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62
63화
-벨라리 마을
순간 리코더로 무기를 바꾸면 중첩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하지만 다행히 중첩 효과가 사라진다는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친절하게도, 다른 악기로 악기 공격 스킬만 쓰지 않으면 중첩이 계속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그 말인즉, 버프용 악기와 무기용 악기를 따로 둘 수 있다는 소리였다.
크와악-!
“이크!”
디버프를 걸기 위해 허리춤에 있던 리코더에 손을 대는 순간, A급 몬스터답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사나운 이빨로 공격해 오는 놈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리코더로 때리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악기를 바꿔가며 이용하는 일이 생각보다 귀찮았다.
리코더를 집어넣고 드럼채로 바꾸는 순간을 놓치지 않은 곰은 거대한 몸집을 세우다 나를 물어뜯기 위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콱!
간신히 그 날카로운 이빨을 피했다. 하지만 공격을 피하느라 리코더를 놓치고 말았다.
“앞발을 못 쓰는데도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나오는 거야?”
곰은 내 뒤에 있던 나무를 아작내는 대신 몸을 일으키느라 끙끙대고 있었다.
이때다.
리코더는 없었지만 목소리가 있었으니 괜찮았다.
재빨리 ‘떠나지 마’를 불렀다.
함께하는 총알받이들…. 아니, 팀원들이 없다 보니 노래를 빨리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원래도 1절을 부르는 데 적어도 1분 30초 정도는 걸렸는데 지금은 30초도 안 되서 끝낸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띠링.
[떠나지 말라는 조급한 마음을 알아줘!]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시전 대상 방어력이 10% 상승합니다. 공격력이 40% 감소합니다.]…뭐야, 방어력이 올라가면 어쩌자는 거야!
빠르게 부른 것을 ‘조급함’이라고 해석해서 스킬의 내용이 바뀐 것 같았다.
원하는 디버프를 주려면 원래 부르던 그대로 불러야 하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빠르게 불러도 틀리지 않은 걸로 쳐주는구나.”
그래도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공격력이 내려간 것이 차라리 나았다. 어차피 이동속도는 앞발을 망가트려 감소시킨 뒤였으니까.
크아악!
겨우 몸을 일으킨 곰은 두 뒷발로 서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녀석의 오른편으로 돌아 들어가며 드럼채를 높이 들었다.
그때, 녀석이 쓸 수 없다고 생각한 앞발을 들어 올려 옆구리를 강타했다.
쿵-!
“컥!”
투툭.
뭐야, 앞발 못 쓰는 거 아니었어?
녀석의 공격에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옆구리에서는 알싸한 고통이 올라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살갗이 전부 뜯겨 나가 있었다.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피가 옆구리에서 미친 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공격력을 40% 감소시켰는데도 이 정도였다. 곰은 사람을 찢는다더니….
“쿨럭…. 그래, 네가 여기 대장 맞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장기가 삐져나오는 것 같은 고통이 일었다. 그런데도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 정도로 강한 녀석이라면 마지막 남은 레벨을 채워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통은 잠깐 참으면 됐다. 어차피 승급을 하게 되면 사라질 고통이었다.
퍽-!
크아악!
녀석도 혼신의 일격이었는지 아까와 같은 공격은 하지 못하고 끙끙대기만 했다.
게다가 내가 휘두른 드럼채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으니 끝이 보이고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고급스럽고 화려한 기술이나 스킬 따위는 없었다. 그저 무자비하게 내려치는 것밖에는.
퍽!
하지만 그 별다른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단순한 후려치기가 나에겐 최선이자 최고의 효과를 냈다.
퍽-! 퍽!!
쿠웅-
몸집이 거대하다 보니 쓰러지는 소리도 요란했다.
녀석은 내가 휘두르는 드럼채와 무지막지한 공격력에 몇 번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예상대로 마지막 남은 하나의 레벨이 올라갔다. 결국 만렙을 찍고 만 것이었다.
주변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햇살이 어두컴컴한 숲속에 내려앉았고 새소리가 들렸다. 날을 꼴딱 샌 것이다.
“쿨럭.”
