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27
1026
‘왜지?’
지크는 이 켜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우웅!
그래서 마나를 다시 한번 일으켜서 이번에는 을 사용해보았다.
[알림: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그런데 역시 켜지지 않았다.
‘뭐야!’
지크는 스킬을 연거푸 사용해보았다.
그런데.
[알림: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알림: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중략)
[알림: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과 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설마.’
지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시커멓게 낀 먹구름 덕분에 햇살 한 줄기조차 내리쬐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두워.’
화창했던 전장은 어느새 밤처럼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다.
‘이 검은 하늘이 원인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
갑자기 드리운 이 검은 하늘에 스킬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었다.
“야! 햄찌야.”
“뀨!”
“너 쳇바퀴 좀 굴려 봐.”
“알겠다! 뀨우!”
햄찌는 지크의 요청에 를 불러내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뀨, 뀨우?!”
햄찌는 가 소환되지 않자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주, 주인 놈아! 쳇바퀴 소환이 안 된다!”
“그래?”
지크는 고개를 돌려서 저 멀리 아군 진영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허수아비, 아니 채형석을 향해 소리쳤다.
“야! 채형석! 버프 안 돌리냐!”
그러자 채형석이 대답했다.
“스킬이 안 써져!”
“너도?”
“어!”
채형석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
‘이게 말이 되나? 이 넓은 전장을 커버한다고?’
지크는 솔직히 놀랐다.
이만한 면적 전체에 스킬 사용 불가 효과를 내려거든, 도대체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지크조차도 마왕인 상태에서나 가능할 법한 범위인데….
그러는 사이.
“횃불! 횃불을 들어!”
“마법사들은 뭘 하나! 조명탄 주문을 사용하라!”
프로아 왕국군은 황급히 횃불을 들고, 조명탄을 쏘아 올리는 등 전장을 밝혔다.
어둠이 점점 더 짙어져서, 어느새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제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전투가 벌어졌다.
쾅! 콰앙! 챙!
달려오던 신성동맹군과 프로아 왕국군이 서로 충돌하며, 치열한 백병전이 전개되었다.
“죽어라!”
“덤벼! 이 새끼들아!”
서로 뒤엉킨 양측 장병들은, 서로 죽일 듯이 몰아붙이며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도대체 왜!’
지크는 급한 대로 평타를 사용해서 덤벼드는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스킬 사용을 시도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알림: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스킬은 여전히 사용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나를 끌어올려 신체능력을 강화시키는 건 가능했단 것 정도였다.
‘이럼 안 되는데.’
지크는 자신의 스킬 사용 불가로 인해 아군이 입을 피해가 커질 것을 염려했다.
본래 의도했던 대로라면 지크가 디버프를 깔고, 채형석이 버프를 끼얹어야 했다.
그럼 프로아 왕국군이 신성동맹군들을 쥐 잡듯이 잡아 죽일 테고, 전투는 너무나도 손쉽게 승리할 터였다.
그런데 지크의 디버프와 채형석의 버프가 없으니, 전투가 쉽지 않았다.
물론 프로아 왕국군의 전투력이 더 뛰어나서 신성동맹군을 압도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처럼 학살하다시피 몰아붙이지는 못했다.
그만큼 디버프와 버프의 부재가 컸던 것이다.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야 돼.’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신성동맹군 진영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죽어라!”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사악한 마귀들의 왕!”
그런 지크에게 신성동맹군들이 덤벼들었다.
“다 꺼져.”
지크는 를 휘둘러 덤벼드는 신성동맹군들을 원 샷 원 킬로 보내버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리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지크에게 평범한 병사들 따위는 한 방에 해치울 수 있는 피라미들이었던 것이다.
***
지크가 신성동맹군 진영으로 파고든 사이.
“키예프 왕국을 위하여!”
“위하여!”
키예프 왕국군이 신성동맹군을 덮쳤다.
“마우레키온 제국! 만세!”
“만세!”
뒤이어 아이린이 이끄는 마우레키온 제국군 역시도 신성동맹군을 향해 맹렬히 돌진해왔다.
그렇게 전투는 연합군과 신성동맹군이 뒤섞인 채 싸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한편, 지크는 신성동맹군의 중심부로 파고들던 중 포위를 당하게 되었다.
스으으!
어느 순간부터 시커먼 안개가 짙게 깔린 지역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적들이 하나둘 나타나 지크를 에워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적들은 NPC들이 아닌 게이머들이었다.
펄럭, 펄럭!
그것도 라는 아이템을 장착한, 날개 달린 게이머들 말이다.
“후.”
지크는 게이머들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느덧 지크의 명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서, 게임 BNW의 게이머들 중 모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지크가 얼마나 강한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기도 했다.
그런데 앞길을 막는다?
코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저 바빠요.”
지크가 게이머들을 향해 넌지시 말했다.
“그러니까 좀 비켜주실래요?”
하지만 게이머들은 앞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거 우릴 너무 무시하시네.”
“지크 님. 악감정은 없습니다.”
“우리도 우리 입장이 있는 겁니다.”
그런 게이머들의 얼굴에서는 약간의 자신감 같은 게 엿보였다.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지크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먼저 갑니다!”
