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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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석이우스의 버프는 엄청났다.
“뭐야? 이 힘….”
지크는 자신의 상태창에 표시된 능력치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있는 걸 보고 너무나도 놀랐다.
이 정도면 지크가 스킬의 제3단계를 켠 것 이상으로 강해진 수치였기 때문이다.
하기야, 놀라기만 할 일은 아니었다.
사실 형석이우스의 버프 능력은 누구나가 탐낼 만한 것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귀족 대접을 받기에 충분했다.
형석이우스가 지크에게 번번이 엿을 먹고, 털려서 그렇지 사실 그 능력만큼은 대단한 플레이어였다.
단지 형석이우스가 고전했던 것은 지크가 가진 디버프 능력이 너무 뛰어났던 탓이다.
지크가 가진 디버프들의 성능은 워낙에 막강해서, 형석이우스의 버프들을 씹어 먹었다.
게다가 지크가 가진 은 적들이 스스로를 강화하는 거의 모든 수단을 무력화시키는 희대의 개사기 스킬이었다.
그래서 지크 앞에서 형석이우스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번번이 패배하며 굴욕을 당해야만 했었다.
즉, 형석이우스가 무능한 게 아니라 지크가 천적이었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크는 형석이우스의 버프 능력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제 보니 아니었다.
‘얘가 이렇게 쩔었었나…?’
늘 적이었던 형석이우스—정확히는 게이머 채형석의 캐릭터—가 아군이 되어 버프를 걸어주니, 그 강력한 효과가 이제야 비로소 실감이 났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적… 물리력 면역 아님. 비정상적인 회피율 보유. 명중률 보충이 시급함.
의 두 눈이 시퍼렇게 빛나는가 싶더니 시돈의 스펙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곧장 지크에게 추가적으로 버프를 걸어주기 시작했다.
[알림: 효과가 걸렸습니다!] [알림: 명중률이 250% 상승하셨습니다!] [알림: 명중률이 250% 상승하셨습니다!] [알림: 명중률이 250% 상승하셨습니다!](중략)
[알림: 명중률이 250% 상승하셨습니다!]는 지크에게 이란 버프를 걸어주어서 명중률을 2,500퍼센트까지 끌어올려 주었다.
는 시돈을 분석해서 그 파훼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거는 형석이우스가 아니면 누구도 해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사실, 일반적으로 명중률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치가 아니다.
명중률이 높다고 해서 실패한 공격이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명중률은 회피율이 높은 적을 상대할 때나 필요한 능력치였기에, 어지간해서는 잘 올리지 않았다.
최소한의 스탯 포인트만 투자해도 충분했고, 필요 이상으로 투자해 봤자 특별한 효율도 안 나왔다.
반대 개념인 회피율 역시 마찬가지라서, 심각한 유리 몸인 클래스들이나 좀 투자하지 대부분의 클래스들은 등한시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럼에도 명중률을 올려주는 버프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중첩까지 되는?
형석이우스의 버프 능력이 얼마나 다재다능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어?’
지크는 그제야 시돈의 비밀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크가 물리력 면역인 적에게 고전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긴 했다.
에 물리력 면역을 무력화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데미지가 안 박히는 게 말이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형석이우스가 명중률을 2,500퍼센트나 올려주었으니, 데미지가 박히지 않을 일은 단언컨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적 스캔 능력까지 있네. 쩐다, 쩔어.’
지크는 의 기능에 감탄하면서 를 다시 철퇴 형태로 바꾸었다.
명중률이 올라간 이상 굳이 도[刀]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 아군 생명력 저하 감지. 생명력 보충.
뒤이어 가 스스로 지크에게 힐까지 걸어주었다.
[알림: 효과가 걸렸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회복되었습니다!]그렇게 지크는 로부터 엄청난 버프들을 받은 다음, 시돈과 다시 싸우게 되었다.
“넌 뒈졌어. 이 역겨운 자식아.”
지크가 히죽 웃으며 시돈에게 먼저 다가섰다.
지금까지 고전했으니, 이제는 되갚아줄 시간이 아니겠는가?
형석이우스가 걸어준 명중률 버프가 실효성이 있는지, 진짜로 데미지가 박히는지 알아볼 필요성도 있었고 말이다.
***
형석이우스의 버프를 잔뜩 받은 지크의 자신감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지금의 나는… 진짜 강해.’
마왕인 상태에서 형석이우스의 버프까지 받았다?
상태창에 표기된 능력치들의 수치만 봐도, 이제는 지크와 견줄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조져보자.’
지크는 곧장 철퇴 형태의 를 움켜쥐고 시돈을 향해 달려갔다.
“쿰척! 새끼 마왕! 겁도 없다! 쿰척!”
시돈은 그런 지크가 가소로워 보였는지, 오히려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한 태도로 상대했다.
그래서 덤벼오는 지크를 향해 배를 앞으로 쭉 내민 자세로 당당하게 몸을 던졌다.
배치기.
지크를 날려버리려는 것이다.
“그 배때기, 내가 터뜨려줄게.”
지크는 이제 시돈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시돈의 그 거대한 배를 로 후려쳤다.
콰앙!
그러자 귀청을 찢어발길 것 같은 소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시돈이 저 멀리 날아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됐어.’
