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53
54화
-장현지 구출 대작전
“꼭 몬스터와 싸울 필요 없어요! 퀘스트에선 그저 장현지만 구출하면 된다고 했어요. 싸워서 이기는 건 무리일지 몰라도 잘 피해 다니면 괜찮을 거예요!”
“그, 그럴지도! 피하는 거라면!”
신애의 말에 다들 설득당하고 있었다. 신애는 이제 보니 꽤 리더의 재능이 있었다.
다들 구출 작전에 들뜬 모습이었으나 정확히 상황 파악이 안 된 자들의 모습처럼 보일 뿐이었다.
사람들을 뒤로하고 용운에게로 다가갔다. 어쨌든 레드 드래곤 레어도 용운이 있어야 갈 수 있었으니까.
용운은 필참이었다.
“용운 님, 그럼 레드 드래곤의 레어가 어디인지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네! 레드 드래곤의 레…. 네?”
몬스터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가장 기뻐하던 용운은 레드 드래곤의 레어로 안내해 달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다.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되물어오는 용운에게 확인 사살을 해줬다.
“레드 드래곤의 레어요.”
“거, 거긴 왜…?”
“아까 못 들었어요? 레드 드래곤한테 잡혀간 장현지를 구해야 한다니까요?”
“히익!!”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용운은 기절할 것처럼 굴었다. 그 반응에 어이가 없는 것은 이쪽이었다.
그럼 레드 드래곤에게 잡혀갔는데 레드 드래곤 둥지에 가야지, 오크 둥지에 찾아가나?
용운의 반응을 보고 한숨을 쉬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드래곤을 토벌하러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위험한 일이었다.
왜 드래곤의 둥지에 가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냐고 원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드래곤 레어에 도착하자마자 줄행랑을 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여기에 남는 것이 나았다. 어차피 몰래 구출하는 것이니 인원이 적은 게 더 효율적이니까.
신애가 열심히 사람들을 설득해 줬지만, 몬스터를 보고 도망갈 사람이라면 이쪽에서 사양이다.
“저희들은 레드 드래곤 레어로 갑니다. 퀘스트를 받았으니 이미 아시겠지만 레드 드래곤에게 잡혀간 촌장의 딸을 구하러 가는 겁니다. 겁이 나시는 분들은 여기 남아도 괜찮습니다.”
“미쳤어! 드래곤 레어로 간다고? 그거 완전히 죽으러 가는 거 아니야?”
역시 예상대로 동요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다 같이 퀘스트도 봤으면서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이 왜 이래.
드래곤과 마주쳐 본 적도 없으면서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름에서 오는 공포 때문일 것이다.
흔히 판타지 소설에서나 최강자로 자주 등장하는 그 이름은, 이름 그대로 강력한 등급을 가지고 있긴 했다.
드래곤 옆에 SS로 표시된 등급은 살면서 처음 보는 등급이었다.
헌터나 던전의 등급을 나눌 때 가장 높은 등급을 주는 S급은 결국 인간이 나눈 애매한 기준이었다.
그런데 시스템이 나서서 SS급이라고 측정한 결과라니.
그러니 확실히 능력 있고 쓸 만한 스킬이 있는 사람들만 데리고 가야 했다.
“많이 위험할까요?”
신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드래곤이니까 당연하지.
“위험하긴 엄청 위험할 거예요.”
확언했다.
드래곤을 마주치지 않고 끝나는 것이 베스트였으나 드래곤이 사는 집에 쳐들어가는 마당에 집주인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나, 난 빠질래.”
“나도.”
신애는 다 설득해 놓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포기를 해 버리니 아쉬운 모양이었다.
“여기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도 당신들과 똑같은 D급이라고요. 한 명이라도 더 가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죠!”
“신애 님, 그만하시죠.”
탐탁지 않아 하는 신애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렸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저는 안타까워서…. 사람들은 그저 자기 등급이 낮으니까 당연히 안 될 거라는 패배자 의식에 찌들어 있을 뿐이라고요.”
“그렇다고 사람들의 목숨을 저희가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신애는 입술을 깨물며 가만히 있었다.
신애도 잘 알 것이다. 지금 신애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신애가 설득을 멈추고 마을에 남을 사람들이 추려지자 구출팀은 겨우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저도 마을에….”
