에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말처럼 예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에 대답해 줄 정신이 없었다.
“그만. 건들면 둘 다 죽을지도 몰라.”
이어서 예빈을 제지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 목소리 덕에 나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마력 오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형의 마력 오류는 내 생각보다 더 거대하고 견고해서 이 마나들도 감당이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깨지지 않을 바위처럼 딱딱해진 마력 오류를 보고 나는 마나 주입에 조금 더 압력을 가해 날카롭게 베어내듯이 마력을 잘라냈다. 그리고 작아진 마력 오류를 레이저로 쏘아 없애버리는 것을 계속 반복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른 채 집중하고 드디어 작은 조약돌만큼의 마력 오류만이 남았을 때였다.
쿠궁-
큰 진동과 함께 병원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에 계속 마나 조준이 빗나갔다.
마지막 하나만 남겨놓고 있는데!
진동이 잦아들 생각이 없자 나는 어쩔 수 없이 계속 흔들리는 진동 속에서 마나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초점이 빗나가고 마나가 다른 곳으로 튀어 나가기 일쑤였다.
“가만히 있으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외치자 병원의 흔들림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마력이 없기 때문에 소리 전달이 사용됐을 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지금이 기회였다. 순간 멈춘 진동을 틈타 마지막 남은 마력 오류의 덩어리를 제거해 냈다. 그리고 내가 쏟아부었던 마나를 거둬들였다.
“됐나?”
이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형을 바라봤다. 열이 오르던 것이 순식간에 확 내려앉으며 오한이 느껴지고 몸이 무의식적으로 덜덜 떨려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떨리는 몸을 느끼지 못하고 형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눈을 뜰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스륵-
한참을 기다려 봐도 떠지지 않던 형의 눈이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느릿하게,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몽롱한 표정의 눈동자가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나보다는 예빈이와 비슷한 고양이상의 째진 눈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설아?”
그 입에서 내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나는 온몸에 힘이 탁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극도로 감각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신경을 집중했던 몸에 힘이 탁 풀리자 퓨즈가 끊어지는 감각을 받았다.
그렇다. 나는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오빠!”
아득히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예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형은 근데 왜 그런 직업일까 생각해 본 적 없어?”
언젠가 형에게 질문했던 적이 있다. 형의 직업에 대해서.
“음, 글쎄? 내가 식물을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 질문에 형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웃어 보였던 기억이 난다. 형은 자신의 직업에 한 번도 불만을 가진 적이 없었다. 나는 바드 같은 직업이 걸려서 화난다느니 쓸모없다느니 불평불만이 많았었는데 형이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형은 식물을 좋아했으니까.
땅에서 자라나는 푸르른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나는 형의 직업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쓸모없는 것인지 항상 헷갈려 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형은 누구보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형의 직업은 ‘생명의 정원사’였다.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와 식물들이 마당에 자라난 것을 보고 마냥 신기해하며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맡았던 싱그럽고 달콤했던 살구 향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 그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아늑해진 정신을 비집고 들어오는 달콤한 살구 향이 맡아졌기 때문이다.
벌떡-!
“형!”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나서야 내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몸이 땀 냄새로 절여진 것 같은 착각이 일어 인상이 저절로 써졌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형, 형은?”
길 잃은 아이처럼 깨어나자마자 형을 찾자 내 곁에 앉아 있었던 예빈이가 내 몸을 눌러 다시 침대에 눕히려고 했다.
“몇 시간 동안 기절했던 거 알아?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더 쉬고 있어.”
“예빈아.”
예빈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조금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놓여 있는 나뭇가지에 살구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절했을 때 맡았던 냄새가 이것이었나 보다.
“형은 어떻게 됐어?”
갑자기 뜬금없이 살구가 어디선가 튀어나왔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형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살구가 맞을 것이다.
형은 정말로 깨어난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다 보니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두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큰오빠는 밖에서 백이권이랑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어.”
뭐라고? 백이권이랑? 아니, 그것보다 지금 막 깨어난 사람이 무슨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거야?
나는 기함을 토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에 기운이 빠져 순간 비틀거렸지만 곧바로 몸을 바로 했다. 현기증이 이는 것을 겨우 참고 몸속에 있는 마나를 순환시켰다.
그러자 차갑게 식었던 몸에 활력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오빠! 괜찮아? 그러니까 가만히 누워 있으라니까!”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부축하려는 예빈이의 손을 거절했다. 자리에 똑바로 서고 괜찮다는 제스처를 한 뒤 예빈이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간호해 줘서 고마워. 근데 정말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급히 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준서에 이어 형까지 마나 오류를 고치느라 힘을 많이 썼기에 지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뜀박질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나 편하자고 마음 편히 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형에게 묻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형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그 죽은 듯이 축 처져 있는 손가락이 까딱거리기라도 하길 얼마나 바라왔던지.
형이 눈을 뜨고 걸어 다니는 모습은 두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콰광-!
병원의 아래층에서 건물이 떠나가라 울리는 굉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긴가 보군.”
나는 창문 밖으로 날아올라 형이 있는 곳을 향해 갔다. 정확히는 뛰어내렸다는 표현이 더 옳았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고 뿌연 안개를 헤치고 우뚝 서 있는 두 개의 인영을 발견했다.
“콜록, 여전히 사나운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너도 변하지 않았군. 아, 7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몸이니 변하는 게 더 이상한가?”
“하하, 지금 비꼬는 거지?”
도란도란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호쾌하고 맑은 웃음소리.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는 지독히 맑고 검은 눈은 내가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게 떨리는 손과 다리를 느끼며 미소 짓고 있는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설아, 깨어났구나!”
청아한 미소를 지은 남자의 품에 달려들어 나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자랐네.”
S급 헌터, 한창우. 내 형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