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0
1039
‘엥? 영웅?’
지크는 영웅 유닛을 발견했단 알림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전까지는 영웅이 출현했단 알림창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크는 중년의 이등병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서 을 비추어 보았다.
[한센]프로아 제국의 어느 시골 마을 출신의 화전민.
화전을 일구는 것으로는 도저히 먹고사는 게 불가능하겠다 싶어서, 봉급을 많이 준다는 프로아 왕국군에 입대했다.
•존재 구분 : NPC
•등급 : 영웅
•소속 : 프로아 제국군 육군
•직위 : 분대원
•계급 : 이등병
•레벨 : 7
•클래스 : 성전사(영웅교)
칭호 : SSS급 이등병
•특이 사항 : 나이가 좀 있어서 그런지, 이등병임에도 불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해 내 분대 내에서의 평가가 매우 좋다.
어쩌면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이등병이 SSS급이 있던가?’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한민국 군필자인 지크는 이등병이 제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한들 결국 이등병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최소한의 경험조차 없기에, 이등병은 SSS등급이 되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아. 맞다. 우리 모병제지.’
그러나 생각해 보니 대한민국 군대와 프로아 제국군의 시스템은 많이 달랐다.
프로아 제국군은 모병제였고, 군인들에 대한 대우가 좋은 만큼 진급이 쉽지가 않았다.
말단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진급하려면 전투에 여러 번 참전해서 스스로의 강함을 입증해야만 했던 것이다.
‘근데 나이 40이 넘었고 마나 사용법도 모르고. 영웅교 성기사라 신성력 한 줌 쓰는 게 전부일 텐데.’
지크는 알림창이 좀 의심스러웠지만, 어쨌거나 한센이란 이름을 가진 이등병과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한센 이병이라고 했습니까?”
“그, 그렇사옵니다! 폐하!”
한센은 무려 황제인 지크가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자 어쩔 줄 몰라서 잔뜩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개 화전민 출신의 이등병이 황제와 대화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지크는 단순한 황제가 아니라 세계를 구원해 낸 영웅이요, 뉘르부르크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데.
“한센 이병.”
“아, 예! 폐, 폐하!”
“긴장하지 마시고.”
지크는 한센의 긴장을 풀어 줄 겸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위스키를 따라주었다.
“한잔하시고 긴장 좀 푸세요.”
“마, 망극하옵니다! 폐하! 크으!”
“그래, 무슨 일로 저를 만나고자 했죠?”
지크가 한센에게 물었다.
“그, 그것이….”
한센은 그래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한센 이병.”
그러자 오스칼이 나섰다.
“폐하께서는 말단 이등병의 말이라도 경청하시는 분이다. 또한, 우리 군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면 허례허식이나 권위주의 없이 받아들일 줄도 아시는 성군이시다. 그러니 너의 생각을 가감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도록.”
“아, 알겠습니다!”
한센은 오스칼의 말에 용기를 얻어 입을 열었다.
“폐하.”
“말씀하세요.”
“혹시… 앞으로 우리 군의 전략은 어찌 되옵니까?”
“일단은 적들에게 빼앗긴 요새를 탈환할 생각입니다.”
“공성전이옵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전략, 전술로 이득을 볼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던 참이었습니다.”
“폐하.”
한센이 말했다.
“이득을 볼 방법이 있사옵니다.”
“그래요?”
지크는 한센이 뭔가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하자 깜짝 놀라 물었다.
“어떻게요?”
“예, 폐하.”
한센이 지크의 물음에 대답했다.
“현재 신성동맹군은 저 팔라스 요새를 중심으로, 일대를 장악해 나가려고 하는 중이질 않사옵니까?”
“그렇죠?”
“팔라스 요새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팔라스 요새는 지형적으로….”
뒤이어 한센의 입에서 팔라스 요새의 중요성에 대한 정보들이 술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 이등병? 왜 이렇게 잘 알아?’
지크는 한센의 전략적 안목에 놀라면서, 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래서요?”
