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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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지크는 갑자기 알림창이 떠오르자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곧 알림창이 떠오른 이유를 떠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흑암 : 탐욕과 배신의 목걸이]마계 제5구역과 6구역의 지배자인 탐욕과 배신의 마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의 신물.
•타입 : 액세서리(목걸이)
•등급 : 신화
•착용 제한 : 탐욕과 배신의 마왕 전용
•효과 :
– 죽인 적들의 영혼을 흡수함.
– 영혼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흡수하면, 마계에 있는 본체를 중간계로 잠시 소환함.
– 마계의 문 생성 가능
– 마력 +20%
– 몸을 스치면, 낮은 확률로 상대방의 아이템을 훔칠 수 있음.
– 아이템 분배 시 100퍼센트 확률로 귀속됨.
– 방심한 적에게 기습 공격을 성공할 경우 데미지 +550%
– NPC를 대상으로 한 거짓말이 성공할 확률 +222%
– 배신에 성공한 적을 상대로 공격력 +666%
– (중략)
지크가 가진 마왕의 신물인 에는 상대방의 아이템을 훔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름 모를 게이머와 몸을 스치면서 효과가 발동되었던 것이다.
‘이게 인벤토리까지 들여다볼 수가 있다고?’
본래 다른 사람의 인벤토리를 훔쳐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도적 계열의 레전더리 클래스를 가진 게이머들조차 상대방의 인벤토리를 훔쳐보지는 못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의 효과는 상대방의 인벤토리를 훤히 들여다보는 걸 가능케 했다.
과연 마왕의 신물!
도적 계열의 레전더리 클래스 이상의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다 이거지. 오케이. 좀 보자. 뭐가 있나….’
지크는 입력창에 를 입력한 후 자신과 스친 게이머의 인벤토리 안을 들여다보았다.
[빡선생의 인벤토리]– 최상급 마나 포션 × 431
– 말린 고기 × 14
– 귀부인의 가터벨트 × 1
– 불타는 나뭇가지 × 2,211
(중략)
‘이 변태 자식! 도대체 이런 건 왜 가지고 있는 거야!’
지크는 이란 299레벨의 게이머가 같은 요상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 토할 것 같단 표정을 지었다.
저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뭔가 변태적 취향을 가진 인간들이나 좋아할 법한 물건을 왜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것도 여자 NPC가 입던 걸?
‘하여간. 이상한 인간들 많다니까. 쯧쯧.’
지크는 혀를 끌끌 차면서 계속해서 인벤토리를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빡선생은 299레벨의 게이머이니만큼, 고가의 아이템들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 지크의 눈길을 끈 아이템은, 다름 아닌 란 이름의 메달이었다.
[마이다스의 환희]과거 뉘르부르크 대륙의 전설적인 상인이자 거부(巨富)였던 마이다스가 지니고 있던 펜던트.
이 메달을 지니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자가 된다고 전해진다.
•타입 : 메달(부적)
•등급 : 신화
•내구도 : 99/100
•효과 :
– 골드 획득 시 +2.5% 추가 골드
‘헉?’
지크는 의 효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물론 작다면 작은 수치였다.
그러나 2.5퍼센트도 2.5퍼센트 나름!
지크가 획득하는 골드의 2.5퍼센트와 빡선생이 획득하는 골드의 2.5퍼센트는 엄청난 차이가 났다.
게이머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부자인 지크의 2.5퍼센트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더구나 이제는 제국을 경영하게 된 지크가 획득하는 골드의 양이란 가히 엄청난 규모.
는 일개 게이머인 빡선생이 아니라 지크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잘 쓰겠습니다.’
지크는 빡선생의 인벤토리에서 를 선택했다.
띠링!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아이템을 훔치셨습니다!]그 결과.
띠링!
지크는 새로운 칭호를 획득하게 되었다.
[알림: 새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칭호는 다음과 같았다.
[바늘 도둑]처음으로 도둑질에 성공한 범죄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도둑질 횟수가 늘어나면 소도둑으로 진화한다.
•타입 : 칭호
•등급 : 언커먼
•효과 : 없음
•주의 사항 : 이 칭호는 명예롭지 못합니다!
지크의 첫 도둑질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칭호가 생성된 모양이다.
“…바늘도둑이라니.”
지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아이템을 챙겨서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휘바~ 휘바~.”
한편, 빡선생은 지크가 자신의 아이템을 훔쳐 간 줄도 모르고 휘파람을 불어대며 거리를 거닐 뿐이었다.
***
지크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게이머들의 아이템을 훔쳤다.
그건 지크가 원해서 훔친 게 아니었다.
현재 하다쉬트 왕국의 수도에는 대관식으로 인해 거의 1,000만이 넘는 인파가 몰린 상태였다.
또한, 거리 곳곳에는 축제가 열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래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덕분에 지크는 딱히 도둑질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스치는 사람들의 아공간 인벤토리를 들여다보는 게 가능했다.
아이템 기능상 의 확률은 매우 낮지만, 스치는 사람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으니 자연스럽게 그 빈도수도 올라갔던 것이다.
‘헤헤헤.’
지크는 자신과 스친 사람들의 아이템을 훔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쁘게 훔쳤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아군이 아닌 적군들이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신성동맹과 계약을 맺고 일을 해 주는 용병들이었고, NPC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지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도둑질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알림: 아이템을 훔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훔치셨습니다!](중략)
[알림: 아이템을 훔치셨습니다!]그러던 중.
