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71
72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물론 뻥이었다.
평생은커녕 10시간만 지나면 풀릴 구속구였지만 그걸 방금 죽다 살아난 서양 도마뱀이 알 필요는 없었다.
“뭐, 뭐라고!”
“네 목줄은 내가 쥐고 있다는 얘기인데.”
“미개한 인간 따위가!! 당장 풀어라! 모,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당장!!”
아직도 자존심을 부리며 큰소리를 치는 놈을 보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야, 아직 상황 파악 안 됐냐? 어쩔 수 없네.”
드럼채를 꺼내 들었다. 이 상태라면 버프가 없어도 충분했다.
퍼벅!!!
“크헉!!”
녀석은 머리를 후드려 맞고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또 죽고 싶냐?!”
나도 아이템을 잃은 슬픔에 감정을 담아 녀석을 신명나게 패 버렸다.
“내가 어?! 너 때문에 아이템을!!! 두 개나 잃었어!!!!!!”
퍽!!!
물론 하나는 녀석의 심장이었다.
그게 중요한가? 내 손에 들어왔으니 내 꺼지.
“컥!! 자, 잠깐!! 기다려 봐라!! 크헉!!!”
“어쭈? 반말?”
“크억!! 기다려라…! 잠깐만! 잠깐만…요!”
녀석이 결국 폭력에 이기지 못하고 굴복했다. 녀석이 조금 대화가 통하는 상태가 된 것 같자 때리는 것을 잠시 멈췄다.
“내가 말하는 대로 따를래, 두 번 죽을래?”
“대체 원하는 게 뭐냐.”
휙-
“…요.”
드럼채를 다시 들어 올리자 놈은 움찔대더니 끝에 존댓말을 붙였다.
“한 번 죽인 걸로 모자라 다시 살려내다니, 이럴 거면 대체 왜 죽인 거지…요?”
머리통에서 피를 주르륵 흘리는 녀석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질문했다.
“마을에 가기로 약속했잖아.”
“그게 무슨…!”
“친구 찾으면 보상 주기로 했고.”
“그런 말은 한 적 없다!! …요!”
“암튼 약속 지켜.”
녀석이 당황하며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봤다.
네놈이 약속한 적은 없지만 시스템이 약속했어. 그러니까 불평하지마라.
녀석은 어이없어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이 망할 던전 오류의 최종 보스인데 보상은 줘야 할 것 아닌가.
“유명한 명언이 있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언젠가 봤던 영화의 명언을 읊으며 녀석의 황당해 보이는 눈빛을 무시했다.
“자, 빨리 가자.”
“어딜…요?”
존댓말에 익숙하지 않은지 계속 말끝을 흐리는 게 거슬렸지만 이 정도는 봐주기로 했다. 놈이 누구한테 굽혀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차차 익숙해지면 되지 뭐.
“한 번 죽었더니 머리도 퇴화됐냐? 마을에 돌아가야지. 올 때 태워줬으니 갈 때도 부탁한다.”
“이런 양심 없는…!”
눈을 부라리며 분노하는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자 혼자 움찔댔다.
“그, 그게…. 날개가 묶여 있어서 가능할지….”
몇 번의 학습 끝에 자존심 굽히는 것에 익숙해진 녀석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음….”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고 있자, 갑자기 나무줄기가 스르륵 움직이더니 녀석의 발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 구속구가 드래곤보다 말귀를 잘 알아듣네.
“이제 됐지?”
빙그레 웃어 보이자 녀석의 억울해 보이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일방적인 계약을 끝내고 내려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봐요, 드래곤이 왜 얌전해진 거죠?”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겁니까?!”
마을 주민들은 난폭하게 굴 줄 알았던 레드 드래곤이 갑자기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궁금증이 폭발했다.
일일이 대답해 주기 귀찮아 무시하고 신애에게로 다가갔다.
“얘기를 잘 마쳤습니다. 마을로 돌아가서 퀘스트를 완료하죠.”
“한설 님,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신애도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질문했다.
“음, 이미 짐작하셨을 수도 있지만 사기적인 스킬이 있어서요.”
신애는 그럴 것 같았다며 금방 수긍했다. 신애와 던전을 돌았던 적이 꽤 있었으니 이쯤 되면 내가 평범한 헌터가 아니라는 것은 알 것이다.
그러니 별 말없이 수긍하고 지나갈 수 있는 것이고.
하지만 모두가 신애 같지는 않았다.
“드래곤을 해치웠을 때도 느꼈지만 대체 어떻게 한 거죠?”
“등급이 낮다고 들었는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다가오는 대일과 민상을 보며 혀를 찼다.
별로 주목받고 싶지 않은데.
“그 마나라는 거, 알려주면 저도 알려드릴게요.”
어차피 내가 드래곤을 해치우고, 부활시키고, 꼼짝도 못 하게 만든 장면을 여기 있는 헌터들이 전부 목격했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하고 넘어가기엔 스케일이 너무 컸다.
하지만 공짜로는 절대 안 알려주지.
그들이 썼던 마나 이용법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신애에게 걸린 마법은 SS급 몬스터가 건 마법이었다. 그것을 파괴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마나라는 것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이후 던전 공략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배워둬서 손해 볼 게 전혀 없었다.
“그건 저보다 스승님께 배우는 것이 빠를 겁니다.”
마을에 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군.
“그럼 마을로 곧장 떠나죠.”
“누구 마음대로!!”
떠날 채비를 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있을 때 마을 입구 쪽에서 기분 나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보자 거기엔 잠시 잊고 있었던 인물들이 서 있었다.