형석이우스가 걸어준 버프 덕분에 명중률이 대폭 상승해서, 시돈에게 데미지를 줄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단 말은?
“이 돼지 새끼, 넌 진짜 죽었다.”
지크는 데굴데굴 구르는 시돈과의 거리를 좁히고 를 미친 듯이 휘둘러댔다.
퍽! 퍼억! 퍽!
그 결과.
“꾸웩! 꾸웨에에엑!”
시돈의 입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돼지 잡는 날이네, 아주.”
지크는 단탈리온에 이어 시돈에게도 무자비한 매타작을 아낌없이 퍼부어주었다.
시돈은 회피율 외에도 방어력이 특출하게 높아서,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크의 디버프 앞에서, 그런 방어력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킬의 방어력 감소 수치가 너무나도 높아서, 시돈조차도 폭딜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퍽! 퍼억! 퍽! 퍽! 퍽! 퍽! 퍽! 퍽! 퍼억! 퍽퍽! 퍽! 퍼억! 퍽!
그렇게 지크는 시돈에게 의 디버프가 얼마나 강력한지 아주 확실하게 가르쳐줄 수 있었다.
[탐욕의 마왕 : 시돈]•생명력 : ■■■■■□□□□□
덕분에 시돈의 생명력은 눈 깜짝할 사이에 50퍼센트가 날아가 버렸다.
“이거 패는 맛이 쏠쏠….”
그때였다.
“구와아아아아악!”
시돈이 순간적으로 마력을 뿜어내며 튀어 오르더니, 지크와의 거리를 벌리고 멀리 도망쳤다.
“쿰척! 공복감! 쿰척! 공복감 느껴진다! 쿰척!”
시돈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근처에 있던 포식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적! 으적으적!
그러더니 아군인 포식귀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생명력을 보충했다.
[탐욕의 마왕 : 시돈]•생명력 : ■■■■■■■■■■
그렇게 시돈의 생명력은 다시 100퍼센트가 되었다.
“아.”
하지만 지크는 시돈의 생명력이 풀로 차올랐음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니가 그런다 이거지?”
지크는 한번 피식 웃고는 시돈을 로 초대했다.
“쿰척? 여긴 어디냐! 쿰척!”
자신이 전혀 다른 세계로 이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돈은 어리둥절했다.
“어이, 뚱땡이.”
지크가 그런 시돈을 향해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긴 먹을 것도 없는데, 어쩌냐?”
“쿰척?”
“일단 처맞고 보자.”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즉시 시돈에게 덤벼들었다.
퍽! 퍼억!
뒤이어 시돈을 향한 지크의 매타작이 다시 시작되었다.
“구와아아아아악!”
속수무책으로 지크에게 처맞던 시돈은 이번에도 또 도망쳐서 생명력을 채우려고 했다.
그러나 안에 시돈의 도시락이 되어줄 포식귀가 있을 리 만무했다.
오직 단둘.
지크와 시돈만이 있을 뿐!
“두 방은 멋이 없으니까….”
그때, 지크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방에 패 죽인다.”
그 말이 끝나던 때.
우웅!
에 시공간마저 일그러뜨리는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되었다.
스킬 일발 장전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지크는 사부의 말을 진짜로 실현할 수 있단 확신이 들었다.
의 디버프.
그리고 형석이우스의 버프까지 합쳐졌으니, 그 파괴력은 마왕조차도 단 한 방에 패 죽이는 게 가능할 것이다.
***
웅! 우웅!
지크는 시돈을 향해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디버프 스킬들을 차례차례 걸었다.
스킬은 적에게 걸린 디버프의 개수에 따라 데미지가 추가로 증폭되기에, 디버프 떡칠은 필수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직! 파지직!
지크는 자력 버프 스킬인 을 제3단계까지 끌어올려서, 자신의 능력치들을 더욱 증폭시켰다.
‘와우!’
자신의 스탯창을 확인해본 지크는 크게 감탄했다.
형석이우스의 버프에 제3단계까지 더해지자, 모든 능력치들이 거의 1,000퍼센트가 넘게 상승되었던 것이다.
“쿠, 쿰척?!”
한편,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시돈은 무척 당황했다.
“쿠, 쿰척! 새, 새끼 마왕! 무서워졌다! 호, 호랑이 새끼 마왕이었냐!”
“맷집 좀 보자.”
지크는 시돈이 놀라든 말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 오지 마라! 쿰척!”
시돈은 지크를 피해 달아나 보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곳은 오롯이 가 지배하는 세계.
시돈이 지크에게서 도망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는 지크의 의지에 따라 그 크기가 자유자재로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크는 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고, 마침내 반경 5미터도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시돈은 오도 가도 못하고 궁지에 몰린 쥐 신세에 처했다.
‘지금이라면.’
지크는 그런 시돈을 향해 망설임 없이 를 휘둘렀다.
두 방은 멋이 없으니, 한 방에 패 죽이는 것.
지금의 자신이라면, 사부의 그 말을 충분히 실현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콰앙!
그렇게 이 응축된 가 시돈의 복부에 작렬했고.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뒤이어 내부에 강력한 에너지의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윽!”
지크는 을 맞은 시돈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황급히 물러서야만 했다.
후폭풍이 워낙 거센 탓에, 자칫 지크 자신조차도 위험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