털썩.
긴장이 풀리자 옆구리를 부여잡고 자리에 쓰러졌다. 피를 너무 흘린 나머지 빈혈이라도 오는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만렙을 찍고, 매력이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무조건 승급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저번엔 급하고 몰랐으니 바로 된 거지, 언제 승급할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던전 오류이기에 무적 효과는 최대한 아끼고 싶은데….
아, 현기증 난다.
여기서 죽으면 겨우 올려놨던 레벨과 승급의 찬스가 전부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안 되지….
삐이익–!
귀를 째는 듯한 소리가 머리를 강타했다.
B급이 된 것이다.
승급을 하자마자 옆구리의 상처에서 노란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몸을 감쌌다. 그리고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멀끔히 다 나았다.
휴, 죽을 뻔했네.
상처가 낫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적 효과 뽕 뽑으려면 지금 출발해야 한다.”
상처를 낫는 데에만 쓰기에는 무적 효과가 아까웠다.
전투를 치르고 한숨도 자지 못해 피곤함에 절어 있었지만, 지도를 펼치고 빠르게 이동했다.
가끔 보이는 몬스터를 무시하며 달렸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멀리 마을이 보였다.
규모를 보니 마을이라기보다는 도시에 가까웠다.
멀리 보이는 마을 입구가 벨라리 마을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결국 한숨도 못 자고 왔네.”
상처는 전부 치료됐지만 누적된 피로까지 치료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공략을 끝내야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입구 근처로 다가가자 2명의 사람이 정문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을 단위가 아니다 보니 경비병이 지키는 모양이었다.
“잠깐, 얼굴 좀 보여주지.”
줄은 대략 5명이 서 있었는데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던 사람을 붙잡고 경비병이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다.
누굴 찾는 건가? 그보다 던전 안에 이렇게 사람들이 드나들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했다.
“검은 머리가 아니군, 통과다.”
검은 머리?
경비병의 이야기를 듣고 의아함을 느꼈다. 싸한 느낌이 들어 서 있던 줄에서 이탈해 벽 주변을 빙글 돌았다.
입구와 조금 멀어진 곳에 도달했을 때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담을 넘어 도시로 진입했다.
“설마 나를 찾는 건 아니겠지?”
내가 아니라 다른 헌터를 찾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검은 머리가 없는 것 같으니 검은 머리라고 할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 넘어온 헌터들밖에 없었다.
아, 드래곤의 친구도 검은머리라고 했었지.
설마 먼저 온 신애 일행이 뭔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닐 테고….
마을에 들어왔으니 신애 일행을 찾아야 했다.
길을 걷다 보니 시장통이 나타났다. 확실히 영웅의 마을과는 규모나 시설 면에서 차이가 났다. 사람들도 훨씬 많고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검은 머리다.”
“저 사람 검은 머리 아니야?”
수근대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눈치챘다.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시선에 민감한 내가 모른 척하기는 더 어려웠다.
대체 왜 쳐다보는 거지?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사려고 했다.
“어서 옵쇼! 헉!!”
기겁을 한 모자장수는 나를 본채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저기요! 저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삐익-!
요란한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경비병들이 보였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이라도 좀…!”
“꼼짝 마!!”
끝이 날카로운 창을 들이대며 나를 둘러싼 경비병들은 내 양팔을 단단히 잡았다.
그때 소미가 안개화를 한 상태로 옷 안에서 빠져나왔다.
소미는 몸을 부풀리며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러자 공간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소미가 점점 커질수록 왜곡 현상이 심해지며 사람들의 얼굴도 이상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푸쉬쉬-
“뀨우.”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힘이 모자랐던 것인지 무언가 시도하려던 소미는 갑자기 빛을 잃어버렸다.
비실대며 다시 품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헛웃음을 지었다.
‘소미 녀석, 뭔가 수상하긴 하단 말이야.’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이 던전에 들어오면서부터 소미의 영향력이 커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생각에 빠진 사이, 경비병들은 나를 질질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소미 때문에 방심하고 있었다.
발버둥 치며 빠져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 얌전히 그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 줬다.