우락부락한 몸집에 상처가 잔뜩 나 있는 박추환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머리가 많이 흐트러져 있는 위구안이었다.
아, 맞다. 쟤네도 있었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많이 초췌해 보이는 게 고생을 꽤나 한 모양이었다.
“한설! 네 녀석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설명해 줘야겠다!”
추환이 화난 표정으로 다가왔다.
뭐야, 왜 화를 내고 난리야? 그리고 뭔 설명?
멀뚱히 화가 난 추환을 쳐다보자 그는 더욱 불같이 화를 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 짓지 마라! 네놈이 죽은 드래곤을 되살리는 걸 전부 목격했다!!”
아, 뭔 소린가 했더니 이제 막 도착해 내가 살리는 부분만 보고 꼬투리를 잡는 것이었다.
드래곤을 살리는 부분에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얌전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딱히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단 소리다.
지금 도착한 녀석들만 적대심을 드러내고 있었고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나 헌터들이 녀석들을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다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나! 이 악당 놈이 드래곤을 되살리는 것을!!”
다들 어이없어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을 오해한 추환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드래곤과 한패이거나 무슨 작당을 꾸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힘이 약하니 드래곤을 이용해 자신의 위상을 높여 보려는 것 같은데, 네놈 속셈은 이미 다 파악했다!”
소설을 써라.
기가 차서 뭔 말이 안 나왔다.
시간 없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초를 치고 앉아 있어? 짜증나게.
“뒤늦게 와서 웬 뒷북이야!”
“맞아!! 퀘스트 완료 안 된 거 못 봤냐? 드래곤 데리고 가야 공략 끝난다잖아!”
“쟤네 퀘스트 못 받았잖아. 냅둬! 시간 아까우니까 빨리 출발이나 합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는지 대신 녀석들에게 날카롭게 쏘아주는 헌터들을 보고 조금 감동 먹을 뻔했다.
추환은 이런 반응을 예상 못 했는지 당황하며 주춤했다.
그러게, 자리 봐가면서 싸움을 걸었어야지.
그때, 추환을 밀치고 여태 조용히 있던 구안이 앞으로 나왔다.
“죄송했습니다.”
갑자기 웬 사과?
“이제껏 불편하게 만들었던 모든 행동들 사과드립니다.”
“원하시는 게 뭐죠?”
눈을 가늘게 뜨고 구안을 노려봤다.
사실 막무가내로 자기 성질대로 행동하는 추환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구안 쪽이 상대하기가 더 껄끄러웠다.
저 사과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지.
“저희는 많이 지쳤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데 한 달이 걸렸죠. 이대로 가다간 전멸할 겁니다.”
“그게 저희랑 무슨 상관이죠?”
“도와주십시오. 이 던전을 얕보고 그쪽을 얕본 것 모두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겠습니다.”
“위구안…!! 지금 저놈에게 빌붙겠다는 거냐!”
추환은 정신을 못 차리고 구안에게 삿대질을 했다. 배신자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습이 이름대로 추해 보였다.
“조용히 하시죠, 당신이 리더로서 아직도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양심이 있으면 뒤를 돌아보세요.”
구안과 추환의 뒤로는 상당히 지쳐 보이는 헌터들이 주저앉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A급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구안과 추환만이 그나마 상태가 괜찮았던 것이었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부상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그새 숫자도 조금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70명으로 시작했던 팀이었는데 결국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20명이었다.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 50명이나 죽인 사람이 정신도 못 차리고 언성이나 높이네요.”
그 점을 지적하자 추환은 손가락질을 해대며 말했다.
“네 녀석도 결국 남은 건 5명이지 않나!”
5명? 민상과 신애, 가까이에 있던 대일까지 해도 4명인데 1명은 누굴 말하는 거지?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자 성문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용운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싸움이 끝나니까 하나둘씩 나타나네. 싸울 때 도와주기라도 하면 몰라.
용운을 째려보니 녀석도 자기 잘못을 알고 있는지 움찔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잠깐, 누가 5명만 생존했다고 하는 거지?”
가만히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대일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나머지 우락부락한 몸집의 소유자들이 다 같이 앞으로 나왔다.
“너, 너희들은 뭐야?”
추환이 알아보지 못할 만도 했다. 처음 봤던 모습과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체 마나를 이용한 수련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사람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바꿔 놓았다.
음, 역시 꼭 배워야지.
“우린 너희가 약하다고 배척했던 헌터들이다. 30명 모두 생존해 있다!”
좋아, 잘한다.
“마, 말도 안 돼…. 전원?”
구안도 믿을 수가 없는지 눈이 동그래져서 그들을 쳐다봤다. 내가 가르친 사람들도 아닌데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그래, 모두 생존해 있지. 누구네처럼 전부 죽은 게 아니라.
그들이 정말로 놓고 갔던 헌터들임을 깨닫자 구안이 갑자기 내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사례는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돈을 달라면 돈을 드리고, 아이템을 달라 하면 아이템을 드리겠습니다.”
가만히 있던 신애가 더 이상은 못 참겠는지 앞으로 나오며 짜증을 냈다.
“이봐요! 참다 참다 안 되겠네! 우리가 그런다고 넘어갈 줄 알아….”
“좋습니다.”
신애는 옆을 돌아보며 휘둥그레진 표정을 했다.
“신애 님, 그래도 같은 대한민국의 헌터 아닙니까. 이들을 두고 가면 국가적 손실이기도 해요.”
“끙…. 한설 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한설 님은 너무 착해요.”
그래, 내가 착해서 거절을 못 한 거다. 절대 돈 때문이 아니라고.
표정이 밝아진 구안을 보고 상큼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순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