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Rude RAW novel - Chapter 8
07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일탈은 계속됐다.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백강우와 만나 몸을 섞었다.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흡사 굶주린 짐승처럼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가지며 그렇게 본능만을 채웠다.
와중에도 엄마는 여전히 끔찍하게 나를 닦달했고, 회장이 곳곳에 심어 놓은 눈 또한 여전히 나를 옥좼지만 상관없었다. 몰래 백강우를 만날 핑계쯤은 수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들에게 나는 내 분수를 알고 주어진 몫에 만족할 줄 아는, 말 잘 듣는 인형 같은 존재였으니까. 어느 누구도 무기력하고 유약한 인형이 이런 일탈을 저지르고 있으리라곤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었으므로.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백강우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탈의실을 나섰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 실장이 앞장을 섰고, 숍 앞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사모님껜 바로 자미원으로 모시고 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윤 실장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계속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행여나 백강우의 답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서였다.
오늘은 왜 못 오느냐고, 짧은 이유라도 물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내게 관심이 없다 해도, 수시로 몸을 섞고 나누는 사이인데 이 정도 안부는 궁금해해 줄 수도 있지 않나 싶어서.
상견례 날인 까닭이었다. 물론 백강우에겐 미리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의미도 없을, 형식적인 자리였다. 내게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그에게 구태여 알릴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웃음거리를 자초할 까닭도 없었다.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지난밤, 그의 성기를 품고 음란하게 헐떡이던 내가 또 정숙한 차림새를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인형처럼 앉아 내 인생을 두고 오가는 판돈을 무기력하게 지켜만 봐야 하는 꼴을.
“내리시죠, 아가씨.”
역시나, 식당 앞에 도착할 때까지도 손안에 쥔 핸드폰은 조용하기만 했다. 핸드폰을 핸드백 속에 밀어 넣으며 차에서 내렸다. 나를 마중 나와 있던 사람들과 윤 실장의 뒤를 따라 식당의 가장 안쪽, 끝 방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크기의 한옥식 방 안엔 엄마 혼자만 앉아 있었다. 아직 이규현 쪽에선 아무도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회장님은 10분이면 도착한다고 하셨고, 이 의원도 거의 다 와 가는 모양이야.”
엄마는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나를 훑으며 말하다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그 팔찌는 뭐니?”
연우가 내게 선물한 비즈 팔찌였다.
“어디서 그런 걸 채워 놨어, 중요한 자리에.”
“아뇨, 이건 제 거예요.”
“빼.”
단호하게 말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손에 감긴 팔찌를 톡, 빼냈다. 그녀는 내가 팔찌를 핸드백 속에 밀어 넣는 걸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혹시나 이규현 그놈이 자극해도 절대 반응하지 말고. 되도록 직접적으로 말 섞지 마. 내가 중간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오래 두문불출했다던 이규현이 퍽이나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사이, 이규현과 친하게 지냈다는 그 연예인이 풀려나고 그 사건과 관련된 여론이 꽤 사그라들고 있었다. 이진수와 더불어 신 회장이 꽤나 신경을 써 대처를 했다는 증거였으나 그건 곧 이규현의 심기가 영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엄마의 잔소리가 멎기 무섭게, 미닫이문이 열리고 신 회장과 이진수 부부 내외 그리고 이규현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공교롭게도 식당 앞에서 만나 같이 들어왔다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고개를 숙여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이규현의 표정에 비웃음이 묻어났다.
얼핏, 제삼자가 보기에는 아주 우아하고 품격 있는 상견례일지도 몰랐다. 식사 내내 서로 덕담을 주고받고, 부드러운 안부 인사를 건네는 혼주인 네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기만 했으니까.
이규현도 자신이 이 분위기를 깨는 순간 이진수가 그간 공들였던 것들이 모조리 다 끝장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인지, 우려와 달리 입을 다물고 얌전히 자리를 지켰다. 그게 꼭 목줄이 채워진 짐승 같아 위태로웠다.
