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20
1019
지크가 쓰러진 이유는 간단했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스킬을 사용하느라 마나홀에 무리가 갔던 것이다.
[알림: 당신의 육체가 당신이 가진 강력한 에너지를 버티지 못합니다!] [알림: 방사능 에너지가 폭주합니다!] [알림: 마력이 폭주합니다!] [알림: 신성력이 폭주합니다!] [알림: 마나가 폭주합니다!]현재 지크의 몸은 사부가 해준 육체개조로 인해 강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지크의 육체로도 스킬의 후유증을 버텨낼 순 없었다.
마왕이 아닌 인간의 육체로는 그 강대한 에너지를 온전히 버텨내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알림: 육체를 강화하십시오!] [알림: 지금 당신의 육체는 당신이 가진 강력한 에너지들을 감당해낼 수 없습니다!]결국, 그릇이 넘쳐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랜드 마스터를 못 찍으면… 결국 답이 없다는 건가…?’
생각은 거기까지.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지크는 에 걸려 캐릭터를 통제할 수가 없게 되었다.
“뀨! 주인 놈아!!!”
햄찌는 지크가 쓰러지면서 기절해버리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하지만 햄찌보다 지크의 곁에 더욱 가까이 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야! 한태성!”
지크의 곁에 있던 채형석은, 이 난데없는 상황에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지크를 부축했다.
“야! 한태성! 야! 야! 인마!”
채형석이 연신 지크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야! 정신 차려!”
채형석은 지크의 몸을 흔들어 깨우며, 뺨을 툭툭 쳤다.
찰싹찰싹!
당연한 말이겠지만 에 빠진 지크가 뺨을 좀 맞는다고 정신을 차리는 일은 없었다.
찰싹찰싹!
하지만 채형석은 계속해서 지크의 뺨을 툭툭 때렸다.
그러던 중.
퍼억!
햄찌의 앞발이 채형석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커헉!”
채형석은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캬아악! 채형석 죽고 싶냐! 깨우는 척하면서 싸대기 때리지 마라! 캬아악!”
“아, 아니야!”
“아니긴 뭘 아니냐! 캬악! 이때다 싶어서 싸대기라도 때리려는 거 아니냐! 캬악!”
“아니라니까? 난 그냥….”
“캬악! 닥쳐라!”
“꾸웩!”
그렇게 채형석은 햄찌의 발길질에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쳇.”
채형석은 몸을 일으키며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이걸 들키네.”
햄찌가 짐작한 대로, 사실 채형석은 지크를 합법적(?)으로 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였다.
왜?
평소 같았으면 지크의 뺨을 때리기는커녕, 언감생심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일까?
“히히! 그래도 아홉 대 때렸다!”
채형석은 햄찌에게 얻어맞고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매우 기뻐했다.
이렇게 소심한 복수라도 한 것이 못내 행복했던 것이다.
***
비슷한 시각.
지크가 사용한 스킬 때문에 후퇴했던 신성동맹군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맙소사.”
에펜베르크 총사령관은 저 멀리 보이는 오데사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경악했다.
지크가 마왕으로 변신해서 대학살을 벌인 것도 경악스러웠다.
그런데 형형색색의 초거대 드래곤들, 최소한 에인션트 등급 이상으로 보이는 드래곤들까지 나타나 오데사 의 성벽을 보수하는 걸 지켜보고 있노라니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새로 완성된 성벽은 이전보다 더 높아졌고, 각종 기하학적인 문양의 마법진들까지 수두룩하게 새겨졌다.
그 기하학적인 문양의 마법진들은 드래곤들이 직접 새겨 넣은 것이었으므로, 내재된 마법의 수준이 엄청나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이기도 했다.
“이 무슨… 그랜드 마스터 이상의 무력에 저렇게 많은 드래곤들과의 친분이라니….”
에펜베르크 총사령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현타에 젖어들었다.
30만 대군이 고작 한 명을 상대로 퇴각한 것도 기가 막히는데, 드래곤들까지 단체로 나타났으니 도무지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지금 키예프 왕국의 전력이라면 마우레키온 제국군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이건….”
에펜베르크 총사령관은 이번 전투가 자신의 선에서 판단하고 진행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즉시 통신병을 불러들였다.
“통신병.”
“예, 총사령관 각하.”
“지금 즉시 동맹군 사령부에 이 상황을 보고하라.”
“예!”
그렇게 전설로 길이 남을 는 의 사령부에 보고되었고, 덕분에 전쟁의 판도는 새로운 흐름을 타게 되었다.
일단 지크가 등판한 이상 으로서는 전략을 수정하는 게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
와 에 빠진 지크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알림: 해제까지 앞으로 47시간 44분 38초 남았습니다!] [알림: 해제까지 앞으로 47시간 44분 38초 남았습니다!]때문에, 태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 이틀 동안 게임을 쉬게 되었다.
캐릭터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깨어날 때까지 시간이 붕 떠버린 것이다.
“아오!”
그래서 태성은 하는 수 없이 캡슐을 나서야만 했다.
으로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때까지는 좋았는데, 그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이렇듯 드러누워 버릴 줄이야….
하기야, 게이머가 마왕으로 변신해서 NPC들을 상대로 대학살을 벌이는 건 밸런스 붕괴나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이 정도 페널티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긴. 꿀도 너무 빨면 당뇨가 오는 거겠지.”
태성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운동을 위해 피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그러던 중.
“아, 맞다.”
태성은 문득 든 생각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 자식이 내 뺨 때렸지.”
