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91
92화
-작전회의 (1)
신혈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백이권은 선수들의 훈련 상태와 컨디션을 수시로 확인했다. 얼마나 바쁘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길드장의 기여도부터가 달랐고, 그것은 선수들의 열정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중권은 대항전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선수 하나하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고, 겉으로 보이는 객관적 사실에만 집중했다.
‘천존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들끼리 적당히 훈련하다가 힘들면 쉬거나 했지.’
그에 반해 이권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연습실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춰 조언을 하는 등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러니 다들 군기가 바짝 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대충 하고 빠지려고 해도 빠질 수가 없었지.’
천존의 연습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이유였다.
하지만 만일 천존도 신혈처럼 빡세게 훈련을 하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참여를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천존은 이미 패배자 마인드가 잔뜩 깔려 있었다.
‘그러니 내가 자주 나오지 않아도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은 거지.’
“등급은 갑자기 왜?”
사실 그래도 대형 길드이니 제대로 된 대비를 해뒀을 거라고 생각했다.
“잔말 말고 알려줘요.”
근데 리더나 선수들 상태를 보니 고개가 저절로 저어졌다.
지들끼리 알아서 잘하기는 무슨.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은데.
이미 중권에게 선수들의 정보를 받아서 등급이나 직업 같은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다시 물어보는 이유는, 나를 제대로 소개받지 못한 것 같은 천존 선수들을 위해 소개도 할 겸 작전회의를 제대로 하기 위함이었다.
“일단 우리는 다 A급이고 순서대로 검사, 워리어, 얼음마법사, 힐러야.”
“저는 B급 헌터입니다. 서포터고요.”
“뭐?! B급이라고?? 미쳤네. B급인데 A급 헌터를 이긴 거야?!”
워리어라 소개한 녀석이 흥분하며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우린 이 상태로 가다간 신혈 절대 못 이겨요. 신혈은커녕 중형 길드에게도 밀릴걸요?”
“뭐? 말이 심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형한테….”
“져요.”
단호한 대답에 기분이 상한 듯 다들 말이 없어졌다.
“네가 강하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말이 너무 심한 것 같아.”
천존의 리더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았던 사람이 누구죠?”
워리어가 손을 슬쩍 들었다.
당연한 결과다. 체력이 가장 높은 녀석이었으니 가장 오래 살아남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거였다.
“아까 보니 중형 길드 선수들이 다 같이 덤비니까 바로 탈락하던데.”
“그, 그건…!! 1대 1이었으면 절대 안 져!”
“그래서 앞으로 나올 경기들이 1대 1인가요?”
녀석은 할 말이 없었는지 단번에 잠잠해졌다.
“우리한텐 전략이라는 게 없어요. 제가 무슨 소식을 듣고 왔는지 알아요?”
“…….”
“그 대단한 대안도 신혈과 동맹을 맺으려고 하더라고요. 작년에 2등 한 길드인데도 다른 길드들을 철저히 경계하고 머리를 굴린다고요.”
신혈 길드에서 들은 내용을 알려주니 다들 부끄러운 표정이 드러냈다. 게다가 다시 희망이 꺾인 듯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얘네는 왜 이렇게 금방 기가 꺾여? A급 맞아? D급일 때의 신애보다 못하네.
“역시 이번에도 안 되려나….”
“만년 꼴등이네.”
“아니 1, 2등끼리 동맹 맺으면 어쩌라는 거야? 비겁하게!”
정신교육 먼저 시켜야겠구만.
“비겁하다고요? 철두철미한 거죠. 그리고 만년 꼴등? 진짜 꼴등이 들으면 뒷목 잡겠네.”
“트, 틀린 말은 아니잖아!”
“다들 정신 차려요. 전 길드장에게 성과를 보여야 해요. 전 절대 질 생각 없거든요.”
“뭐? 우린 못 이긴다고 악담했잖아.”
“지금 이 상태론 안 된다고 했죠. 시간이 우리 편은 아니지만….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하려고?”
“작전회의죠. 마침 제가 좋은 정보를 얻었거든요.”
사람들에게 현준에게 들은 정보를 말하려고 할 때, 현지에게 줬던 이어폰에서 무전이 왔다.
[대안과 신혈의 동맹이 결렬됐다.]오, 나이스.
현지의 덤덤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주변이 조용한 것을 보니 혼자 따로 나와 무전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안이 어디까지 얘기했어?”
[그냥 동맹 제안만 했다. 거절하자 바로 자리를 떴어.]그렇담 신혈은 다음 경기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는 거네.
“좋아, 또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알려줘.”
[알겠다.]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정보전에서는 우리가 신혈을 앞섰네요.”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천존 선수들에게 내일 있을 경기의 정보와 내 계획을 설명했다.
“정말 그걸로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계획을 들은 사람들이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아뇨. 이번에는 이길 생각 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번 경기가 앞으로의 경기에서 도움이 될 거예요.”
다음 날. 모든 길드들이 메인 스타디움에 모였다.
MC가 다음 경기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 위에 올랐고, 모두 MC의 입만 집중했다.
“여러분이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제2차전의 종목은 과연 무엇일까요?”
다들 긴장하며 길드원끼리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 인원수나 종목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바로~!! 3인조 몬스터 사냥입니다!”
현준의 정보가 정확했군. 혹시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MC가 인원수와 종목을 말하자마자 우리는 미리 얘기했던 대로 움직였다.
“정말 천설원이 말한 대로잖아.”
“성수 씨랑 대수 씨. 준비되셨죠?”