지루한 이야기들이 계속 오가고,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식탁 아래 손끝만 응시했다. 머릿속엔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애들만 좋다면야, 어디서 지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안 그러니, 하경아?”
이진수가 갑작스레 나를 향해 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내게로 쏠리는 시선과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표정들에, 명치에 뭐라도 얹힌 듯이 답답했다. 타이트하게 몸을 옥죄는 정장과 뒷굽이 딱딱한 구두가 영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시야가 새까맣게 좁아지고, 심장이 불안한 속도로 뛰어 댔다.
공황의 전조였다. 아무래도 이럴 것 같아 집에서부터 약을 먹고 나왔었는데, 너무 일찍 먹은 탓인지 소용이 없었다. 불안이 하염없이 차올랐다.
“당연히 상관없죠. 우리 하경인, 워낙 무던한 애라….”
“잠깐….”
어색하게 이어 나가는 엄마의 말을 끊고, 나는 아주 무람없는 태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
“죄송해요.”
당황해하는 그들의 표정을 살필 새도 없이 옆에 놓인 핸드백을 집어 들고, 황급히 밖으로 나와 파우더 룸으로 향했다.
세면대 위, 핸드백을 뒤집어 놓고 소지품을 정신없이 쏟아 약통을 집어 들었다. 물도 없이 커다란 알약을 목구멍에 밀어 넣듯 집어삼키곤, 세면대의 수도를 틀어 손바닥으로 받아 마셨다.
쏴아.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게 뭐라고. 이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바보처럼 구는 건가.
거울 속 창백한 얼굴로 초라하게 입술을 떠는 내 얼굴이 퍽 못마땅해 얼른 시선을 거뒀다.
쏟아진 소지품을 대충 주워 담았다. 마지못해 풀어냈던 연우의 팔찌는 다시 손목에 끼워 넣고선.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려, 화장실에서 나와 긴 복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팔찌를 찬 손목 위로 익숙한 체온의 커다란 손이 덥석, 나를 잡아챘다.
“……!”
갑작스러운 힘에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백강우의 손에 이끌려 반대편 복도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행여나 이 상황을 누가 보지는 않을까, 겁이 나 그에게 끌려가면서도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눈앞에 아른대는 널따란 어깨와 커다란 남자의 손만 바라봤을 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건물 밖으로 나온 백강우는 달카닥, 세단의 뒷문을 열어 나를 밀어 넣었다. 그러곤 자신도 내 옆자리로 올라타선 차 문을 닫았다. 선팅 된 유리창 너머엔 박인남과 또 다른 덩치의 남자가 조금 멀찌감치에서 우리를 지키듯 버티고 서 있었다.
밀폐된 이 공간엔 백강우와 나, 둘뿐이었다.
“어쩐 일이에요. 여긴 어떻게….”
“오늘은 못 오신다길래.”
차분하지만 영 사나운 목소리가 당황스러워 말라붙은 목구멍이 까끌거렸다.
“신하경 씨 요즘 하루라도 나랑 섹스 안 하면 힘들잖아요, 발정 나서.”
알 수 없는 표정의 얼굴에 서늘한 미소가 어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황스러워 미간을 찌푸리자 그가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농담인데.”
“…….”
“나도 일 보러 왔다가, 우연히 왔어요.”
낯선 곳, 낯선 시간에 만난 탓일까. 늘 풍기는 짙은 향수 냄새와 말끔하고 고급스러운 슈트 차림의 그가 어쩐지 낯설었다. 주위로 평소완 다른 기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입술을 열었다.
“나…. 지금 상견례 중이에요. 잠깐 나온 거라, 다시 들어가 봐야 해요.”
나를 무감히 응시할 뿐, 백강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꼭 사냥 직전 숨을 죽이는 들짐승 같아 보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차 문고리를 달카닥, 당기는 순간이었다. 내 허리를 휘감아 당긴 백강우가 내 몸을 홀연히 붙잡아 뒤집었다. 순식간에 남자의 밑에 깔린 채 시트에 엎드린 자세가 됐고, 백강우는 뒤에서 내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더 엉망으로 망쳐 달라고 했었죠, 나한테.”