한 게이머가 지크를 향해 원거리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어?’
지크는 그 게이머가 스킬을 사용하는 걸 보고 놀랐다.
‘이거 개사기잖아!’
그게 바로 이 검은 하늘의 비밀이자 게이머들이 지크를 상대로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 검은 하늘은, 적은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게끔 통제하지만 아군은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이런 미친!’
지크는 날아오는 적의 스킬을 피하며 투덜거렸다.
이렇게 이기적이고 사기적인 효과라니….
하지만 거기까지.
‘스킬 없다고 내가 깡통인 줄 아네?’
지크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퍼부어지는 스킬들을 모조리 피해내었다.
가히 압도적인 피지컬!
지크의 기본 스펙이 워낙에 출중하다보니, 200레벨 중후반대의 게이머들로서는 움직임을 쫓는 것조차 버거웠던 것이다.
그 결과.
퍽! 퍼억! 퍽! 빠악! 퍽!
가 지크의 앞을 가로막았던 게이머들의 머리통을 부숴놓았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괴, 괴물….”
운 좋게 살아남은 게이머 하나가 지크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이란 창기사 계열 클래스를 가진 299레벨의 게이머였다.
나름대로 강자인 것이다.
하지만 지크의 앞에선 299레벨이고 나발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쒜엑!
지크가 내던진 가 마지막 남은 게이머의 정수리를 박살냈다.
털썩!
그렇게 마지막 남은 적이 쓰러지고.
“오우.”
지크는 오래간만에 보는 랜덤드랍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깍! 까악!]뒤이어 이 나타나 땅에 떨어져 있던 랜덤드랍 아이템들을 주워다 주었다.
슈우욱!
뒤이어 게이머들이 떨군 랜덤드랍 아이템들이 지크의 아공간 인벤토리로 빨려 들어갔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오래간만에 먹는 랜덤드랍 아이템들.
“핡… 너무 좋아.”
지크는 간만에 느끼는 쾌감에 전율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게이머들의 영혼도 잊지 않고 수확했다.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영혼을 흡수하는 건 가능했던 것이다.
***
전투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연합군으로서는 스킬 사용이 불가능했기에,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신성동맹군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순식간에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어야 할 전투는, 오히려 신성동맹군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메리트 하나만으로도 전력의 열세를 극복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지크는 더더욱 바빠졌다.
‘빨리 찾아서 조져야 돼.’
지크는 신성동맹 측 진영 한복판을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가로지르며, 이 검은 하늘의 원인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죽어라!”
“천계의 징벌을 받으리라!”
NPC, 게이머, 타락 천사 등 수없이 많은 적들이 지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았다.
퍽! 퍼억!
지크가 를 휘두를 때마다 적들은 여지없이 나가떨어질 뿐….
그러던 중.
‘저기다.’
지크는 검은 안개가 매우 짙게 깔린 지역을 발견하고, 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마우레키온 제국군과 가까운 지역에 있던 그 검은 안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움직였다.
또한, 검은 안개가 움직일 때마다 죽은 마우레키온 제국군들의 시체가 드러났다.
‘범인을 찾았어.’
지크는 저 안개야말로 아군의 스킬 사용을 억제하는 이 검은 하늘의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그래서 그 방향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스윽!
그렇게 검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직후.
“왔나.”
지크는 안개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과 딱 마주쳤다.
그의 주변에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기사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문제는 그 시체의 숫자가 족히 40~50 구는 되어 보였다는 것.
‘강자.’
지크는 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굳이 마우레키온 제국 기사들의 시체가 아니더라도, 적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기도 했다.
쿵쾅쿵쾅!
미친 듯 뛰는 심장.
찌릿!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듯 느껴지는 압박감.
육체가 이렇듯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걸 보면, 상대방은 틀림없이….
‘그랜드 마스터.’
지크는 안개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자가 위대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한 자라는 걸 간파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고 했던가?”
그때, 청년이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지크는 상대방이 위대한 경지를 이룩한 자라는 걸 감안해서, 예의를 갖추어 물었다.
“카시아스 데 블랙크로우라고 한다.”
“견문이 짧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암천존이라고 하면 알아듣나?”
“아.”
지크는 암천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위대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한 세 명의 강자.
마법의 치천존.
전쟁의 암천존.
그리고 파괴의 파천존.
그중 하나인 암천존을 실제로 만나게 될 줄이야….
‘스킬 사용도 안 되는데 그랜드 마스터랑 싸워야 한다고?’
평소 같았으면 그랜드 마스터와 붙어볼 기회라고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이곳은 전장.
서로 적으로 만난 이상 죽고 죽일 수밖에 없는 곳이 아니던가?
스킬 사용이 불가능해 도 사용할 수 없었으니, 이대로 맞붙었다간 지크가 패배할 확률이 99.9퍼센트였다.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진짜 x됐네.’
지크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치던 때.
“악의는 없다.”
암천존이 지크를 향해 서서히 다가서며 말했다.
그런 암천존의 무기인 반월형의 쌍검에서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죽어라.”
그 순간.
촤라락!
암천존이 쌍검을 휘두르자 십자가 형태의 오러가 겹겹이 뿜어져 나와 지크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