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46
247화
-마지막 장을 향해 (2)
어째 더 커진 것 같다?
우리는 마력 구름이 있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시스템이 저곳에 갇혀 있다고는 하나 아마 갇혀 있다기 보다는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시간을 늦추고 마력을 거둬간 것도 준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었으니까.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건지 형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게다가 저 구름은 뭐고?”
“나중에 천천히 설명해 줄게.”
형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이권이 또 허튼짓을 할 수도 있으니 이권을 찾는 게 먼저였다. 그렇게 형과 함께 도착한 한라산에는 마력 구름 때문에 몰려든 인파들이 가득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각지 센터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이례적인 일이었으니 다들 조사 차원에서 온 모양이었다.
그래봤자 지금은 스킬도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어서 의미가 없을 텐데. 게다가 헌터들이라면 던전을 지켜야지.
“어…?”
그리고 그 사람들 무리 사이 위에 바위 위에 서서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이한대였다.
저 새끼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지금은 형이랑 함께 있는 상황이었다. 이한대와 형이 만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아니, 다른 것보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가 없었다.
“형, 여기 말고 다른 데로 가자.”
혹시 몰라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형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뭐지? 형이 왜 이러는….
“여, 오랜만이네? 침대에서 일어났다더니 진짜잖아.”
툭.
잡고 있던 손이 툭하고 떨어졌다. 그렇게 말리고 싶었던 둘의 만남이 성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한대는 언제 우리를 본 것인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내려놔 우리 앞에 등장했다.
“이한대,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오기만 해봐.”
나는 형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한대를 향해 사납게 노려봤다. 그러자 이한대는 코웃음을 치며 내 말을 비웃었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혹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 아니야?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S급인 나를 어떻게 이기려고….”
파바박!
나는 이한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나를 이용해 사지를 결박했다. 그러자 이한대는 눈이 커지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뭘 그렇게 놀라? 네가 무시하며 내쫓던 E급 헌터가 스킬을 사용하는 게 놀라워?”
“그런 말이 아니잖아! 어떻게 스킬을 썼냐고!”
이한대는 답지 않게 나른하고 여유로워 보이던 모습을 때려치우고 따지듯이 말했다.
내가 말해줄 것 같아? 이 상황에서 용케도 따지고 든다.
아마 이한대는 아무리 스킬을 사용해봤자 E급이 만든 결박이 얼마나 강할까 하는 마음에서 또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일 거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를 말이다.
“여기서 끝일 거라 생각하지 마.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또 다르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정말 이한대를 죽일 생각으로 마나로 만든 끝이 뾰족한 날카로운 창들을 생성해 냈다.
그리고 그 창들을 이한대에게 쏘려고 할 때 나를 막아선 것은 형이었다.
투툭.
마나로 만들어진 결박을 식물을 이용해 전부 끊어내고 이한대의 결박을 풀어줬다. 그와 동시에 창들이 이한대 주변에 쏘아졌고 당연히 날쌘 S급 답게 공격을 전부 풀어낸 것이었다.
“형!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당황하며 형을 돌아봤다. 형은 나를 마주 보며 식물을 거뒀다.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할 필요 없어.”
어라? 형 지금 화난 것 같은데.
이한대는 여전히 놀란 얼굴이었다.
“한창우, 네놈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네놈들 집안에 뭐라도 있는 건가?”
마나의 존재에 대해서 알 길이 없는 이한대는 우리 핏줄 얘기를 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놨다. 그만큼 당황했다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이한대의 외침을 무시하고 형을 바라봤다. 형은 땅에서 자라난 나뭇가지들을 꼬아 기다란 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한대의 앞에 섰다.
“이건 네가 할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이야.”
형이 화난 모습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이한대, 무기 들어. 나만 스킬을 사용하는 게 억울하다면 나도 스킬은 쓰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붙자고.”
형은 쓰러지고 나서 이한대가 형을 배신했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한대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 말은 쉽게 하는군.”
이한대는 평소에 들고 다니던 곰방대를 꺼내 들어 거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훅 주변에 퍼지더니 이한대의 모습이 사라졌다.
쾅-!!
그리고 형의 눈앞에 나타나 나무로 만든 창을 박살 내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형은 그 공격을 예측하고 창으로 이한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형을 깨울 때 엄청난 양의 마나를 형의 몸에 주입했기 때문에 마력 대신 스킬을 사용할 때 필요한 힘이 마나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스킬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형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서 이한대와 싸우기 시작했다. 형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건지 모르겠네.”
형과 몇 합을 주고받던 이한대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병실에 누워있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귀와 정신이 멈춰 있었던 것은 아니거든. 네가 한 모든 행적은 내가 똑똑히 옆에서 듣고 있었어.”
