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41
242화
-소원을 이루고 싶은 사람 (6)
“마나가 눈에 보이는 겁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권은 씩 웃었다. 긍정의 표시라는 것을 깨닫자 나는 그동안 이권이 마나를 인지하고 있었던 때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언제부터 마나를 볼 수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내가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권이 마나를 볼 수 있다 뿐이지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기회는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재빠르게 발에 달린 마나 날개로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이권이 있는 곳으로 하강했다.
하강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가공할만한 속도를 냈다. 나는 드럼 채를 꽉 쥐고 이권을 머리 쪽으로 길게 공격을 가했다.
쾅!!!
큰 소리가 나며 풀밭에 큰 구멍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곳에 이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새 내 공격을 피해 싱긋 웃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말 얄밉네요.”
“이 정도로 성장했을 줄은 나도 몰랐지. 솔직히 한설 군과 싸우는 것에 힘을 빼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야. 우리 계약 기억나나? 내 명령대로 따라주겠다고 한 거.”
갑자기 이권이 계약 내용을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해서 잊고 있었다. 이권이 하라는 대로 하는 대신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고 했던 계약이었다. 이권도 아마 잊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
“지금 그걸 사용하지. 비켜. 그리고 얌전히 굴어.”
이권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말하는 대로 따르라는 듯이 말이다. 계약 내용대로라면 내가 이걸 따르지 않게 된다면 죽거나 저주에 걸릴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E등급이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X등급. 심지어 이권은 모를 테지만 헌터 인증 센터에서 A등급 던전을 드나들 수 있는 임시 발급증도 받은 상태였다.
“죄송하지만 그 명령은 못 따르겠네요.”
파직-
그러니까 그 말인즉, 애초에 계약 내용은 옛날 옛적에 파기되었다는 소리였다.
손목에 언제나 문신처럼 그려져 있던 계약의 문양이 사라졌다. 사라질 때 느껴진 따끔거림이 정말 이권과 나와의 사이에 있던 그나마 남은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군. 그때 굳이 등급을 적었던 이유가 이런 거였군.”
이권은 자신의 손에서 사라지는 계약 문양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건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었기에 덤덤해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계약은 신중히 하셨어야죠.”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자 이권도 마주 웃어왔다. 그 웃음이 살벌하게 느껴졌다.
“무서운 거 없이 덤빌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재밌어서 판단력이 흐려졌나 봐. 날 속인 사람은 아마 한설 군이 처음이겠지.”
이권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정말 재밌어. 다들 겁먹어서 날 속일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웃음 자체는 살벌했지만 이권은 진심으로 재밌어하고 있는 모양인지 아까보다 살기가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권은 손을 들고 가만히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내가 어리둥절하며 이권이 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순간 깨달았다. 저 자세는 내가 마나를 사용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설마…!”
나는 놀란 눈을 하고 이권을 바라봤다. 눈에 마나를 집중하고 이권의 모습을 살피니 더욱 확실해졌다.
이권의 몸속에 있던 마나들이 곳곳에 퍼져나갔다가 모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곧이어 이권이 뻗은 손끝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펑-!
“콜록! 뭐, 뭐야? 터진 건가?”
이권의 손끝에서 나오던 마나가 나에게 쏘아지던 중간에 공중에서 터져버리고 말았다. 아직 완벽하게 구사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생각보다 잘 안 되는군?”
“하하, 그렇게 간단히 되는 게 아니라고요?”
이권은 말하며 손을 가볍게 털어냈다. 그리고 쭉 피고 있던 손가락을 접어 총 모양을 만들어 냈다. 나는 이권이 하는 것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권이 마나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면 더 잘 나가려나?”
그리고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피웅-
이권의 손끝에서 정교하게 갈무리 되고 아까보다 더 얇고 강력해진 마나가 발사되었기 때문이다.
“윽!”
나는 간신히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했지만, 뒤에 세워져 있던 바위는 그러하지 못했다. 마나는 바위를 관통해 거대한 구멍을 내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
엄청난 속도와 파워였다.
“음, 이제 잘 되네!”
이권의 해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경악했다.
역시 천재는 다르다 이건가? 어쩔 수 없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는 수밖에.
나는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 이권에게도 어쩌지 못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과거나 미래로 보낸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나는 이권이 방심한 때를 노렸다. 일단 마나에 익숙해지지 못하게 열심히 공격해댔다. 먹히진 않는 것이 반절이었지만 이권이 마나를 다시 쓰는 일은 없었다.
이권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원래 가지고 있던 스킬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공격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콰직!
내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마나를 무기에 깃들게 해서 싸우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원거리 공격 위주였던 이권에게 다가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도 백이권처럼 마나 자체를 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백이권이 어떻게 했더라?
나도 혹시나 해서 이권을 향해 총 모양을 한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마나를 손끝에 집중해 보려고 했다.
푸쉭.
잘될 리가.
