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46
47화
-재도전 (2)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
그러자 익숙한 메시지가 그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띠링.
[시험을 수락하셨습니다.]비밀 던전의 주인으로 가는 길 (1)
난이도: D
제한 시간 안에 몬스터를 전부 처치하시오.
제한 시간: 1시간
특수 효과: 던전에서 부상을 입지 않습니다.
소리 전달 스킬 사용이 불가합니다.
[곧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됩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메시지가 뜨고 나서 예상했던 대로 땅에서 진동이 울렸다.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골렘들이 덜덜 떨리는 땅에서부터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에도 공략을 했었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할 자신이 있었기에 기대마저 들 정도였다.
납치당할 때 빼앗긴 악기는 영영 돌려받지 못할 줄 알았는데 센터 사람들이 다행히 잘 챙겨서 병원 책상 위에 내 물건들을 올려놔줬다.
센터 인간들 다 별로라고 욕했던 것을 반성한 순간이었다.
“역시 돈이 많고 봐야 하나.”
이권이 준 리코더를 바라보며 든 생각이었다. 아마 던전의 부산물로 만든 리코더일 것이다.
일반 리코더와는 재질부터가 달랐다. 검은색 바탕의 몸체가 은은하게 빛나는 것을 보니 마정석을 이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이권이 준 리코더를 던전에서 사용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
하지만 이 던전은 일반 리코더가 통하는 곳이 아니었으니 아까워할 필요는 없었다.
“자, 이번엔 바로 가자.”
리코더 다음은 마지막 남은 소환석 차례였다.
이날을 위해 아껴뒀던 소환석이었다. 원래는 2개를 전부 써서 빠르게 해치우려고 했는데 1개를 원명과 싸우는 데 투자해 버렸다.
계획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때보다 등급도 경험치도 달랐으니 할 수 있었다.
파삭-
띠링.
[소환석을 사용하셨습니다.사용 횟수: 0]
기분 좋은 알림과 함께 이제는 익숙해진 울파란이 소환되었다.
“가라!”
명령과 함께 총알처럼 뛰쳐나간 울파란은 전보다 빨라진 속도로 골렘들의 피부에 구멍을 내놓았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울파란이 구멍내 놓은 부분을 리코더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콰직-!
전과는 다른 소리에 확신했다.
‘이건 금방 끝낼 수 있겠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그래도 한 번 경험해 봤다고 패턴을 익혀 물 흐르듯이 처치해 나갈 수 있었다.
등급이 오른 것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번처럼 힘 스탯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것도 아니었는데 타격이 훨씬 잘 들어갔다.
역시 등급 차이는 스탯으로 메꿀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띠링.
[처치 몬스터: 3]정신없이 울파란이 공격해 놓은 미니 골렘들을 공격하다 보니 어느새 3마리나 처치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은 50분.
엄청난 성장이었다. 심지어 아직 버프나 디버프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S급은 얼마나 강할까.”
등급이 이 정도로 차이나는 것이라면 헌터들의 최정상에 있는 S급 헌터는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말일까.
B급이었던 나원명도 그 정도였는데, S급은 상상도 못 할 정도겠지.
내가 과연 그 정상에 도달할 수 있기는 할까?
이 아이러니한 칭호와 시스템이 S급이 되는 것을 허락해 줄까?
띠링.
[처치 몬스터: 5남은 시간: 33분 27초]
마지막 골렘을 처리하고 나서 울리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쓸데없는 공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이 던전부터 공략해야 했다. 골렘들을 다 처치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까.
“정신 차리자!”
철썩-
양 볼을 손으로 강하게 때리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착실히 강해지고 있었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던전들을 차근차근 처리하다 보면 언젠간 넘볼 수 없다 여겼던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야 했다.
미니 골렘들의 시체가 땅으로 사라지자 드디어 본게임이 시작되었다.
아까와는 다른 거대한 진동이 땅에서 울리고 나는 놀이터 구석에 있는 시소 뒤로 몸을 옮겼다.
크아아악–!!
