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King Karnak RAW novel - Chapter (106)
사령왕 카르나크-106화(106/338)
#106화. 27. 마녀의 숲 (4)
바로스와 세라티가 묻는다.
“기억은 다 들여다보셨습니까, 도련님?”
“어떻게 된 건가요?”
카르나크는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웬 미친 할매가 멀쩡한 인간 수십 명을 생선 꾸러미처럼 두루두루 엮어서 보쌈해 가더라고?
“어, 그게, 음…….”
카르나크가 머뭇거리자 두 사람이 타박을 던졌다.
“무슨 수법을 주로 씁니까? 흑마술? 아니면 강령술이나 초혼술? 어느 쪽 계열이에요?”
“설명을 해 주셔야 알 것 아니에요?”
애매한 어조로 카르나크가 대꾸했다.
“……그냥 두들겨 패던데.”
“네?”
“그냥 손발로 두들겨 팼어.”
바로스와 세라티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오러 유저에, 상급 마법사에, 1급 심문관까지 있는데 전부 맨손으로?”
“강력한 무투가인가요?”
“무투가라고 하기에도 좀…….”
카르나크는 설명을 포기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오해 없이 전달할 자신이 없었다.
“에이, 둘 다 그냥 자기 눈으로 봐.”
혼돈마법으로 기억 투영 영상을 띄워 주었다.
잠시 후 두 사람도 카르나크와 비슷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 뭘 본 겁니까?”
속 시원하다는 얼굴로 카르나크가 웃었다.
“역시 백 번 떠드는 것보다 한 번 보여 주는 게 낫다니까.”
***
마녀는 결코 고수나 달인이 아니었다.
그 어떤 무술적인 동작도 보여 주지 못했고, 손발의 움직임은 극히 조잡했으며 전신은 허점투성이였다.
아무것도 익히지 않은 무지렁이가 막무가내로 발버둥을 칠 때, 딱 그런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무식하게 강했다.
상대가 공격을 하건 말건 죄다 몸으로 때우고, 상대가 피하건 말건 죽자고 쫓아가 멱살을 붙잡고, 상대가 반격을 하건 말건 두들겨 팬다.
바로스가 어이없어하며 뇌까렸다.
“순전히 육체 능력이 전부네요, 이거.”
단지 그것 하나가 너무 절대적이라 오러나 마법으로도 파고들지 못한다.
오죽하면 성직자의 신성 주문마저도 그냥 몸으로 때울 정도다.
세라티가 물었다.
“저런 식으로 신체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사령술이 있나요, 카르나크 님?”
“있기는 있지.”
당장 마검 마레다에 걸려 있던 술법이 저런 식이다.
숙주의 몸에 인간의 정혈을 주입해 숙주를 강화한 뒤 미친 듯이 날뛰게 만들어 더 많은 정혈을 흡수하는 방식이니까.
“저렇게까지 강하게 만들 순 없지만.”
저 마녀 역시 같은 이유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세. 사령술만으로는 저렇게까진 못 한다.”
카르나크의 답변에 세라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검 마레다의 경우는 숙주였던 라피셀이 워낙 괴물이라 그런 엄청난 위력을 보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 할머니도 실은 무왕이실지도?”
눈을 빛내며 그녀가 의견을 냈다.
“라피셀의 스승님도 시공 회귀하신 게 아닐까요?”
바로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벨티아가 아닌 건 확실합니다.”
현재의 벨티아는 끽해야 40살이다.
미래의 영혼이 현재의 육체를 차지해서 미쳐 버렸다 해도 일단 외모는 40대여야 했다.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딱히 짐작이 가는 이가 없고요.”
어지간한 미래의 강자들은 전부 파악하고 있다. 죄다 잡아 죽이거나 언데드로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단언할 수 있었다.
“저 노파처럼 독보적으로 개성 있게 생긴 이는 단 1명도 없었어요.”
하긴, 저렇게 생겨서 세상을 활보했다면 유명해지지 않기가 더 힘들 것이다.
세라티가 다른 의견을 냈다.
“그럼 본인이 아니라 다른 육체로 돌아오는 건요?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카르나크가 뺨을 긁었다.
