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54
1053
그렇게 시작된 대탈출.
“헉헉!”
“악!”
“다, 달려요! 달려!”
아도르의 백성들은 젖 먹던 힘을 다해서 해군 기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강행군이었다.
해군 기지까지 남은 거리는 약 15킬로미터.
거기에 더해 산악 지형이다?
그냥 평지를 걷기만 해도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릴 텐데, 산악 지형이라면 두말할 것조차 없었다.
아무리 달려간다고 한들, 적어도 1시간은 더 걸릴 게 분명했다.
즉, 신성동맹군을 피해서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산악 구보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게 지크가 분통을 터뜨린 이유였다.
‘젠장!’
군인들도 힘들어하는 게 바로 산악 구보였다.
그런 산악 구보를 민간인들이 한다?
쉬울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해야만 했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저 멀리 신성동맹군들이 속속들이 워프를 해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도르에 있던 신성동맹군들 역시도 지원군이 도착하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따라붙으며, 연합군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를 움켜쥐었다.
“뀨우, 주인 놈아. 설마 싸우려는 거냐.”
햄찌가 힘없는 목소리로 지크에게 물었다.
햄찌는 현재 변신의 후유증 때문에 마정석을 과자처럼 씹어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는 중이었다.
“아니.”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이거, 싸우면 안 돼.”
지크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간단했다.
연합군은 여기서 병력 손실을 입어서는 안 되었다.
신성동맹은 강대국 5개의 동맹체이기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숫자와 질이 엄청났다.
반대로, 연합군은 크고 작은 나라들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졌기에 상대적으로 병력의 질과 숫자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즉, 병력을 비슷한 비율로 교환하는 소모전이 펼쳐지면 연합군이 무조건 불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가라.’
지크는 를 저 하늘 높이 내던졌다.
슈우우우우!
그러자 가 구름을 뚫고 대기권을 돌파해 날아갔다.
그로부터 약 15초 뒤.
슈우우우웅!
하늘에서 이 떨어졌다.
이란 이름을 가진 그 별은, 워프해 오던 신성동맹군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진정한 신의 분노를 보여 주었다.
번쩍!
한 줄기 섬광.
퍼어어어어어어엉!
뒤이어 엄청난 대폭발과 함께 버섯 모양의 구름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온 세상이 환해졌다.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셌는지, 이미 밤이 되어 새카매졌던 세상이 온통 빛으로 환하게 밝아졌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연합군을 뒤쫓아 왔던 신성동맹군들은, 워프를 해 오자마자 핵폭탄의 위력에 버금가는 을 맞고 한 줌 재로 산화해 버리고 말았다.
거의 15만 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몰살을 당했던 것이다.
휘리리릭!
지크는 아무런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되돌아온 를 잡아챘다.
그러고는 잠시 자신이 내린 을 감상하다가 뒤돌아섰다.
“죽여도 너무 많이 죽이는 거 같은데….”
바로 그때였다.
“앗! 뜨거워어어어~!!!”
지크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를 놓아 버렸다.
왜?
너무 뜨거웠으니까.
을 사용한 직후의 는 너무나도 뜨거워서,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던 것이다.
욱신욱신!
오른손바닥에 큰 화상을 입은 지크는 를 꺼내 포션을 콸콸 부어야만 했다.
“주인 놈… 가끔 보면 진짜 멍청이다. 뀨우.”
햄찌는 그런 지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의 여파가 가라앉은 직후.
“오오!”
“신께서 저 악마들에게 벌을 내리셨구나!”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폐하께서는 신의 사자이시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지크를 경배하며, 신의 대리인이라고 믿었다.
그만큼 지크가 보여 준 의 위력은 엄청나서, 기적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드래곤이 아닌 이상에야 이렇듯 핵폭발에 버금가는 엄청난 위력의 광역 스킬을 퍼붓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갑시다! 지금부터 빠르게 이동하겠습니다!”
지크는 후방의 신성동맹군들이 완전히 정리되자마자 다시금 해군 기지를 향한 행군을 계속했다.
“힘내세요! 힘! 힘들어도 가야 합니다! 해군 기지에만 도착하면 모두 살 수 있습니다! 힘을 내세요!”
그렇게 계속된 행군은, 마냥 순조로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에 불과했다.
“저, 적들입니다!”
“좌측! 우측에도 있습니다!”
“적들이 워프해 오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신성동맹군의 지원 병력은 후방에 나타났던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해군 기지로 향하는 길목의 좌우측 능선에서 추가로 워프 게이트들이 생성되며, 신성동맹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오!”
지크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 해결된 줄 알았더니, 산 넘어 산일 줄이야….
‘이렇게 되면 양쪽에서 샌드위치를 당하는….’
지크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쳤을 무렵.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양쪽 능선에서 신성동맹군들이 빠른 속도로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포위.
일렬로 이동하던 도중 양옆에서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빌어먹을!’
지크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현재 연합군의 병력 중 절대 다수는 행렬의 맨 뒤편에 자리해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양옆에서 공격을 당하게 생겼으니, 진열이 채 갖추어지기 전에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던 것이다.
“전군! 좌우로 나뉘어서 민간인들을 보호하라!”