용운이 땀을 삐질 흘리며 마을에 남는 사람들 무리로 다가가자 잽싸게 그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용운 님은 저희랑 함께 가시죠.”
“앗, 왜 저만!”
네가 안 가면 우리 길은 누가 알려줘.
목구멍에서 불평의 쓴소리가 빠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웃어 보였다.
“용운 님이 없으면 저희는 모두 죽을 거예요. 길을 헤매다가 우연히 만난 몬스터의 밥이 되면 용운 님은 편히 발 뻗고 주무실 수 있겠어요?”
짐짓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용운에게 책임을 떠넘기자 울상이 되었다.
“그, 그런…! 저, 저는!”
말을 좀처럼 잇지 못하는 용운에게 마지막 타를 날렸다.
“물론 용운 님 탓은 아니죠. 그냥 저희끼리 갈게요. 용운 님은 저희가 몬스터 밥이 되든 노예가 되든 마음 편히 계셔도 돼요. 어차피 용운 님도 저희보다 조금 더 오래 살다가 공략 못 해서 죽는 거죠, 뭐.”
“흐윽, 갈게요.”
눈물을 찔끔 흘리며 구출팀에 선 용운을 신애가 위로해 줬다.
그럼 이제 어떻게 장현지를 무사히 구출해내느냐가 관건인데….
“잠깐 기다려 보게!”
막 출발하려 할 때 촌장이 황급히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흰 천에 감싸져 있는 기다란 장대 같은 것을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걸 가져가게. 도움이 될 걸세.”
촌장이 넘긴 물건을 풀어보자 한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평범한 검보다 그 길이가 1.5배는 길어 보이는 길이였다.
화려하기보다는 단순한 무늬에 새하얀 검신이 꽤 비싸 보였다.
“우리 마을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신물일세.”
또 뭔지 모를 판타지 설정….
“이 마을이 생기기 전, 태초에 거대한 구름이 나타났다네….”
“와, 그렇군요! 정말 신기하네요. 이제 가보겠습니다.”
촌장은 느닷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의 역사나 설정 따위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가느니 마느니 시간을 질질 끌어서 짜증 났었는데 촌장까지 시간을 잡아먹게 둘 수 없었다.
어차피 이것도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확인해 보면 될 뿐이었다.
“잠깐…! 이 대목이 중요한 건데!”
“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빌려주는 거야!!”
구출팀의 등을 급히 떠밀며 마을을 나가려고 하자 촌장의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빌려주는 거면 어떻고 주는 거면 어때, 쪼잔하네.
속으로 촌장을 욕하며 발걸음을 열심히 놀렸다.
“그런데 촌장님이 주신 검, 정말 괜찮아 보여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대충 등에 둘러맨 검을 보더니 신애가 넌지시 말했다. 신애의 말에 나는 촌장이 준 검의 정보를 확인했다.
확실히 괜찮아 보이는 무기이긴 했으니까.
[빛의 검]밝혀진 것이 거의 없는 태초 검 중 하나.
-사용 대상의 특성을 3배 강화해 준다.
-사용 대상의 속성에 ‘빛’을 더한다.
-모든 스킬의 효과를 2배로 적용시킨다.
내구도: 1000/1000
와, 이거 미쳤네?
촌장 아저씨가 빌려주는 거라며 열을 낸 이유가 있었다.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했던 이유도 납득이 갔다.
이 정도면 S급 아이템이라고 봐도 좋았다. 내구도가 1000인 아이템은 인터넷으로 구경만 해봤다.
A급 던전 오류니 이런 아이템들도 등장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세요?”
“음, 신애 님. 이 검 쓰실래요?”
빛의 검을 신애에게 넘기자 신애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검을 저한테요? 한설 님이 받으신 거잖아요.”
“빌려드리는 거예요. 애초에 촌장님이 검 빌려주는 거라고도 했고.”
훔칠 생각 만만이지만.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좋은 무기였지만 여기서는 검사인 신애에게 넘기는 것이 맞았다.
바드인 내가 검을 써봤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겠는가.
어차피 악기도 아니면 스킬이 사용되지도 않아서 검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신애에게 검을 넘기려는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지만, 얌전히 넘겨줄 수 있었다.
던전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잠깐 동안은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으, 으악!”
그때였다.
