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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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지크는 상황이 그렇게 되자 서둘러 대왕오징어를 뒤쫓았다.
‘절대 놓치면 안 돼.’
이건 기회였다.
미카엘의 날개와 제라키엘의 날개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기회 말이다.
그래서 지크는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고, 언데드 심해어들을 처치한 후 즉시 대왕오징어를 뒤따라갔다.
그러나 이 교활한 대왕오징어는, 즉시 제라키엘의 권능을 이용해 지크의 또 다른 적들을 만들어 내는 기염을 토했다.
우웅!
제라키엘의 날개가 빛을 내뿜은 직후.
– 케헥!
– 크르르르!
한때 지크의 충실한 애완동물들이었던 바다괴수들이 언데드가 되어 나타났다.
제라키엘은 죽음의 대천사.
그런 제라키엘에게는 죽은 자들을 언데드로 되살리는 권능이 있었다.
그리고 대왕오징어는 그 권능을 사용해서, 알비온이 죽였던 바다괴수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지크를 공격하게끔 했던 것이다.
‘젠장!’
때문에 지크는 그런 바다괴수들에 맞서 싸우느라 한동안 발이 묶이고 말았다.
제아무리 을 착용해서 호흡이 자유롭다고 한들, 이곳은 결국 물속이었다.
물의 저항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었기에,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본래 전투력의 100퍼센트를 발휘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크는 수십여 마리의 언데드 바다괴수들을 상대로 한참을 싸워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대왕오징어는 알비온을 꽁꽁 속박한 상태로,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멀리멀리 사라져 갔다.
‘젠장!’
지크는 급한 마음에 을 써서 덤벼오는 언데드 바다괴수들을 모조리 두 동강 내 버리고는, 황급히 대왕오징어를 뒤쫓았다.
스으으으!
대왕오징어는 지크가 바다괴수들까지 모조리 처치하면서 쫓아오자 새카만 먹물을 뿜어내어 시야를 가렸다.
‘아오.’
지크는 시야가 검게 물들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는 빛이 없어도 충분히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시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크에게는 먹물 입자를 뚫고 사물을 식별할 투시 능력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먹물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런다고 내가 못 쫓아갈 줄 아냐?’
지크는 즉시 을 켰다.
그러자 눈앞에 미니맵이 떠오르고, 대왕오징어를 뜻하는 붉은색 점이 표시되었다.
안 보인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었다.
그저 미니맵을 통해 붉은색 점을 따라가기만 하면 될 뿐.
‘버터구이 오징어로 만들어 버릴 거다.’
그렇게 지크는 저 멀리 대왕오징어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이를 부득 갈면서, 저 깊은 바다 속을 향해 잠수했다.
***
지크가 알비온과 씨름하고, 대왕오징어를 만나 심해로 잠수하고 있을 무렵.
“으악!”
“사, 살려 줘어어어어어!”
“으아아악!”
마우레키온 제국의 어느 대도시에서는 대학살이 한창이었다.
학살의 주체는 제라키엘과 함께하는 수백만 명의 망령들이었고, 학살을 당하는 이들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백성들이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백성들은 망령들에게 죽임을 당한 뒤 똑같은 망령이 되어 산사람들을 공격했다.
마치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리듯, 죽음을 전염시켰던 것이다.
“다들….”
제라키엘은 비탄과 절망만이 가득한 도시 한복판에서 안타깝다는 듯 혼잣말했다.
“왜 모르는 걸까. 왜 두려워하는 걸까. 잠깐만 참으면 영원히 편해질 텐데.”
제라키엘은 진심으로 인간들, 정확히는 살아 있는 지적 생명체들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제라키엘이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제라키엘은 대천사로서 학살을 당하는 이들이 느끼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제라키엘은 그런 감정들이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라키엘의 생각에, 죽음이란 진정한 의미에서의 안식이었다.
그래서 학살을 당하는 이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제라키엘의 입장에서는, 이렇듯 호의를 베푸는데 어째서 지적 생명체들은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흑흑, 흑흑흑….”
그때, 제라키엘 앞으로 한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나타났다.
그 소녀는 다른 망령들에 의해 부모님을 잃고, 가까스로 도망쳤다가 이렇듯 제라키엘의 앞까지 흘러들어 오게 된 모양이었다.
“넌 왜 우니?”
제라키엘이 소녀에게 물었다.
“흑흑… 악마들이… 악마들이 엄마와 아빠를… 흑흑, 흑흑흑….”
소녀는 서럽게 울면서 제라키엘을 향해 다가왔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소녀로서는 천사의 날개를 가진 금발의 미소년이 이 대학살의 원흉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테니까.
오히려 이 무시무시한 대학살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만큼 제라키엘의 겉모습이 선량해 보이고, 또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천사님, 제발….”
소녀가 제라키엘에게 다가가 애원했다.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흑흑… 너, 너무 무서워요.”
“이리오렴.”
제라키엘이 소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천사니임….”
소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서는, 제라키엘이 내민 손을 붙들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 엄마 아빠를….”
“엄마 아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제라키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녀를 다독였다.
“엄마 아빠는 안식을 얻으신 거란다.”
“네에…?”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한단다. 하지만 전혀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어, 어째서요…?”
“삶은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
“행복한 날보다, 불행한 날이 더 많아. 그리고…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해야 하지.”
소녀는 제라키엘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다.
