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60
61화
-홀로서기
이게 웬 떡이람?
“그래주시면 정말 고맙죠!”
드래곤이 혹시 농담이었다며 말을 바꿀까 봐 냉큼 대답했다.
“와! 정말 다행이에요.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신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 용운은 무섭다며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을 빛내며 좋아하고 있었다.
하긴, 드래곤의 등에 탄다는 것이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니었으니까.
동굴과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고 나서야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에서 원래의 형체로 돌아왔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작게 보이는 레어의 입구를 바라봤다.
분명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 마력의 기운을 느끼고 추환의 레이드 팀은 다시 달려올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우리는 사라지고 없겠지만.
“그래서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이 어디라고요?”
용운이 물어보자 드래곤이 말했다.
“살라리엔 백작령의 벨라리 마을이다.”
“걸어서 가면 10일은 걸리겠네요.”
“와, 방금 진짜 길잡이 같았어요.”
지도를 빠르게 훑어보던 용운은 거리를 재빠르게 계산하더니 처음으로 전문가다운 말을 내뱉었다.
그것에 신애가 신기한 듯 용운을 바라봤다.
“진짜 길잡이 맞는데요….”
용운은 소심하게 대답했다.
그나저나 10일이라니, 드래곤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어차피 드래곤과 동행하지 않으면 깰 수 없는 퀘스트였던 것이다.
“현지 님. 감사해요.”
신애도 그것을 느꼈는지 드래곤에게 인사를 했다. 드래곤은 어떤 대꾸도 해주지 않고 등을 살짝 낮췄다.
그것에 다른 사람들은 조심히 드래곤의 등에 탑승했다. 아무래도 생명체 위에 타는 것이기에 안정감 있게 올라타는 것이 어려웠다.
드래곤의 크기가 너무 커서 4명이 올라타도 공간이 충분히 남을 정도였다.
우리는 일렬로 앉았다. 내가 가장 앞에 자리를 잡았고, 용운이 그 다음, 신애가 그 다음으로 앉았다. 마지막으로 민상이 맨 뒤에 자리를 차지했다.
“떨어지기 싫으면 비늘을 단단히 잡고 있어라.”
보기보다 뜨겁지 않은 드래곤의 비늘은 ‘V’자 형태로 되어 있어 두 손으로 잡기 편했다.
다들 단단히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다리를 단단히 지탱하고 비늘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
펄럭-!
제대로 자세를 잡기도 전에 드래곤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총알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몸이 확 뒤로 쏠리며 바람의 저항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놓칠 뻔했던 비늘을 간신히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손에 힘이 팍 들어갔다. 그래도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품속에 얌전히 잠들어 있던 소미가 조금씩 밖으로 밀려나오려는 것이 보였다.
안 돼!
구름처럼 가벼운 소미의 몸이 결국 몸 밖으로 빠져나오고, 간발의 차로 소미의 털뭉치를 잡아챘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인해 간신히 붙잡고 있던 비늘을 놓치고 말았다.
“헉, 한설 님!”
본능적인 것인지 용운이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나에게 두루마리처럼 말려 있는 지도를 뻗었다.
아니 뻗을 거면 손을 뻗지, 웬 지도람.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턱!
용운이 본능적으로 지도를 뻗은 것처럼 나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잡았다.
1초도 안 걸려서 일어난 일이었다.
“드래곤 님! 잠시 멈춰 주시죠!”
소리를 쳤지만 드래곤은 이쪽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도는 약했고, 지도의 내구성만큼 용운의 팔도 연약했다. 결국 애를 쓰던 용운의 손이 점점 미끄러지고 지도를 놓치고 말았다.
턱.
“한설 님!!”
다른 사람들이 놀라며 떨어지는 나를 보고 외쳤다.
와, 이거 위험한데.
공중에 홀로 남겨지며 든 생각이었다.
이 상태로 자유낙하를 하게 되면 즉사일 터였다.
“소미야! 눈 좀 떠 봐!”
이제 믿을 건 소미밖에 없었다. 이상한 스킬이 많았으니 나를 구출해 줄 스킬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다시 태초 마을행이었다.