“……!”
“어떻게 생각해요. 여기서 나랑 이러고 뒹굴다 다시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보지에 내 정액 냄새 풍기면서 상견례 하는 거.”
“읏, 백, 강우 씨, 흐읏, 잠시, 만…! 읏!”
“난 되게 재밌을 것 같은데.”
귓바퀴를 따라 뜨거운 살덩이가 질척하게 뭉그러졌다. 약하게 이를 세운 그가 귓불을 깨물며 구멍으로 혀를 뾰족하게 찔러 넣었다. 귓전에 척척한 소리가 정신없이 울렸다.
“흐…!”
몸에 꼭 맞게 입은 스커트를 골반까지 밀어 올리고, 팬티와 스타킹을 무릎까지 쭉 끌어 내린 그가 내 허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등 뒤로 남자의 탄탄한 가슴이 밀착해 붙었다. 음부를 훤히 내놓은 채, 엉덩이만 바짝 들어 올려져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까처럼 또 그냥 농담이나 해 본 거였다 말할 줄 알았는데, 진심인 모양이었다. 정말로 여기서 섹스를 하겠다는 건가.
“흐으, 잠깐만요, 백강우 씨…!”
내 애원에도 백강우는 그저 굶주린 무엇처럼 혓바닥을 미끄러뜨려 목덜미를 핥으며 젖가슴을 한 손에 담고 주물거릴 따름이었다. 나는 연방 그 아찔한 감각을 떨쳐 내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일탈을 했었어도 이렇게까지 대책 없이 무리하게 군 적은 없었다.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식당 앞에서, 심지어 상견례를 하다 말고 나와선 이런 음란한 짓이라니. 게다가 선팅이 짙게 돼 있다곤 해도 차 주변에 덩치의 남자 둘이 서 있질 않은가.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보가 아니면 모를 리 없는 거였다.
“하, 미쳤… 정말….”
정말로,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뒤에서 버클이 부딪치는 쇳소리가 들렸다. 설마 이대로 삽입을 하려는 건가 싶어 놀라 홱 돌아보자, 허리를 깊게 숙인 그가 내 목덜미에 이를 콱 박아 넣었다.
“흣…!”
“걱정 마요. 충분히 적시고 넣을 거니까. 아니면 좁아서 쑤시지도 못해.”
“흐으응….”
커다란 손이 앞쪽으로 와 아랫배를 크게 감쌌다. 곧이어 음모를 헤치고 들어온 손바닥이 여린 속살에 질척하게 달라붙는다. 긴 손가락이 집요하게 부은 음핵을 찾아 둥글게 원을 그렸다. 발기한 작은 살덩어리가 그의 손끝에서 말캉하게 짓눌렸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핑 돌았다.
“하으, 으…. 그만, 흣.”
“그만할 때가 아닌데. 신하경 씨 여긴 스릴 있는 거 꽤 좋아하는데.”
“으, 아니, 응, 으으….”
“오줌 싼 것처럼 젖었잖아요. 바로 박아도 될 만큼.”
백강우는 기막히다는 듯 실소하며 그대로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읏…!”
몇 번쯤 안쪽 벽을 애무하듯 비벼 누르던 두 개의 손가락이 가위처럼 벌어지며 활짝 구멍을 넓혔다. 백강우가 벌려 놓은 공간으로 에어컨의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손가락 가위질을 할 때마다 찔끅찔끅, 상스러운 소리가 샜다.
“금방 끝내요. 협조만 잘하면.”
나를 달래듯, 그가 낮게 속삭였다.
어느새 블라우스 안으로 들어온 남자의 손이 젖꼭지를 비틀고 비벼 댔다. 신음이 크게 터져 나갈세라, 나도 모르게 입술을 꾹 물었다.
