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30
31화
-사기꾼을 잡는 것은 시간과 정성이 든다 (1)
“신중은 무슨 신중, 여기 있는 사람 반 이상이 알고 있을 텐데.”
“입 밖으로 내는 거랑 알고만 있는 건 다르지.”
이권은 한대의 말에 날카롭게 대꾸했다.
둘의 대화에 다른 사람들도 흥미롭게 구경하는 중이었다.
이권의 말대로 여기서 공론화를 하는 것은 조금 이른 일일 수도 있었다.
다들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권이 어떤 한 헌터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설의 이름을 밝히고 정보를 더 던져주게 된다면 이권이 걱정하는 대로 다른 길드들의 쓸데없는 관심까지 받게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정도로 밝히기 싫은 헌터라는 얘기가 되니, 이미 궁금증을 더 유발하는 셈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된 거 직접 물어보지. 무슨 능력이길래 그래?”
“궁금하면 직접 알아내면 되지 않나?”
이권은 특유의 부드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턱을 괴었다. 알려주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 정도야?”
“신경 꺼.”
유리가 흥미롭다는 말투로 말을 꺼내자 이권은 그 웃는 낯짝 그대로 유리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유리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인 법이지. 아무리 뛰어난 헌터라도 다 똑같을 뿐이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가치를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고요.”
중권이 말 한마디를 툭 내뱉었지만, 이권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이미 저와 계약이 끝난 상태입니다. 다들 그냥 관심 끄시고 앞으로의 일이나 잘 고민하시죠.”
이권은 그러면서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손목에는 계약의 증거인 붉은 문양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계약자는 한설인 모양이었다.
“휘유~ 빠르기도 하지. 그만큼 급했나 봐? 그러다 잘못 계약해서 사기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내가 어디 가서 사기당할 인물로 보이나?”
“아니, 사기를 쳤으면 쳤지. 하긴, 누가 백이권을 상대로 사기를 치겠어.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유리는 계약의 문양을 보자 흥미가 식었다는 듯이 뚱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재미없네, 이제 더 할 말 없지? 난 이제 갈래.”
유리는 볼일은 다 봤다는 말투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유리의 목적도 한설의 정보였던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유리가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자 다른 길드장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표훈은 언제나 그랬듯 급작스럽게 끝나 버린 길드 모임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한 시간이었다.
* * *
“뭐지, 계좌를 잘못 썼나?”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통장을 확인했다.
“에이, 뭔가 착오가 있는 거겠지. 기다리면 주겠지.”
너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통장 잔고 확인을 멈췄다.
그래, 사기 같은 일이 쉽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그리고 몇 시간 후,
“왜!! 왜 안 들어오는 건데!”
충혈된 눈을 하고 핸드폰에게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는 내 모습은 사기 당한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며칠 전, 거래를 완료하고 무려 3억이라는 거금이 통장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어가는데도 3억은커녕, 돈이 들어왔다는 소식조차 없었다.
나는 화를 억누르고 교환소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난번에 거래했던 돈이 아직 안 들어와서요.”
“아, 그러시군요. 확인해 드릴게요. 경매 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경매 번호를 말하고 직원이 확인을 끝낼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자 딱딱한 상담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한설 님 맞으신가요?”
“네.”
“죄송하지만 정정 신청을 하시고 3일이 지나서요.”
“…네? 정정 신청이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네. 며칠 전에 오셔서 경매를 취소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네요. 저희 규정상 기간이 지난 정정은 불가능하세요.”
“자, 잠시만요. 전 그런 적 없는데요? 언제 정정했는데요?”
내가 정정 신청을 했다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4일 전에 오셔서 하고 가셨네요.”
4일 전이면 아이템을 낸 그 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종일 던전에 있었기 때문에 정정 신청을 할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잠시, 잠시만요. 전 그날 던전에 있었는데요?”
“어, 그러세요? 그런데 저희 직원이 분명 같은 얼굴이었다고….”
“CCTV 확인해도 될까요?”
“네, 오셔서 확인해 보세요.”
나는 당장 그길로 교환소로 달려갔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기에 교환소로 달려가는 내내 끝까지 평범한 전산 오류라 생각했다.
그런데 교환소에 도착하고 CCTV를 확인하니 생각이 무너져 내렸다.
“이건…. 저네요…?”
“네, 보다시피.”
“왜 제가…. 저기에 찍혀 있죠?”
“그건 저희도 모르죠.”
직원들의 진상 손님을 상대하고 있다는 듯한 어색한 웃음에 더 이상 말하기를 멈췄다.
CCTV에 찍힌 모습은 누가 봐도 내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입고 있는 옷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나인 척 변장을 해서 정정 신청을 한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도 더 이상 뭘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 아이템이나 돌려받으려 했다.
“그럼 아이템이라도 돌려주세요.”
“네? 그때 다 가져가셨잖아요.”
“…네?”
아이템 전부? 이게 무슨 소리지?
엉뚱한 소리 하지 말라는 듯한 직원의 말투에 멍청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소리죠? 제가 가져갔다고요? 비, 비밀번호는요? 그걸 쳐서 가져갔다고요?”
“네.”
이를 악물며 머릿속에서 누가 이런 짓을 한 건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잊고 있던 다른 아이템이 생각났다.
“그럼 설마 대왕게 호프론의 껍질도 가져갔나요?”
“네, 전부 가져가셨어요.”
그렇다는 것은 3억과 400만 원이 모두 도둑맞아 사라졌다는 소리인가?
