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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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이 새로 획득한 클래스인 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신기묘산]설명 : 신과도 같은 신묘한 계략을 구사하는 자.
비전투 계열의 레전더리 클래스로서, 전략 전술의 달인이다.
비록 전투 능력은 형편없지만, 판을 짜는 능력이 매우 탁월해서 전쟁을 수행하는 지휘관으로서의 잠재력은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
때에 따라 판 전체를 통찰하는 신기를 보일 때도 있으므로, 신기묘산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역할군 : 전략가 / 지휘관 / 서포터
레벨을 올리다 보면 신비한 주술을 구사할 수도 있게 되므로, 비전투 계열 클래스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레벨이 올라 2차 전직을 이루면, 예지 능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
•무기 : 부채
•방어구 : 천
[잠재력]•공격 : ■■■□□□□□□□
•방어 : □□□□□□□□□□
•유틸 : ■■■■■■■■□□
•지략 : ■■■■■■■■■■
은 비록 고른 잠재력을 보유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특기인 지략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어서, 앞으로 전략가로서의 활약이 엄청나게 기대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예지 능력? 이거 진짜 개쩔잖아?’
예지 능력은 정말이지 사기 스킬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한센이 예지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게이머의 행동 패턴까지 통찰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게이머들은 자유 의지를 가진 진짜 인간이라서, 그게 예지가 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NPC들의 행동 패턴의 경우에는 달랐다.
NPC들의 인공 지능은 결국 게임 시스템의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에, 얼마든지 예지하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한센이 예지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면, NPC들의 행동 패턴쯤은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진짜 대박이야.’
지크는 으로 전직한 한센을 바라보며 진짜배기 영웅 유닛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알림창을 따라 한센을 등용했던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던 것이다.
“폐, 폐하?”
한편, 한센은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
난데없이 전직 이펙트에 휩싸이게 되었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도통….”
“아, 별거 아닙니다.”
지크가 웃으며 한센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한센 소령님이 가진 잠재력이 개화하기 시작한 거죠.”
“그, 그렇습니까?”
“이제부터 모든 게 달라질 겁니다.”
NPC인 한센은 클래스에 대한 개념을 알지도 못했고,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렇듯 적당히 뭉뚱그려서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더 똑똑해지실 거고, 자기도 모르게 신비한 능력을 사용할 수도 있겠죠.”
“그, 그게 정말이옵니까?”
“물론이죠.”
지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달라진 걸 체감하실 테니, 제가 굳이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될 겁니다.”
“폐하….”
“공부, 열심히 하세요.”
지크가 한센에게 당부했다.
“한센 소령. 당신은 제국의 대들보가 될 사람입니다.”
“예?!”
한센은 지크의 발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화전민 출신의 현지 임관 장교 주제에 무슨 수로 제국의 대들보가 된단 말인가?
물론 지금처럼 연합군의 전략 전술을 주도하게 된 것도 경악할 만한 일이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센 소령.”
“예, 폐하.”
“제국의 대들보가 되는 데에는 출신과 성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폐하….”
“한센 소령, 당신은 모든 제국민들의 희망이 되셔야 합니다.”
“……!”
“누구든지 능력만 있다면 출세할 수 있다고, 개울가에서 드래곤이 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되어 주세요.”
“어, 어찌 소인이….”
“하셔야 합니다.”
지크가 한센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이건 명령입니다. 한센 소령.”
“며,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한센이 지크에게 넙죽 엎드려 절했다.
‘개꿀.’
지크는 그런 한센을 바라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다 떠넘기고 돌아다녀야지. 후후후.’
내정은 미켈레에게.
재정은 슈미트에게.
그리고 전쟁은 한센에게.
사실 지크는 능력 있는 부하들에게 국정을 모조리 떠넘기고, 뒷방 늙은이가 되어 놀러 다닐 생각이었던 것이다.
***
그날 밤.
으로 전직한 한센은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이한 일을 겪었다.
‘이, 이게 왜 빨리 외워지는 거지?’
한센은 밤늦게 공부를 하던 중 자신의 기억력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한센은 평소에도 기억력이 매우 좋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한 구절을 통째로 외우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5초도 채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자동으로 외워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슥 보는데 자동으로 척척 외워지니, 공부가 공부 같지가 않았다.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내용들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외워졌으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정도였던 것이다.
‘이게 폐하께서 말씀하신 잠재력의 개화인가?’
한센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억력이 이렇듯 단기간에 향상될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간 고급 병법서를 읽으며 어려웠던 개념들도, 한 번에 확 와닿아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공부가… 너무 쉽다.’
그래서 한센은 이 야심한 밤에 하는 공부가 너무 쉬웠다.
그래서 재밌었다.
‘저 책도 읽어 보자. 이 속도라면 두 시간이면 완독이고, 다 외운다.’
한센은 공부에 재미가 붙어서,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외우기 시작했다.
어려웠던 공부가 이렇게 쉬우니, 피곤해도 책 한 장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오늘 오후, 출정합니다.”
한센은 폭설로 인한 제설 작전이 어느 정도 끝나자 연합군의 출정을 결정했다.
지난밤 공부를 하다가 말고 전략에 대해 고심한 결과, 지금이 딱 공격하기에 좋은 진출 타이밍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그렇게 연합군이 신성동맹군을 공격하기 위한 출정을 결정 짓던 때.
“드르렁, 드르러엉~!”
지크는 회의실 한쪽 구석에 엎어져 대놓고 자는, 희대의 직무 유기와 근무 태만을 저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센이 으로 전직한 이상 대놓고 엎어져 자도 아무 상관없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회의 마칩니다. 다섯 시간 후, 출정합니다.”
한센의 그 말과 함께 회의가 끝났다.
