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47
48화
-드럼채로 맞으면 얼마나 아프게요?
“드럼채….”
어떻게 보면 이권이 줬던 리코더보다 작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녀석이었다. 게다가 드럼은 없었고 오직 채만 있었다.
이걸 악기라고 칭해도 좋을지 몰랐다.
하지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사실 때문에 드럼채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드럼은 ‘타악기’였다.
몸체를 손이나 채로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
이렇게 악기 공격 스킬에 어울리는 악기가 또 있을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나는 리코더를 인벤토리에 잠시 넣어두고 드럼채를 마치 쌍칼처럼 양손에 쥐었다.
띠링.
[악기의 교체로 ‘악기 공격’ 스킬의 중첩 효과가 사라집니다.]“윽, 이건 좀 뼈아픈데.”
드럼채로 교체하자마자 뜨는 메시지를 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0%씩 차근차근 올라 거진 210%의 효과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래도 이미 사라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드럼채가 제대로 먹히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후, 어디 한번 해보자고!”
크워어어-!
자신의 목을 감싸며 분노하고 있던 자이언트 골렘이 튀어 오르는 나를 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주먹을 피하지 않고 드럼채를 높이 들어 올려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파악-!!
강렬한 소리가 퍼져 나갔다.
띠링.
[스킬에 적합한 악기로 교체되었습니다. 현재 악기를 사용하는 동안 ‘물질의 리듬’ 스킬이 적용됩니다.] [생체 리듬 80% 분석 완료.]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공격력이 180%(+80) 증가합니다. 공격 시 상대방의 방어력을 180%(+80) 무시합니다.]파사삭-
메시지를 읽기 전 나는 놀란 눈으로 자이언트 골렘의 주먹을 바라봤다.
크워어어억-!!
괴로움의 신음을 내뱉은 골렘의 오른쪽 손은 산산조각이 나 돌가루가 되어 있었다.
주먹에서 끝나지 않고 금이 팔 위까지 올라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팔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이게 뭐야.”
멍한 목소리를 중얼거렸지만 눈앞에 벌어진 일이 좋은 상황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목소리에 즐거움이 묻어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상황 파악을 위한 멍한 목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환희의 목소리로 변했다.
“대박이잖아!”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스킬이 특이하고 효과가 다양한 것처럼 그에 맞는 악기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스킬과 그에 적합한 악기가 만나니 그 시너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이제껏 나는 악기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물질의 리듬’은 대체 무슨 스킬이지?”
골렘의 부서진 손을 충분히 감탄하고 나서야 방금 전 떠올랐던 메시지가 생각나기 시작났다.
[물질의 리듬 (Lv.1)]발동 조건: 악기 공격 스킬 사용.
사용하는 동안 패시브 스킬, ‘생체 리듬’이 발동합니다. 대상의 생체 리듬을 분석하여 대미지를 추가로 입힙니다. 대상의 생체 리듬 분석도가 높을수록 대미지가 올라갑니다.
[생체 리듬]공격 대상의 생체 리듬을 분석하여 약점을 파악합니다. 분석이 100%가 되면 치명타가 적용됩니다.
스킬창을 띄워 살펴보니 또 엄청난 스킬을 얻었다.
스킬을 얻은 것이 아니라 원래 자연스럽게 사용해야 했던 스킬인 것 같지만.
“이제 해볼 만하겠네.”
해볼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이 스킬만 있었으면 나원명도 쉽게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부서진 골렘의 팔이 그 증거였다.
크워어-!
자이언트 골렘이 한층 꺾인 기세로 다른 한쪽 팔을 휘둘렀다.
“하앗!!”
힘차게 기합을 넣으며 자이언트 골렘의 팔을 날려 버렸다.
파사삭–!
조금 전에는 급하게 상대하느라 어떻게 공격이 들어가는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라도 공격이 들어가는 모양새를 자세히 살펴봤다.
‘생체 리듬’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골렘의 팔은 마치 잎사귀의 잎맥처럼 드럼채와 맞닿은 부분부터 갈라졌다.
그 갈라진 사이로 금빛 물질이 지나가며 갈라짐을 부추기고 있었다.
자이언트 골렘의 팔은 사막의 모래가 흩날리듯 그렇게 가루가 되어 버렸다.
리코더로 팰 때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공격력이 280%(+80) 증가합니다. 공격 시 상대방의 방어력을 280%(+80) 무시합니다.]스킬의 적용도도 리코더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이권이 아니었다면 악기 공격의 진정한 효과를 평생 보지 못할 뻔했다.
“사람에게 쓰면 불구가 되겠는걸.”
위험한 스킬이었다. 그만큼 효과도 엄청났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나는 양손이 부서져 버린 골렘의 나머지 부분들을 부숴 버리기로 했다.
퍽-!
파사삭-
크워어억–!!!
띠링.
[처치 몬스터: 6] [남은 시간: 2분 47초]결국 자이언트 골렘은 공격을 맞고 몸 전체가 가루가 되어 버렸다.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평범한 던전에서 만났다면 죽었을 거야.”
악기 공격의 진정한 힘을 보지 못하고 골렘의 스킬에 당해 죽임을 당했을 테지.
혹시 또 몬스터가 생성될지도 몰랐기에 긴장의 끊을 놓치지 않았다.
띠링.
[시험 종료.]비밀 던전의 주인으로 가는 길 (1) 성공.
다음 시험까지 30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비밀 던전의 1단계가 해금됩니다.
“하, 성공이네.”
긴장감이 탁 풀렸다. 더 이상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다.
