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72
73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
“원래 다른 사람들도 계약서에 이름 써야 되는데, 구안 님 봐서 그냥 넘어가는 거 아시죠?”
“크흑.”
팔랑이는 계약서를 보고 구안은 결국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나름 양심 있게 탈탈 털어먹었다.
센터는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단체이니 마음대로 돈을 빼돌릴 수 없다는 개소리를 하길래 누가 센터 돈 내놓으라고 했냐 말하니 입을 꾹 닫는 구안이었다.
누가 공금 횡령을 하래? 자기 돈 쓸 생각은 안 하고 남의 돈 쓸 생각만 하고 있네, 아주.
대신 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 달라길래 생각보다 양심이 살아 있는 녀석이었다.
계약서에는 앞으로 구안이 던전에서 얻은 수익의 30%를 나에게 양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 등급은 높지만 E급 던전밖에 돌지 못하는 나와 다르게 A급 헌터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했다. 30%를 받게 되면 꽤 좋은 부수입이 될 것이다.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목숨 값이라고 생각하면 싼 것이다.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결국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준비됐어?”
계약서를 인벤토리에 잘 모셔두고 드래곤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녀석은 인간이 북적거리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드는지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나한텐 안 그랬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에 올라치면 성질을 내며 긴 꼬리로 바닥을 거세게 치곤했다.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요!”
“왜, 불만 있어?”
“그런 건 아니지만…!”
“은근슬쩍 말 놓는다?”
“…요.”
손을 까닥이니 드래곤이 몸을 숙였다.
“여러분. 늦기 전에 얼른 타세요.”
드래곤을 다루는 모습에 쑥덕대던 헌터들이 내 외침에 하나둘씩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계약서를 쓰느라 상당 시간이 지났기에 드래곤의 봉인이 풀리기 전에 퀘스트를 완료해야 했다.
사람들이 탑승하자 드래곤이 무겁다며 툴툴댔다.
그래도 크기가 크기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타도 자리가 널널했다.
그때, 주춤대며 추환이 드래곤의 등에 타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잠깐.”
넌 그냥 못 타지.
“뭐, 뭐냐.”
살짝 긴장한 것 같은 추환이 내가 불러 세우자 땀을 흘렸다.
“넌 탑승료 내세요.”
반존대를 하며 손바닥을 내밀자 추환이 당황했다.
“타, 탑승료?”
“그럼 꽁으로 타려고 했어요? 위구안은 계약서를 써서 나머지 헌터들은 무료로 탈 수 있지만 그쪽은 아니잖아요.”
“쳇, 얼마면 되냐!”
끝까지 큰소리를 치는 추환을 보며 씩 웃었다.
그래, 양심이 있으면 그냥 타면 안 되지.
“1억.”
“뭐?! 잠깐 탔다가 내리는데 1억을 달라고?”
“싫음 여기 남든가.”
추환은 1억이 비싸다고 느꼈는지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나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드래곤 등에 타보는 체험이라도 하는 줄 아나.
만약 타지 못하면 꼼짝없이 혼자 여기 남게 된다. 한 달 걸려 이곳에 도착했다 했으니 영웅에 마을에 걸어가려면 최소 한 달은 걸린다는 소리다.
그땐 던전 공략을 하고도 남을 시간일 것이다.
시간의 뒤틀림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추환은 그걸 모르니까.
미련 없이 몸을 돌려 탑승하려는 시늉을 하자 추환이 다급하게 내 어깨를 잡았다.
“기, 기다려! 지금 당장은 줄 수 없고 나가면 주겠다.”
그래, 목숨이 달린 일인데 그 정도는 껌값 아니겠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들었다.
“자, 지장 찍으세요.”
“악마 같은 놈….”
못 들은 척 녀석을 보내주자 이번엔 용운이 쭈뼛거리며 등장했다.
맞아, 양심도 없는 녀석이 또 있었지.
돈이고 뭐고 이번엔 그냥 말없이 몸을 돌려 버렸다. 그러자 용운은 금방이라도 질질 짤 것처럼 내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았다.
