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51
252화
마지막 장을 향해(7)
나는 소미의 모든 마나와 능력을 받았다. 소미가 없어 더 이상 설명을 해줄 존재가 사라졌음에도 나는 걱정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세상에 대한 지식과 권능에 대한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내 몸과 머리 안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시간에 대한 개념이 느껴졌다. 기절한 나를 각성시켰다. 그리고 죽어있는 사람들에게 마나를 불어넣어 되살렸다. 이 모든 일들이 힘들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시간을 하루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시간에 대한 것은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 공간은 나의 공간이었기에 상관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올바르게 만들어놓고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왔다.
“아직 남아있구나.”
시스템과 이권은 여전히 대치 상태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이권은 싸운 지 한참 된 사람처럼 지쳐 보였다. 시스템은 이권을 상대로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야! 너 어디 있다가 온 거야?!”
오름은 나를 발견하고 버럭 화를 내며 다가왔다. 근처에 있던 형도 내가 맞는 건지 긴가민가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깨달았다.
또 한 번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사라진 지 얼마나 됐어?”
“3일.”
분명 내 체감상 몇 시간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시간이 뒤틀려 있었다. 그래도 년 단위로 바뀌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마 각성을 하고 난 뒤 시간에 관한 것들을 건드려서 생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권이 저렇게 지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3일 밤낮으로 시스템을 막고 있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시스템은 인간이 아니었으니 밤을 새운다고 해도 타격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아무리 괴물 같은 인간이라고 해도 인간이었고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마나를 사용하며 시스템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타났군.”
그런데 시스템은 갑자기 이권과 싸우던 것을 멈추고 나를 향해 눈을 돌렸다. 내가 소미와 같은 마나를 품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공중에서 빠르게 내려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딜 가시려고.”
그때 이권이 레이저로 시스템의 발목을 붙잡았다.
“거머리 같은 녀석. 사라져라!”
거대한 구가 시스템의 손에서 생성되며 이권을 향해 공격했다. 평소의 이권이라면 쉽게 피할 수 있을 공격이었지만 힘이 전부 빠져 버린 이권은 인상을 팍 쓰며 팔 한쪽을 내어주고 말았다.
저렇게까지 위기에 몰린 상태라고?
이권의 한쪽 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권은 피가 흐르는 자신이 신기한지 그 모습을 바라봤고 나는 아예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손을 들어 올리는 시스템을 발견하고 녀석에게 날아올랐다.
“칭호가 희생양이라고 정말로 희생당하실 생각은 아니겠죠?”
나는 이권의 앞을 막아서며 시스템이 날린 레이저를 손으로 튕겨냈다. 시스템은 가볍게 공격을 털어내는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한 것 같았다.
“왜, 상대도 안 되던 애송이가 공격을 막아내니까 열 받아?”
나는 피식 웃으며 시스템을 향해 웃었다. 그것에 화가 난 시스템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려 거대한 구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아니, 진짠가 보네? 그래도 이제는 저번과 다르다는 걸 알아야지.”
나는 마력으로 가득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체와 똑같은 모양의 마나를 만들어냈다. 둘의 구체가 마주하면서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후폭풍에 밀려 나가려는 이권을 등에 이고 그 잠깐 사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권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미소를 잃고 있지 않았다.
“못 본 새에 더 강해진 것 같군? 한번 싸워보고 싶은데 지금은 조금 어렵겠어.”
이권다운 말이었다. 나는 마나를 이용해 다친 이권의 팔을 치료하고 곧바로 다시 시스템에게로 향했다.
“여유 만만하군. 관리자의 마나를 받았다고 내 상대가 될 것 같은가?”
시스템은 그런 나를 보며 비웃었다.
“그거야 해봐야 아는 거고. 소미한테 이겼다고 네가 나한테 이길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건방지군. 너를 없애면 드디어 내가 바라던 염원이 이뤄지겠지. 죽어라!”
시스템이 말하는 염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분노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꽤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을 한껏 비웃어주며 녀석이 날리는 공격을 여유롭게 피했다.
마력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 공격은 내가 보기에도 강력해 보였다. 순수한 마력의 집합체. 마력의 근원. 그것과 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녀석에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마력이 제로에 가까운 인간이었지만 마력이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었고 녀석은 마나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까.
“관리자의 마나를 가졌다고 다 네 세상이 된 것 같으냐! 이 세상은 인간의 것이 될 수 없어!”
시스템은 내가 거대한 마나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그리고 이내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며 마나 공격을 막아냈다.
“그것만 있는 건 아니라서.”
나는 시스템에게 명령했다.
“마법을 해제해.”
소리 전달 스킬이었다. 이제는 어떤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스킬. 시스템은 내 명령에 손을 움찔거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마법이 흐릿해졌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나의 창을 만들어내 녀석에게 날렸다.
푹-!!
거대한 창이 이권을 공격했던 것처럼 시스템의 팔에 날아가 꽂혔다. 공격은 이권이 당했던 것보다 몇 배나 강력했다. 시스템의 팔이 날아갈 정도였으니까.
“네놈!!”
분노에 이를 갈던 녀석이 갑자기 피식 웃으며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뭐지? 분명 나는 팔을 공격했는데 머리에 맞은 건가?”
