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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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는 즉시 왕궁으로 잠입해 을 켰다.
‘뭐가 이렇게 많아?’
지크는 왕궁 안에 인간들이 득실대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관식이 열리는 날이라서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뀨. 주인 놈아. 어떡할 생각이냐.”
햄찌가 지크에게 물었다.
“어떡하긴.”
“읍! 읍읍!”
지크가 때마침 모퉁이를 돌아 가까이 다가오는 시종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일단 왕궁 안을 장악해야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크가 붙잡은 시종의 머리에 방사능 미생물들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 시종은 평범한, 그러니까 레벨이 낮은 NPC라서 그런지 손쉽게 가 되어 지크의 노예가 되어 주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시종이 지크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근처에 있는 시종들이랑 시녀들, 전부 이 방으로 불러 와.”
“예, 주인이시여.”
시종은 지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는, 즉시 명령을 수행했다.
“뭐야?”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인 게야?”
“왜 다들 모였죠?”
시종, 시녀들은 갑작스러운 호출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하시고.”
그때, 문 뒤에 숨어 있던 지크가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퍽, 퍼억! 퍽! 퍽!
그런 지크가 약 십여 명의 시종들과 시녀들을 모조리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3초에 불과했다.
지크는 쓰러진 시종들과 시녀들을 모조리 로 만든 뒤 명령을 내렸다.
“경비병들이랑 기사들도 이쪽으로 데리고 와.”
“예, 주인이시여.”
지크는 시종들과 시녀들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일대의 경비를 무력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가 된 사람들을 이용해서, 계속 다른 사람들을 이 방으로 유인하고 또 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크는 하수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크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아. 젠장. 시간 없는데.’
지크와 비스마르크 2세의 대관식은 같은 날 같은 시간이었다.
‘세 시간밖에 안 남았어.’
시간이 부족했다.
세 시간 안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야 지크 스스로의 대관식에 참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단은….’
지크는 의 침투 경로를 확보하자마자 즉시 시종의 옷으로 갈아입고 왕궁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껄껄껄! 오늘 대관식 끝나고 한잔 어떻소이까? 이번에 새로 오픈한 살롱이 있는데, 거기 접대부들이 아주 아름답다고 하더구려.”
“그게 정말이오? 거, 한번 가 봅시다!”
“좋소! 내가 쏘겠소이다!”
왕궁 안은 대관식에 참석하는 신성동맹의 귀족들로 득실거렸다.
‘보물 창고… 보물 창고.’
지크는 왕가의 보물 창고를 찾아내기 위해서 왕궁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쏘다녔다.
그 과정에서 지크는, 신성동맹의 고위급 병력이라 할 수 있는 299레벨의 기사들을 숱하게 마주쳤다.
어디 그뿐인가?
가장 강력한 적이라 할 수 있는 상급 타락 천사들도 아주 많이 발견했다.
‘미쳤다.’
왕궁에 배치된 경비 병력의 양과 질을 직접 확인한 지크는 혀를 내둘렀다.
왕궁 안에 있는 상급 타락 천사들의 숫자가 엄청나서, 전면전으로 붙을 경우 을 사용한다고 해도 어떻게 답이 안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스킬에는 유지 시간이 짧다는 한계점이 명확했으니까.
크반트가 만들어 준 가 있다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시간제한이 있는 능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즉, 지금 이곳이야말로 사지 중의 사지인 것이다.
‘까딱 잘못했다간 나도 잡혀서 죽겠네.’
지크는 각별히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왕궁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보물 창고가 어디 있으려나.’
지크는 겸사겸사 왕가의 보물이 쌓인 장소를 찾던 중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하게 되었다.
‘어?’
지크는 으로 왕궁 내부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익숙한 닉네임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닉네임의 정체는 다름 아닌….
‘베오울프?!’
지크가 일루미나티의 마스터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던 상대, 베오울프였다.
***
두근두근!
지크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베오울프는 지하에 자리한 밀실에서 비스마르크 2세와 함께 있었다.
이 베오울프와 비스마르크 2세가 함께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맞네, 맞아.’
그로써 지크는 베오울프가 일루미나티의 마스터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의 객원 멤버인 베오울프가 비스마르크 2세와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가질 리가 없었던 것이다.
‘아오, 이 간사한 새끼.’
베오울프가 일루미나티의 마스터로써 그간 벌어졌던 모든 사건 사고들을 뒤에서 조종했다는 걸 깨달은 지크가 이를 부득 갈았다.
그간 얼마나 즐거웠을까?
또, 얼마나 속으로 웃었을까?
베오울프가 천우진과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하자, 지크는 부아가 치밀어 올라서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뒤에서 실컷 웃었겠지. 나랑 천우진을 이용해서 통제가 불가능해진 오즈릭 교단을 처리하면서. 후우~.’
지크는 터져 나오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은 분노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었다.
일단 베오울프가 일루미나티의 마스터라는 확정적인 증거를 잡았으니, 이제는 정보를 수집해야 할 때였다.
그러나….
‘아오.’
지크는 지금 베오울프와 비스마르크 2세가 있는 밀실로 침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통을 터뜨렸다.
저 밀실은 오직 한 개의 계단으로만 연결되어 있어서, 괜히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들킬 것 같았다.
그렇다고 를 보내자니 왠지 마음에 걸렸다.