“실은 나도 그쪽을 의심하고 있긴 한데…….”
일단 미래의 영혼은 기본적으로 과거 본인의 육체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애초에 본인의 육체라는 시공의 닻이 있어야 좌표를 지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거든.”
시공 회귀술은 카르나크 역시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저질러 버린 수법이다. 그리고 사령술에는 서로의 영혼을 바꾼다거나 타인의 육체에 빙의하는 술법이 흔하다.
세라티의 의견도 아주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
“그래도 이번엔 그런 경우는 아닌 것 같지만.”
“왜요?”
“음, 그게…….”
애매한 얼굴로 카르나크가 대꾸했다.
“감이야.”
“그게 전부예요?”
“응.”
바로스가 옆에서 빙그레 웃었다.
“오, 그럼 이번엔 맞겠네요.”
“네?”
“도련님이 감만으로 때려 맞힐 땐 적중률이 꽤 높거든요. 괜히 아는 척하면서 머리 굴릴 땐 은근히 자주 틀리시고.”
“…….”
세라티는 고민했다. 저게 지금 칭찬인가, 욕인가?
하여튼 카르나크는 진지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여러모로 괴상한 상황이긴 하네.”
강한 건 확실한데, 왜 강한지를 모르겠다.
남긴 사기나 탁기는 너무 옅고, 실제로 싸우는 걸 보면 딱히 어둠의 권능을 휘두르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파 본인의 능력이라기엔 말도 안 되는 수준이고.
“직접 봐야 알겠군.”
어차피 알리우스 때문에라도 마녀를 찾긴 찾아야 한다.
“알리우스 씨는 괜찮으실까요? 죽었으면 어쩌죠?”
걱정스러운 세라티의 말에 바로스가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일단 구하긴 해야죠. 그래야 살았나 죽었나 확인이라도 하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투덜거리는 카르나크였다.
“자기가 무슨 탑 속의 공주냐? 왜 자꾸 구하러 가게 만들어?”
***
볼일을 마친 카르나크는 잠든 의무병과 생존자들을 도로 깨웠다.
워낙 깔끔하게 재우고 깨웠는지라 다들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몰랐다.
“이들입니다. 둘 다 제정신이 아닌지라 증언을 기대하긴 힘들 겁니다만…….”
“그런 것 같군요.”
자연스럽게 기억을 이어 놓았기에 의무병은 자신이 내내 깨어 있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기억이 10여 분 정도 사라지긴 했지만, 방에 따로 시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도 알아차릴 일은 없으리라.
“그럼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방을 나온 카르나크 일행을 드메타스 준남작이 다시 찾았다.
“동료를 찾을 생각이겠지?”
“그래야지요.”
“대신전에서 최대한 빨리 심문관을 파견해 준다 하였네. 또한 파사의 여단에서도 인원을 보내 준다고 했지.”
카르나크 일행과 달리 드메타스 준남작은 생존자로부터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 당연히 마녀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일반 병사로 이루어진 국경 수비대가 실종되었을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오러 유저 2명에 상급 마법사까지 당해 버렸으니, 이건 이제 특급 어둠 관련 재해가 되어 버렸다.
“병력은 곧 모일 걸세, 나흘만 기다려 주게.”
어차피 성직자, 그것도 훈련을 받은 심문관의 도움이 없으면 마녀의 흔적을 뒤쫓을 수 없다.
당연히 준남작은 카르나크 일행도 그때까지 성채에서 기다릴 거라 여기고 있었다.
“심문관이 도착하면 바로 수색대를 꾸릴 생각이네. 그대들도 도와주지 않겠나?”
“물론입니다, 남 일이 아닌데요.”
대화를 마친 뒤 일행은 본성 밖으로 나왔다.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어지자 세라티가 대뜸 물었다.
“정말로 기다릴 건 아니죠?”
“당연하지.”
카르나크는 사령술의 흔적을 성직자보다도 월등히 쉽게 찾을 수 있다. 굳이 심문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마녀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보는 눈이 없는 쪽이 훨씬 움직이기 편하시겠죠.”
