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67
68화
-드래곤 사냥 (1)
“힘들겠지만 도와주시겠어요?”
신애와 눈이 마주쳤다. 신애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S급이 된 신애가 거절하면 드래곤을 해치울 수 있는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결국 신애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요, 해보죠.”
신애는 한참을 고민하는 듯싶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어…! 내가 죽는 게 가장 낫다니까!”
예빈이는 눈을 감으며 소리쳤다. 그 모습이 힘겨워 보여 예빈이의 곁으로 다가가 두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난 더 이상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
예빈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오빠가 뭘 할 수 있는데? 내 희생으로 모두를 구할 수 있으면 그게 가장 나은 방법이야!”
“드래곤과 만나면 바로 심장을 바꿔. 네가 희생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어. 걱정 마, 그냥 하는 말 아니니까.”
예빈이는 뭔가를 더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그것을 무시했다.
쾅-!!
“쥐새끼들, 여기 모여 있었구나.”
“헉!”
문을 박차고 드래곤이 등장했다.
예빈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간이 꽤 지나 버린 것이다. 민상과 신애는 꽤 놀란 눈치였지만 나는 덤덤했다.
예빈이를 여기로 불렀다는 얘기는 결국 드래곤도 거래를 위해 이곳에 나타난다는 얘기였다.
드래곤이 나타나기 전에 심장을 부술 생각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된 거 정면 승부밖에 답이 없었다.
신애가 앞으로 나와 빛의 검을 손에 쥐었다.
“호오, 그새 무슨 술수를 부린 모양이군.”
레드 드래곤은 신애를 보더니 습관처럼 고개를 들어 올리고 흥미로워했다.
“신애님, 아직 공격하면 안 돼요. 심장을 바꿔야 합니다!”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사납게 공격할 준비를 하는 그녀를 보고 다급히 외쳤다.
“하, 심장을 바꾼다고? 좋은 소식이군.”
외침을 들은 드래곤이 입꼬리를 쭉 올리며 미소를 짓자 그 모습을 본 예빈이가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을 상대로 미친 짓이야. 심장을 부숴야 해.”
“역시 네놈, 심장을 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구나!”
예빈이의 말을 들은 드래곤은 분노하며 눈을 붉게 물들였다.
뜨거운 열기로 인해 머리카락이 공중에 흩날리는 모습은 불의 현신이라고 해도 좋을 위압감이 느껴졌다.
결국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드래곤은 외형을 바꾸더니 점점 몸집을 크게 부풀리기 시작했다.
그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 내부는 벽에 금이 가고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여기서 변신을 하다니, 다 같이 깔려 죽자는 건가?!”
예빈이를 들어 안고 무너져 내리는 천장의 돌덩이들을 열심히 피해 다녔다.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드래곤은 그대로 벽을 뚫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성벽 한쪽이 무너져 내렸고 천장도 부서진 지 오래였다.
밖이 훤히 보이는 와중에 드래곤은 입을 쩍 벌리며 붉은 구체를 생성해내고 있었다.
우리가 당했던 브레스는 아니었다. 아마 불 형태를 한 마법 공격 종류인 것 같았다.
“막을 수 있을까요?”
민상이 그놈의 마테체를 양손에 들고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아니, 힐러면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요.
저 공격을 막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소리 전달을 사용해도 됐고, 무적 상태였으니 총알받이 역할을 자처해 몸으로 막아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리스크는 존재했다.
혼자 몸으로 저 공격을 전부 받아낼 자신은 없었다. 사람들의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소리 전달은 단 한 번이었다.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해도 두 번….
소리 전달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무슨 공격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쓰기가 꺼려졌다.
콰아악–!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고 있는 사이 붉은 구체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졌다.
어쩔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몸빵이라도…!
예빈이를 내려두고 앞으로 뛰어나가려 할 때 신애가 먼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빛의 검을 높이 들어 올리더니 다가오는 구체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구체가 반으로 갈라지며 뜨거운 불길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신애가 검을 몇 번 휘적이는 것으로 사그라들었다.
SS급의 공격을 단번에 끊어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넋 놓고 신애를 바라봤다. 그녀도 자신이 한 일이 믿기지 않는지 빛의 검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흥.”
드래곤은 사뭇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혀를 찼다. 신애의 순발력에 놀랐지만 막을 거라고 예상한 것 같은 태도였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드래곤의 심장에 눈길이 갔다.
잠깐, 예빈이가 드래곤의 심장을 가져서 피해를 보고 있다면 반대로 드래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
드래곤의 심장은 마력의 집합소라고 들었다. 높은 수준의 마법들을 사용하려면 심장에 있는 마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으니 마력 소모가 심한 공격은 못 한다는 소리네.”
승기가 보였다. 지금 드래곤은 자신의 힘을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신애가 공격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었던 것도 힘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예측이 맞다면 드래곤은 신애 혼자서도 상대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물론 여전히 심장이 문제가 되긴 했다. 예빈이는 본래의 심장을 되찾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차라리 내 심장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러면 되지 않나?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더 고민해 볼 것도 없이 실행에 옮겼다.
“예빈아, 나랑 바꿔.”
“…뭘?”
다짜고짜 바꾸자는 말에 예빈이는 이해를 못 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심장. 나랑 바꾸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오빠 같은 E급 헌터는 바로 심장이 터져 죽을 거야!”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소리야, 얼른.”
무슨 미친 소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예빈이가 쳐다봤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에 장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망설이다 내 가슴께에 손을 얹었다.
