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42
43화
-금강불괴
“…어디 해봐.”
그 잘난 스킬 구경이나 하자.
나는 원명의 스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당연했다. 스킬을 사용할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허접, 약골. 그게 바로 나였다.
원명의 스킬을 보게 된 것에 감동받은 척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조심해. 저 녀석 위험해.”
겨우 몸을 일으켜 선체에 몸을 기대고 있는 오름이 원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 안 해도 위험한 것은 느껴진다.
녀석은 스텝을 밟더니 재빠르게 안쪽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가격했다. 아까보다 스피드와 힘 모두 늘어난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고 날아가 버렸다.
쾅-!
“크헉.”
입에서는 피가 주륵 흘렀다. 승급이라도 했더라면 무적 효과로 타격이 없었을 텐데, 그런 꿈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확실히 스킬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극명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원명에게 맞는 것은 익숙해서 맷집은 좋았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녀석의 공격을 맞고 일어나 레버를 들고 다시 덤벼들었다.
바드의 가장 큰 단점이 여기서 드러났다.
이제까지는 지능이 높지 않은 몬스터만 상대하다 보니 내가 연주할 때까지 경계태세만 취하고 연주를 방해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하지만 같은 사람에다 공격속도까지 빠른 헌터를 상대하다 보니 버프를 걸 잠깐의 여유도 가지지 못했다.
“이 거지같은 직업!”
울분을 토하며 레버를 원명의 팔에 정확히 휘둘렀다.
하지만 나의 공격은 원명의 단 하나의 스킬로 막혔다.
“금강불괴.”
깡-!
“뭐?”
공격이 정확히 들어간 레버는 원명의 팔에 어떤 상처도 남길 수 없었다.
금강불괴? 내가 들은 게 맞나? 이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다고?
* * *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까?”
지완을 독촉하는 것은 다름 아닌 추환이었다.
지완을 포함한 구출팀이 배를 타고 출발한 것은 몇 시간 전 일이었다. 구출팀에 자원한 것은 구안과 추환 두 사람이었다.
구안은 실적을 위해서였고 추환은 방해를 위해서였다.
둘의 의도는 확실했다. 각자의 이득을 위해서 움직였다는 점에서.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될 아군이었다.
준비는 철저했다. 사람부터 장비까지.
이제 한설이 범죄자들의 눈을 피해 배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배 방향을 돌리고 키를 망가뜨리기만 하더라도 성공이었다.
구출팀이 지완의 ‘표적’ 스킬을 추적하며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한설에게서 작전에 대한 피드백이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비둘기의 복주머니’는 쓴 순간부터 끊임없이 지정한 대상에게 사념을 날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명령을 잘 완수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날려준다.
만약 아이템을 쓴 대상이 명령을 완수하지 못하고 죽었다 해도 실패 메시지가 뜨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설에게서는 어떤 피드백도, 실패나 성공의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마치 아이템이 허공에 증발한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아이템이 잘못된 거 아닙니까? 아니면 그 헌터가 이미 죽었다거나?”
“그럴 리는 없어요. 아이템을 사용했다는 메시지가 뜬 것을 보니 적용된 것은 맞습니다. 아마 임무를 수행하는 중일 겁니다.”
추환의 말에 남현이 지완을 대신해서 말했다.
하지만 남현도 지완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임무를 수행한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보고가 왔어야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헌터가 아이템을 파훼시킨 것은 아닐까요?”
구안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그럴듯한 원인을 짚어냈다.
“글쎄요, 그 아이템을 파훼시키려면 적어도 B급 이상의 스킬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실력자가 배에 타고 있었다면 진작에 구출되지 않았을까요?”
고개를 저으며 구안의 말에 대답을 한 남현은 확신하는 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배 안에 타고 있는 원명도 B급 헌터였다. A급 헌터도 아니었으니 싸워서 이기지는 못할지언정 탈출해서 지금쯤 구조신호를 보내왔을 것이다.
“아니면 아이템을 사용한 그 헌터의 등급이 B급 이상인 것은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그 헌터는 E급 헌터입니다. 아이템이 들지 않을 리가 없어요.”
이번에도 남현은 고개를 저었다.
한설을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남현도 E급 헌터는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한설의 꼴을 보고 나서 E급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센터장인 지완이 직접 확신하며 매긴 등급이니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E급? 하하! 그런 등급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였어? 마력을 담아 피드백을 날려야 하는데 마력이 딸려서 날아오지 않는 거 아닙니까?”
추환이 한설의 등급을 듣더니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말에는 무시와 환멸감이 담겨 있었다.
헌터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나 추환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헌터입니까? 적어도 검사나 마법사 같은 직업이겠죠?”
구안이 걱정스럽게 지완을 보며 말했다.
추환과 구안의 말을 들은 지완은 지난번에 만났던 한설을 떠올렸다.
분명 한설은 자신의 정보를 비밀로 해 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완은 한설이 범인을 알 것 같다며 전화를 건 순간 바로 위치와 신원조회를 마쳤다.
그리고 한설의 정보를 보자마자 지완은 그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E급 바드. 심지어 매력 마이너스라는 기적의 스탯을 가지고 있던 헌터.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카고바지에는 흙먼지가 앉아 지워지지 않은 채였고, 후드티도 오래 빨아 입어 손목이나 허리 부분이 늘어나 있었다.
게다가 머리는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것인지 눈을 다 덮고 있었고, 뒷머리도 목까지 내려와 있었다.
처음 만난 한설은 그야말로 바드라고 보기 힘든 행색이었다.
긴 앞머리 사이로 언뜻 보인 눈동자는 크고 맑았으나 그뿐이었다. 제대로 된 바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적어도 지완이 이제껏 봐왔던 바드들과 비교하면 그랬다.