‘착용 중인 것도 되나?’
지크는 신나게 도둑질을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현재 착용 중인 아이템, 그러니까 귀속되어 있는 것마저 훔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부비적, 부비적!
그래서 지크는 자신의 곁을 스치는 고레벨 게이머들과 일부러 몸을 부딪쳤다.
뒤이어 약 수십 번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알림: 도벽이 발동했습니다!] [알림: 상대방의 인벤토리를 살펴서 원하는 아이템을 훔칠 수 있습니다!] [알림: 상대방의 인벤토리를 구경하시겠습니까?]지크는 란 게이머의 인벤토리를 구경하는 대신에 현재 착용 중인 장비를 보았다.
‘흠. 될까.’
지크는 아오리포도가 현재 착용 중인 주무기인 이란 아이템을 훔쳐보았다.
그 결과.
[알림: 아이템을 훔치셨습니다!]대성공이었다.
“뭐, 뭐야!”
아오리포도는 자신이 들고 있던 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게이머의 생명과도 같은 주 무기가, 그것도 귀속되어 있던 아이템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혼비백산하는 것은 당연했다.
“내, 내 템! 내 템! 내 템 어디 갔어! 내 템!”
아오리포도는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니 정신이 나가서 이리저리 을 찾아 헤맸다.
“히히히!”
지크는 아오리포도는 1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그런 지크가 좋아한 이유는 을 훔쳐서가 아니었다.
‘이거면 회귀의 토끼발을 훔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이머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훔쳐본 이유는, 베오울프가 가지고 있는 펜던트를 훔칠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베오울프가 로 추정되는 펜던트를 착용 중이었으므로, 그런 상태의 아이템을 으로 훔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다음에 그 자식을 만나면 도벽을 발동시켜 보자. 그럼 훔칠 수 있을 테니까.’
지크는 실험 결과에 만족하며 로 추정되는 펜던트를 훔칠 시도를 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왕궁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빨리 끝내고 가야지.’
지크는 자신의 대관식에도 참석해야 했으므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지크는 왕궁으로부터 약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어느 으슥한 골목으로 향했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구 밑으로 들어갔다.
늘 그렇듯이, 자신이 가장 애용(?)하는 침투 경로를 통해 왕궁으로 잠입하려는 것이다.
“뀨! 주인 놈아! 또 하수도냐! 뀨우! 질리지도 않냐!”
햄찌가 지크에게 핀잔을 주었다.
“야, 솔직히 하수도만 한 침투 경로가 어딨냐? 진짜 끝내주거든?”
“주인 놈은 전생에 시궁창 쥐새끼였을 거다! 뀨우!”
“뭐 인마? 이게 진짜!”
그렇게 투덕거리던 중.
“어?”
“뀨?”
지크와 햄찌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싸우던 걸 멈추었다.
지크와 햄찌의 청력은 너무 뛰어나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었다.
하물며 하수도 안이라면 어떻겠는가?
다른 장소보다 더욱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뭐지?”
지크는 슬쩍 몸을 낮추고는 을 켜서 하수도 안을 스캔해 보았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많아?”
지크는 약 3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거의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설마 경비병들인가?’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미니맵을 확대해 보았다.
하지만 적은 아닌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미니맵상에 표시된 점이 적을 뜻하는 붉은색이 아니라 중립인 파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가 보자.”
“뀨! 알겠다!”
지크와 햄찌는 해당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알아보았다.
그로부터 약 15분 후.
“오늘 우리는 우리가 모시는 여러 신들을 대신해 기꺼이 순교할 것이오.”
“옳소!”
“죽음은 두렵지 않소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거대한 지하 공동-정화조 시설이 들어선-에 모여서 집회를 열고 있었다.
‘아.’
지크는 그들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기존에 있던 교단들에 깊은 신앙심을 지니고 있는 성직자, 성기사, 그리고 신도들이었다.
‘근데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지크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사악한 교황이 즉위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오. 여기 모인 형제자매들이여. 우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오. 우리가 모시는 신들께서는, 우리의 숭고한 순교를….”
쭉 듣다 보니, 이 비밀스러운 집회의 목적은 이번에 즉위할 교황인 비스마르크 2세에 대한 테러인 모양이었다.
지크와 같이 비스마르크 2세에게 선물을 주려는 것이다.
물론 지크의 경우 깽판을 치고 튈 생각이었고, 저들은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개죽음이지.’
지크는 저들이 테러에 성공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성공하든 말든 단 1명도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곳은 신성동맹의 심장부.
믿을 구석 하나 없이 날뛰었다간 뼈도 추리지 못할 게 아니던가?
어쩌면 죽음보다 더욱 가혹하고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이거 안 되겠….’
지크가 그런 생각으로 슬쩍 나서려 할 때였다.
‘어?’
지크는 적을 뜻하는 붉은색 점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물론 거리는 멀었다.
대략 7킬로미터쯤?
딱 봐도 왕궁에서 보안을 위해 하수도에 경비병들을 투입시킨 게 분명했다.
대관식이 워낙에 중차대한 행사이니만큼, 하수도마저 철두철미하게 방어하려는 게 분명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