들고 있던 드럼채를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던전을 돌아봤다.
던전은 실패했을 때처럼 사라지지 않고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뭔가 더 있는 건가?
띠링.
내 말을 반증하듯 메시지가 다시 울렸다.
[1단계 해금으로 스킬, ‘인간 작곡’를 획득했습니다.] [1단계 해금으로 비밀 던전, ‘1단계’에 제약 없이 출입할 수 있게 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와 오늘 얻어가는 스킬이 많네.”
메시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게다가 레벨도 2개나 올랐으니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킬 정보.”
[인간 작곡(Lv. Max)]발동 조건: 만물의 소리 획득, 각성된 인간.
재각성 가능성이 높은 인간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각성을 돕습니다. 인물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성공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게 뭐야…?”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헌터를 재각성시킬 수 있다고?”
마치 신의 권능 같지 않은가.
“꾸우-”
스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놀이터의 정글짐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의 소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직 남아 있는 몬스터가 있는 건가?”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드럼채를 다시 손에 들고 소리가 났던 정글짐 위로 기어올랐다.
“어? 이게 뭐지?”
“꾸우!”
정글짐 꼭대기에 있던 것은 작은 솜뭉치였다. 정확히 하자면 솜뭉치 모습을 한 몬스터였다.
솜뭉터기에 눈코입이 작고 귀엽게 달려 있었다. 자칫하면 인형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귀엽네…?”
하지만 아무리 귀여워도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눈을 빛내며 드럼채를 들어 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솜뭉터기를 들어올렸다.
띠링.
[이름을 지정해 주십시오.]“뭐야, 이름?”
이거 설마…. 펫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껏 펫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기업과 길드가 몬스터를 펫화시키기 위한 연구를 한다는 기사는 많이 봤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였고 성공 사례는 없었다.
직업이 사육사인 김지완의 사역마는 예외의 경우였다. 지완의 사역마라고 해봤자 검은 마력이 몬스터로 형상화됐을 뿐이니까.
펫화는 아무도 성공한 적 없는 미지의 영역.
그런데 몬스터에게 이름을 지정해 주라는 메시지와 귀여운 얼굴을 한 솜뭉치는 펫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했다.
일단 메시지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이름을 생각하기는 했다.
“뭐라 짓지? 이름 짓는 데 재능 없는데…. 솜뭉치니까 소미 어때?”
솜뭉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솜뭉치는 이름이 마음에 든 것인지 몸을 두둥실 떠올렸다.
“꾸우!”
“그럼 결정, 소미로 할게.”
띠링.
[펫 ‘소미’를 획득했습니다.]역시.
메시지가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비밀 던전이라는 건 펫도 주고 미친 스킬도 주고, 좋은 거구나.
공략하기 너무 잘했다.
이름을 지어주자마자 신이 나서 내 주변을 맴돌던 소미는 머리 위에 안착했다.
자세히 보니 구름같이 포슬포슬해 보이는 털 아래로 작은 다리 4개가 튀어나와 있었다.
“근데 이 녀석이 전투는 할 수 있는 건가.”
전체적인 인상도 양같이 순해서 소미를 얻은 것이 좋은 것인지 헷갈렸다.
“펫 정보.”
[이름: 소미]솜사탕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털을 가진 존재. 하늘을 날 수 있다.
등급: ?
스킬 – 3개
안개화 (?)
???
???
“뭐야, 다 물음표라고? 대체 무슨 몬스터야? 설명은 왜 이게 전부지?”
안개화 빼고는 다른 스킬들은 물음표로 되어 있어 전투에 이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펫이었다.
사실 이 던전 자체가 의문투성이이긴 했다.
눈을 끔뻑거리고 있는 사이 던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비밀 던전이라 해서 마음껏 던전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아니지, 언제든 1단계 비밀 던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으니까. 골렘들을 언제든 사냥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경계가 걷힐 때마다 부서지고 망가졌던 건물이나 바닥이 원상복구 되고 있었다.
던전이 사라졌는데도 소미는 여전히 내 머리 위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헉, 잠깐만.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돼!”
특히 이권이 곧 이곳으로 올지도 몰랐다. 저번에도 비밀 던전이 사라지자마자 등장했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컸다.
“소미야 안개화 써. 안개화!”
나는 소미에게 유일하게 확인했던 안개화를 쓰라고 종용했다. 구름 같은 생김새와 스킬 이름도 안개화였으니 투명하게 변하는 능력일 가능성이 컸다.
“꾸?”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꾸-꾸-거리는 소미를 보고 다급해졌다.
“너 연구 대상이 돼서 실험대 위에 올라가고 싶어!?”
소미를 머리 위에서 내려놓고 마구 흔들어 댔다.
그런 내 마음이 전달된 것인지 아니면 흔들리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소미의 몸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들어오기 전과 마찬가지로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소미를 일반인들에게 들키진 않은 모양이었다.
펫이 아니더라도 몬스터가 밖을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은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커뮤니티와 뉴스에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였고.
“휴, 집에 가자.”
완전히 모습이 사라진 소미에게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소미가 안개화를 하면 난 어떻게 보지?
[펫과 동기화되었습니다.]걱정하지 말라는 듯 메시지가 뜨며 안개화를 쓴 소미의 모습이 투명한 스티커처럼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 편리하네.”
다행히도 소미의 모습은 주인인 나에게는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제 눈에 띄기 전에 가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집을 향해 몸을 돌렸을 때였다.
펄럭-
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하늘을 바라보니 공중에 떠 있는 검은 물체가 우리가 있던 놀이터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속도가 빨라 금방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백이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