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7
7화
-동요도 노래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미를 내보였다.
스킬 숙련도를 높이는 일이니 나에겐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러니 다음엔 뭐가 나올지도 몰라. 조심해서 가자.”
영진이 충분히 쉰 것을 보자 현준이 공략을 마저 하기 위해 움직였다.
현준이 리더처럼 앞장을 서며 나가자 영진과 신애도 얌전히 그 뒤를 따랐다. 나도 군말 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깊이 들어가니 점점 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현준이 짐에서 횃불을 들어 올렸다.
현대의 물건이 있음에도 굳이 횃불 같은 구시대적 도구를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헌터 커뮤니티에 이런 게 로망이라며 사람들이 좋아하던 것을 보면 나만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거기다 지금은 촬영 중이니 도구나 장비를 이용해 시각적인 면에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철저히 준비한 모양이었다.
“…이상한데?”
신애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혼잣말이었으나 바로 옆에서 걷고 있던 나에게는 잘 들렸다. 그녀는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고 말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가 꽤 걸었는데도 몬스터 한 마리도 안 나오는 게 이상해서요.”
“아…. 저는 던전이 처음이라 이상한지 몰랐네요.”
“초반에 그렇게 많은 수의 거미가 나온 것도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 거미들이 나온 이후로는 다른 몬스터 한 마리도 마주치지 않았잖아요.”
“…그런 건가요?”
“보통 보스까지 가는 데 2번에서 3번 이상은 잡몹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아까 초반에 나오고 안 나오잖아요.”
신애는 약간 긴장된 모습이었다.
“초반에 몬스터가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
영진이 신애의 말에 덧붙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한 것도 같았다.
처음 던전에 들어온 나는 이상함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던전을 수없이 돌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감이 훨씬 정확할 터였다.
그러고 보면 항상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략법에서도 보통 2-3차례 잡몹을 상대해야 보스가 나온다고 되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현준의 말이 막타였다. B급 헌터의 말이었으니 신뢰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긴장감이 2배가 되었다.
일반적인 던전이 아닌 걸까….
몇 시간을 더 걸었다.
점점 걷는 것이 지친다고 느껴질 때 눈앞에 성인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굴이 나왔다.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 봐도 들어가라고 해 놓은 입구 같아 보였다.
“여기밖에 없는 것 같은데, 들어가자.”
현준의 말에 신애와 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은 먼저 앞장서서 굴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차례대로 영진과 신애가 들어갔다.
평범한 던전은 아닌 것 같아 불안했지만, 그 뒤를 얌전히 따랐다.
굴은 미끄럼틀처럼 길게 아래로 뻗어 있어 발을 내딛자마자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 굴을 내려가고 어두운 굴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널찍하고 텅 빈 동굴이 나타났다.
우리는 몬스터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보며 의아함을 내비쳤다.
“몬스터가 왜 없지?”
“내려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
다른 곳에 길이 있나 둘러봐도 딱히 길이 나 있는 곳은 없었다.
그 말은 이곳이 보스가 있는 방이 맞는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것이 이상했다.
“위!”
우리가 공터 가운데로 걸어가고 있을 때 신애가 천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끼아아악-!
우리는 굉음에 동시에 천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하얀 거미줄로 덮인 천장과 그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거미 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게 뭐야….”
쉬에에엑-!
그 거미는 우리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것을 알고 쇳소리 같은 괴음을 내질렀다.
그리고 우리가 전투태세를 하기도 전에 믿기 힘든 속도로 다가와 커다란 다리로 영진을 내동댕이쳤다.
영진은 거미의 다리를 맞고 벽에 큰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리고 들고 있던 영사기 또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영진아!”
신애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들은 거미는 그런 신애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현준은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타이밍에 맞게 방패를 들고 신애의 앞에 섰다.
쾅!
방패와 거미의 다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평범하지 않았다. B급이라고 했던 현준도 꽤 타격을 입었을 것 같았다.
애초에 이상한 것은 이 E급 던전에서 저런 괴물이 왜 나타난 것인가였다.
아까 잠깐 대화할 때 분명 영진이 C급 헌터이고 신애는 D급 헌터라고 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E급 던전에서는 D급 이상의 보스 몬스터가 나올 수가 없었다.
가끔 C급 보스가 나오기도 한다고 들었으나 그래도 C급인 영진과는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여야 했다.
저렇게 한 방에 나가떨어져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수준은 E급 던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영진이 마법사이기에 힘이나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 방에 기절하는 것은 등급 차이가 꽤 나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모두가 당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B급 헌터인 현준도 꽤 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저 거대 거미는 B급 이상이라는 얘기였다.
신애도 곧 정신을 차리고 거미의 다리를 검으로 공격했지만 크게 효과는 없어 보였다.
당황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첫 던전에서 이렇게 죽음을 맞게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한 채 죽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리코더를 들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갓 헌터가 된 바드의 연주야 별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내가 부른 곡은 ‘곰 세 마리’였다.
