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
099
“마법사 계열, 궁수 계열 클래스 가지신 분들은 여기로 모여 주세요! 빨리요!”
지크가 모험가들을 지휘, 하늘에 뜬 드랍티드들의 제거에 나섰다.
“궁수 여러분들, 드랍티드 견제해 주세요! 폭탄 투하 빼면 별거 없으니까 딜 박기는 쉬울 겁니다! 마법사 여러분들도 마찬가지고요. 드랍티드들부터 제거해야 싸우기가 편합니다. 생체 포탄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에요. 아, 그리고 혹시 플라이(Fly) 마법 계열 스킬 가지신 분?”
“저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제네시스 길드 소속의 모험가 하나가 손을 들었다.
“딜러들한테 걸어주세요. 딜러 여러분들은 플라이 마법 걸리면, 드랍티드들부터 정리해 주시고요.”
경험 많은 지크는 드랍티드들을 상대하는 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올바른 대응 방법을 아주 빠르게 제시할 수가 있었다.
“드랍티드들이 우선입니다. 자, 움직입시다!”
지크가 오더를 내리자 모험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쒜에에에에에엑!!
원거리 스킬을 가진 궁수 계열 모험가들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드랍티드들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셋, 둘, 하나! Fire!!”
마법사 계열 모험가들은 각자가 가진 마법을 총동원해 화력을 내뿜었다.
“가즈아아아아아아!!”
“조져!!”
“고고고!!”
근접 딜러들은 제네시스 길드 소속의 모험가가 걸어준 비행 마법에 힘입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라 드랍티드들을 공격했다.
지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만천화우는 짧아. 마나 소모도 너무 심하고. 그렇다고 이레디에이트를 전개했다간 팀킬이고. 그렇다면….’
때마침 쓸 만한 원거리 스킬이 떠올랐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스킬이….
꽈악!
지크의 손아귀가 망치를 세게 움켜쥐었다.
휘리리리리리리리리릭!!
플라잉 스퍼 스킬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하늘로 치솟아 올라 드랍티드들을 쾅, 쾅, 쾅! 하고 차례차례 강타했다.
“크어어어어어어!!”
“쿠웨에에에에에에에엑!!”
“쿠어어어어어!!”
지크와 모험가들의 맹공에 드랍티드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하나둘 추락하기 시작했다.
드랍티드들은 이동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고, 폭탄 투하와 크립티드 드랍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능력이 없었기에 제거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됐어!’
드랍티드들을 정리함으로써 생체 포탄 투하의 위협이 사라졌음을 확인한 지크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림 : 신속히 퇴각하십시오! 현재 당신이 가진 병력은 총원 중 83퍼센트입니다!] [알림 : 신속히 퇴각하십시오! 현재 당신이 가진 병력은 총원 중 81퍼센트입니다!] [알림 : 신속히 퇴각하십시오! 현재 당신이 가진 병력은 총원 중 80퍼센트입니다!]병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이대로라면 탈출 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대원 전체가 전멸해버릴 것만 같았다.
“드랍티드 정리 끝났으면 모여요! 아군 병력 보호하면서 빠르게 빠집시다!”
지크가 모험가들을 독촉했다.
퀘스트가 괜히 ‘탈출 작전’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 전투에 승산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너무 많았다.
몰려드는 크립티드들의 숫자가 까마득했다.
드랍티드들을 정리하긴 했지만, 이미 놈들은 폭격기와 수송선으로써의 임무를 다한 뒤였다.
병영 전체가 이미 크립티드들의 소굴이 되어버린 것이다.
***
심야의 탈출 작전은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였다.
지크가 이끄는 독립 대대, 제1대대, 제2대대, 그리고 제3대대는 제대로 된 전투는커녕 오직 탈출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려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크와 카렐의 활약으로 장병들과 모험가들이 꽤 빠르게 집결해 조직적으로 크립티드 무리에 대항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한 번 더 막는다! 카렐! 병력들 인솔해서 후퇴해!”
“예! 대대장님!”
지크는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제가 먼저 스킬 씁니다. 저 현자타임 오면 마나 채워야 하니까 그때 백업해 주세요!”
그렇게 소리친 지크가 시커멓게 몰려드는 크립티드 무리를 마주했다.
붕, 부웅!
초록색 원반 두 개가 크립티드 무리를 향해 날아갔다.
번쩍!
뒤이어 번뜩이는 섬광.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음의 꽃비가 전장을 수놓으며, 덤벼드는 크립티드들을 갈기갈기 찢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억, 허억!”
지크는 이내 곧 마나가 고갈되어 만천화우의 전개를 멈추고, 뒤로 빠져야만 했다.
그 빈자리를 모험가들이 메꿨다.
“탱커님들 앞으로!”
“대대장 마나 채울 때까지 버팁니다!”
“광역 마법 좀 팍팍 써줘요!”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
게임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격렬하기 짝이 없는 전투였다.
‘10킬로미터 남았나? 빌어먹을. 더럽게 머네.’
지크가 미니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아직 갈 길이 태산… 탈출 작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
탈출 작전은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거의 다 왔어요!! 쫌만 더 힘냅시다!!”
지크가 저 멀리 협곡을 가리켰다.
뱀의 협곡.
약 2킬로미터 길이의 저 협곡만 지나면, 지원 병력이 기다리고 있는 지점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지크는 자신의 생명력, 스태미나, 마나 게이지를 체크하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잘만 하면 한 번은 더 버틸 수 있….’
그런데.
“까득, 까드득!”
“끼드드드득!”
