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48
49화
-대규모 레이드의 예고
* * *
“이건 진짜 말도 안 돼요. 센터장님이 없으면 센터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 잘 알고 이러는 거라고요!”
남현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억울할 것도 없어. 상대의 동의 없이 스킬을 거는 건 범죄야. 모범이 되어야 할 센터가 범죄를 저질렀는데 정직 한 달이면 싼 거지.”
상대의 동의 없이 스킬을 거는 것이 범죄이긴 했으나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걸리면 벌을 받아야 하나,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남현은 지완이 그런 짓을 용인할 리가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정직만 당했어요? 헌터 일도 못 한다는데.”
대신 자기 자신에게만 엄격한 지원에게 불만이라는 듯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리고! 센터 위에 헌터재판소가 있습니까? 자기들이 뭐라고 던전에 들어가는 것마저 제한한답니까?!”
쾅-!
남현의 화가 가득한 주먹이 책상에 작은 구멍을 냈다.
“월급에서 깐다.”
지완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그것에 더욱 열 받는 사람은 남현뿐이었다.
“아니, 이번에 책상 수십 개를 구멍 내셨으면서 저한테만 뭐라 합니까?”
“나도 내 월급에서 깠어.”
남현은 그 말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는 데 뭐 있다.
지완은 사전 동의 없이 일반 헌터에게 스킬을 사용하고 정보를 열람한 것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징계를 먹었다.
센터는 대형 길드들을 제외하면 권력의 정상에 있는 기관이었다. 그들을 벌할 수 있는 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기관을 제외하고.
그게 바로 헌터재판소였다.
헌터재판소의 역할은 간단했다. 헌터인증센터와 헌터 일에 관련된 공공기관, 혹은 대형 길드의 불법을 고발하고 재판하는 것이다.
대형 길드는 좀처럼 처벌이 쉽지 않았다.
세계 정상급이라 불리는 백이권 같은 S급 헌터가 수틀리면 손가락질 한 번에 지부 하나가 사라진다.
잘못 건드렸다가 사라지는 것은 지부가 아니라 재판소가 될 터였다. 그러니 쉽게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제일 만만하지.”
으득.
이를 갈은 소리가 남현의 입에서 들렸다.
대형 길드를 건들일 수 없으니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헌터인증센터를 건드리는 것이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하이에나들밖에 없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본분을 잊은 내 잘못이지.”
평소에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있던 재판소가 먹이를 주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문제는 지완이 없으면 센터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작게는 서류 결재에서부터 크게는 헌터들의 난동의 제어까지 말이다.
삐웅- 삐웅-
그때였다.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사무실에 가득 울리기 시작했다.
천장에 달려 있던 전등이 붉은빛으로 변하고 사무실에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하던 것을 멈췄다.
사무실 책상에서 간단히 짐을 챙기고 있던 지완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남현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긴급 상황! 홀로그램실에 모여!”
지완의 외침에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지완이 말한 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건 좀 위험한데….”
“하필 이럴 때 A급 던전이야!”
짜증을 부린 남현도 다급히 홀로그램실로 이동했다.
던전이 생성되는 것은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A급 이상의 던전은 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울리는 이 소리는 A급 이상의 던전이 출현했을 때 울리는 사이렌이었다.
던전의 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센터의 일이었다. 대형 길드에서 등급을 매기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웬만하면 센터의 담당이었다.
센터에는 마력을 감지하는 거대 홀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던전을 찾아가서 등급을 매기는 것이 가장 정확했지만, 그러기엔 인력도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A급 이상의 던전은 측정 수치가 넘어가 홀로그램도 마력을 측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사이렌을 울리게 되는 것이다.
“어떡하죠? 역시 A급 던전이에요. 게다가 중상위권 수치라고 합니다.”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측정을 위해 현장으로 튀어간 직원의 전화를 받은 누군가가 외쳤다.
같은 등급의 던전이라도 조금씩의 난이도 차이가 있었다. A급이어도 수치에 따라 하위권, 중위권, 상위권으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A급 상위권 던전은 보통 일반 헌터들에게 의뢰로 돌리지 않고 대형 길드에 의뢰를 넣거나 센터에서 직접 공략을 하는 편이었다.
보통 대형 길드에서 높은 마력을 인지하고 먼저 센터에 A급 던전을 달라고 요청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하필 지금 그 대형 길드들이 모두 다른 A급 던전을 공략하는 중이었다.
A급 이상의 던전은 대형 길드에게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 공략 준비기간이 길다.
간혹 가다 준비기간이 겹쳐 대형 길드에 의뢰를 넣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센터에서 레이드 인원을 뽑아 S급 헌터인 지완을 리더로 두고 공략한다.
하지만 지완이 징계를 먹은 지금, 그것도 할 수 없는 상황.
“하여튼 도움이 안 되는 대형 길드들 같으니라고!”
남현은 괜한 곳에 울분을 토해냈다.
“센터장님이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니 어떡하죠?”
“어쩔 수 없지. S급이 없으면 숫자로 밀고 가는 수밖에. 최대한 A급, B급 헌터 위주로 사람들 모으고 혹시 모르니 그 아래 등급 헌터들도 싸그리 불러들여.”
“그렇게 해도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까요?”
“안 돼도 되게 해야지. 긴급 상황이라고 재판소가 징계를 풀 리도 없고. 괜찮아, A급 헌터들을 많이 배치하면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충분히 공략 가능해.”
S급 헌터가 있으면 던전 공략의 시간이 확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얘기였지만, 그게 A급 헌터들이 A급 던전을 공략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중상위권 던전이라 조금 버거울 뿐이지, A급 수십 명이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공략은 가능했다.