전장에 지크의 음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다다다다!
연합군 장병들이 일제히 좌우로 갈라지며 피난 가는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 위에 떠 있던 과 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펑! 퍼엉! 펑펑! 펑! 퍼엉! 펑!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과 은 달려오는 신성동맹군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며 대량의 인명 피해를 내었다.
그러나….
‘화력이 부족해.’
지크는 신성동맹군이 폭격을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달려오는 걸 보고 매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
“간다.”
“뀨. 다녀와라 주인 놈아.”
지크는 지친 햄찌를 뒤로하고 저 앞으로 달려 나가 덤벼드는 신성동맹군들과 뒤섞였다.
뒤이어 대학살이 벌어졌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스킬이 펼쳐지면서, 일대가 방사능 지옥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딜 가느냐….] [오라, 절망의 품으로….]스킬로 증폭된 이 펼쳐지며 수없이 많은 망자들이 튀어나와 신성동맹군들을 꽁꽁 묶어 놓았다.
“미친놈.”
채형석은 로 변신하기 전, 지크가 보여 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지크는 혼자만의 힘으로 몰려드는 전체 신성동맹군들 중 5분의 1이나 커버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매우 격렬했다.
연합군은 신성동맹군들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진영이 너무나도 불리했다.
황급히 좌우로 갈라져 대열을 갖추긴 했지만, 신성동맹군이 달려드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게다가 신성동맹군이 피난 행렬과 가까워진 이상, 더 이상의 공중 지원은 불가능했다.
만약 폭격을 가했다간 신성동맹군뿐 아니라 아군, 그리고 피난을 가던 민간인들까지 다 함께 폭사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투는 순식간에 백병전으로 전환되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지는 지옥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그 격렬한 전투 속에서, 지크는 홀로 빛나며 눈부신 전공을 세웠다.
스으으으으!
지크가 가진 스킬의 방사능 가스가 신성동맹군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던 것이다.
[알림: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그에 따라 많은 영혼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어 좋았지만, 지크는 즐거워할 수가 없었다.
“죽어라!”
“더러운 이교도들! 어딜 가느냐!”
밑도 끝도 없이 까마득하게 몰려드는 신성동맹군들.
그런 적들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크는 그 누구보다 더 많이 뛰어다녀야만 했다.
“야! 채형석! 마나 좀 채워 줘!”
지크가 채형석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뭔 주유소냐!”
채형석은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돌리던 버프를 중지하고 즉시 지크의 마나를 채워 주었다.
[알림: 마나가 회복되었습니다!]지크는 채형석이 마나를 채워 주자마자 또다시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촤라락!
하늘 높이 떠오른 빛의 창들.
쏴아아!
그 수없이 많은 빛의 창들이 폭우가 되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푸욱!!!
빛의 창들은 일렬로 주르륵! 하고 땅에 꽂히더니, 마치 만리장성처럼 기다린 장벽을 만들어 내었다.
놀랍게도, 지크는 를 응용해 신성동맹군과 민간인들을 완벽하게 차단시켜 버렸던 것이다.
지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솟아나라.’
지크는 빛의 창들의 길이를 더더욱 늘려서, 장벽의 높이가 4미터에 이르도록 확장시켰다.
그 다음은?
폭격!
슈웅! 슈우우우우웅!
장벽이 피난민과 신성동맹군을 확실히 구분짓자마자, 공중에 떠 있던 들이 기다렸다는 듯 포탄을 떨어뜨렸다.
펑펑! 펑! 펑펑펑! 펑! 펑펑!
그러자 피난 행렬의 건너편 신성동맹군 지역이 쑥대밭이 되었다.
반대로, 피난 행렬 쪽은 멀쩡했다.
지크가 만들어낸 빛의 장벽이 폭격의 여파와 파편들을 모조리 막아내 주었기 때문이다.
“진짜… 진짜 미친놈. 진짜 괴물….”
채형석은 지크의 다재다능함과 상상을 초월하는 스킬 활용에 완전히 기가 질려 버리고 말았다.
지크는 보면 볼수록 그 능력에 끝이 없는 것 같아서, 도대체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짐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마나를 형상화시켜서 그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라는 최상급 스킬 덕분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지크의 눈부신 활약 덕택에, 연합군은 몰려드는 신성동맹군들을 효율적으로 뿌리치며 피난 행렬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연합군의 발목을 잡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다 죽여!”
“이기지 말고! 죽이는 게 목표인 거 다들 아시죠!”
“모조리 죽여 버립시다!”
로 무장한 게이머들이 전장으로 날아들었다.
그들의 숫자는 무려 1,000명.
그것도 299레벨의 고레벨 게이머들로 이루어진 모험가 부대였다.
그들은 공중에서 각종 스킬들을 퍼부어대면서, 연합군이든 민간인들이든 가리지 않고 살육과 파괴를 일삼았다.
현재 연합군이 이동 중인지라 대공포를 운용할 수 없다는 걸 간파하고, 공중을 장악하겠단 의도였다.
“저 자식들이.”
지크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리던 순간.
띠링!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알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시스템이 상황에 맞추어 지크에게 새로운 퀘스트를 부여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