“악!!”
이 망할 사기꾼 놈!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직원들이 수군대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 아이템들…! 대체 어떤 새끼야!!”
억울함에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이건 아이템을 노린 명백한 사기였다. 지금 당장 의심되는 사람은 경매 거래를 하려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호프론의 껍질을 사려던 사람은 아닐 것이다.
띵.
[갑자기 거래 왜 정정하신 건가요? 호프론 껍질 없어서 던전 공략 실패했네요. 허위 경매로 신고합니다.]왜냐면 보통 이런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뭔가 찔리는 게 있는 사람이 당당하게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범인은 천사인 줄 알았던 ‘정의의 암살자’라는 건데….
이 녀석을 어떻게 잡지?
우선 교환소에 범인인 것 같은 정의의 암살자를 신고하고 밖으로 나왔다. 더 이상 그곳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교환소에 신고를 해두긴 했으나 더 확실하게 처리해 줄 수 있는 단체는 아무래도 헌터인증센터였다.
전화로 신고를 해둔 뒤 혹시 몰라 정의의 암살자에게 문자를 날렸다.
답장해 줄지는 미지수였지만 뭐라도 해봐야 했다.
살벌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려다 전부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너무 흥분한 상태에서 문자를 보내려 했다.
저렇게 보내고 잘도 답장 오겠다. 오히려 더 작정하고 숨어 버리겠지.
궁금해하게 만들어야 답장이 오지 않을까?
[정의의 암살자님, 잘 받았습니다. 다음에도 또 거래해요^^]이렇게 문자를 보내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렸다.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기다리는 것은 특기였다.
띵.
나이스.
좀 더 오래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답장이 금방 왔다. 어떻게 문자가 왔는지 궁금해 바로 확인했다.
[거래 즐거웠다, 호구야^^]핸드폰을 잡은 손에 핏줄이 서는 것을 느꼈다.
왜 이런 시련을 나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은 문자를 보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분노를 삭이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하나만 물어보자. 어떻게 한 거냐?]정말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물론 화가 난 것도 있지만, 어떻게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얼굴을 바꾼 것은 무언가의 스킬이겠지만 비밀번호까지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쳤다고 알려주겠냐, 진짜 호구네ㅋㅋㅋㅋ]이 자식, 잡히면 죽인다.
[넌 내가 반드시 잡는다.] [잡아보시든지~ 지금 oo구니까 10분 이내로 오면 아이템 돌려줌ㅋㅋㅋ]문자를 보며 당장 리코더를 들었다.
도발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줄 생각이었다.
oo구면 여기서 아무리 빨리 가봤자 최소 1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이 녀석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거다.
그래서 당연히 잡으러 못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장소를 알려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놈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나에겐 소리 전달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다리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빨리 달리게 해줘.”
이런 식으로 말해도 스킬 적용이 되려나?
띠링.
[스킬을 1명의 존재에게 사용하셨습니다. 형태변화의 지속시간은 10분입니다.]다행히 스킬이 잘 적용됐다.
소원 형태로 말해도 스킬이 알아서 가장 비슷한 형태로 바꿔주는 듯했다.
게다가 스스로에게 사용하는 거라 안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소리 전달의 범위와 스킬 적용 형태가 생각보다 더 넓었던 것이다.
“이런 때 쓰라고 있는 스킬이 아닌 것 같지만.”
가볍게 점프를 한 뒤 교환소 주변을 살짝 달려봤다.
후웅-
작은 바람이 바닥에 일어나며 몇 초도 안 되서 교환소 주변을 세 바퀴를 돌았다.
“좋아, 기다려라. 10분 안에 가주지.”
자리를 박차고 달리는 순간, 바닥이 푹 파이면서 주변 풍경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속도에 적응이 안 될 만도 했지만, 장애물들을 쉽게 피하면서 빠르게 oo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10분도 채 안 돼서 도착했다.
“헉헉, 생각보다 힘드네.”
쉬지 않고 긴 거리를 달려왔더니 심장이 터질 것같이 뛰었다. 하지만 동시에 상쾌한 기분도 들었다.
이 정도로 빠르게 달려본 적이 없었다. 아마 S급 헌터를 제외하면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달리면서 사람이나 건물에 부딪히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아마 이 속도로 달려서 부딪쳤다면 둘 중 하나는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밖에서 사용하는 건 자제해야겠다.”
숨을 고른 뒤 주변을 둘러봤다.
어찌어찌 도착은 했다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 수많은 사람 중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기꾼을 찾아야 했다.
게다가 정확한 장소를 알려준 것도 아니어서 더욱 찾기가 어려웠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한 명씩 추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 만물의 소리라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해준 만물의 소리 스킬이 떠올랐다.
그거라면 사기꾼 놈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띠링.
[스킬 적용이 해제되었습니다! 재사용 시간: 3일]때마침 소리 전달 스킬도 해제되었다. 아까 스킬 적용 시간이 10분이었으니까 그놈이 말한 시간이 지난 것이다.
망설일 새도 없이 만물의 소리를 사용했다.
띠링.
[대상이 정해지지 않아 무작위로 스킬이 사용됩니다.]‘아, 피곤해 죽겠네.’
‘이따가 저녁 뭐 먹지?’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이 던전 괜찮네. 파티 구해 봐야겠다.’
…….
“윽!”
갑자기 몰려드는 사람들의 속마음에 정신을 못 차리며 귀를 부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