태성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캐릭터가 완전히 기절하기 전, 채형석이 뺨을 마구 때리던 장면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쭈. 그런다 이거지.”
태성은 채형석이 괘씸했기에, 헬스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련님,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실장이 태성에게 물었다.
“형석이 지금 어디 있죠?”
“아마 집에 있을 겁니다.”
“걔 집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태성이 덧붙였다.
“이 건물에 제 집 하나 더 있지 않나요?”
현재 태성은 수십억짜리 초고가 레지던스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건물에 태성 소유의 집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었다.
딱히 돈을 쓸데가 없던 차에, 급매물로 나온 집을 두어 개쯤 샀던 것이다.
“두 채 더 있습니다. 한 채는 임대를 주고 있고, 한 채는 얼마 전에 임차인이 나가서 공실로 비어 있습니다.”
“그럼 형석이 거기로 이사 시켜 주세요.”
“예?!”
경호실장은 태성의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태성이 채형석을 용서하고, 월급까지 줘 가면서 속죄할 기회를 준 것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채형석을 이렇게 좋은 최고급 레지던스에서 살게 해주는 건 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도련님, 굳이 집까지 내어주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도련님이 주신 돈이면 충분히 깔끔한 집으로 이사할 수 있을….”
“아뇨.”
태성이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호의로 그러는 게 아니라,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경호실장은 태성의 말에 일단 그렇게 따르기로 했다.
‘하긴. 도련님께서 다 계획이 있으신 거겠지.’
그로부터 정확히 2시간 후.
‘그, 그럼 그렇지. 역시 도련님께는 계획이 있었던 거다.’
경호실장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태성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모, 못해! 나 못한다고! 으아아아아악!”
“하나! 하나만 더 하자! 하나만!”
“못한다고! 못하겠다고오오오오!”
“힘내! 힘! 호흡 마시고! 밀어!”
“으아아아아악!”
태성의 집 피트니스 센터.
채형석은 하체 운동 기구인 레그 프레스 머신에서 낑낑거리며 고통을 받고 있었다.
“야! 남자가 그것도 못하냐! 한 개 더! 밀어! 밀라고! 보조해줄게!”
“으아아아아악!”
“으쌰으쌰!”
태성은 그런 채형석을 레그 프레스 머신에 앉혀놓고 강제로 트레이닝을 시켜주고 있었다.
“야! 언제까지 멸치로 살래! 벌크업 해야지! 뇌경색 후유증도 극복하려면,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근육을!”
“으아아아아악!”
“딱 하나만 더! 하나만 더하자!”
“시, 싫다고! 으아아악! 으아아아악! 내가 왜 운동까지… 으으윽!”
“야! 이게 다 직원 복지야!”
태성이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채형석에게 말했다.
“돈 많이 주지! 집도 공짜로 빌려주지! 운동까지 가르쳐주지! 세상에 이런 좋은 사장이 어딨냐? 안 그러냐? 흐흐흐흐!”
“나, 나 좀 그냥 내버려 ㄷ….”
“자! 한 개 더!”
“으아아아아아아악!”
결국, 태성이 채형석에게 집을 내어준 이유는 간단했다.
틈날 때마다 불러다가 강제로 운동을 시키면서 합법적으로 고문(?)을 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건, 따지고 보면 채형석에게 이득이었다.
태성은 지난 3년 동안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3대 운동의 중량이 550킬로그램을 돌파한 괴물이었다.
그래서 운동 지식도 어지간한 트레이너 저리 가라 할 정도였으니, 채형석의 입장에선 공짜 PT를 받는 셈이었다.
단, 엄청나게 고통스럽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
태성은 게임을 하지 못하는 이틀 동안 채형석을 하루 4시간씩 운동시키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 결과.
“끄응… 끄으으으응….”
채형석은 태성에게 받은 지옥훈련으로 인해 그만 앓아눕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자업자득이었다.
애초에 은근슬쩍 태성의 뺨을 때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서서히 강해지던 태성이 결국 몸짱이 되는 동안, 채형석은 뇌경색을 얻은 상태로 술과 담배에 찌든 삶을 보냈다.
근육량 감소는 물론, 심혈 관계와 심폐지구력까지 약해져서 저질체력 중의 저질체력의 소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후후후. 확실히 죽여 놨네.”
태성은 채형석이 침대에 누워 끙끙 앓는 걸 확인하곤,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만하면 하루 이틀 정도는 쉬게 해줘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직원이 건강해야 일을 많이 시킬 수 있는 거지. 캬, 난 진짜 좋은 사장인 거 같아.”
태성은 스스로 자화자찬했다.
오싹!
경호실장은 그런 태성의 혼잣말을 듣고 경악했다.
‘도련님은 사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던 건가….’
태성의 사악함이란 특수부대 중에서도 그 훈련이 악명 높기로 유명한 UDT/SEAL 출신의 경호실장마저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그렇게 이틀 동안 마음껏 운동을 한 태성은,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가 BNW클라이언트를 실행시켰다.
로그인하자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리는 창이 떠올랐다.
“깨어나셨나요?”
눈을 떠보니 성녀 자네트의 얼굴이 보였다.
“성녀님께서 오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나요?”
지크는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자네트에게 물었다.
“네, 많이요.”
자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잘못했으면 마나홀이 깨지실 수도 있었어요.”
“헉?!”
지크는 자네트의 발언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마나홀이 깨진다는 것은, 그 어떤 에너지 자원도 사용할 수 없는 폐인이 된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