“팔라스 요새에는 단점이 있사옵니다.”
“뭐죠?”
“보급이옵니다.”
“……!”
“폐하, 특수 부대를 팔라스 요새로 투입시켜 보급 창고를 불태우소서. 그리고 이곳.”
한센이 막사 내부를 두리번거리다가 지도를 찾아서, 특정 지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피아로 강의 수로를 봉쇄하셔서 팔라스 요새로 공급되는 보급을 끊으시면….”
“어?”
“적어도 2주일 후에는 굶주린 신성동맹군이 알아서 요새 바깥으로 나올 것이옵니다.”
한센이 그 말이 끝나던 순간.
‘와! 미쳤다!’
지크는 한센의 말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팔라스 요새는 전략적 요충지이긴 했지만, 그 특성 탓에 보급이 쉽지 않은 곳이었던 것이다.
***
“폐하. 소인이 듣기로….”
한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 프로아 제국의 수군력과 해군력이 뛰어나다고 들었사옵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프로아 제국에는 노르드족 해병대원들과 라는 세계 최고의 소형 쾌속정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실질적으로,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프로아 제국이었다.
와 를 가진 프로아 제국은, 그 어떤 국가의 해군을 만나더라도 씹어 먹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피아로 강을 먼저 장악하시어 팔라스 요새로 가는 적들의 보급을 끊으시는 것이옵니다.”
“오오.”
“적들의 방어가 탄탄하긴 하오나, 우리 군의 해군력이라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을 했사옵니다.”
한센의 말마따나, 신성동맹군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래서 피아로 강에 대규모 수군을 배치해서 보급의 안정화를 이룬 상황이었다.
그러나 프로아 제국군의 해군력을 투입한다면?
‘게임 끝이지.’
지크는 피아로 강에 자리한 신성동맹의 보급로를 너무나도 손쉽게 끊어 낼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왜냐하면, 피아로 강은 바다와 이어져 있어서 의 군함들이 를 타고 전투에 참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폐하, 만약 보급을 끊는 데 성공한다면….”
한센이 말을 이었다.
“신성동맹군이 팔라스 요새에 갇힌 병력들을 구하기 위해서 지원군을 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기하고 있다가 지원군도 포위,섬멸한다.”
지크가 한센의 말을 받았다.
“그, 그렇사옵니다!”
한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략만 성공한다면, 공수의 전환이 이루어지옵니다. 방어가 아닌 공격을 할 수가 있는 것이옵니다.”
“한센 이병.”
“예, 폐하.”
“전략적 안목이 훌륭하십니다.”
“아, 아니옵니다!”
한센이 손사래를 쳤다.
“소인은 그저 어떻게 하면 우리 군이 적은 피해를 입으며 더 잘 싸울 수 있을지를 고민했을 뿐이옵니다.”
“한센 이병.”
“예, 폐하.”
“보직을 지휘부로 이동하길 명령합니다.”
“예?!”
“제 참모 중 하나로서 임무를 수행하세요. 한센 이병이 있을 곳은 전장이 아닌 지휘부입니다.”
지크의 그 말이 떨어지던 순간.
띠링!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발굴해 낸 영웅 유닛이 각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림: 영웅 유닛이 성장하면, 특수한 이능을 개발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영웅 유닛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한센 이병의 능력이 지크를 만남으로써 서서히 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계속 뭔가를 시켜 보자.’
지크는 한센이 계속해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한센이 전략에 특화된 지능형 영웅 유닛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그날 밤.
“다녀올게. 막사 잘 지키고 있어.”
“뀨! 알겠다! 주인 놈아! 잘 다녀와라!”
지크는 햄찌의 배웅을 받으며, 홀로 연합군 진영을 떠나 팔라스 요새를 향해 나아갔다.
이번 임무는 적들이 득실거리는 적진 한복판에 침투해 보급 창고를 파괴하는 거라서, 지크가 아니면 임무의 수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실, 요새로 침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팔라스 요새는 원래부터 군사 시설이니만큼, 지크가 침투할 때 애용하는 큰 하수도가 없었다.