성수는 검사인 30대 남자였고, 대수는 마법사이자 팀의 리더였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제한시간 안에 A구역의 몬스터를 가장 많이 처치하는 팀이 이기게 됩니다!”
A구역은 인공적으로 만든 숲이 있었다. 그곳에 홀로그램으로 띄운 가짜 몬스터들을 처치하라는 내용이었다.
실제가 아닌 홀로그램이라 몬스터들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 판단하고 공격력과 기동성이 좋은 인원으로 뽑았다.
대수와 성수 모두 광역 스킬이 있었기 때문에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제한시간은 단 1시간! 긴급 상황을 대비해 여러분의 사냥 모습을 찍게 될 예정이니 참고해 주시고, 10초 후 바로 출발합니다!!”
MC의 말과 함께 전광판에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뭐야! 의논할 시간은 줘야 할 거 아니야!”
“시간 없어! 빨리 정해!”
우리는 전광판에 카운트다운이 시작하자마자 A구역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비교적 이동속도가 느린 리더 대수를 등에 업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른 팀을 보니 카운트다운에 허둥지둥하며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인원을 뽑아 출발시켰다.
뒤를 돌아보니 카운트다운이 끝났는데도 출발하지 못한 팀들도 수두룩했다.
파앗-!
거의 비슷한 속도로 출발한 팀은 우리를 포함해 대안과 신혈이었다.
대안은 경기 종목을 미리 알고 있었으니 당연했지만 신혈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신혈 녀석들이 어떻게 저렇게 빨리 출발할 수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이미 모든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봤기 때문이었다.
어떤 경기일지, 몇 명을 동원해야 할지 모든 수를 가정해 조합을 이뤄서 수없이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정말 징글징글했지.
“저희는 오른쪽으로 빠져요!”
신혈이 왼쪽으로 꺾는 것을 보고 외쳤다. 뽑힌 인원을 보니 기태와 은아, 태경이었다.
힐러에다 공격기가 없는 서현과 서포터인 나를 빼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무난한 선택이었다.
‘현지 넣었으면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텐데.’
브레스 한 방이면 홀로그램으로 만든 몬스터쯤은 찍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비명횡사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들은 현지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안은 우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니 겹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조합을 보니 신애와 현준이 껴 있었다.
신애는 모든 경기에 참여하겠지.
내가 이한대여도 그렇게 하라고 할 것이었다.
알아보니 길드장을 포함한 S급 헌터는 선수로 뽑으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단, 외부 선수는 예외였다.
우리나라의 S급 헌터들은 길드에 안 들어간 사람이 없었으니 실질적으로 길드대항전에 S급 헌터는 못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하지만 혜성처럼 무소속인 신애가 등장한 것이다.
“블랙넛이 나타났어!”
때마침 대수가 앞에 나타난 몬스터를 보고 소리쳤다.
검은빛에 안광이 노란 몬스터는 홀로그램이라는 것을 티내기라도 하는 듯 주변이 일그러져 있고 모두 모습이 똑같이 생겼다.
대수가 말하는 것을 들으니 녀석들을 블랙넛이라 부르는 듯했다.
신혈에 서브 탱으로 뽑힌 실력을 보여줘야겠군.
대수를 내려놓고 앞으로 달려가며 단검을 뽑아들었다. 검사인 성수도 나와 동시에 검을 빼들고 내달렸다.
앞 열에 있던 블랙넛들은 입으로 추정되는 곳을 크게 벌리며 덤벼들었다.
“조심해요!”
성수가 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1차전 때 헌터들을 가볍게 날려 버린 것을 잊고 서포터라는 것에 무의식중에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성수의 걱정을 시원하게 날려줬다.
덤벼드는 블랙넛을 두 동강 내주고 빠른 속도로 한 마리씩 처리해 나갔다.
지금은 탱커 역할이기에 대수에게 달려가는 몬스터를 몸으로 막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다치기도 했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제한시간은 1시간. 그 정도면 배가 칼에 뚫린다고 해도 버틸 자신 있었다.
그동안 싸웠던 상대들을 떠올리면 이 정도는 거뜬했다.
“스킬 완성됐어!”
대수의 외침에 성수와 내가 재빨리 자리를 비켰다. 대수의 거대한 얼음비가 블랙넛에게 쏟아져 내렸다.
“장관이네.”
A급 헌터답게 몬스터는 그의 공격에 한줌의 재로 변했다.
주변에 남아 있는 블랙넛들은 한 마리도 없었다.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
속도도 빨랐고, 해치운 블랙넛의 양도 많았다. 아예 바닥을 치진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작할게요.”
대수와 성수를 바라보자 두 사람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길현지다. 북서쪽에 대안 길드, 동쪽으로 신혈이 있다. 우리 뒤에 매화가 따라오고 있는 중이다.]무전을 받은 대수와 성수는 각자 대안과 신혈을 쫓아 숲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매화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우리는 이번 경기를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승리’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우리들은 다른 팀의 전투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지.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이런 대항전에는 상대 선수의 정보가 가장 중요했다.
서현 때만 생각해도 그렇다.
S급 헌터인 신애가 A급 헌터인 서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같은 편에게도 비밀로 할 정도로 서현은 자신의 스킬을 철저히 숨겼다.
그렇기에 아무도 서현의 스킬이 뭔지 예측하지 못했고, 비록 1차전에서 승리를 가져가진 못했지만 A급도 S급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을 시켜 줬지. 대단한 여자야.
물론 실제 전투라면 S급을 상대하기는커녕 꽁지 빠져라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룰과 규칙이 존재하는 길드대항전이었다.
머리를 잘 쓰기만 한다면 급과는 상관없이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