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64
1063
“잡아!!!”
지크가 알비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 크어어어어어어어!
– 캬아아아아악!
그러자 수십여 마리의 바다괴수들이 일제히 알비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 이런 빌어먹을!
알비온은 그런 바다괴수들의 습격에 맞서 즉시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
“흥.”
지크는 그런 알비온의 행동이 가소로워서, 콧방귀를 뀌었다.
제깟 놈이 잠수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지크가 부리는 바다괴수들의 숫자는 거의 40여 마리에 달했고, 그들 모두 고레벨의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었다.
향유고래 따위는 한 끼 식사거리로 여길 만한, 그런 포식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바다괴수들이 알비온을 쫓아가게 내버려 두고, 잠자코 기다렸다.
가만히 있으면 바다괴수들이 알비온을 잡아다가 바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크 본인도 물속에서는 그리 오래 활동할 수 없다는 생물학적 한계점이 있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지크의 생각이 달라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지.”
지크는 벌써 30분째 아무런 소식이 없자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일이 잘 되지 않는 건가?”
곁에 있던 샤키로도 약간의 불안감을 내비쳤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수면은 잔잔하고,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얘들아 뭐 하냐? 빨리 잡아 와.
지크는 급한 마음에 바다괴수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서 독촉을 해 보았다.
하지만 그 후 10분이 더 지나도록 바다괴수들과 알비온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너무 깊이 들어가서 그런가?”
그때였다.
스르륵!
무언가 거대한 그림자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
“……!”
지크와 샤키로는 그게 알비온의 시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 아니잖아?!”
지크는 그 시체가 자신이 부리던 바다괴수들 가운데 하나라는 걸 깨닫고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뒤이어 바다괴수들의 시체가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이다.
“뭐, 뭐야… 다 죽었다고?!”
지크는 바다괴수들이 모조리 전멸했단 사실을 깨닫고 그만 경악했다.
설마하니 40여 마리의 바다괴수들이 모조리 죽어 버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게 말이….”
그때.
– 가소로운 놈들!
알비온이 저 멀리 약 2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솟아올라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 그딴 쓰레기들을 보낸다고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냐!
그런 알비온의 상태는 꽤나 멀쩡했다.
여기저기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고 있었고, 가죽 표면에는 스크래치도 많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치명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이 전설의 향유고래가 가진 전투력은 무시무시한 바다괴수들을 상대로 싸워 이길 정도였던 것이다.
‘보통 놈이 아니잖아?’
지크는 그제야 알비온이 결코 평범한 향유고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향유고래 주제에 텔레파시를 사용할 수 있는 것부터가 보통 이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 네놈은 날 못 잡아! 그러니까 엿이나 처먹어라! 꺼어어억!
알비온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지크를 향해 오물을 뿜어내었다.
쏴아아아!
지크는 그런 알비온의 토사물들을 가까스로 피하긴 했다.
하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생선 새끼가!”
지크는 즉시 빛의 창들을 소환해내어 알비온을 향해 날려대었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 응~ X까~
알비온은 지크에게 구토를 뿜어내고는, 즉시 바다 밑으로 잠수해 버렸다.
부들부들…!!!
지크는 그런 알비온이 얄미워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그만큼 분노한 것이다.
“진정해라.”
샤키로가 그런 지크를 뜯어말렸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작정하고 잠수로 버티는데 우리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긴 하죠.”
지크는 분노하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근데 여기서 포기하긴 너무 화가 나네요.”
“네 마음, 이해한다.”
샤키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향유고래는 굉장히 무례하고, 또 우리를 약 올리는….”
샤키로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지크의 다음 행동을 보고 그만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어이구, 이 귀한 걸….”
지크는 화를 내다 말고 바다에 뛰어들어 알비온이 토해 낸 토사물들을 줍고 있었다.
향유고래의 토사물인 용연향(龍涎香)은 엄청나게 비싼 사치품이었다.
이 용연향을 알코올에 녹이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최고급 향료가 된다.
현실에서도 커다란 용연향은 억 단위였으니, 지크가 알비온의 토사물을 줍는 건 지극히 당연한 행위였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돈을 밝히는 건가….”
샤키로는 지크를 참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과 몇 초 전까지는 몸을 떨면서까지 분노하다가, 돈이 되는 걸 발견하고 헐레벌떡 뛰어갈 줄이야….
***
지크는 알비온 포획을 포기하기 않았다.
“지구 끝까지 쫓아갑니다.”
지크는 신성동맹군의 초계함을 타고, 계속해서 알비온의 뒤를 쫓았다.
어차피 을 통해 알비온을 추적할 수 있었기에, 일단 쫓아가려는 것이다.
지크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 물에서 호흡할 수 있는 아티펙트가 필요하단 말씀이십니까?
“네.”
– 흐음!
지크는 크반트에게 물속에서 호흡할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 사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아티펙트는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요.
“힘든가요?”
–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제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크반트조차 지크를 도와줄 수 없었다.
– 그런 건 아우토니카 공방이 전문이지요.
“아, 그런가요?”
지크는 잊고 있던 아우토니카 공방을 떠올렸다.
사실 지크는 뉘르부르크 대륙 3대 공방과 매우 친분이 깊었다.
하지만 지크가 크반트가 있는 비머리언 공방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상황이었다.
지크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웬만해서는 크반트가 제작할 수 있으니 교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이번엔 아우토니카 공방에 의뢰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제가 다 해 드리고 싶지만, 기술력이라는 게 하루 이틀 사이에 좁힐 수는 없는 것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엔 아우토니카 공방에 부탁해 볼게요.”