그로부터 다섯 시간 후.
척! 척! 척! 척!
50만 연합군은 주둔지를 나서서 신성동맹의 영토로 줄지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폭설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던 세계 대전이 또다시 막이 올랐던 것이다.
***
한편, 미카엘과 샤키로는 또다시 날개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미카엘과 샤키로의 주된 임무는 날개를 찾는 것이었기에, 연합군과 신성동맹 간에 벌어지는 전쟁과는 별개로 움직였던 것이다.
“이곳입니까?”
샤키로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마을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미카엘의 상태는 별로 좋지가 못했다.
제라키엘과의 전투 당시에 입었던 부상이 채 회복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미카엘은 최소 한 달 정도는 푹 쉬어야 하는 몸 상태였다.
그러나 미카엘은 병상에서 한가하게 치료를 받는 대신에, 불편한 몸으로라도 날개를 찾아 떠나는 쪽을 선택했다.
왜?
시간이 없었으니까.
천족들은 끊임없이 을 열고 중간계에 강림하려 하고 있었고, 점점 더 강력한 적들이 등장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죽음의 대천사인 제라키엘이 강림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미카엘로서는 어떻게 쉴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형제자매들끼리 골육상쟁의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더 큰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막아야 해.’
미카엘로서는 동생인 제라키엘을 어쩔 수 없이 처치해야 했으니, 입은 마음의 상처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빠르게 나머지 날개들을 모아서, 어떻게든 강해진 뒤에 이 사태를 수습하고만 싶었던 것이다.
“이 마을 어딘가에서 제 날개가 느껴집니다.”
미카엘이 샤키로에게 말했다.
“찾아보지요.”
“예.”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 미카엘과 샤키로.
하지만 그런 미카엘과 샤키로의 앞을 가로막은 존재가 있었다.
“당신은…?”
미카엘이 마을 대로변 정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선 노인을 바라보며 흠칫 놀랐다.
그는 말쑥한 정장을 차려 입은 백발의 노신사였는데, 미카엘과 샤키로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알 씨?”
미카엘이 노신사에게 말을 건넸다.
“여긴 어째서….”
“끌끌!”
그러자 노신사, 아니 대마왕 바알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발걸음을 했소이다.”
“아?”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겠소?”
“그야 어렵지 않지만….”
미카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눈이 왜…?”
“이, 이건!”
바알이 황급히 한쪽 눈을 가렸다.
왜냐하면, 그의 한쪽 눈은 마치 누구에게 쳐 맞기라도 한 것처럼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무것도 아니오!”
“멍든 거 아닙니까?”
“아니오! 좀 피곤해서 다크서클이 생긴 것이오! 다크서클!”
“예? 다크서클은 보통 눈 밑에만….”
그때.
“아무래도.”
샤키로가 미카엘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르신한테 당한 것 같습니다.”
“아.”
미카엘은 그제야 바알의 눈이 밤탱이가 되어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사부.
천계, 중간계, 그리고 마계를 통틀어 대마왕 바알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존재가 지크의 사부인 데우스 말고 누가 있겠는가?
“도대체 뭔 실수를 하신 겁니까.”
미카엘이 바알에게 물었다.
미카엘은 사부에게 혼쭐이 난 적이 없었다.
미카엘이 워낙에 예의가 바르기도 하고, 성격상 권위주의적인 면도 없어서 사부를 만나도 딱히 대립각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맞을 일 또한 없었던 것이다.
“…모르고 어르신의 술을 마셨다가 혼났소.”
바알이 우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 명색이 대마왕인데 이렇게 쳐 맞기나 하고….”
바알은 당장에라도 울 기세였다.
하기야, 대마왕쯤 되는 자가 인간 출신의 절대자에게 깨갱! 했으면 자존심이 상하다 못해 자괴감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조심하셨어야지요. 하하, 하하하….”
“크음.”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내 긴히 상의드릴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찾아왔소이다.”
“음?”
“그때 했던 이야기, 기억나시오?”
바알이 물었다.
“그때 이야기라면….”
미카엘이 기억을 더듬었다.
몇 개월 전 마계에서, 바알은 미카엘에게 충격적인 발언-1,003화 참조-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바알은 미카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이미 대마왕에 등극했고,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소이다. 그런 내게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 [대천사장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보란 듯 승리하는 것이오.] [……!] [과거에는 그대였소.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 왜냐하면, 지금의 그대는 실각한 상태라 진정한 대천사장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오.] [그럼… 루시퍼와의 결전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렇소.]그게 바알의 진짜 의도였다.
마족 전체를 이끌고 천계로 쳐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혈혈단신.
홀로 천계로 쳐들어가서 대천사장인 루시퍼의 목을 따는 게 바알이 가진 일생일대의 소원이자 마지막 도전이었던 것이다.
“근데 갑자기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나는 곧 천계로 갈 것이오.”
“……!”
“루시퍼가 대천사장으로 있는 한 중간계도, 우리 마계도 안전할 수 없소. 아시질 않소이까?”
그 말은 사실이었다.
현재 천계의 힘은 중간계와 마계를 합친 것보다 더욱 강했다.
중간계야 많이 발전했다고 쳐도, 마계의 경우 늘 자기들끼리 치고받느라 항상 전력을 잃었다 복구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마계의 전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라서, 천계가 침공해 오면 속절없이 당할 판국이었다.
그래서 대마왕 바알은 자신의 오랜 숙원도 이룰 겸, 마계로 지켜낼 겸 천계로 쳐들어가서 루시퍼의 목을 따려는 것이다.
“그러니 지크 그 녀석이 내 후계자로서, 마계와 중간계를 조율해 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바알이 미카엘에게 부탁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