아는 곡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신 나는 그 곡을 강렬하고 삑사리가 날 정도로 힘차게 불러댔다.
노래를 끝내자 메시지가 곧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연주 완료. 스킬이 적용됩니다.적용 시간: 1시간] [강렬한 연주가 3명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곰 세 마리 중 아기곰인 당신! 귀엽고 무해한 이미지가 적용돼 몬스터들이 당신을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곰 세 마리 중 아기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아마 저 둘에게도 각각 엄마와 아빠의 특성이 부여됐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나쁜 쪽은 아닐 것이었다.
몬스터가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은신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얘기였다.
저 둘이 싸우고 나가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공격을 막은 게 화가 났는지 거미는 다시 다리를 들어 올려 신애와 현준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현준은 방패로 머리 쪽을 단단히 방어한 후 들고 있던 무기로 거미의 다리를 반격하기 시작했다.
신애도 재빠르게 거미의 공격을 피했다.
아까보다 움직임이 더 좋아진 것이 눈에 보였다. 아마 민첩성이 올라간 모양이다.
현준도 힘이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왜냐면 현준이 휘두른 공격에 거미의 다리가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보면서 희망에 차기 시작했다.
“역시 B급은 다르구나.”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신애도 거미의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현준의 공격과는 다르게 작은 생채기만 났을 뿐, 어떤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이게 등급의 차이였다.
신애는 조금 분한 듯 혀를 찼다. 그래도 거미를 향해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현준이 다리 하나를 날렸다고는 하나, 아직 공격할 다리는 많았다.
쉬에에에엑–!
현준에 공격에 거미는 화가 난 모양인지 움직임이 거세졌다.
거미는 그 거대한 몸을 이끌고 벽 쪽에 붙더니 꼬리 쪽을 우리를 향해 들이밀었다.
“조심해! 뭔가 온다!”
현준은 신애를 보며 소리쳤다. 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 오늘 처음 본 어중이떠중이 헌터보다는 함께 던전을 헤쳐 왔던 친구가 더 소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도 지금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투명 인간 취급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현준은 지금도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신애의 앞을 방패로 막는 중이었다.
몬스터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고 하기도 했으니 상관은 없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유일하게 신애만이 나를 힐끔 보며 상태를 체크해 주고 있었다.
내가 구시렁거리는 사이 거미는 뒤꽁무니를 움찔거리더니 이내 거미줄을 현준과 신애를 향해 뿜어냈다.
나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둘은 아니었는지 거미줄을 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붙어 꼼짝도 못 하게 되었다.
거미는 그런 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와 실뭉치처럼 만들기 시작했다.
“이거 풀어!”
거미가 풀라고 해서 잘도 풀겠다.
“손이 묶여서 거미줄을 자를 수가 없어!”
거대 거미는 그대로 그 둘을 천장에 있는 자신의 거미줄에 연결해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먹이로 삼을 작정인 듯했다.
둘은 도움을 요청하듯이 나를 바라봤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
내가 오늘 처음 던전에 들어온 초보 바드라는 사실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저 둘은 내가 거미에게 잡아먹히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물론 그 생각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이긴 했다.
“한설 님, 도망치세요!”
“도망가긴! 스킬, 스킬 없어?”
신애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도망가라 소리쳤다.
하지만 옆에서 바둥거리던 현준은 그런 나를 다급히 붙잡았다.
물론 누군가가 죽는 현장은 보고 싶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다.
거미가 나를 인식하지 못하니 몰래 실뭉치를 잘라줄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뒤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제일 가능성 있어 보이는 사람은 현준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가도 아마 누구 하나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윽, 젠장! 왜 안 끊어지는 거야.”
현준은 아직 죽을 생각이 없는 듯 계속 움직여댔다.
그러나 그 행동은 오히려 거미를 도발하는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두 사람에게 점점 거미가 다가갔다.
날카로운 이빨을 움직여대는 것을 보니 시간이 많지 않아 보였다.
나는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몸을 움직였다.
나야말로 여기서 죽기는 싫었다.
어차피 돌아가는 것도 어려웠다.
내가 살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현준과 신애를 살리는 거였다.
혼자서는 절대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없었다.
현준은 살리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행동하긴 했지만 이 중에 가장 강한 것은 현준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천장까지 튀어나온 돌부리를 밟아가며 올라갔다.
민첩이 높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미의 속도에 맞추지는 못할 것 같았다.
현준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모를까, 현준은 오히려 거미가 가까이 오면 올수록 다급해져 몸을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거미는 거의 코앞에 다가와 기다란 다리와 날카로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흑…. 흡…. 흑.”
신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간신히 끈끈한 거미줄에 안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빠른 속도로 다가가려 했으나 현준의 움직임이 딛고 있는 거미줄에도 전해져 걷기가 불편했다.
나는 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상황 판단도 못 하는 저런 게 B급 헌터라고.
“가만히 좀 있어!”
내 목소리가 동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왜 안 움직이지?”
눈앞에서 거미가 움직임을 멈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