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78
79화
-돌아온 생존자들
뭐야,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나와 있지?
게다가 사람들은 우리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머지 촌장의 제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우워어!! 진짜 밖이다!!”
“어흑, 집에 돌아갈 수 있다!!”
그들이 나오고 던전 게이트는 바로 사라져 버렸다. 던전을 공략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들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사람들 틈으로 몸을 숨겼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비밀 던전을 생성하기가 어려워졌다.
던전을 생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떤 이상한 말이 돌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사양이었다.
던전에서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중에 꺼내줘야겠다.
“새, 생존자들이다!!!”
“던전을 공략하신 겁니까?!!”
“한 마디만 해주시죠!!”
찰칵, 찰칵-
누군가의 외침을 기점으로 시끄러운 셔터음이 들려오고 사람들의 외침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들려왔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며 영상이나 사진에 나오지 않는 각도에 서서 상황을 지켜봤다.
신애는 바글거리는 기자들과 사람들 때문에 당황한 것 같았다. 맨 앞에 나와 있던 탓에 사람들의 질문공세를 혼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한설 님…!”
당황한 신애가 나를 부르며 뒤를 돌아봤다.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지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착한 신애는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나 대신 기자들을 상대했다. 뭐라 뭐라 외치는 것 같았으나 기자들을 신경 쓰느라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잠시만요, 지금부터는 센터에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때 지완과 남현이 나타나 기자들을 물렸다.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애와 나머지 헌터들도 센터 사람들이 이끌고 갔다.
“센터는 무슨,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헌터들을 죽음으로 내몬 게 센터잖아!!”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렸다. 누군가는 달걀을 던져 센터장인 지완에게 던졌다.
퍽-
지완이라면 충분히 그 계란을 피할 수도 있었는데 피하지 않았다. 지완의 머리에 명중한 계란이 흘러내렸다.
“센터장님!”
카메라 셔터음이 더욱 커지고 지완은 자신이 계란을 맞았다는 사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헌터들을 인도했다.
나는 얼른 지완의 뒤를 따라갔다.
바로 그때였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올 필요가 없었던 모양인데.”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길드장들이 기자들을 헤치고 등장했다.
자세히 보니 백이권과 이한대였다.
기자들은 길드장들의 등장에 타겟을 바꿔 그들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센터가 몰고 온 차에 타려고 할 때였다.
“역시 그냥 죽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어.”
재빠른 걸음으로 곧장 나에게 다가오는 이권을 보고 기겁을 했다.
왜 일로 오는 건데? 네가 오면 집중되잖아!
다급하게 옆에 있던 신애를 방패막이로 세우고 차에 몸을 던지듯이 올라탔다.
“백이권이 지금 뭐 하는 거지?”
“누구한테 가는 것 같은데?”
“누군지 당장 찍어!!”
걸어 다니는 이슈 메이커답게 기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권을 보며 사색이 되었다.
함께 있는 모습을 절대 찍히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신애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잘해 주고 있었고, 겁에 질린 것 같은 내 모습을 보고 이권의 앞을 막아주기까지 했다.
역시 천사였다.
“…좀 비켜주겠나.”
차문을 막고 서 있는 신애를 보고 이권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런 말투를 쓰는 것은 굉장히 화가 났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시죠?”
“호오,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보군.”
이권은 짜증을 내려는 서늘하게 웃다가 신애를 다시 돌아보더니 턱을 쓸어내렸다.
마력 민감도가 높으니 신애의 변화를 금방 눈치챈 것이다.
“이건….”
“언제 한번 우리 길드에 방문해 주겠나? 새로운 인재는 환영이거든.”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신애에게 명함을 내미는 이권을 보며 손익계산이 확실한 인간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그리고 이권은 용건이 끝나지 않은 듯 차 안에 쭈그리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세상에 막 태어난 새끼 양처럼 덜덜 떨지만 말고 시선을 즐겨보라고.”
“제발 조용히 좀 하고 가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언제 벌벌 떨었다고 저런담.
“걱정한 사람한테 너무하는군.”
“제가 정말 걱정되시면 여기서 사라져 주세요.”
“뭐, 무사한지 확인했으니 그러지.”
웬일로 이권이 내 말을 들어주며 뒤로 물러났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권의 뒤로 멀리 이한대가 보였다. 놈을 보니 주먹이 꽉 쥐어졌다.
이권도 이권이지만 이한대에게 시선이 끌리고 싶지 않았다.
녀석은 날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지만 놈과 마주쳐서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진 않았다.
지완이 계란을 대충 닦아내고 차에 올라탔다. 신애도 올라타고 우리는 그들을 내버려 놓고 센터로 출발했다.
센터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 던전 오류를 겪었을 때 심문을 받았던 장소로 옮겨졌다.
특별히 일반 센터 직원이 아닌 지완이 내 진술서를 작성하기 위해 들어왔다.
계란을 맞았던 부위는 깨끗이 닦여 있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없었는지 맞았던 흔적이 옷깃에 남아 있었다.
“던전 오류가 이번으로 3번째이시군요.”
찔리는 게 있어서 고개만 끄덕이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던전 오류가 난 것이 신애와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아는 사이라고 해도 지완은 센터장이었다.
헌터계에 위험이 될 만한 요소를 반길 리가 없었다.
“혹시 짐작 가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딱히 없어요.”
거짓말은 쉽게 나왔다.
“후우…. 관두죠.”
한숨을 푹 쉬는 지완은 갑갑하게 매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화난 건가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자 지완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저는 센터를 떠납니다. 이 일만 마무리되면요. 조사는 부하들이 알아서 해주겠죠.”
“네에?!”
충격적인 발언에 답지 않게 소리 크게 냈다. 지완은 이미 결심을 마친 것처럼 후련한 표정이었다.