베오울프는 그랜드 마스터.
를 감지하고, 지크의 존재를 눈치챌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냥 두자. 내가 정체를 알아챘단 걸 모르게 해야 돼. 그게 제일 중요해.’
지크는 베오울프를 역이용할 생각이었기에, 무리해서 밀실에 침투하지 않기로 했다.
베오울프가 자신의 정체를 들켰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도록, 철저히 연기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 너 딱 두고 봐.’
지크는 베오울프를 향해 이를 부득 갈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
비스마르크 2세의 대관식은 매우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는 신성동맹의 맹주이자 의장이었으며, 창조주를 떠받드는 교단인 의 교주이니만큼 그 권위와 위세가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대관식은 초호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수준이었다.
‘도대체 얼마를 퍼부은 거야?’
지크는 시종으로 위장한 채 대관식을 지켜보다가, 그 사치스러움에 그만 기가 질려 버리고 말았다.
온통 금, 금, 금, 금.
작은 찻잔 하나조차도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대관식에 들어간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저럴 돈이면 차라리 군대를 무장시키거나 백성들 복지에나 쓰지. 미친놈들. 뭐든 적당히 해야 할 거 아냐.’
지크는 신성동맹의 수뇌부들을 욕하면서, 은근슬쩍 황금으로 된 접시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와중에 도둑질을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띠링!
지크는 새로운 칭호를 얻게 되었다.
[소도둑놈]숙련된 도둑놈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레어
•효과 : 없음
•주의 사항 : 이 칭호는 명예롭지 못합니다!
‘아오!’
지크는 졸지에 이 되어버리자 분통을 터뜨렸지만, 투덜거릴 시간은 없었다.
“지금부터! 비스마르크 교황 성하의 대관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소!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오!”
드디어 시작된 대관식.
‘흐흐흐.’
지크는 주변을 슥 돌아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왜냐하면, 들이 어느새 대관식이 열리는 행사장 곳곳에 자리를 잡은 채 지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뀨. 주인 놈아. 어떡할 거냐. 직접 깽판 칠 거냐.”
햄찌가 지크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
지크가 대답했다.
“그냥 가야지. 나도 대관식 참석해야 하는데.”
“뀨우?”
“그냥 가자. 알아서들 하겠지, 뭐.”
지크는 괜히 직접 나섰다가 발각되어 적진 한복판에서 전투를 치르기도 싫었고, 만에 하나라도 베오울프의 시선을 끌기 싫었다.
그래서 조용히 대관식이 벌어지는 장소를 빠져나가 다시 하수도로 향했다.
한편, 지크가 빠져나간 왕궁에서는 비스마르크 2세의 대관식 행사가 착착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창조주를 받들어….”
대관식의 진행을 맡은 대사제가 그렇게 말하며 비스마르크 2세의 머리 위에 향유를 부어 주려던 때였다.
퍼엉!
난데없이 폭발이 일어나며 행사장 한쪽에서 초록색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냐!”
“테러다!”
“교황 성하를 보호하라!”
기사들과 경비병들은 난데없는 폭발에 번개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펑! 펑펑! 펑! 퍼엉! 펑! 펑! 펑! 펑! 퍼엉! 펑펑펑! 펑!
행사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던 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자폭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대관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고, 곧 죽음의 영역이 되어 갔다.
스으으!
폭발의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초록색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면서 행사장을 거의 대부분 오염시켜 버렸던 것이다.
“컥!”
“커허헉!”
“끄으으으윽!”
덕분에 행사에 참석했던 신성동맹의 수뇌부들은 방사능에 오염되어 하나둘 죽어 갔다.
폭발에서 살아남았다고 한들, 방사능 에너지까지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비스마르크 2세의 대관식은 들에 의한 테러로 완전히 망해 버리고 말았다.
“룰루랄라♬.”
지크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적들의 비명 소리를 음악 삼아서 발걸음도 가볍게 프로아 왕국으로 향했다.
호다닥!
프로아 왕국으로 복귀한 지크는 서둘러 행사장으로 향했다.
비스마르크 2세의 대관식에 고춧가루를 뿌리느라 정작 자신의 대관식에는 지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뛰어라! 뛰어! 벌써 30분이나 늦었다! 뀨우!”
“나도 알아!”
지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모두를 위해 가능한 빨리 뛰었다.
그런 지크는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대관식에 늦은 황제였다.
유래 없는 사고를 치고 말았던 것이다.
***
그렇게 행사장으로 뛰어가던 도중.
콰앙!
지크는 모퉁이를 돌다가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그런데.
우당탕탕!
놀랍게도 넘어진 사람은 다름 아닌 지크였다.
보통 지크와 같은 강자가 전력으로 질주하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면, 상대방은 아예 박살이 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방이 아니라 지크가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으으.”
덕분에 지크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도대체 누구야?’
지크는 마치 철벽에 정면으로 충돌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자신과 부딪혔던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아, 지크님. 괜찮으세요?”
베오울프가 지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알고 보니, 지크와 부딪힌 인물은 베오울프였다.
“죄송해요. 제가 잘 못 보고 다니다가….”
베오울프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아, 아닙니다.”
지크는 손사래를 치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새끼가 왜 여기 있지?’
베오울프는 불과 세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다쉬트 왕국의 왕궁에서 비스마르크 2세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프로아 왕궁에 와 있을 줄이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