“어쩌면 정말 마력이 딸려서 그런 걸 수도….”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남현은 지완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 마력이 약해 피드백을 날릴 힘이 딸리다는 것은 헌터가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소리였다.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지완의 말이 사실이어도 문제다.
지금 그 비싼 아이템을 아이들의 구출을 위해 사용했다. 한설의 희생 또한 감수한 결정이었다.
그 노력과 희생이 전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는 말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되고요!”
남현은 흥분하며 지완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지완의 옆에서 한설의 정보를 엿봤던 남현 또한 마음 한켠에서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만큼 한설은 여러모로 못 미더운 최악의 E급 헌터였다.
구출팀이 탄 보트는 아주 빠른 속도로 세린과 한설이 찍힌 위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추환이 지완을 방해하기 위해 구출팀에 들어왔음에도 말리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추환의 스킬 덕분에 보트의 속도가 3배는 빨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환은 걱정스레 바다를 바라보는 지완을 보며 가슴을 툭툭 쳤다.
“하하, 내가 있으니 걱정 말라고요. 손가락이나 빨고 지켜보쇼!”
남현은 재수 없게 말하는 추환은 노려봤으나 여기서는 추환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후, 세린아….”
지완은 중얼거리며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바라봤다. 마치 그 끝에 세린이와 구출해야 할 아이들이 있다는 듯이.
“세린이는 무사할 겁니다. 우리가 빨리 가면 돼요.”
지완의 두려움을 잘 알고 있는 남현이 지완의 어깨에 손을 올려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미 사람들은 한설에 대한 기대를 놓은 상태였다.
피드백을 제대로 날릴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마력을 가진 헌터에게 걸 희망 따위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 * *
“금강불괴라고?”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만큼 놀랐다.
‘금강불괴’ 스킬은 커뮤니티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인내’라는 스킬이 만렙이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스킬.
‘인내’ 스킬도 애초에 B급 이상의 헌터들에게만 나타나는 상위급 스킬이자, 받은 대미지를 체력으로 치환시킬 수 있는 사기 스킬이었다.
하지만 이 스킬의 최대 단점은 체력 10% 이하의 상황에서만 발동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체력이 10% 미만이 될 일이 잘 없는 높은 등급의 헌터들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스킬인 것이다.
스킬을 쓸 일이 없으니 ‘금강불괴’를 얻을 일도 없었다.
‘금강불괴’를 얻었다고 알려진 사람은 현 천존 길드의 길드장, 진중권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스킬을 조폭 나부랭이 ‘나원명’이 가지고 있다고?
“너, 스킬이라도 훔쳤어…?”
너무 당황한 나머지 훔쳤을 거라는 생각까지 도달했다. 예전에 스킬을 훔치려고 던전에서 날 공격했던 놈들도 있었으니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었다.
“하하, 나한테 그런 스킬이 있었으면 스킬 올리느라 고생 안 했을 텐데 말이야.”
나원명은 잔인한 성정이긴 해도 거짓말은 안 하는 타입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스킬이 진짜라는 말이었다.
‘금강불괴’ 스킬은 말 그대로 공격을 당해도 금강석처럼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 무적의 신체가 되는 스킬이었다.
무적 판정이라 방어력 무시 효과도 무용지물이었다.
스킬의 지속시간이나 쿨타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땀을 삐질 흘릴 수밖에 없었다.
금강불괴를 깰 수 있을까? 소리 전달 스킬도 이미 써 버렸는데.
“쉐도우 복싱.”
빠악-
원명은 친절하게 질문에 대답해 주는 위인이기는 했으나 당황한 상대를 공격하지 않을 정도의 성심은 가지지 못했다.
복부를 그대로 가격한 원명은 아낌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흐억.”
한 번밖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세 번은 맞은 것 같이 후에 충격이 들어왔다.
놈이 가진 또 다른 스킬의 효과였다. 침이 주륵 흘렀다. 다시 공격해 오려는 원명과 거리를 벌리고 숨을 가다듬었다.
“헉, 헉.”
아무리 B급이라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다. 아이템을 쓸 수밖에.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었다. 이러다간 정말 골로 갈 수도 있었다. 나원명은 전투에서 진 상대를 살려 보내지 않았다.
해킹으로 정보를 전부 날려 버리고, 상품으로 팔 계획이었던 아이들과 탈출하려는 인간은 더욱 더.
최근에 얻은 아이템은 카리스마 스탯이 모자라 사용할 수가 없었다.
던전을 돌면서 레벨을 하나 올리긴 했었으나 가장 급한 매력 스탯을 1로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 스탯을 4개나 사용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카리스마는 혹시 몰라 7로 만들어 놓은 게 전부였다.
그러니 내가 사용할 아이템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2개 남은 울파란의 소환석. 여기서 하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상한 행동을 눈치챘는지 원명이 다른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미지 트레이닝.”
공격에 맞아 벌어졌던 거리를 확 좁혀오는 원명을 보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원명은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마음이 급해져 인벤토리를 열어 소환석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띠링.
[상대방의 스킬 범위 안에 있음으로 행동이 제한됩니다.]이건 또 무슨 스킬이야?
이 정도의 스킬과 전투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B급이라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아마 A급 헌터와 싸워도 지지 않을 것이다.
원래도 싸움에 도가 튼 녀석이었다.
하지만 나원명이 싸움에 도가 텄다면 나는 맞는 데 도가 텄다.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정확히 명치에 원명의 주먹이 꽂혔다.
퍼억-!
“……!!”
억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강력한 한 방에 침과 함께 피가 주르륵 흘렀다.
충격에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