“까드드득, 드득!”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고블티드들이 까마득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블린이 변이를 일으킨 고블티드들은 체력이 낮은 대신에 매우 빠른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가진 몬스터들로, 이렇듯 탈출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지크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오, 온다!”
“이런 빌어먹을!”
“뭐 저렇게 많아!”
모험가들 역시 경악했다.
도대체 몇 마리일까?
1,000마리?
아니면 2,000마리?
몰려든 고블티드들의 숫자는 여태껏 그들을 추격해 오던 크립티드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았다.
추가 병력이었다.
“아.”
지크의 얼굴에 망했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더 이상 싸움은 무의미해. 싸웠다간 순식간에 쌈 싸 먹혀.’
고블티드들은 이동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개체들이었으므로, 여기에서 Hit&Run 전술을 통해 시간을 벌었다간 지크와 모험가들부터 몰살당할 게 뻔했다.
그렇단 말은,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딱 한 가지밖에는 없단 걸 의미했다.
“모두….”
지크가 입을 열었다.
“뛰어!! 무조건 뛰어!! 뒤돌아보지 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달리는 게 전부였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헉, 허억, 허억, 허어억, 헉!!”
“오, 오지 마!! 이 개 같은 괴물 새끼들아아아아아아!!”
“다, 달려!! 달려어어어어!!”
모두가 달렸다.
장교, 부사관, 병사, 그리고 모험가까지.
계급과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부대원 전원은 오직 ‘생존’을 위해 뱀의 협곡을 향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 과정에서 낙오되는 장병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지크는 그런 이들까지 일일이 챙겨 가면서 탈출 작전을 도왔다.
“일어나! 다시 뛰어! 여기는 내가 막는다! 살고 싶으면 뛰어!”
지크가 쓰러져 있던 장병을 일으켜주며 소리쳤다.
“사, 살려 줘어어어!”
하지만 팔쉬룸의 경우에는 돕지 않았다.
용케도 이 지점까지 도망치는 데 성공한 팔쉬룸은, 발목이라도 삐었는지 절뚝거리며 걷다가 그만 고블티드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그리고….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팔쉬룸은 고블티드들 수십 마리에게 산 채로 물어뜯기며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
백의종군을 선택한 지 고작 3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죽어버린 것이다.
‘저딴 놈, 죽든 말든.’
지크는 팔쉬룸 따위의 죽음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다른 장병들의 생존을 최대한 도우며 후퇴를 거듭했다.
그렇게 장병들 중 대부분이 협곡 안까지 무사히 진입했을 무렵.
모두가 협곡의 깊은 곳을 향해 달려갈 때, 홀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이 있었다.
“대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놀란 카렐이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먼저 가!”
“하지만….”
“가! 누구든 막아야 해! 금방 따라갈 테니까, 먼저 가서 병력 추스르고 있어!”
지크가 카렐을 향해 손짓을 해 보였다.
그리고는 나 홀로 마주 오는 크립티드 무리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시면서 버프 한 번씩만 주세요!”
지크가 자신을 지나치는 버퍼 계열 클래스를 가진 모험가들에게 부탁했다.
“여긴 제가 막아볼 테니까.”
지크가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 남은 병력의 숫자가 간당간당했기 때문이었다.
[알림 : 신속히 퇴각하십시오! 현재 당신이 가진 병력은 총원 중 51퍼센트입니다!]여기서 크립티드들에게 뒤를 잡혔다간 퀘스트 클리어는 고사하고, 협곡을 채 지나기 전에 부대가 전멸할 판국이었다.
누구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파티원들이 버프가 지크에게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막아 보자.’
지크는 각종 버프의 힘을 만끽하며, 마나홀에 쌓인 방사능 에너지를 한껏 개방했다.
스으으!!
초록색 운무가 뿜어져 나가 지크의 주변을 죽음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이걸론 부족하지.’
지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쇠약의 진, 속도 규제, 그리고 압제자의 파동까지 모조리 전개했다.
[알림 :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알림 :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알림 :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대상에게 추가 데미지와 함께 카운터 데미지를 선사하는 강자 멸시, 디버프가 걸린 대상에게 추가 데미지를 선사하는 존재의 증명, 그리고 막강한 방어력과 동시에 절대 쓰러지지 않게 해주는 슈퍼아머의 효과를 지닌 금강불괴 스킬까지.
지크는 자신이 가진 100퍼센트를 모두 꺼내 놓고, 협곡을 향해 달려오는 크립티드 무리들과 마주했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
지크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탈출 작전에서는 자신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디버프 스킬들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디버프 필드를 깔면 뭐 하겠는가?
어차피 계속해서 달리는 도중이라 크립티드들이 디버프 필드를 계속해서 지나칠 텐데.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디버프 필드를 깔아놓고 좁은 협곡을 막아서기만 하면 되었다.
게다가 가진 모든 버프를 활성화하고, 아군 모험가들로부터 각종 버프까지 몰아받은 상태였다.
‘지금의 난 강해.’
지크가 손에 쥔 망치를 세게 움켜쥐었다.
‘천지개벽이라. 한번 써보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조금 전 레벨이 올라 100레벨이 되었을 때 얻은 디버프 마스터의 액티브 스킬, 을 사용해 보려는 것이다.
우웅!
망치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들이 모여들었다.
슈우우욱!
수직으로 낙하하는 지크.
그런 지크의 망치가 대지를 내리찍었다.
“……!”
“……!”
“……!”
“……!”
“……!”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의 눈알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커졌다.
왜냐하면….
“저, 저거 핵 아냐??”
누군가의 외침처럼, 지크가 선보인 스킬의 위력이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