“센터 일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요?”
“좋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하는 것이죠.”
이번 일의 사건은 센터장의 책임이 당연 컸을 것이다. 던전에 갇혀있는 동안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대충 예측은 가능했다.
던전 오류가 일어날 것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센터에서 의뢰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한두 명도 아니고 100명의 인원을 투입시킨 것도 그들의 실수였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입니다. 후련해요.”
지완은 정말 후련해 보였다.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결심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시게요?”
“글쎄요, 차차 생각해 봐야죠.”
지완과는 진술이라기보다는 사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다른 방을 슬쩍 보니 진술이 끝난 사람은 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맞다, 나머지 사람들.”
비밀 던전에 내버려 뒀던 인원들이 생각나 센터 밖으로 나와 던전을 생성했다.
던전을 생성하자마자 구안과 추환을 포함한 A-B급 헌터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다.
“저, 정말 돌아왔어!”
“와아아!! 밖이다!!”
“다들 계약서 내용 잊지 않았죠? 제 이야기는 함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 던전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하고요.”
그들을 향해 조곤조곤 말했지만 살았다는 감격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이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믿지 않을 사람이 더 많았으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진술을 끝낸 예빈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예빈아!”
잰걸음으로 달려가자 예빈이가 나를 발견하고 천천히 걸어왔다.
“몸은 좀 괜찮아?”
던전 오류에서 가장 오래 있었던 인물이니 걱정이 앞섰다.
“…나보단 오빠 걱정이나 해.”
오빠? 방금 오빠라고 한 거 맞지?
예빈이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항상 ‘너’라고 하거나 아예 지칭을 하지 않고 용건만 말했었다.
장족의 발전에 감격하며 예빈이에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같이 집에 갈래?”
“아니.”
아. 역시 그럼 그렇지.
냉정한 목소리에 심장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찾아갈게. 내일 학교도 가야 하고 바빠서.”
하지만 이어지는 예빈의 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말을 끝으로 예빈이는 유유히 사라졌다.
예빈이가 먼저 긍정적인 답변을 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러모로 좋은 신호였다.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야지.
지금은 나도 전부 잊고 푹신한 침대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다. 던전에서 온갖 일들을 겪고 싸우다보니 심신이 지쳤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다시 던전 달려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집을 향해 가고 있을 때였다.
툭.
“아, 죄송….”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급해서…! 어?”
급히 어딘가로 뛰어가는 아저씨와 어깨가 부딪혔다. 다급한 목소리로 사과를 하며 지나가려는 인물이 익숙했다.
“독열 아저씨?”
“한설…. 설이 아니냐!”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운 얼굴로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어어…. 나야 잘 지냈지. 그런데 내가 지금 바빠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의 독열 아저씨는 내가 기억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덥수룩한 수염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 말이다.
그 모습이 정겨워 말을 더 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가세요?”
“후우,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지금 A급 던전에서 생존자들이 나왔다는구나.”
너무 잘 알고 있는 얘기였다. 거기에서 살아나온 생존자가 나였으니까.
“잘 알죠,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그 던전에 내 아들이 들어갔었어.”
생각해 보니 독열 아저씨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도 헌터라는 얘기를 들었다.
생존자 얘기를 듣고 자신의 아들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센터로 달려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피곤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설마 죽은 사람 중에 있는 건 아니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아닐 거라 단정 지었다. 왜냐면 독열 아저씨 아들은 D급 헌터였기 때문이다.
추환이 죽음으로 내몰았던 헌터들은 대부분 A-B급 헌터들이었다.
C급이 몇몇 껴 있긴 했지만 D급은 취급도 해주지 않았으니 생존한 사람들 중에 있을 확률이 컸다.
“아마 살아 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아저씨는 작은 희망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모양인지 절박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도 그 던전에 있었거든요.”
“너, 너도 거기 있었다고?!”
독열 아저씨는 기절할 듯 놀래며 내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우리 한기는 살아 있는 거냐…?”
울 것 같은 아저씨의 모습에 당황했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하도 많아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않아 대답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서로 이름을 물어볼 시간도 없었으니 아저씨의 아들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제대로 대답해 줄 수 없었을 뿐인데 아저씨는 다른 의미로 받아드린 것인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흑, 우리 한기…. 한기야…! 이 못난 애비 때문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바닥을 헤매는 모습을 보고 쭈그려 앉아 아저씨를 향해 질문했다.
“아저씨. 아들, D급 헌터 맞죠?”
“어흐흑, 한기야….”
대화가 통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거 잠자기는 그른 것 같은데.
주저앉은 독열 아저씨를 부축하고 다시 길을 되돌아갔다.
센터는 금방이었다.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가 이끄는 대로 얌전히 센터로 향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직원 좀 불러주실래요?”
“무슨 일이시죠?”
센터에 도착하자 일반 센터 직원이 나와 우리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내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태도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아, 한설 님이시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보니 지완이 뭔가 조취를 취해 놓은 모양이었다.
“아뇨, 그냥 사람 한 명만 확인하려고요. 혹시 김한기라는 사람이 생존자 중에 있나요?”
아들의 이름이 나오자 독열 아저씨는 눈물을 멈추고 긴장을 했다.
“김한기 씨요? 잠시만요.”
직원은 어딘가로 연락을 하더니 이내 우리에게 말했다.
“네, 생존자 명단에 있다고 하시는데 불러드릴까요?”
“제, 제발 부탁합니다!”
아저씨의 애원에 직원은 나를 보더니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를 데리고 돌아왔다.
“한기야!!”
“아, 아빠!”
아저씨는 헐레벌떡 달려가 한기라 부른 사내를 얼싸안았다.
그리고 나는 당황했다.
센터 직원이 김한기라고 데리고 온 남자는 지용운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