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50
251화
마지막 장을 향해(6)
백화점 붕괴에서 살아남은 게 어째서 나를 선택한 이유가 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소미는 이 과거의 영상을 재생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부모님의 손을 놓쳐 혼자 방황하던 나는 혼자 남아 울음을 터트렸고 나를 열심히 찾던 부모님이 나를 발견했을 때, 백화점은 무너져 내렸다.
“설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지켜줄게.”
“흐윽, 엄마… 피나.”
가슴에 깊이 꽂혀 있던 차가운 철근은 엄마의 몸을 식게 만들기 충분했고 벽돌에 깔려 다리만 보이던 아버지의 모습은 그날 이후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되던 날 삐쩍 말라 정신을 놓기 직전의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 준 것은 한 헌터였다. 정신을 차리니 부모님의 장례식은 끝난 상태였고 세상에는 형과 여동생, 그리고 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가 기억나?”
잊고 있던 기억이었다.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않았던 아주 오래전 기억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때 말이야? 당연히 기억하지.”
“백화점에 갇혔을 때가 정확히 기억나?”
소미가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그 일주일이 기억나냐는 질문이었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있냐고 되물으려다가 문득 나는 그때의 기억이 흐릿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다시 기억나게 해줄게.”
소미는 시간을 돌려 정확히 그건 억지로 잊어버렸던 나의 7일간의 시간을 보여줬다.
하루, 부모님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비명을 지르고 울고 기절하기를 반복하는 시간.
이틀,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조차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맞서 싸우다 탈진해 기진맥진해진 시간.
사흘, 모든 것을 체념하고 모든 것은 내 책임일지도 모른다는 자기혐오로 견디다 못 해 정신이 무너지다 배고픔과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몸을 지배하는 시간.
나흘, 닷새, 엿새, 이레….
그 7일의 기억이 떠오르자 나는 속이 역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체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고 구더기가 엄마의 살갗을 파먹고 있을 때 그때 떠오른 생각이라고는 단 하나.
그 구더기가 부럽다고 생각했지.
인간이 배고픔에 지배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처절하게 깨달은 나는 스스로를 괴물이라 생각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괴물인 나는 여기서 죽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어두워 시간조차 구분되지 않던 공간에 빛이 새어 들어왔다. 금빛의 빛줄기와 함께 돌무더기가 들어 올려지고 헌터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를 들어 올렸다. 일주일 만에 본 밖은 붕괴된 백화점의 잔해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나를 구해준 헌터는 하얀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밤이라 그런지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특이한 분위기를 내는 존재였다. 내가 있던 곳은 구석진 곳이라 사람이 없었다. 그 존재는 사람이 보이는 곳까지 나를 데려다 줬다.
“저기! 어린애가!!”
“꼬마야, 혼자니?”
그리고 구조대원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을 때 그 존재는 사라지고 없었다.
“설마….”
그리고 나는 그 기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깨달았다. 그때 그 헌터는 소미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구해준 게 너였어?”
구조되는 어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소미를 돌아봤다. 소미는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소미의 모습은 그때 그 헌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날 왜 구해준 거야?”
“보통 인간이라면 생각하지 않는 걸 생각하고 있어서.”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버리지 않았고 자책하며 책임을 느끼고 있었지. 그 어린 나이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소미는 화면을 돌려 다른 각도로 소미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시스템과의 전투로 힘을 회복하는 중이었고 후계자를 고르고 있던 중이었어. 지구를 떠돌며 적당한 아이를 고르던 중 너를 발견한 거야.”
소미의 시점으로 돌무더기에서 악착같이 생을 이어가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삐쩍 말라 뼈만 남았는데도 악착같이 엄마의 옷깃을 놓지 못하는 아이가.
“작고 메마르고 곧 생을 마감할 아이인데 눈빛만은 살아 있었어. 그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특별했지. 죽고 싶으면서도 책임감에 죽지 못해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거야. 나는 그런 네가 살아남길 바랐어.”
소미는 그렇게 말하며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렸다. 내가 집에 도착하고 형이 마중 나왔을 때였다.
“그래서 원래는 다른 아이에게 줄 소리의 권능을 너에게 심어줬지. 소리의 권능은 어떤 능력보다 특별하거든. 다른 권능의 씨앗들을 심고 각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어린 내가 형을 꼭 껴안았을 때 두 손에서 황금빛의 빛이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 나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럼 내가 이때 형을 각성시킨 거야? 다른 사람들도…?”
“엄연히 따지자면 그렇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어? 왜 한국에만, 게다가 네 주변에만 내 권능을 이어받은 사람이 많은지 말이야.”
“내가 각성을 시켜줬기 때문이구나.”
“맞아. 네가 선택한 사람들이 호칭과 권능을 이어받은 거지.”
“그런데 왜 나는 각성하지 못한 거야?”