“지금 당장 커뮤니티에 의뢰서 올리고 길드에도 남는 인원 충원해 달라고 지원 요청 보내.”
가장 큰 문제는 대형 길드들이 모두 던전을 맡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A급들은 대형 길드에 많이 분포해 있기 때문에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되는 대로 전부 헌터들을 모으는 게 낫겠어. 한 100명 정도면 충분하겠지.”
지완은 침착하게 다른 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이곳에서 사상 최대 인원의 대규모 레이드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 * *
“진짜 예상을 벗어나질 않네. 도망가야지.”
미친 속도로 다가오는 이권을 보며 몸을 돌려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이건 공포심에 나오는 무의식적 도주였다. 누구라도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백이권을 보게 된다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S급 헌터의 속도를 한낱 C급 헌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지?”
어깨를 잡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권을 돌아봤다.
미소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이렇게 보기 싫었던 적도 없을 것이다.
“집에 가스불을 켜고 나온 게 생각나서요.”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어째 오름과 만난 뒤로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것 같았다.
“저번에도 그렇고, 항상 이상한 마력이 느껴질 때 그 자리에 네가 있는 건 우연인가? 게다가….”
이권은 내 말을 사뿐히 무시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뭔가 달라졌어.”
미친 마력 민감도의 소유자 같으니라고.
소미의 마력을 감지한 것이다. 소미는 머리 위에 둥지를 튼 것처럼 앉아 있었다.
이권의 눈에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테지만 마력까지 숨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달라지긴요, 안 바쁘세요?”
“할 일이야 쌓여 있지. 지금도 던전 들어가기 전에 잠깐 들린 거야.”
그럼 던전 들어갈 준비나 할 것이지, 왜 여기까지 찾아오고 난리래.
“그렇게 질색하는 표정 짓지 마. 상처받아, 설아.”
“제 이름 막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나저나 여기서 멍 때리고 있는 거 보니 아직 모르나 봐?”
살갑게 친한 사이인 듯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는 이권을 보며 소름이 돋아 한마디를 던졌다.
그러다 입술을 씰룩이며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이권의 입술에게로 시선이 갔다.
“뭘 모르는데요?”
“아직 커뮤니티에 안 들어갔나 보네. 설이에게도 좋은 기회일 것 같네.”
상큼하게 웃는 이권은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의 현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잘생겼지만, 그 웃음보다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던전에서 나오고 다시 한번 보자고. 그리고 이거.”
이권은 뭔가를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뭐죠?”
“병원 신세 좀 졌다며. 우리 귀한 헌터께서 함부로 몸을 다루는 걸 볼 수가 있어야지.”
이권이 건넨 것은 붉은빛을 띠고 있는 포션이었다. 체력 포션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색이 달랐다. 더 붉고 진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
한 마디로 더 비싼 놈이라는 소리였다.
“이거 진짜 저한테 주는 거예요?”
“당연하지.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있어 달라고.”
이권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도약하더니 결국 다시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갔다.
“…왜 온 거야?”
그의 돌발적인 행위가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지만 오히려 좋았다. 손에 들린 비싼 체력 포션을 보니 돌발적인 이권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지금 커뮤니티 난리 났네?”
이권의 말대로 커뮤니티에 들어갔더니 다들 한 가지 소식으로 난리가 나 있었다.
수십 개의 게시글로 몇 페이지나 차지하고 있어서 뭐부터 확인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이럴 때는 공지글을 확인하는 게 제일 빨랐다.
공지사항에 들어가니 고정으로 걸려있는 한 개의 모집글이 떠 있었다. 제목을 보니 센터의 의뢰글이었다.
“헉!”
글의 내용은 요약하자면 대충 이랬다.
A급 던전 공략을 할 예정이니 어떤 등급의 헌터든 상관없이 신청하라는 것.
게다가 던전에 들어갈 인원수도 어마어마했다. 무려 100명.
레이드 평균 인원수가 15명에서 25명 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였다.
이건 사상 초유의 레이드 모집이었다.
센터에서 이런 의뢰글을 올린 적도 처음이거니와 100명이 넘는 헌터들이 모이는 레이드도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난리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댓글은 보니 반응도 다양했다.
[대박ㅋ 여기서 잘만 하면 인생 역전 아님?] [ㅉㅉ어차피 A급이나 B급 헌터만 뽑겠지. 우리 같은 하급들을 뽑을 리가 없음. 꿈 깨라.] [사람 존나 몰리겠다. 이 정도면 몬스터보다 헌터가 많은 거 아님?ㅋㅋㅋㅋ] [와 미쳤다!! 꼭 됐으면 좋겠다ㅠㅠㅠ] [센터 돈 개깨지겠닼ㅋㅋㅋ 센터에서 처리할 능력 없으니까 올린 거 아님? 저번 납치 사건도 일반 헌터가 해결했잖아.]긍정적인 반응도 있었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당연히 있었다.
어떤 반응이었든지 지금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레이드 모집글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건 기회다.’
나설 기회가 별로 없을지도 몰랐지만 던전 오류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던전이었다. 경험치를 꽤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지원자들 몰려서 서류부터 본다는데 하급이 통과하겠냐고. 기만이다ㅋㅋㅋㅋ]쭉 내리다 보인 댓글이었다. 추천수와 좋아요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니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지원자가 상당할 것 같았다. 서류상으로 E급인 나는 명함도 못 내밀고 탈락할 게 눈에 훤했다.
“어쩔 수 없지. 지인 찬스를 쓰는 수밖에.”
하지만 나는 지완과의 인연이 있었다. 빽을 이용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