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70
71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웃긴 건 처치 보상으로 레벨이 7개나 올라 있었다. 그렇다면 드래곤을 쓰러트린 건 맞다는 소리인데, 몬스터를 처치했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몰라 퀘스트 창을 다시 확인했다.
[서브 퀘스트 완료 – 드래곤의 부탁] [드래곤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보상 지급이 불가합니다.] [메인 퀘스트 – 마을 사람들의 부탁(진행 중)]서브 퀘스트는 완료되었다고 떴다.
‘보상 못 받는 거 진짜 아깝네.’
이 와중에 보상 지급이 불가하다는 글씨를 보고 속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상 뜯어낸 다음에 싸울걸….
메인 퀘스트는 여전히 진행 중으로 떠 있었다. 드래곤을 죽였으니 퀘스트 실패로 뜨거나 어떤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한설 님!”
신애가 주변을 정리하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메인 퀘스트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떠 있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신애도 나와 같은 상황인 모양이다.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던전은 던전 오류였다. 설마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다고 던전 공략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서브 퀘스트에 드래곤이 전투 불능 상태라고 적혀 있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죽은 것이 아니라 전투 불능 상태라고? 마차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잖아.
“설마 장현지를 마을에 데리고 가야 끝나는 건가?”
레드 드래곤을 바라봤다. 녀석은 아직도 눈이 뒤집어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게이트가 열렸는지 봐야 하나?”
어느새 성안에서 빠져나와 우리 곁에 서 있던 민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우리가 삼삼오오 모여서 고민하고 있자 헌터 무리에서 키가 크고 머리카락을 짧게 친 사내가 다가왔다.
“혹시 장현지 씨는 찾았습니까?”
“아….”
생각해 보니 마을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드래곤이 장현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충 상황을 설명하자 남자는 당황스러워 보였다.
“저 드래곤이 장현지였다고요? 이 사실을 스승님이 알게 되면 충격이 크실 텐데….”
“스승님이요?”
“아, 마을 촌장님입니다. 저 최대일과 나머지 헌터들을 강하게 만들어 주신 은인이죠.”
마을을 떠난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혹시 던전 공략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이 메인 퀘스트 때문 아닐까요?”
대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럴 가능성이 커요. 장현지는 죽었는데 어떡하라는 건지.”
“다시 되살릴 방법은 없을까요? 아니면 누군가 분장이라도 해서 장현지 씨인 척 하는 건…!”
“분장은 소용이 없을 거예요. 마을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시스템이 인정하지 않을걸요.”
“적어도 스승님이 슬퍼할 일은 없잖습니까! 딸을 잃으셨다고 생각하면 충격이 크실 텐데.”
냉정히 따져보고 있는데 대일이 헛소리를 시전하고 있었다.
가만 보니 대일이라는 사람, 던전을 빠져나가는 것보다 촌장이 슬퍼할 거를 더 걱정하는 것 같은데?
“아니 분장은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해치운 드래곤인데 다시 살리자는 말이 나와요? 사람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못 봤어요?”
신애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 대일에게 일침을 날렸다.
“살릴 방법도 없지만, 살릴 생각도 없어요!”
눈을 번뜩이며 화를 내는 신애의 태도에 대일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드래곤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니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던전 공략 완료 메시지가 뜨지도 않고 보스 처지 메시지도 뜨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가장 빠른 방법은 메인 퀘스트를 깨는 것이었는데 장현지는 이미 죽었으니 퀘스트를 더 이상 깰 수 없었다.
자꾸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게다가 대일은 드래곤을 다시 살리자는 헛소리를 하지 않나….
저 봐, 신애가 당신 노려보고 있잖아.
잠깐, 다시 되살린다고?
“…한번 시도는 해볼까요?”
“네?”
신애가 놀라서 쳐다봤다. 내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서브 퀘스트의 내용도 그렇고,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드래곤의 시체를 보니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이 메인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죽지 못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
아직 사라지지 않은 양발의 날개를 이용해 공중으로 도약했다.
“한설 님! 진심은 아니죠?”
신애가 걱정된다는 듯이 날아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딱히 다른 방법도 없잖아요. 걱정 마세요, 아까처럼 날뛰지는 못할 겁니다.”
말을 마치고 드래곤의 심장으로 날아올랐다. 크기가 거대해 한참을 날아올라야 했다.
“하, 안 쓰고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바로 샴콜의 핵이었다. 1회밖에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아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미련을 버리고 사용하자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샴콜의 핵이 빛나더니 사라져 버렸다.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아이템의 효과로 ‘소리 전달’의 재사용 시간이 사라집니다.]나는 날아오르기 전에 주워왔던 나뭇가지를 꺼냈다.
“레드 드래곤의 힘을 봉인할 구속구가 되라.”
띠링.
[스킬을 1명의 존재에게 사용하셨습니다. 형태변화의 지속시간은 10시간입니다.]뭐? 10시간?
SS급 몬스터의 힘을 봉인할 구속구였으니 솔직히 1시간이면 감지덕지였는데….
등급이 오른 덕분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현재 레드 드래곤이 죽은 상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하, 최강의 생물이지만 죽었기에 최약체가 됐다 이건가. 생각지 못한 이득이네.”
나뭇가지는 형태가 점점 길어지더니 밧줄처럼 드래곤의 몸을 감쌌다. 단단히 감싼 것을 확인하고 인벤토리에 넣어 뒀던 드래곤의 심장을 꺼냈다.