거대한 괴성이 들리며 자이언트 골렘이 땅에서 솟아났다.
나도 모르게 주변을 휙 둘러봤다. 저번 던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소가 놀이터라 확 트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냥 평범한 일반 던전에서 이렇게 트인 장소를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던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익숙한 현대 장소여서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나가다가 누군가가 이 몬스터를 보고 신고라도 할까 봐 괜한 걱정이 들었다.
자이언트 골렘의 등장으로 미끄럼틀과 그네가 부서지고 주변 나무들이 쓰러졌지만 이 난리에도 나타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이 던전이라는 증거였다.
던전이라는 증거를 또 알 수 있는 부분은 하늘의 경계였다. 무채색의 막이 거대한 돔처럼 우리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던전인 걸 아는데도 누가 올까 봐 겁나네.”
중얼거리며 아직 사라지지 않은 울파란을 확인했다.
지난번에는 미니 골렘들을 처리하자마자 사라졌으나 지금은 내 옆을 굳건히 지키고 서 있었다.
전투가 완전히 끝나거나 일정 대미지를 받으면 사라지는 구조인 모양이다.
“이제는 버프 차례네.”
나는 이권이 선물해 준 리코더를 들어 올렸다. 일반 리코더보다 크기도 크고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 단단한 리코더를.
소리를 내보니 소리도 일반 리코더와는 달랐다. 좀 더 중후한 소리가 귓가에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이 리코더의 첫 곡은 역시 변하지 않는 ‘나비야’.
띠링.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쉬운 곡이지만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시전 대상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50% 증가합니다.]등급이 올라서 그런지 버프 적용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리코더 소리가 달라져서 버프가 달라질까 봐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디버프로는 고민하다 방어력을 낮추는 ‘떠나지 마’를 선택했다.
새로운 곡을 생각해내기에는 두 곡이나 불러야 했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날 버린 너는 죽어 마땅해!]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시전 대상 방어력과 이동속도가 60% 감소합니다.]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스킬은 버프보다 디버프가 훨씬 더 잘 들어가는 것 같았다.
스킬을 전부 적용시키고 나서 완전한 몸을 드러내고 나를 향해 주먹을 드러낸 자이언트 골렘을 바라봤다.
그래, 니가 강해 봤자 나원명보다 강하겠냐.
“오늘dp야말로 박살내 주마!”
호기롭게 외치며 골렘이 공격을 하기 전에 거대한 팔 위로 뛰어 올라갔다. 울파란도 반대편 팔에 올라 혼란을 주었다.
몸집이 거대하다 보니 공격할 곳도 참 많았다.
저번 전투로 골렘의 약점은 연결 부위라는 것을 알아냈으니 그쪽만 공략하면 될 것이다.
퍽-!
크아아악-!
우선 어깨까지 뛰어올라가 연결된 부위를 강하게 내리쳤다.
띠링.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공격 시 상대방의 방어력을 30% 무시합니다.]역시 악기 공격의 적용도도 올라갔다.
자이언트 골렘은 괴로운 소리를 내며 팔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나를 털어내려는 것이었다.
온통 돌바닥이었기에 잡을 곳이 없어 리코더를 팔에 강하게 찔러 넣었다.
팍-!
리코더가 일직선으로 꽂히고 지지대가 되어 겨우 날아가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울파란은 이미 멀리 나가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뛰어올라 내가 했던 것처럼 연결 부위에 이빨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미니 골렘들처럼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미미하게나마 금이 갔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래도 공격이 통하긴 통한다는 의미였으니.
크아악-!!
자이언트 골렘은 내가 떨어지지 않자 반대편 손을 들어 올려 나를 잡아챘다.
이동속도 버프를 올려놓지 않기도 했고 생각보다 골렘의 반응속도가 빨라 쉽게 잡혀 버리고 말았다.
골렘은 나를 아파트 건물 벽으로 내던졌다.
“윽!”
아파트 벽에 꽂히는 아픔은 상당했다. 완벽한 무적 효과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등급을 올린 효과가 있는지 지난번처럼 죽을 듯이 아픈 건 아니었다.