그랬구나. 형은 정신을 잃은 게 아니라 몸이 고장난 것뿐이었어.
나도 이한대처럼 형이 혹시 아직도 이한대에게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형의 반응을 보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내 동생을 힘들게 한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거다, 이한대.”
결국 나무로 만들어진 창은 부러졌지만 형은 곧바로 식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냈다.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스킬이었지만 이한대는 그런 것에는 딱히 불만을 가지는 것 같진 않았다. 당연했다. 스킬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어떻게 보면 형이 많이 봐준 것이었다. 거기다가 무기까지 쓴다고 뭐라 한다는 것은 S급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여긴 나에게 맡기고 넌 네가 하려던 일 해! 어차피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할 싸움이야.”
형은 내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한대는 형에게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형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형의 말대로 내가 끼어들 싸움도 아니었다.
콰과광-
한참을 이동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급격히 마력 구름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저 구름이 왜 저러는 거지?”
나는 불안한 마음에 하늘을 날아올라 구름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한라산에 들어올 때 느꼈던 마나를 빼앗던 느낌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마 내가 각성을 이루고 나서 마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마나를 빼앗는 힘이 약해진 것도 있었다.
그건 아마 지금 이 현상과 연관이 있을 테고 말이다.
“백이권?”
구름에 가까이 다가가자 맨 처음 보이는 것은 백이권이었다. 언제 여기까지 달려와 이걸 공격하고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이권은 쉬지않고 계속해서 구름을 향해 스킬을 날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 사람이 미쳤나? 갑자기 왜 구름에다가 스킬을 쏘고 난리래?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는 가까이 다가가 이권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이권이 거대한 몸을 뒤로 돌리며 나를 쳐다봤다.
“아아, 왔나?”
이권의 모습은 어린애가 아니라 성인인 모습이었다. 아마 마나 문을 통과하자마자 성인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 과거 여행은 잘하고 오셨나? 좀 오래 머물다가 온 거 같은데.”
“그러는 그쪽은 구름에 스킬 쏘는 게 재밌는지 이제 저 봐도 바로 공격 안 하시네요?”
내가 덤덤히 대꾸하자 이권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나도 만나면 바로 공격을 하려고 했지. 하지만 더 급해 보이는 게 있어서 말이지.”
구름을 공격하는 게 더 급한 일이라고? 그냥 하는 뻘짓이 아니었단 말이야?
내 표정을 읽은 이권이 구름의 어딘가를 슥 가리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손짓을 따라가 고개를 들어보니 시커먼 구름 사이에 뭔가 검은 존재가 점처럼 찍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뭔지는 금방 깨달았다. 시스템이었다.
인간 형태를 한 시스템은 던전 안에서 봤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시커먼 옷과 시커먼 장신구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은 마치 악마가 세상에 강림한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시커먼 구름들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았다.
“혼자서 저 녀석을 상대하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이권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재밌는 장난감이 나타났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지?”
역시 이권다웠다. 바로 관심을 꺾고 더 흥미로운 주제에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욕망에 충실한 것 같으면서도 이성적인 것 같아 보이는 모순이 느껴졌다.
“그래서 공격에 효과는 있나요?”
“글쎄, 조금만 더 힘내면 방어막이 깨질 것 같기는 한데 안에 있는 녀석은 여유로워 보이는 걸.”
이권의 말대로 자세히 보니 시스템의 주변에는 투명하고 단단해 보이는 방어막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방어막에는 미세하게 여러 갈래로 금이 나 있는 상태였다.
“댁이 손 못 쓸 정도면 어떻게 이겨먹어야 하는 거지?”
“하나 알아낸 게 있다면 마력보다는 마나 공격이 더 잘 먹힌다는 거야.”
이권은 스스럼없이 마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마나를 다룰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꿈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같이 공격이라도 해보시죠. 일단 저 녀석을 저 구름 안에서 깨워야 던전 브레이크가 멈추든지 할 테니.”
“공격할 만한 스킬이라도 있나 보지?”
그런 건 없다. 근처에 다가가지 않으면 닿지 않을 악기 공격 스킬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악기가 없으면 소용없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까 이한대를 상대하면서 느낀 것인데 내가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마나로 형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곧바로 무기 비슷한 것들을 생각해 하나씩 소환해내기 시작했다.
“호오,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니, 다시 봤어.”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이권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됐고, 동시에 가는 겁니다.”
“좋지.”
그리고 이권과 나는 처음으로 힘을 합쳐 적을 항해 공격했다.
콰과광!!!
거대한 굉음과 함게 방어막을 향해 우리의 공격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