신애의 뒤에서 바짝 따라오고 있던 용운이 겁에 질린 모습으로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회색빛의 거대한 토끼가 길을 막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 몬스터예요!”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토끼의 모양새와 흡사해 긴가민가했다.
크기만 조금 클 뿐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털이 뽀송뽀송한 평범한 토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냥 토낀데?”
키아악-!
평범한 토끼라고 말하려고 하자마자 그 토끼는 거대한 입을 쩍 벌려댔다.
그리고 그 입 안에는 평범한 토끼라고 부른 것이 민망할 정도로 선인장같이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으악!! 몬스터다!!”
“저, 전투 준비!”
“전투는 무슨 전투야! A급 던전 오류에서 나온 몬스터라고!! 도망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우리가 기겁을 하자 토끼 몬스터는 우리를 향해 뛰어왔다.
제대로 맞선 것은 나와 신애, 그리고 묵묵히 따라오고 있던 상고머리의 남자뿐이었다.
키아악!
챙.
몬스터가 이빨을 쩍 벌려 신애를 공격했지만 그녀는 나에게 받았던 ‘빛의 검’으로 재빠르게 막아냈다.
막아낸 것뿐만이 아니라 토끼의 강력해 보이는 이빨을 몇 개 박살 내기까지 했다.
“와, 이거 여태껏 들어봤던 무기랑 차원이 달라요!”
신난 목소리로 말하는 신애를 보며 쓴웃음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검사였다면 저 검을 들고 활개를 치고 다녔겠지.
다른 직업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다고 직업이 바뀌는 것이 아니었기에 본업에 충실하기로 했다.
허리춤에 항상 달고 다니는 리코더를 꺼내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몬스터의 등급이 어떤지 알 수 없었으니 방어력을 올려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녀석의 공격력을 낮춰야지.
그렇다면 ‘떠나지 마’와 ‘학교 종이 땡땡땡’이 적격이었다.
신애가 상대하고 있을 때 얼른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점점 신애가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다.
무기가 좋아졌다고 등급이 오른 것은 아니었으니까.
띠링.
[날 버린 너는 죽어 마땅해!]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시전 대상 방어력과 이동속도가 10% 감소합니다.] [학생은 선생님에게로!]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시전 대상 공격력과 방어력이 10% 증가합니다.]다행히 원하는 대로 버프와 디버프가 잘 걸렸다. 하지만 난이도가 SS급인 던전답게 10%의 효과밖에 보지 못했다.
C급으로 올랐음에도 여전히 E급일 때의 효과라니, 최악이었다.
신애는 미미하게나마 올라간 공격력으로 겨우 몬스터의 강력한 이빨을 버텨내고 있었다.
확실히 빛의 검으로 무기가 바뀌니 힘없이 당하던 때보다 버티는 힘이 올라간 것이 보였다.
“한설 님, 그쪽으로 가요!”
키아아악!!
몬스터는 공격이 막히니 좀 더 약해 보이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한 모양이었다.
바라던 바다.
인벤토리에서 잽싸게 드럼채를 꺼내 들었다. 처음부터 세게 나가야 비벼볼 만할 것이다.
퍽!!
띠링.
[생체 리듬 20% 분석 완료.]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공격력이 70%(+20) 증가합니다. 공격 시 상대의 방어력을 70%(+20)무시합니다.]키악!
껑충껑충 뛰어오던 몬스터는 냅다 후려치는 공격에 뒤로 쓸려나갔다.
타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는지 머리를 몇 번 털어낸 몬스터는 높이 뛰어올라 위에서부터 덤벼들었다.
얼굴을 들이미는 토끼 몬스터의 머리를 다시 한번 강하게 후려치자 몬스터는 불만스러운 듯 괴성을 질러댔다.
키아악!!!!
그냥 사정없이 괴성을 질러대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몬스터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뭐, 뭐지?”
“몸이 점점 공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어!”
당황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피해요! 뭔가 저지를 모양이에요!!”
신애가 한 말이 맞았다.
토끼의 몸은 점점 더 거대해져 공처럼 빵빵해졌다.
그리고 이내.
펑!!!
몬스터의 몸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섬광탄에 맞은 듯 앞이 새하얘지고 숲속에 있던 모두가 그 폭발에 휘말렸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죽음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