또한, 방어가 워낙에 철두철미해서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지크가 선택한 방법은, 다름 아닌 였다.
슈우우우!
지크는 비행 능력을 이용해서 팔라스 요새로 날아갔다.
“적이다!”
“감히!”
그러자 밤하늘을 비행하며 팔라스 요새를 방어하고 있던 타락 천사들이 지크를 발견하고, 공격을 해 오기 시작했다.
‘갑옷 착용.’
지크는 적들과 마주치자마자 즉시 를 작동했다.
촤락! 촤라락!
그러자 가 지크의 몸을 휘감았다.
‘잔챙이들이랑 싸울 시간 없어!’
지크는 적들과 싸우는 대신에 비행 속도를 높였다.
펑! 퍼엉! 펑펑! 펑!
그와 동시에 팔라스 요새에 설치되어 있던 대공포 수천 문이 일제히 불을 뿜으면서, 지크를 격추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콰앙!
포탄 한 발이 비행하던 지크에게 정확히 명중했다.
제아무리 지크라고 해도 수천 발의 포탄을 모조리 피해 내기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
지크는 자신의 생명력이 단 1도 닳지 않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포탄에 명중을 당했음에도 비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조금의 넉백조차 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태도 아니었건만….
“역시.”
지크는 이 불가사의한 방어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효과 :
– 근력 +1,100
– 생명력 +13,000
– 방어력 / 항마력 +3,500
– 이동 속도 / 공격 속도 / 캐스팅 속도 +40%
– 생명력 재생 +250%
– 받는 데미지 30% 감소
– 스킬 사용 시 내구도를 소모해 마나홀에 가해지는 부담을 30% 줄여줌.
무려 3,500이라는 엄청난 수치의 방어력과 항마력.
그리고 받는 데미지 30퍼센트 감소 효과.
는 지크로 하여금 어지간한 데미지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의 방어력을 선사했던 것이다.
‘아, 모르겠다. 니넨 때려라. 나는 간다.’
지크는 를 믿고, 무작정 팔라스 요새로 쭉 날아갔다.
“막아라!”
“화살을 쏴!”
타락한 천사들이 화살을 퍼붓고 창을 내지르며 공격해 왔지만, 지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큰 공격은 피하고, 자잘한 공격들은 몸빵으로 때우면서 팔라스 요새로 향했던 것이다.
‘스캔.’
지크는 팔라스 요새와 가까워지자 을 켜서 보급 창고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그러고는 곧장 그 방향으로 날아갔다.
“저, 적이다!”
“막아라!”
보급 창고를 지키던 경비 병력은 갑자기 지크가 자신들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자 일제히 대형을 갖추고 전투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건 헛수고에 불과했다.
쿠웅!
어느새 거대한 보급 창고 앞에 뚝! 하고 떨어져 내린 지크가 로 지면을 내리치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의 하위 스킬인 이 부채꼴 형태로 뻗어 나가 보급 창고를 덮쳤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으으으!
지크로부터 초록색 안개, 그러니까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며 파괴된 보급 창고를 가득 메웠다.
그로써 그 안에 있던 보급품들은 못 쓰게 된 셈이었다.
왜?
방사능 에너지에 오염되어 버렸으니까.
저 안에 들어 있던 장비들을 착용하거나, 전투 식량을 먹는다면 방사능에 피폭당해 육체가 붕괴해 버릴 게 뻔했다.
지크는 적들의 보급품을 굳이 불태울 필요 없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무력화시켜 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임무를 완수한 후.
‘영혼 좀 모아서 가자.’
지크는 겸사겸사 스킬 사용에 필요한 영혼 에너지 흡수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변신으로 영혼 에너지를 모두 소모했기에, 보충해 줄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스으으으으으!!!
지크를 중심으로 스킬이 퍼져 나가며 팔라스 요새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알림: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뒤이어 수백, 수천 개의 영혼이 안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킬을 이용해서 독 저항력이 낮은 적들을 대상으로 대량 살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