벽에 꽂혀 버린 몸통을 꺼내 바닥에 착지했다. 공격은 통하는 것 같은데 큰 한 방이 필요했다.
자이언트 골렘은 미니 골렘들처럼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울파란도 별수 없어 보이고, 어떻게 해야 햐지?”
순간 지완이 선물로 줬던 반지가 생각났지만 이내 포기했다.
여기서 쓰기엔 너무 아까운 물건이었다. 게다가 표식을 남기거나 정보를 알아낸다고 해서 눈앞의 몬스터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크아악!!
쾅-!
한참을 고민하며 공격을 간신히 피하고 있을 때 골렘이 발로 강하게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발아래 있던 땅이 진동하더니 쑥 솟아올라 내 몸뚱아리를 허공으로 내던지는 것이 아닌가.
“으악!”
자이언트 골렘의 스킬이었다.
골렘은 그대로 공중에 있어 무방비한 나를 그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내리쳤다.
퍼억-!
커헉!
결국 다시 바닥에 단단히 꽂혀 버리고 말았다.
크워억-!!
콰광, 쾅쾅!!
그리고 그것에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내가 박혀 있는 바닥을 주먹으로 연속해서 내려치기 시작했다.
“푸확! 이 힘에 이 속도는 진짜 반칙이지!!”
돌가루들을 입으로 내뱉어내며 정신없이 소리쳤지만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으, 생각해라 한설!!”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머리를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원명과는 또 다른 강함이었다. 겨우 공격이 멈췄을 때 바닥에서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반격이랍시고 리코더로 팔과 다리를 수차례 공격하니 팔다리에 금이 갔다.
자이언트 골렘도 지쳐 보였지만 역시 한 방이 부족했다.
이대로 가다간 시간 초과가 되어 실패할 게 뻔했다.
크르륵-!!
그때 울파란이 무언가 거대한 검은 구를 입에서 생성해내기 시작했다.
“맞아! 너 스킬 쓸 줄 알잖아!”
울파란의 검은 구를 보고 나서야 울파란도 B급 몬스터이고 스킬을 쓸 줄 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너 저번에는 왜 안 썼냐!!”
억울한 마음에 소리를 버럭 외쳤지만 울파란이 알아들 리가 없었다.
우선 저 공격을 정통으로 맞게 해야 했다.
자이언트 골렘의 시선을 나에게 끌리게 하기 위해 팔다리를 휘적거렸다. 그랬더니 골렘은 그대로 어그로가 끌려 나에게 다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검은 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 그대로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고!”
거대한 발이 땅을 짓밟자 몸이 공중으로 뛰어올랐지만 이번에는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캉-!
똑같은 패턴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리코더로 흘려보내고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울파란을 돌아보니 검은 구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래, 잘한다! 가라 울파란!!”
손을 들면서 응원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거대해진 구가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자이언트 골렘의 목 부분으로 쏘아져 나갔다.
쿠광-!
거대한 연기가 우리를 덮치고 앞이 잠시 동안 보이지 않았다.
“됐나?”
시간이 지나 연기가 걷히고 자이언트 골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기대에 찬 눈으로 돌아봤다.
하지만 자이언트 골렘의 목은 기대와 다르게 멀쩡히 잘 붙어 있었다.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금이 생기기는 했으니까.
“하,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한숨을 푹 쉬며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제한: 10분 5초]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었다. 벌써 20분이나 사용한 것이다.
저 골렘이 끝이 아닐 수도 있었다.
“소리 전달 스킬 다 채우고 올걸.”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이대로 30일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건가 낙심할 때였다.
“다른 악기 써 볼까…?”
머릿속에 이권이 선물해 줬던 무수히 많은 악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 보면 리코더만 악기가 아니었다.
가장 연주하기 편해서 리코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악기 공격 스킬은 딱히 연주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백이권이 뭐 줬더라….”
자이언트 골렘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하기 전에 재빨리 인벤토리를 열어 악기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한 악기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드럼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