“빨리, 그럼, 흐으, 빨리, 끝내요, 으응….”
내 애원에 그가 웃으며 엉덩이 사이에 성기를 느릿하게 비볐다. 목덜미에 습습히 들러붙는 남자의 질척한 숨결에 아찔해하던 찰나였다.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아 벌린 그가 발기한 기둥을 단번에 쿡, 끝까지 찔러 넣었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감각이 전신을 관통했다. 그 정신없는 쾌감에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나는 차 시트에 입술을 뭉개며 눈을 질근 감았다. 억누른 호흡이 파르르, 떨려 나왔다.
“엉덩이 더 들어요. 그래야 빨리 끝내지.”
어린아이를 대하듯 하는 나지막한 속삭임에 나는 자꾸만 무너지려는 무릎을 세워 일으켰다.
삽입은 버거웠다. 푹, 깊숙이 안을 쑤시고 들어와 정점을 뭉개듯 비비다 귀두까지 죄 빠져나가도록 빼내곤, 다시 천천히 길을 열고 들어왔다.
“흐으, 으….”
그렇게 몇 번이나 움직거렸을까. 어쩐 일인지, 백강우의 허릿짓이 얕기만 했다. 분명히 더 깊숙이 찔러 넣을 수 있음에도, 그는 내가 느끼는 지점만을 피해 내벽을 긁고 넓히다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빨리 끝내 주겠다는 말이 다 무색하게도, 그는 삽입이 아닌 귓불을 빨고 목덜미를 핥아 대는 데 열중하고 있는 거였다.
“하으, 강우, 씨… 빨리, 으응.”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며 그를 돌아봤다. 잘 뻗은 붉은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길게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아, 어쩌죠, 길게 하고 싶어졌는데.”
약속과 달랐다. 아니, 처음부터 백강우는 나를 저 안으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예민한 지점의 근처만 맴도는 그의 귀두가 아쉬워 허기진 눈으로 애원했다.
“아, 흐으으, 으, 강우, 씨, 나, 하아…. 제발, 응?”
“제발, 뭐. 말을 똑바로 해요.”
그가 엉덩이 살을 한 손 가득 쥐어 벌리며 천박한 말을 종용했다. 나는 그가 원하는 말을 모르지 않았다. 지난 며칠간, 이미 그와의 난잡한 섹스에 이미 푹 절여질 대로 절여져 버렸으니까.
“강우 씨 거, 빨리, 하, 넣고, 읏, 해 줘요. 나, 미칠 것….”
“빨리 가게 해 주면, 또 정숙한 척하면서 그 쓰레기 새끼 앞에 앉아서 웃을 거잖아요. 아닌가?”
“하아, 아니야, 으응…. 제발…. 흐!”
섹스에 미쳐 안달이 난 사람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울먹이자, 그의 눈매가 시뻘겋게 나를 내려다본다.
“똑바로 들고, 손으로 보지 벌려요. 좁아서 통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씨발. 긁는 듯한 낮은 욕지거리가 목덜미에 울렸다. 나는 엉덩이를 있는 대로 치켜들고, 두 손으로 음부를 넓게 잡아 벌렸다. 무릎에서 걸린 팬티와 스타킹이 더 이상 다리가 벌어지는 걸 막듯이 포박하고 있어서 미처 더 벌어지지 못한 입구가 찢어질 것처럼 얼얼했다.
“읏! 아아!”
손가락으로 여린 점막을 잡아 바르작거리기 무섭게 백강우의 기둥이 갑작스럽게 푹, 밀려들었다. 얕은 쾌감에 잔뜩 달아 성만 내던 속살이 그의 성기에 찰박하게 달라붙었다.
쯔으윽, 기어코 정점이 문질러지는 소리에 나는 손가락을 세워 까드득, 가죽의 시트를 긁었다. 눈앞에 쉼 없이 별이 튀었다.
“하, 으! 읍! 으…!”