그리고 그들이 끌고 간 곳은 백작령의 성안이었다.
거대한 성의 정문을 통과하자 화려한 장식들보다 먼저 반겨준 것은 후끈한 열기였다.
따뜻하다 못해 덥다고 느껴질 정도의 열감이 느껴지자마자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분명 이 정도의 열기를 뿜어낼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면 드래곤 그 녀석밖에 없는데?
“크하하! 드디어 잡혔군요!”
그리고 복도 멀리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인간은 어디선가 많이 익숙한 얼굴이었다.
당연했다. 야비해 보이는 표정으로 웃으며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길잡이 역할을 자처했던 지용운이었다.
화려하고 치렁치렁한 복장에 당연히 이곳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올수록 얼굴 형체가 정확해지고 낄낄대며 웃고 있는 용운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용운…님?”
의외의 인물이 성안에서 등장하자 당황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니,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심지어 지용운은 마치 옛날부터 이곳에 있던 사람인 것마냥 당연하게 경비병들을 손짓으로 부리기까지 했다.
용운이 잠시 물러나라는 듯 손을 까딱거리자 군기가 바짝 선 경비병들이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한발자국 물러났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어리둥절해하며 묻자 용운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어허! 감히 위대한 드래곤님의 충신인 이 지레아스에게 함부로 질문을 던지다니!”
지레…. 뭐라고…?
같잖은 이름에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오려고 할 때 뒤에 있던 경비병들이 내 목을 바닥으로 찍어 눌렀다.
“감히 지레아스 님께 건방지구나!”
“큼큼, 됐다! 물러서라.”
무슨 귀족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용운은 자신의 역할에 한껏 취한 듯 허세에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의 위대한 레드 드래곤 현지 님께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시니 예를 갖춰 행동하도록.”
“아니, 용운 님. 제대로 설명 좀 해주시죠. 이게 대체 무슨 일….”
용운은 내 말을 무시하고 경비병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들은 다시 나를 덜렁 들어 올리더니 어딘가로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끌려가고 있는 내 뒤통수로 용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너무 늦었어요, 한설 님. 너무 늦었다고요.”
대체 뭐가 늦었다는 거지?
의아해하며 한참을 끌려갔다. 백작령이라 그런지 확실히 성 내부에 돈을 쏟아부은 것이 느껴졌다.
넓기도 얼마나 넓은지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겨드랑이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겨드랑이에 쥐가 나는 것은 상관없으니 누가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드래곤이 마치 이 백작령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이 말하던 용운을 보니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백작령을 침략이라도 한 모양인데, 그렇다 해도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부터 드래곤은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았기에 그렇다 치자.
근데 용운이 왜 드래곤 편에 섰으며, 신애와 민상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애초에 드래곤의 목적은 침략이 아니라 친구를 찾는 것 아니었던가.
“도착했다.”
경비병이 중얼거리자 거대한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문이 힘차게 열자 금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조각상들과 넓은 내부가 나왔다.
그리고 정 가운데 화려한 의자에 몸을 기대듯 앉아 있는 존재는 드래곤, 장현지였다.
“오는 데 한세월이 걸리는군. 소식을 듣고 도망이라도 친 줄 알았다.”
풍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물론 전에도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호의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기가 느껴졌다. 싸늘한 눈빛과 한낱 미물을 바라보는 절대자의 시선에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설명?”
귀찮다는 듯이 느릿한 태도로 움직이던 드래곤은 순식간에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움직이지 못하는 내 턱을 들어 올리더니 비웃음을 날렸다.
“설명이 필요한가? 멍청한 녀석.”
접촉이 일어나자 눈치 없는 시스템 알림은 메시지를 어김없이 날려 왔다.
그리고 나는 그 메시지를 보며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띠링.
[드래곤의 정보(3)]드래곤의 진짜 목적은 자신의 심장을 훔쳐 달아난 친우를 죽이는 것이다.
허나 영웅의 마을에서 만난 친우는 심장을 미끼로 드래곤에게 ‘강한 인간’을 요구했다.
공략법: 드래곤은 심장이 부서지면 죽는다.
아, X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