나는 내 과거를 돌아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형을 각성시켰다면 이미 각성한 상태여야만 했다. 그런데 나는 27살이 되어서야 각성을 했다.
“네가 창우를 각성시킨 건 마나로 한 거야.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한창우에게 권능의 씨앗을 각성시킨 거지 헌터로써 각성시킨 건 아니야.”
“그럼 마나가 이때부터 있었다는 거야? 근데 각성은 못 한 거고?”
“넌 내 능력을 얻어 마나를 가지게 됐지만 각성에 가장 중요한 건 마력이거든. 넌 특이하게 마력이 제로에 가까웠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특별한 방법을 써야 했어. 마나를 통한 각성. 그건 마나가 네 안에 온전히 자리 잡기까지 십 년은 기다려야 할 수 있는 각성이었지.”
아, 생각해 보니 던전으로 끌려갔던 그 날. 공사장에서 땀을 열심히 흘리며 일하던 그 날이 내 생일이었었다.
그날 독열 아저씨가 건넸던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는 구두쇠던 아저씨가 생일선물이라며 지갑을 털어 사줬던 음료였었다.
그때가 아마 십 년이 된 날이었던 모양이다. 생일이라는 것을 잊고 산 지가 오래됐다가 보니 인지하지 못했다.
그럼 그때 그 공사장 아저씨들은 나 때문에 던전으로 끌려온 거야?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 이런 사실은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살아난 아저씨들이었기에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계속 기분이 언짢았다.
“자, 이제 다시 돌아가자.”
그 말을 끝으로 나의 과거는 끝이 났고 다시 비석이 있는 던전으로 돌아왔다. 비석은 내가 부쉈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그런데 소미는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그 비석들을 전부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기 시작했다.
“왜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거야?”
그러자 소미는 그 거지 같던 육각형의 기둥까지 원래대로 해놓고 나서야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네가 올 시간이거든.”
내가 올 시간이라니? 설마 여긴….
나는 모습을 감추고 육각기둥 위로 올라가는 소미를 보고 나도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끙차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던전의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그곳에는 독열 아저씨와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은 잘 차려입은 성덕배 아저씨도 보였다. 그리고 꼬질꼬질한 모습의 나도 보였다. 이곳도 과거였던 것이다. 그것도 내가 각성을 하게 된 그 날이었다.
나는 소미가 있는 곳으로 날아올라 아직 각성하기 전의 내가 하는 행동을 바라봤다. 곧이어 비석을 함부로 건드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소환해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미가 앉아 있는 육각기둥이 반응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 혼자 살아남아 절망에 빠져 있을 때였다.
“이제 때가 됐어.”
소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봤다. 그리고 아련한 표정으로 심장 안에서 뭔가를 꺼내려는 듯이 손을 쑥 집어넣었다.
“이 순간을 위한 내 마나야.”
소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제껏 본 적도 없는 화려하고 은은한 빛의 마나 덩어리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마나는 소미가 간직해 온 심장과도 같다는 것을 말이다.
“나한테 네 마나를 전부 주면 넌 어떻게 되는 거야?”
“난 사라지겠지. 인간들이 말하는 죽음에 다다를 거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라 그런가 씁쓸한 감정이 들기는 했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다만 왜 지금, 이 순간에 마나를 넘긴 것인지 의문이 들었을 뿐이었다.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각성할 수 있어야 해. 그리고 그 각성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내가 주는 이 마나를 활용해서 말이야.”
소미가 건넨 마나 덩어리를 받아들자 점점 빛이 줄어들더니 작은 돌상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돌상을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귀를 막고 있는 사람 형태의 돌상이었다. 내가 고개를 쳐들고 소미를 바라보자 소미는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관리자가 될 수 있는지는 알고 있지? 자, 마지막 시험이야.”
소미는 내 두 손을 잡고 하나의 비석 뒤를 가리켰다. 나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비석 뒤로 다가가 그 돌상을 땅에 묻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꼬질꼬질한 모습의 내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비석 뒤로 달려와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돌상을 미친 듯이 망치로 깨부쉈다. 처음에는 단단한 돌상이라 몇 번을 내리쳐도 멀쩡한 상태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나에게 다가가 망치를 들고 있는 손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함께 망치를 거머쥐고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그제야 돌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그리고 그 돌상이 깨지고 나는 내 몸과 심장에 가득 차는 마나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소미는 그런 돌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기존에 존재했던 세상의 관리자는 허물을 벗고 그의 후계가 스스로의 껍질을 깨부수고 태어났다.”
그 소미의 중얼거림은 던전 안에 가득히 채워져 나갔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괴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과거의 나는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제껏 각성을 했을 때 들었던 고주파 음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소미의 육체는 점점 밝은 빛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고 소미의 영혼이 내 몸에 각인되는 느낌을 받았다.
고통스러워하며 기절한 나에게 소미는 한마디를 건네며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시험 통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