백강우는 고삐가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 안에 아무렇게나 성기를 퍽퍽, 짓쑤셔 박았다. 몸이 속절없이 밀리고, 엉덩이가 함부로 치받쳤다. 이 커다란 차 전체가 크게 들썩이고 출렁거리는 것도 같았다.
숱한 상념들이 뇌리를 스쳤다. 어떡하나, 혹시 지나가던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이 차에 나와 백강우가 타고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한다면. 이 천박한 소리들을 엿듣기라도 한다면.
그러나 백강우는 내 그런 생각들을 잘라 내기라도 하려는 듯, 더 난폭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읏, 으으! 응!”
끊임없이 치받쳐 들어오는 충격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풀썩풀썩 몸이 무너져 내렸다. 어느새 문까지 밀려 닿은 머리가 유리에 콩, 닿았다. 그의 손이 몇 번이고 내 골반과 발목을 죽 잡아 뒤로 끌어당겼다. 꼭 도망가려는 나를 붙잡아 박고, 또 붙잡아 박는 모양새였다. 그 난폭함에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세게, 빨리, 박으라더니, 왜, 자꾸, 문으로, 도망을 가요. 어?”
“하으, 으…! 강우, 씨! 으! 응!”
“나가고 싶어요?”
“읏, 아니! 아흐!”
달카닥, 거리는 소리에 눈꺼풀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남자의 손끝이 금방이라도 문고리를 잡아 열 것처럼 까딱거리고 있었다.
“아. 그냥, 나가서 할까.”
“하, 미쳤, 안! 아! 으! 응!”
“단정한 신하경이, 나랑은 얼마나, 음탕하게, 흔드는지, 다들 알아 버리게.”
턱, 턱, 연속으로 과격하게 짓눌려지는 속살의 쾌감에 흐느끼며 연방 고개를 저었다.
“씹, 쩍쩍 조이면서, 아니긴.”
백강우는 연방 목덜미의 살갗을 짓씹고 허리를 쳐올렸다. 나는 행여나 그가 고리를 잡아당겨 문이 열릴까 싶어, 필사적으로 그의 팔목을 부여잡은 채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진한 쾌감을 느끼며 흥분해 있었다.
당장에라도 이 난잡한 비밀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이토록 정숙하지 못한 모습으로 그에게 박히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모순된 욕망. 이 양가적 감정이 되레 흥분을 돋고, 야릇한 감각을 끌어 올린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지이잉. 지이이이잉.
와중에도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던 핸드백 속에선 쉼 없이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아마도 사라진 나를 찾는 전화이리라.
문득 그런 충동이 들었다. 내가 다시 그 방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대로 이 남자와 이 밤이 끝날 때까지 이렇게 몸을 섞는다면. 그 끔찍한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엄마를, 내 손으로 버린다면.
발발거리고 잡고 있던 백강우의 손을 스륵 놓으며 눈을 깊게 감았다. 땀과 체액으로 젖은 가죽 시트에 습한 살갗이 달라붙고 또 떨어져 나갔다.
지이이잉.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진동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항복하듯 쾌락에 온전히 몸을 내맡겼다.
고개를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입술을 부딪친 남자의 혀가 거칠게 밀려들었다. 짜릿하게 번져 나가는 쾌감에 모든 상념이 지워졌다. 깊게 비비고 얽히는 살덩이의 온기가 좋아 자꾸만 더 짙은 욕망 속으로 파고들 수 있기만을 바랐다.
이 순간 내게 남아 있는 건 오로지 음란한 욕망뿐이었다. 백강우, 이 남자가 내게 보여 준 그것 말이었다.
***
“무슨 짓이야, 너?”
복도에 나와 있던 엄마가 나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와 섰다. 안에서 들릴까, 한껏 목소리를 깔았으나 당장에 내 뺨이라도 내려칠 듯한 표정은 퍽 사납기만 했다.
다행인지, 지금은 신 회장과 이진수 둘만 방에 남아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이진수의 아내와 이규현은 먼저 자리를 떠났고, 옆방에서 엄마만 내가 돌아오길 기다린 거였다.