“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고, 저렇게 영원불멸한 존재가 되면….”
제라키엘이 웃으며 말했다.
“그 누구와도 이별할 필요도 없고, 슬픔을 느끼지 않아도 돼. 소중한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단다.”
“저, 정말요?”
“그럼.”
제라키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소녀를 꼭 안아 주었다.
사라락!
그러자 제라키엘이 가진 9장의 날개가 소녀를 감쌌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의 시작이니까.”
다음 순간.
털썩.
소녀가 쓰러졌다.
– 고마워요, 오빠.
뒤이어 망령이 된 소녀는, 제라키엘에게 미소를 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언젠가 모두가 날 이해하는 날이 올 거야.”
제라키엘은 소녀를 떠나보낸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대왕오징어를 쫓아가는 길.
수압은 점점 더 세졌다.
‘크윽!’
지크는 수압이 자신을 점점 더 강하게 짓누르는 걸 느끼고 고통스러워했다.
수심 2,500미터쯤 내려오니 수압이 너무 세서, 초인적인 육체를 가진 지크로서도 슬슬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왕오징어는 심해의 밑바닥까지 갈 기세였다.
‘더는 안 되지!’
지크는 날개의 회전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서 더 빠르게 잠수하다가 을 내던졌다.
촤라락!
그러자 이 마치 어뢰처럼 대왕오징어를 향해 날아갔다.
– 어딜.
대왕오징어는 이 날아오는 걸 보고는 촉수를 휘둘러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지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미 알비온에게 을 던졌다가 튕겨져 나온 경험이 있었다.
지크는 그 경험을 되살려서 스킬을 사용해 을 컨트롤했다.
촤라락!
그러자 이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꺾였고, 대왕오징어의 촉수를 피해 내었다.
휘리릭!
그러고는 대왕오징어의 거대한 몸통을 눈 깜짝할 사이에 휘감아 버렸다.
‘됐어!’
지크는 대왕오징어에게 밧줄을 거는 데 성공하자, 다시 수면 위를 향해 헤엄쳤다.
대왕오징어를 끌고 수면 위로 올라가려는 것이다.
– 네놈이 날 끌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대왕오징어는 지크가 자신을 끌어당기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양이었다.
– 오징어 주제에.
지크는 그런 대왕오징어를 향해 콧방귀를 한 번 뀌어 주고는, 10장의 날개를 마치 프로펠러처럼 회전시켰다.
쏴아아아!
그러자 지크의 몸이 위쪽을 향해 쭉! 하고 빨려 올라갔다.
그 무거운 대왕오징어와 알비온을 매달고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상승했던 것이다.
– ……!
대왕오징어는 자신이 일개 인간에게 끌려가자 무척이나 당황했다.
– 크아아아악!
대왕오징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알비온을 움켜쥐고 있는 2개를 뺀 나머지 8개의 촉수를 휘두르며 지크를 공격했다.
하지만 촉수를 휘두른 건 명백한 실수였다.
‘벤다.’
지크는 대왕오징어의 촉수들이 덮쳐오는 걸 보고 를 도(刀)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러고는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스킬을 사용해서 날아오는 촉수들을 베어 버리기로 했다.
제라키엘의 날개로 인해 변이한 대왕오징어의 촉수를 자르려거든 과 같은 고위급 스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애매한데.’
하지만 각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
8개의 촉수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고 싶었는데, 범위가 워낙에 넓어서 한 칼에 모조리 베어 버리기엔 무리이지 싶었다.
‘한 칼에 베기는 무리인가? 어떻게 두 번 안 될까?’
지크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칠 무렵.
띠링!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은 다름 아닌 스킬의 업그레이드를 알리는 거였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당신의 의지에 따라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놀랍게도 스킬이 스스로 강화되었던 것이다.
마치 가 로 진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천지발도]하늘을 베고, 땅을 벤다.
– 도제 베텔규스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단천이 업그레이드된 스킬.
단천의 스킬 레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고, 약간의 깨달음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기존에 1회였던 단천의 공격 횟수가 2회로 늘어난 스킬이며, 향후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가 된다.
‘하긴. 스킬 레벨을 많이 찍긴 했지.’
지크는 그동안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스킬에 적당히 투자하고 있었다.
덕분에 최근에는 쿨타임도 많이 줄어들고,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후폭풍-도 많이 덜어져서 을 꽤 자주 사용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스킬이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가 된 모양이었다.
‘좋아.’
그렇게 획득하게 된 스킬!
‘해보자!’
지크는 즉시 를 휘둘러 스킬을 써 보았다.
촤라락! 촤라락!
두 번의 휘두름이 십자가 형태를 그리고.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지크를 덮치던 대왕오징어의 촉수 8개가 모조리, 아주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쏴아아아아!
스킬의 위력이 어찌나 강력했던지, 후폭풍이 휘몰아쳐 물속에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 크아아아아악!
때문에, 대왕오징어는 마치 세탁기 속에 들어간 것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쩌는데?!’
지크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깨달았다.
저 정도 후폭풍이라면 기존에 사용하던 스킬대비 파괴력이 1.5배는 더 강력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감탄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
‘지금이야.’
지크는 촉수가 모조리 잘려 나간 대왕오징어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올라갔다.
대왕오징어가 남은 2개의 촉수로 알비온을 꽉 잡아 주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이제는 미카엘의 날개와 제라키엘의 날개를 회수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