“뀨우.”
막 잠에서 깬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소미가 이렇게 반가웠던 적은 없을 것이다.
“소, 소미야! 스킬 써! 아무거나!”
바닥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머리부터 떨어지고 있었으니 만약 시체가 남는다면 꽤 볼만할 것이다.
“뀨!”
띠링.
[펫과 동기화되었습니다.]바닥과 마주하기 직전, 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머리부터 떨어지기는 했다.
그런데 아픈 것이 아니라 폭신했다.
바닥이 폭신하다기보다는 내 몸이 투명화되어 충격이 사라진 것이다.
“안개화가 이런 기능도 있었어?”
몸을 일으키고 소미를 바라보자 소미가 칭찬해 달라는 듯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잘했어, 소미야.”
폭신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소미는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부풀리다가 다시 후드집업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자기 할 일만 딱 하고 들어가는 소미가 기특했다. 모두들 다 소미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미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소미는 일단 자게 내버려 두고 상황을 살폈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 뚝 떨어지니 방향감각을 잃기 너무 쉬웠다. 다행인 것은 지도가 내 손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용운이 지도를 뻗었을 때는 속으로 욕했지만 막상 혼자 떨궈지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제트기인 줄 알았네.”
실제로 제트기를 타 본 적은 없었으나 그 속도는 감히 제트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근데 그 용 자식. 일부러 그런 거지?”
분명 내가 비늘을 아직 잡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서 출발했다.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진 몰랐으나 일단 일행과 합류해야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도를 펼쳐보니 가야 할 목적지의 반 이상은 와 있었다.
몇 분 탄 것 같지도 않은데 걸어서 10일 걸리는 거리의 반 이상을 왔으니 제트기라고 한 것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아, 그래도 최소 이틀은 걸릴 텐데 이 거리를 걸어서 가야 한다고?”
벌써부터 다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전에 공략을 할 수 있는가였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퀘스트가 모두 끝나 있으면 좋겠지만, 남은 사람들의 등급을 떠올리면 기대를 버리는 것이 나았다.
부스럭.
고민하고 있는 사이, 수풀 사이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리코더를 꺼내들었다.
크르릉.
수풀 사이에서 등장한 것은 붉은 눈을 가진 곰이었다.
“이 와중에 몬스터도 나타나냐.”
잠깐만.
그럼 지금부터 만나는 몬스터는 전부 내 차지라는 소리인가?
혼자 남은 거, …나쁘지 않을지도?
* * *
“그 새끼, 내가 죽이고 말겠어!”
추환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벽에 주먹을 휘둘렀다.
투두둑.
그의 주먹질에 돌가루가 조금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드래곤의 레어인 만큼 동굴은 A급 헌터의 주먹질에도 멀쩡했다.
“우리가 한설 군을 조금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죠.”
“과소평가하긴! 겁쟁이처럼 꽁꽁 숨어 있다가 우연히 이 동굴을 발견한 거겠지.”
구안은 추환 몰래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박추환을 믿고 여기까지 온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차라리 한설이 이끄는 그 팀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건!”
추환도 느꼈는지 몸을 홱 돌리며 누구보다 발 빠르게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차피 다른 헌터들은 그동안의 강행군에 지쳐 움직일 힘도 없었다.
체력 하나는 인정해 줘야 했다. 구안도 추환의 뒤를 따라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살폈다.
분명 이 동굴에 가까워졌을 때 느꼈던 마력과 유사했다. 그 강력한 마력의 정체를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저건…!”
거리가 꽤 되는데도 확실히 보였다. 거대한 크기와 마치 용암과 닮아있는 ‘드래곤’이 말이다.
그리고 그 드래곤의 등에 작은 인간 무리가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먼 거리였으나 눈이 좋았던 구안에게는 똑바로 보였다.
그것은 한설과 그의 팀이었다.
“역시 저쪽을 잡았어야 했군.”
혼자 중얼거리자 추환은 고개를 돌려 구안을 바라봤다. 무슨 의미냐는 뜻이었다.