이권이 월드 챔피언급으로 뛰어난 천재 녀석이기에 단 두 번 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지 나는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욕심을 버리고 나는 이권의 집중을 흐트러트리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날아간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 매고 나는 결국 원래대로 드럼 채에 마나를 둘렀다.
쉽게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드럼 채를 만들어 놓고 이권을 향해 달려들었다.
“윽!”
이권의 스킬이 다리와 팔에 스쳤다. 피했다고 피한 결과였다. 아픔을 최대한 숨기고 이권 앞에 서자 나는 모아뒀던 마나를 폭발시켜 이권의 배를 노리고 찔러넣으려고 했다. 이권은 그것을 눈치채고 앞을 보호하는 스킬을 사용하려고 할 때 나는 이권을 뒤로 툭 밀었다.
“?”
위협적이지도 않고 밀면 밀리는 작은 공격에 이권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뒤로 기우뚱 밀려났다.
그리고 그게 내가 이권의 눈을 속이는 방법이었다. 약하디약해서 뒤로 툭 미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이권의 뒤에서 기다리는 건 내가 만든 마나 문이었다.
“한설-!”
이권은 급히 나를 잡아채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이권의 몸의 절반은 마나 문에 들어간 상태고 발끝까지 그 속으로 들어간 것을 보자마자 마나 문을 없애 버렸다.
이권은 얌전히 현실 세계로 돌아갔을 것이다. 데인도 죽지 않았고 나도 사지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정정당당하게 이권과 싸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이권의 목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길게 끌어봤자 의미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권이 이기면 결국 데인을 죽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이권을 속인 것이다. 이권이 아무리 마나를 다루는 것에 익숙해진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오는 능력은 없을 것이다.
이건 소리 전달자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자 관리자의 후계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소미는 잠을 얼마나 자고 있는 거야?”
항상 후드티 안을 침대 삼아 조용히 잠을 청하는 소미를 떠올렸다. 아까 한라산에서 많이 아파 보였는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소미야, 몸은 좀 괜찮아?”
후드티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쑥 후드티를 들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품 안에서 튀어나오는 소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다 나은 거야?”
쌩쌩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파서 끙끙 앓았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 것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드디어 과거로 왔구나.”
소미는 표정이 밝았다. 과거로 온 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저 어쩌다 보니 오게 된 우연이고 과거로 간 것도 오름 때와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과거로 온 것까지는 좋지만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갑자기 오게 된 거라고. 그리고 지금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차오름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였지만 던전 브레이크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데인의 목숨도 지켜냈으니 나도 마나 문을 통해 현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소미는 내 머리 위에 앉으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네가 얻어야 할 마지막 기술이 없으면 내 마나를 받을 수 없어. 영영 오름도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겠지.”
뭐라고? 여기서 얻어야 할 게 있다는 소리야?
나는 의구심을 품으며 소미를 바라봤다.
“여기 온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처럼 들리는걸?”
“맞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네가 해야 하는 가장 큰 역할이지만 지금은 소리 전달자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으니 내가 대신 힘을 써봤어.”
“다 죽어가던 거 아니었어? 한라산에게 마나를 전부 빼앗긴 줄 알았는데?”
“한라산을 벗어나니 괜찮아졌어. 내 마나는 줄어들고 싶다고 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점점 괜찮아져. 죽고 싶다고 죽을 수 없고,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
그런 거야? 그럼, 만약 내가 소미의 마나를 얻게 된다면 내가 그렇게 된다는 소리인가?
“자,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자. 네가 배워야 할 마지막 마나 기술은 그곳에 있으니까.”
나는 소미의 말을 듣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아론의 마나술로 공격을 배웠고 신원효의 마나 정화로 마력 오염을 고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한다면 데인의 아버지, 그러니까 백이권의 아버지가 썼던 사람을 살리는 그 이상하고도 신과 같은 기술.
그걸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던전 브레이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차오름을 영영 고칠 수 없게 되는 것은 싫었으니까.
비밀 던전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기억을 다시 되돌려 줘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 비밀 던전에 있는 마족들한테 먹을 걸 안 줬는데 굶어 죽는 거 아니야?”
순간 깨달은 사실에 경악하며 소미를 바라봤다. 차오름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족들은 며칠을 굶고 있는 상태였다. 일을 해결하고 나면 먹을 걸 주겠다고 했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비밀 던전에서는 먹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으니까. 시간의 개념이 다르다고.”
“근데 전에 배고프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그건 마족의 특성이야. 그냥 욕구가 많은 놈들이라 배고픔도 몇 배로 느끼는 것뿐이지 죽진 않아.”
나는 그 말에 안심하며 발걸음을 재촉해 저택 앞에 섰다. 굳게 닫힌 초인종을 누르며 나는 마나를 집중해 안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누구세요?”
당연히 데인의 아빠 되는 사람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마나로 확인한 저택 안에는 데인의 존재만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