“저만 두고 가지 마세요!! 잘못했어요!!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봐요! 흐어엉!!!”
결국 소리를 내며 엉엉 울어 버리는 용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용운의 앞 순서였던 민상이 자신도 찔리는 게 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드래곤 등에 탔다.
올라타는 내내 민상을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봐 줬다.
너도 원래 돈 내야 하는데 드래곤이랑 싸우려는 시늉이라도 해서 봐준 거다.
“흐윽, 허엉!! 제발 데려가 주세요!!”
“한설 님, 그러지 마시고 같이 데려가죠.”
보다 못한 신애가 드래곤 등에서 내려와 말했다.
“음, 신애 님이 그렇게 말하신다면….”
신애의 말에 고민하는 척 턱을 쓸다가 용운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래, 돈 받는 걸로 퉁치지 뭐.
“……?”
“탑승료 내. 아까 금액은 들었지?”
“저, 저 돈 없는데요….”
이런 반응일 줄은 알았다. 용운의 사정은 정확히 모르지만 D급 헌터에 ‘길잡이’라는 서포터형 직업이었으니 벌이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 팔아서라도 가지고 오든가.”
아직도 고급진 옷을 입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용운을 보고 말했다.
용운은 자신의 옷을 보더니 잠시 울상을 짓다가 다급히 마을 사람들을 돌아봤다.
여기서 통용되는 돈이 한국 돈이었으니 결국 던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열심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팔러 다니는 용운을 바라봤다.
성은 반파 상태이고 숲은 엉망이었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어지러운 마을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고급품들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지니고 있는 것들이 가격이 꽤 나갈 것 같으니 열심히 발품을 팔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뭐 그때까지 우리가 기다려 준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이제 갈까요?”
시간이 좀 지났다고 생각해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기, 기다려 주세요!!”
막 떠나려고 하는 와중에 팬티 한 장 차림으로 헐레벌떡 용운이 달려왔다.
음, 탈탈 털어서 모아왔나 보네.
꾸깃한 돈뭉치를 넘기는 용운을 보며 용케도 모아왔다고 생각했다.
“…좀 모자란데?”
“나머지는 밖에서 꼭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는 용운에게도 종이를 내밀었다. 울먹이던 용운은 결국 지장을 찍고 나서야 드래곤의 등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이제 진짜 출발이다.”
드래곤은 계속 투덜대다 마지막으로 내가 올라타자마자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올 때처럼 엄청난 스피드로 영웅의 마을을 향해 날아갔다.
“으억!”
그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한 몇몇 헌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드래곤의 등에 붙었다. 마을에 도착한 것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역시 드래곤이 빠르긴 빨라.
마을 안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렸다.
드래곤이 장현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퀘스트의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들 드래곤 등에서 내리며 영웅의 마을까지 걸어갔다.
“장현지로 변해.”
“…쳇.”
드래곤은 거대한 몸집을 작게 만들더니 붉은 머리카락이 특징인 장현지로 변신했다. 어린 소녀의 모습에 괴리감이 들었다.
몸이 작아지니 구속구도 크기를 줄여 손목에 감겨 있었다.
음, 이거 보고 납치라도 한 줄 아는 건 아니겠지?
촌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던 헌터의 겉옷을 빌려 녀석에게 입혔다. 옷이 크고 소매가 길어 손이 묶여 있는 것이 얼추 가려졌다.
“이제 됐다. 연기 잘하는 거 잊지 말고.”
“말 안 해도 알아서 잘할 거다…요.”
존댓말에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마을 입구에 가까워졌을 때 몇몇 사내들이 갈퀴 같은 것을 들고 경계심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한두 명도 아니고 험악해 보이는 헌터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경계심이 들 만도 했다.
“현지…!! 자네, 정말로 현지를 데려와 줬구먼!!”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 중 촌장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앞장서서 걷고 있는 붉은 머리의 소녀를 발견하고는 믿기지 않는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그 옆에 있던 나의 손을 붙잡더니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한 촌장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어서요.”