그런 추환의 시선을 무시한 채 구안이 말했다.
“뒤를 따라가죠. 우리의 공략 대상이 날아가고 있네요.”
빛의 속도로 날아가 버린 드래곤의 뒤를 바라보며 구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구안의 눈은 완전히 새파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별의 자리.”
구안의 스킬이었다. 지정한 대상의 흔적을 남기는 추적 스킬이었다. 푸른 얼음 가루들이 드래곤의 뒤를 열심히 쫓아가며 흔적을 남겼다.
“크큭, 역시 네가 있으면 편하다니까.”
* * *
지완은 현재 벌어진 일에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던전 오류라는 것이 인간이 예상해서 대비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인원의 헌터들을 던전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엄연히 그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센터장님….”
지완은 지금 남현과 함께 던전 오류가 일어난 게이트 앞으로 나와 있었다.
기이한 형태의 던전 게이트였다. 원래 같으면 게이트 주변으로 검은 오라 같은 것이 일렁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던전은 마치 시멘트를 들이부은 듯 단단히 닫혀 있었다.
손을 넣으면 쑥 들어가야 할 던전 게이트가 손은커녕 개미 한 마리 지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일은 처음이군….”
쾅-!
지완은 힘을 써서 던전 게이트를 부숴 보려고 했지만 S급의 힘에도 던전 게이트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이로써 3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던전 오류가 근 한두 달 사이에 3번이나 일어났다.
그리고 항상 그 중심에는 ‘한설’이 있었다.
“우연인 걸까, 아님….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냉정히 있어 보려고 했지만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무력함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센터장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남현은 미세하게 달라진 지완의 표정을 캐치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내 책임이지.”
지완의 말에 남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번 사태는 사고였으나 전적으로 지완의 책임이 맞았다.
그게 센터장의 무게였기도 했다.
“애초에 그놈들이 센터장님을 던전에 들어가게 했으면 됐을 것을!”
남현은 애꿎은 돌멩이를 발로 찼다.
“그렇다고 해도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은 내 실수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수가 적은 것보단 많은 게 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등급을 잊었나.”
남현은 그나마 남아 있던 희망마저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데는….’
지완은 한설을 떠올렸다. 자신의 사역마가 움직인 것을 느꼈다. 한설이 아이템을 사용했다는 증거였다.
아이템을 쓴 이후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까지 한설이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A급 던전 오류에서 이 시간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그의 정확한 등급과 스킬을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들어간 A급 헌터보다 더 기대게 되는 것은 한설이었다.
그라면, 혹시 그라면….
어쩌면 이 던전 게이트를 다시 열리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었다.
“A급 던전 오류라면 대체 등급이 어떻게 될까요.”
“글쎄. A급 던전 오류는 처음 있는 일이라 가늠도 안 되는군. S급은 넘지 않길 빌어야지.”
사실 지완은 한설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한설이 등급이 높아봤자 자신보다 아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S급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던전 오류를 S급에도 못 미치는 헌터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던전 공략 따위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이 던전에 작은 틈이라도 만들어 주길….
그저 그 정도의 희망과 기대일 뿐이었다.
“세간에서는 던전의 희생자들이라면서 그들의 유족들이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요. 이미 사망자 명단을 내놓으라는 기자들도 생겨났고요.”
“…….”
“다른 지부의 대표 2명도 같이 들어갔습니다. 저희 쪽 손실도 크니 대비를 해야 하긴 할 겁니다.”
남현의 말에 결국 지완은 게이트의 앞에서 발걸음을 뗄 수밖에 없었다.
딸의 은인을 외면한다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결국 지완은 센터의 수장이었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사망자 명단 작성하고 다른 두 지부의 대표 후보들을 물색해 보도록. 유가족들에게는 적절한 배상을 할 것이라는 공고를 써 붙이고.”
남현은 지완의 차분한 말을 곧바로 메모했다.
“그리고….”
지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크게 숨을 한 번 쉬었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나는 사퇴할 거다.”
남현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지완의 말에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의 오늘따라 유독 작아 보이는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