어떻게 보면 드래곤의 심장을 파괴하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도 있었다. 심장을 얻자마자 파괴했어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띠링.
[레드 드래곤의 심장]사용 시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가 영구적으로 50% 증가합니다.
스킬, ‘화염의 구’를 획득합니다.
-물리적인 파괴는 ‘사용’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이런 대박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파괴하라고? 그건 말도 안 된다.
안 그래도 등급이 올라 만렙 찍기도 어려워졌는데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다.
“이걸 진짜 다시 드래곤 살리는 데 써야 한다고…?”
한참을 망설였다. 구속구의 시간이 아까워 결국 결심한 대로 드래곤의 심장을 되돌리기 위해 가까이 가져다 댔을 때였다.
띠링.
[드래곤의 심장을 되돌리면 ‘레드 드래곤’이 부활하게 됩니다.그래도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Yes / No]
역시 부활하는 게 맞았군.
눈물을 머금고 ‘Yes’를 눌렀을 때, 품안에서 소미가 튀어나왔다.
“뀨!!”
꿀꺽!
“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후드티 안에서 곤히 자고 있던 소미가 갑자기 튀어나와 드래곤의 심장을 삼켜 버렸다.
띠링.
“악!! 소미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소미의 푹신하고 감촉 좋은 양 볼을 잡아 늘리며 추궁했다. 소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배부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심지어 트림까지 했다.
“크흑,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래….”
“뀨?”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소미가 나를 쳐다봤다.
귀엽다.
꿀밤이라도 먹여주려다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그래, 네가 뭘 알고 한 것도 아닐 테고…. 성장할 수 있다면 나한테도 도움이 될 테니까….”
소미의 돌발행동에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띠링.
[부활을 진행하기 위해서 ‘심장’이 필요합니다.]“어떡하지?”
시스템은 악덕 고리대금업자처럼 드래곤의 심장을 내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심장…. 그런데 꼭 드래곤의 심장일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해 보면 녀석은 예빈이의 심장을 가지고도 잘만 살아 움직였다. 그렇다면 그냥 어떤 심장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근데 갑자기 어디서 심장을 구해.
누굴 죽여서 갖다 바칠 수도 없고.
“아.”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하나 꺼냈다.
몬스터를 잡아 얻었던 A급 마정석.
굳이 따지고 보자면 마정석들도 몬스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들을 이루고 있는 핵이었으니까.
마정석을 드래곤의 심장 쪽으로 가까이 대니 다시 메시지가 떴다.
띠링.
[등급이 낮아 불가합니다.]“등급이 낮아서 안 된다고?”
그럼 일단 되긴 된다는 거네.
나는 다시 인벤토리로 눈을 돌렸다. 인벤토리 끝 쪽에 배치했던 영롱한 모습의 마정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여기서 쓰네. 뭐, 어쩔 수 없지.”
말투는 덤덤했지만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꺼내는 손이 덜덜 떨렸다.
이걸 얻고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떠올리니 눈물까지 나올 것 같았다.
내가 기필코 보상 두둑이 받아낸다.
지완에게 받았던 검정에 가까워 보이는 영롱한 S급 마정석을 손에 쥐고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심장께로 가까이 댔다.
띠링.
[부활을 진행하시겠습니까?Yes / No]
그래, 이건 되는구나….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이자 손바닥 위에 있던 마정석이 뻥 뚫린 드래곤의 심장을 빨려 들어가 듯 이동했다.
그리고 그 S급 심장에 드래곤의 핏줄과 힘줄 같은 것들이 이어 붙여지더니 이내 살점들도 뚫린 부분을 메꿨다.
띠링.
[‘레드 드래곤’을 부활시켰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스킬,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얻으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살리는 데도 레벨이 올라가네? 하긴, 힐러는 힐만 하는데도 경험치가 쌓이니 같은 원리겠지.
아까 드래곤을 잡고 오른 것까지 합치면 여기서 레벨만 10이 올랐다. 스텟이 엄청 쌓였을 거다.
B급 만렙은 30이었으니 앞으로 20만 더 올리면 또 승급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S급 마정석을 잃었지만 그 대가로 스킬까지 얻었다.
지금 당장 스킬 설명을 읽고 싶었지만 뒤로 미뤘다.
쿠구궁-
빛을 잃어 축 쳐져 있던 비늘에 다시 붉은 빛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아악!!”
녀석이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며 포효했다.
“뭐, 뭐야!!”
“드래곤이 다시 살아났어!!”
“으아악-!! 도망쳐!!”
다시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감히!! 감히…!!!”
말을 잇지 못하며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레드 드래곤은 공중에 날아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눈을 검게 물들였다.
뭔가 시도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죽어본 소감은 어때?”
“네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녀석은 입을 쩍 벌리며 불길한 검은 구체를 생성하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시도로 끝나 버렸다.
퍽!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검은 구가 터져 버려 자취를 감췄다.
“뭐, 뭣?!!”
당황한 녀석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구속구가 온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뭔…!!”
당황한 녀석은 몸을 바르작대며 하찮아 보이는 나무줄기를 뜯어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눈앞으로 다가가 비장하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구속구는 나밖에 풀지 못해. 내 허락 없이 너는 평생 이 상태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야, 알아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