“괘, 괜찮네. 이렇게 무사히 현지를 데려와주지 않았나! 정말 고맙네, 고마워.”
촌장은 잠시 현지를 바라봤다. 녀석은 촌장의 딸이 아니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알리진 않았다.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촌장은 손을 덜덜 떨며 현지를 꽉 껴안았다.
난리치며 적대심을 보이면 어떡하나 했는데 의외로 드래곤은 얌전히 촌장과 마주 안고 있었다.
가증스럽게도 눈물을 훔치는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해댔다.
연기 잘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 잘하니 또 기분이 이상하네.
“정말 고맙네.”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한 촌장은 마을로 우리를 안내했다. 얌전히 따라 들어가다가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나를 돌아보는 촌장을 보며 최대한 무해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늘어놨다.
“큼, 저희가 그동안 전투로 많이 지치기도 했고, 무엇보다 잃은 것도 참 많거든요. 물론 따님을 구하는 데 전혀 아깝지 않은 손실이었습니다. 그래도 뭐, 감사인사를 하시려면 굳이 마다할 생각은 없거든요.”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슨 뜻인지 알지? 보상 내놔. 공략 완료되기 전에.
다행이 촌장은 눈치가 상당히 빠른 인물이었다.
“그렇지! 내 은인들이 현지를 데리고 와줬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그래, 말이 통하는 양반일 줄 알았어.
“빌려줬던 검, 돌려주지 않아도 되네!”
…응? 설마 그게 끝은 아니지? 그거 이미 신애 님한테 줬다고.
“감사합니다. 하하, 그런데 그게 전부…?”
무해한 표정을 연기하던 얼굴이 일그러지려고 했다.
“물론 끝이 아니지! 우리 집으로 가세!”
내 얼굴을 쳐다보던 촌장을 껄껄 웃더니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같이 퀘스트를 받았던 헌터 무리도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촌장의 집은 깨끗하고 30명의 사람들이 들어가도 좋을 만큼 넓었다.
작은 마을이여도 촌장의 집은 다르다 이건가.
촌장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 천으로 덮인 바구니를 한가득 가지고 왔다.
천을 열어보니 안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이 빽빽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뭔가요?”
이게 보상인 건가?
“이거 우리 마을에만 나는 귀한 식물이라네. 제자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지나쳐 촌장이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 스승님!! 감사합니다!!! 이 귀한 것을…!”
그래서 이게 뭔데. 설명 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감격해하는 헌터들과 식물에 대해 설명해 줄 생각이 없는 듯 허허 웃음을 짓고 있는 촌장을 보고 결국 포기했다.
아이템이니 시스템이 알아서 알려줄 것이다.
띠링.
[마나꽃]섭취 시 ‘마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이게 끝이야? 아니, 그래서 마나가 뭐냐고.
“참, 자네는 잠시 따라와 보게.”
촌장이 식물을 손에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는 나를 이끌고 계산 위층으로 올라갔다.
오, 역시. 끝이 아닐 줄 알았어.
최소 A급 던전이었다. SS급 드래곤도 해치웠었는데 허접한 식물이 끝이 아닐 줄 알았다.
촌장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책상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상자 안에는 열쇠가 들어 있었다. 간단하고 투박하게 생긴 열쇠였다.
“이게 뭐죠?”
“받아주게. 선조의 유품이네.”
띠링.
[아롤의 열쇠]???의 열쇠이다.
되게 쓸데없어 보이는데.
선조의 유품이라고 하면 드래곤을 잡았다던 그 영웅을 말하는 것일 거다.
그런 사람의 유품이었으니 언젠가 쓸 데가 분명 있을 거다.
촌장이 준 아이템을 잘 넣어두었을 때였다.
띠링.
[메인 퀘스트 – 마을 사람의 부탁 완료.]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
기뻐하며 메시지를 읽고 있는데 다시 메시지 알람이 떴다.
띠링.
[던전 게이트가 열립니다.] [던전을 빠져나갈 인원은 30명입니다. 나갈 인원이 정해질 때까지 던전 게이트가 보류됩니다.] [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