“생각 있는 거 맞지?”
고개를 끄덕이자 결국 마지못해 예빈이는 스킬을 사용했다.
“물물교환.”
메마른 입술에서 스킬을 외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심장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윽.”
순간 숨이 턱 막혀 신음을 흘렀다. 심장에서부터 타고 흐르는 뜨거운 피가 온몸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용암이 피가 되어 흐르는 것 같은 뜨거움이었다.
이런 걸 10년이나 버티고 살아왔다니….
심장이 뜨거워지다 못해 시커멓게 타오르려고 할 때 가슴이 편안해졌다.
무적 효과가 발동한 것이다.
잠시 고통스러워하는 듯하더니 멀쩡히 리코더를 쥐는 나를 보고 예빈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예빈이를 안색을 보니 내 심장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보다 검은 줄기가 줄어든 것이 보였다.
“스킬.”
일일이 설명하려면 어떻게 헌터가 되었는지까지 올라가야 했기에 스킬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의심이 많은 예빈이는 믿는 것 같지 않았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넘어갔다.
리코더를 들어 올리며 상황에 맞는 버프를 생각했다.
일단 ‘나비야’는 필수였고, 다른 한 곡이 문제였다.
드래곤에게 디버프를 걸지, 신애에게 도움될 만한 새로운 버프를 걸지 고민이 됐다.
“버프는 하나 걸었으니 디버프가 낫겠지.”
고민을 마치고 새로운 곡을 꺼내들었다.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리코더로 급히 외웠던 곡이었는데 디버프용으로 좋을 것 같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땅히 쓸 상황이 오지 않아 의도치 않게 묵혀두고 있던 곡이었다.
제목은 ‘할아버지 낡은 시계’. 리코더를 배우면 가장 기초로 배우는 곡 중 하나였다.
곡에 익숙해지기 위해 영상으로 노래를 들었는데, 초등학교에서 들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느린 곡이었고 구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곡이 디버프로 이용하기 딱 좋았다.
삐리릭-
한 음 한 음 정확하게 손을 놀리며 틀리지 않게 조심했다.
띠링.
[추모하고 그리워하며!]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상대를 우울 상태에 빠지게 합니다. 우울 상태에 빠진 대상은 일시적으로 특정 스탯의 저하가 일어납니다. 또한 모든 스킬 성공 확률이 40% 감소합니다.] [체력 -20]좋아, 성공했다!
어떤 스킬이 걸릴지는 곡을 부르기 전까지 알 수 없기에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괜찮은 스킬이 걸렸다.
스탯이 20이나 줄어들고 스킬 실패 확률이 40%라니, 등급이 올라 성능이 오른 것이 보였다.
“무슨 짓을….”
드래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리코더로 열심히 노래를 부르던 나를 쳐다봤다.
“귀찮은 바드 녀석, 쓸데없는 짓을 했군. 언제나 버프를 거는 녀석들이 골칫거리지.”
드래곤은 날개를 힘껏 벌리더니 큰 동작으로 양 날개를 펄럭였다.
그 반동으로 거센 바람이 생성됐다. 성안에 있던 사람들은 태풍처럼 위협적인 바람 공격에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엇!”
발밑이 붕 뜨는 것이 느껴졌다. 공중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자, 신애가 손을 뻗었다.
신애는 이미 드래곤이 날갯짓을 하려는 낌새를 느끼자마자 검을 바닥에 깊게 박아 넣고 힘으로 버티고 있었다.
민상은 다행히 부서지지 않은 벽이 지지대가 되어 날아가지 않았다.
문제는 예빈이었다.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던 예빈이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신애의 손을 잡고 버티고 있던 나는 날아가는 예빈이를 보며 주저 없이 손을 놔 버렸다.
“비행 스킬을!”
띠링.
[스킬을 1명의 존재에게 사용하셨습니다. 형태변화의 지속시간은 12시간입니다.]바람에 몸을 맡기며 소리 전달을 사용했다. 양발에 투명하고 긴 날개가 달리며 몸이 가벼워졌다.
신중에 신중을 가하자고 다짐했던 스킬이었으나 동생이 다치게 생겼는데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등급이 오른 영향도 있고 난이도가 있는 스킬이 아니기에 지속시간도 길었다.
어차피 드래곤을 상대하려면 이쪽도 하늘을 날 수 있는 편이 좋았다.
고민하던 스킬 중 하나였으니 후회는 없다.
“…진짜 헌터 같네.”
예빈이가 품 안에 안기며 중얼거렸다. 능숙하게 스킬을 다루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나 보다.
하긴, 나는 항상 못난 오빠였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예빈이를 성 뒤편, 드래곤의 눈이 닿지 않는 풀숲에 내려줬다. 떠나려는 내 옷깃을 잡아채는 예빈이의 눈동자는 불안한 듯 흔들렸다.
“이기고 올게.”
잡은 옷깃을 떼어내며 날아올랐다.
다시 돌아오니 아직 드래곤의 날갯짓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드래곤보다 높은 상공에 있어 내가 공중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잘됐다. 어디 뒤통수 좀 맞아봐라.
인벤토리에서 드럼채를 꺼내며 눈을 빛냈다.
드래곤 정도 되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법도 했지만 디버프와 신애의 존재 때문에 뒤까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각각의 드럼채를 양손에 쥐고 빠른 속도로 드래곤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갔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가속도가 붙었다.
“감히 내 동생을 괴롭혀!!!”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