“뭐, 슬슬 보는 눈이 있어도 별 상관 없어지긴 했다만…….”
로이드 왕자 사건 이후, 카르나크는 시간만 나면 마법과 사령술의 혼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었다.
“어차피 나흘씩이나 기다릴 순 없어. 알리우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일행은 걸음을 바삐 놀렸다. 어서 여관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 수색할 준비를 갖춰야 했다.
바로스가 문득 중얼거렸다.
“그런데 라피셀은 어쩌죠?”
평범한 상황이면 그냥 데리고 갔겠는데, 상황이 꽤 위험해 보였다.
비전투원을 보호하면서 싸울 정도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리고 기억 봉인 상태인 라피셀은 아직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다.
물론 기억 봉인이 풀리면 매우 큰 힘이 되겠지만, 그 힘으로 카르나크 일행을 공격할 테니 마찬가지로 곤란하고.
“여관에 혼자 놔둬도 되려나?”
세라티가 어깨를 으쓱였다.
“별일 없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라피셀이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해도 일반인에게 당할 정도는 아니다.
여관에 도착한 뒤 그녀를 앉혀 놓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
“네, 언니!”
“모르는 사람이 나쁜 짓 하면 어떻게 하라고?”
“나뭇잎처럼 만들어 주면 돼요!”
바로스와 카르나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뭇잎? 무슨 소리래요?”
“나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수색 준비를 마친 뒤 다시 여관을 나섰다.
주위를 둘러보며 카르나크가 물었다.
“그래, 마녀의 숲이 어디랬지?”
***
마녀의 숲 자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원래는 스윈들러 성채 인근의 평범한 숲일 뿐이었다.
마녀가 나타난 다음에나 마녀의 숲이라 불리게 된 것이니,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
문제는 이 드넓은 숲의 어디에 마녀가 있냐는 것이다.
“이거, 흔적이 너무 옅은데?”
울창한 침엽수림 속에 서서 카르나크는 인상을 썼다.
“흔적만 보면 어둠의 군주 절반 수준이니, 원.”
이젠 세라티도 저 괴상한 표현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사령술 기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반푼이란 소리죠?”
“어디까지나 흔적만 보면.”
애초에 국경 수비대나 여단 소속의 레오콜트가 자신만만하게 마녀를 잡으러 간 이유가 이것이었다.
남긴 흔적만 보면 정말 하찮은 수준이다. 무식한 건달 놈이 우연히 종말의 어둠 조금 먹고 난리친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런데 실제로는 엄청 강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상하지.”
그나마 카르나크쯤 되니까 추적이라도 하지, 어지간한 심문관이라도 흔적을 못 찾을 것 같았다.
바로스가 혀를 내둘렀다.
“이런데도 알리우스 씨는 용케 마녀를 추적했구만요?”
“정황을 보면 대충 짐작은 가.”
알리우스는 그렇다 치고, 국경 수비대와 움직인 펠릭스 신관은 고작해야 2급 심문관이었다.
카르나크도 어려워하는 어둠의 흔적을 2급 심문관 수준으로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도 마녀가 그들을 찾았겠지. 그들이 마녀를 찾은 게 아니라.”
하여튼 흔적이 너무 옅고 흐리다. 이대로라면 며칠이 걸려도 마녀를 뒤쫓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카르나크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음?”
뭔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풀숲 사이, 덤불 위로 희미한 기운이 점점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둠의 기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사령술사들이라면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기운이기도 했다.
“……신성력이잖아?”
뭔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손톱만큼 쪼개진 신성은의 파편이었다.
바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리우스 씨로군요.”
알리우스는 순순히 끌려가지 않았다.
잡혀가는 와중에도 하토바의 성물인 심문관의 증표를 조금씩 갉아 내 성력을 부여한 다음 바닥에 뿌린 것이다. 누군가 이 흔적을 보고 자신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워낙 희미한 기운이라 마녀도 미처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안도하며 세라티가 미소를 지었다.
“이 시점까진 알리우스 씨가 살아 있었다는 소리군요.”
카르나크가 걸음을 옮겼다.
“일단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