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말하자 시스템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인간세계에 던전을 만들어낸 이유가 뭔지 알고 있나?”
갑자기 싸우다 말고 던전에 대해서 말하는 녀석을 보고 나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뭔가 심각한 얘기가 될 거라는 생각에 나는 공격을 잠시 멈췄다.
“이 인간 세계에 너희들이 말한 ‘지속 던전’을 많이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지.”
지속 던전? 갑자기 지속 던전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지속 던전은 내가 심어둔 폭탄이다. 욕심 많은 인간들은 지속 던전에서 나오는 부속물들만 보고 지속 던전을 공략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겠지.”
나는 녀석의 말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 보면 지속 던전의 존재는 정말 이상한 것이었다. 보스를 공략했는데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지속 던전 안에 또 다른 던전이 존재함에도 던전 브레이크도 터지지 않고 유지가 가능했던 것.
이 모든 것이 시스템의 계획의 일부였던 것이다.
“공략되지 않은 던전을 억지로 닫게 되면 안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의 마력이 터져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지. 등급이 높은 던전일수록 파급력은 더욱 강해질 거다. 네가 나를 죽이게 되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될 일이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네 목적이 뭐야?”
“인간들의 완전한 파멸이다. 쓸모없는 인간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 싹부터 글러 먹었어. 그러니 아예 새로 시작하고 내가 새로운 세계의 관리자가 되려는 거다!”
크큭 대며 나를 비웃는 녀석을 보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시스템은 시한폭탄의 버튼과도 같은 존재였다.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려둘 수도 없는 존재.
어쩌면 이권도 이 얘기를 듣고 3일 밤낮으로 대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고뇌하기 시작했다.
‘넌 해결 방법을 알고 있어, 설아.’
그때 귓가에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소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차피 지속 던전 안에 있는 몬스터만 해치운다면 폭발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지속 던전들의 수를 알기 위해 나는 마나를 집중했다. 황금빛의 마나 줄기가 전체를 뻗어 나가며 지속 던전의 개수만 세어 나갔다.
그 숫자를 세는 시간은 겨우 1분.
그 1분의 시간도 시스템은 놓치지 않고 공격을 하려 했지만, 그 앞을 이권이 막아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이 있는 거지?”
이권은 나를 보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집중하자 이권은 피식 웃으며 시스템을 향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몸에 활력이 어느 정도 돌아온 것 같으니까 말이야.”
이권은 그렇게 자기보다 강한 상대인 시스템을 향해 무작위로 공격해 댔다. 시스템은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눈치챈 것인지 눈에 불을 켜며 달려들었고 이권을 향해 무자비하게 공격을 날렸다.
“비켜라!! 공간의 권능은 내가 더 위야!!”
말 그대로였다.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관리자의 권능은 사실 소미가 원래 가지고 있어야 했던 ‘공간’의 권능이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공간의 권능만이 이권에게 넘어간 거라 물리적으로 이권이 시스템을 이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 증거로 이권의 몸은 내가 치료했던 것이 의미 없게 상처가 하나둘씩 나기 시작했다. 나는 걱정되는 말투로 이권을 향해 외쳤다.
“권능을 받은 인간은 제가 살리지 못해요! 치명상은 피해 봐요!”
말 그대로였다. 나는 관리자의 능력으로 모든 인간의 생과 삶을 관장할 수 있는 힘을 얻었지만 단 하나, 관리자의 권능을 이어받은 인간들은 살릴 수 없었다.
그들이 죽는다는 것은 권능이 사라짐을 말하는 것이었으니까.
“상관없어.”
이권은 그럼에도 불나방이 불에 뛰어드는 것처럼 내 앞에서 떠나지 않고 시스템을 향해 쉴틈 없이 공격해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빨리 지속 던전을 없애는 것뿐이었다.
내 마나가 모든 지속 던전에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지속 던전들에게 ‘명령’했다.
“전부 사라져!”
하지만 마나를 통해 들어오는 강한 사념이 내 명령을 거부하고 있었다. 낮은 등급의 일부 지속 던전들은 명령에 반응해 전부 사라졌으나 강한 등급의 던전들은 버티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민했다. 나머지 지속 던전들은 하필 등급이 높은 녀석들이었다. 소리 전달이 먹히지 않는다면 방법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내 스킬들을 전부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눈을 뜨고 만물의 소리를 사용해 녀석들이 흘리고 있는 사념을 읽어냈다.
‘괴로워.’
‘이용당하고 싶지 않아.’
‘편안하게 해줘.’
그것은 시스템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이용당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사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속마음을 듣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보내는 최후의 노래였다.
가사 따위는 없었다. 내 입이 움직이는 대로 녀석들의 속을 기리고 평안하게 해주는 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연결된 마나로 흘러 들어간 노래로 녀석들의 사념이 잠잠해지는 것을 느꼈고 나는 그 이후에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평안해져라.”
그리고 끝이었다. 모든 지속 던전들은 말한 대로 평안한 상태로 전부 닫혀버렸다.
“됐어요, 백이권…!!”
그리고 눈을 마나를 갈무리하고 이권의 상태를 살핀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백이권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