“미쳤니? 제정신이야?”
“갑자기 어지러워서, 진정 좀 하다 왔어요.”
가방끈을 꽉 움켜쥐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삼십 분 넘게 사라져선 전화도 안 받고, 대체 정신이…!”
드르륵, 미닫이문 열리는 소리에 엄마는 뒷말을 삼켰다. 방 안에서 신 회장과 이진수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썩 나쁘지 않은 이진수의 표정과 달리 딱딱하게 굳은 회장의 얼굴이 나를 차갑게 훑고 지났다. 엄마와 나는 말없이 그들을 뒤따랐다.
“그럼 다음 주 오찬 때 뵙겠습니다, 회장님.”
이진수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열린 차 문 앞에 멈춰 선 신 회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이 먼저 차를 타고 떠나고, 이진수의 시선이 내게로 돌아왔다.
“하경이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인다. 아직 사고 후유증이 있는 건가?”
그 뻔뻔한 질문에 입술을 꾹 물었다.
“긴장을 해서 그렇죠 뭐. 의원님이랑 사모님 앞이니까, 제 딴엔 부담이 컸어요.”
나 대신 답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주차장 한편을 응시했다. 종전까지 백강우의 차가 있었던 자리가 텅 비워져 있었다. 손끝이 알알해졌다.
“규현이 넌 아직 안 갔냐?”
이진수의 목소리에 다시금 고개를 돌리자, 불량한 얼굴이 코앞에서 멈췄다.
“네.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야죠, 오랜만에 봤는데.”
나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이규현의 입꼬리가 비뚜름해지고 있었다.
이진수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자리를 피했다. 엄마도, 윤 실장도 역시 뒤따라 정차하는 차를 향해 사라져 버렸다.
또 어떻게 괴롭히기라도 하려는 걸까. 나는 흐릿한 이규현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마주 봤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났나 보던데?”
이규현이 떠보듯 말을 툭 던져 왔다. 설마, 싶어 심장이 빠르게 뛰었으나 나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표정을 숨겼다.
“회장님이나 사모님 차도 아니고, 네 차도 아니던데. 누구?”
“…….”
“상견례 하다 말고 나가서 만나고 올 만큼 중요한 사람?”
언제부터 날 본 건진 알 수 없었지만,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봐선 차에서 내리는 것만 목격한 것 같았다. 나는 도리어 뻔뻔히 입술을 열었다.
“그냥 아는 사람이요.”
“그러게 아는 사람 누구냐고.”
“누구라고 말하면, 규현 씨가 알아요?”
돌연 이규현이 얼굴을 구기며 웃었다.
“어떻게, 안 본 사이에 싸가지가 더 없어졌어, 신하경.”
“…….”
“너 설마 나 꼴리라고 이러냐?”
미친놈. 보름 넘게 갇혀 있었다더니, 제정신이 아닌 건 여전해 보였다. 큭큭거리는 기분 나쁜 얼굴을 외면하며 스쳐 지났다.
“몸가짐 좀 똑바로 해라. 응?”
뒤통수에 꽂힌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다시금 내 앞으로 다가온 이규현이 툭툭, 내 벌어진 블라우스 깃을 손끝으로 세워 올린다.
“이게 뭐야, 이제 곧 대통령 며느님 되실 제신 그룹 공주님이 정숙하지 못하게.”
“…….”
“꼭 어디서 떡 치다 온 여자처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머리 위에서 빙글거리는 얼굴이 끔찍했다.
뭘 알고 하는 말인지, 아님 이 역시 그냥 한번 떠보는 말인 건지. 후자일 확률이 높았지만, 전자라 해도 상관없단 생각이 들었다. 백강우 말대로 외려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은 무모한 생각도 없진 않았고.
멀어져 가는 불량한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랑이에 스치는 젖은 속옷과 스타킹의 감촉이 썩 나쁘지 않았다.
정숙하지 못하게, 어디서 떡 치다 온 여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