지크는 곧장 아우토니카 공방에 통신을 걸었다.
– 아니! 폐하! 이게 얼마 만이옵니까? 성은이 망극, 또 망극하옵니다!
아우토니카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 부스로이드는 지크로부터 통신이 걸려오자 엎드려 절까지 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지크의 성은(?)을 입은 비머리언 공방은, 몰락하기 전보다 더욱 큰 성장을 이룩한 상황이었다.
3대 공방 점유율을 분석해 보면, 비머리언 공방이 전체 시장의 약 45퍼센트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였다.
반면에 메르세데스 공방은 36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었고, 나머지 19퍼센트가 아우토니카 공방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우토니카 공방으로서는 지크가 너무나도 아쉬운 고객일 수밖에 없었다.
진즉 지크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두었다면, 지금 비머리언 공방이 가진 말도 안 되는 점유율이 어쩌면 아우토니카의 것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우토니카 공방으로서는 오래간만에 연락을 해 온 지크를 반가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폐하, 어쩐 일이시옵니까?
“다름이 아니라….”
지크가 부스로이드에게 자신이 필요한 걸 말했다.
“상황이 그래서 의뢰를 좀 해 볼까 하는데요. 어떻게… 가능하실까요?”
– 당연한 말씀이시옵니다!
부스로이드가 지크를 향해 다시 넙죽 엎드려 절했다.
– 폐하! 믿고 맡겨 주시옵소서! 폐하께서 원하시는 아티펙트, 빠른 시일 내에 제작해서 보내 드리겠사옵니다!
“늦어도 5일 안에는 필요한데….”
– 최대한 당겨 보겠사옵니다!
“그럼 저야 감사하죠. 가격은 얼마죠? 많이 비싼가요?”
– 가격이라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부스로이드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 폐하께서 의뢰를 맡겨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옵니다! 어찌 보수를 바라겠사옵니까? 단 한 푼도 주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에이,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얼맙니까? 편하게….”
– 아닙니다! 폐하께서 앞으로 저희 아우토니카 공방을 어여삐 여겨주시기만 한다면! 보수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무료입니다! 무료!
“그래요?”
– 특별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되옵니다!
“그럼… 염치 불고하고 한 번 부탁 좀 드릴까요?”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지크는 아우토니카 공방으로부터 잠수에 필요한 아이템을 협찬(?)받게 되었다.
힘이 있고, 또 권력이 있으니 이런 특수한 아이템도 공짜로 주문 제작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출세하고 볼 일이었다.
‘템이 완성되는 동안 쫓아다녀서 지치게 만들자. 그 다음 사냥하는 거다.’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계속해서 알비온의 뒤를 쫓았다.
***
그로부터 며칠 후.
– 이런 집요한 놈… 이게 도대체 며칠째인데….
알비온은 솔직히 자신을 쫓아오는 인간에게 완전히 질려 버리고 말았다.
저 빌어먹을 인간 놈은 지난 며칠 동안 알비온이 숨을 쉬러 올라올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 쫓아왔다.
때문에, 알비온은 숨을 잠깐 쉬고는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잠수를 해야만 했다.
– 도대체 어떻게 알고 쫓아오는 거지?
알비온은 지크가 무슨 수로 자신을 뒤쫓아 오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알비온은 한 번에 두 시간 이상을 잠수했다.
또, 잠수하는 동안 최소 수십 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했다.
그런데 저 인간은 그런 알비온의 이동 경로를 훤히 꿰고 있다는 듯, 숨을 쉬러 나오면 어김없이 쫓아오곤 했다.
지크가 인공위성으로 자신을 감시하고 있단 걸 모르는 알비온으로서는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알비온은 지칠 대로 지치고 말았다.
며칠 동안 계속해서 쫓겨 다녔더니 체력 소모가 극에 달했던 것이다.
하기야, 제아무리 신비한 향유고래라 할지라도 며칠 동안 계속해서 심해 저 깊은 곳으로 잠수한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육체에 부담이 가는 게 당연했던 것이다.
한편, 지크는 알비온이 지쳤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후후후.”
지크는 알비온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저 빌어먹을 놈의 향유고래가 기진맥진한 상태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래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딱히 공격할 필요도 없이, 쫓아만 다니면 알비온의 체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두두두두두두두!
지크는 웬 경비행선 하나가 빠르게 접근해오고 있는 걸 보았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폐하를 뵙습니다.”
전직 공군 파일럿 출신의 택배 길드원이 지크에게 예를 취했다.
“아우토니카 공방에서 특급 배송을 의뢰해서 왔습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받으시옵소서.”
택배 길드원이 지크에게 소포를 내밀었다.
‘완성이군.’
지크는 그 소포 안에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아이템이 있다는 걸 알고, 미소를 지었다.
– 폐하! 고래의 위치가 감지되었사옵니다! 현재 폐하께서 계신 장소로부터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지크가 소포를 채 뜯어보기도 전에 로부터 알비온의 현재 위치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일단 가자.’
지크는 즉시 갑판을 박차고 날아올라서 알비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소포를 뜯어보지는 않았지만, 이제 물속에서 자유롭게 호흡할 방법을 찾았으니 알비온을 포획하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할 터였다.
‘너 딱 두고 봐. 흐흐흐.’
지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알비온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지난 며칠간 벌어졌던 이 지긋지긋한 추격전을 비로소 끝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