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85
1084
그렇게 올라탄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머릿속.
“윽!”
지크는 엄청난 악취에 그만 토해 버릴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아야만 했다.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머리카락 속은 그야말로 헬게이트였다.
두피는 기름기로 인해 번들거렸고, 머리카락 곳곳에는 허연 비듬이 가득했으며, 냄새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겹고 고약했다.
프로토게노아 종족은 애초에 씻지를 않았기에, 그 냄새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던 것이다.
“으으윽!”
지크는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머리카락 하나를 붙잡고 겨우 겨우 구토를 참아 내었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키힛!] [케에에엑!]프로토게노아 종족의 머리칼 안에 서식(?)하던 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벼룩답게, 평소에는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다 꺼져!”
지크는 를 휘둘러 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했다.
들을 처치하는 건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으음?”
프로토게노아 종족은 문득 머리가 가려운 걸 느꼈다.
지크와 들이 싸우면서,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두피를 자극했던 것이다.
“이런. 또 벼룩들인가.”
그래서 프로토게노아 종족은 늘 그렇듯 손가락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 이 가려움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려고 했다.
늘 그렇듯 머리칼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이 망할 놈의 벼룩들을 떼어낸 후 손톱으로 툭! 눌러 죽이려 했던 것이다.
덕분에 지크는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손가락 공격을 받아야 했고, 살기 위해 점프해야만 했다.
“으아아아아악!”
지크의 입장에서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손가락 공격은 엄청나게 위협적이었다.
저 거대한 손가락에 집히기라도 했다간, 제아무리 지크라 할지라도 몸이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미친!”
지크는 들이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손가락에 툭툭! 터져 나가는 걸 보고 식겁했다.
하지만 지크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손가락은 더욱 집요하게 공격을 해 왔다.
지크의 움직임이 두피를 자극해 가려움을 유발시켰기 때문에, 프로토게노아 종족으로서도 머리를 벅벅 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미카엘의 날개를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역시 너밖에 없다!’
지크는 즉시 을 소환했다.
[까악! 까아악!]은 어느덧 깃털이 다 자라나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미안한데! 저거 좀 주워다 줘!”
지크가 미카엘의 날개를 가리키며 에게 부탁했다.
[깍! 까악!]그러자 이 즉시 지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미카엘의 날개를 향해 날아갔다.
그 결과.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은 지크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며, 미카엘의 날개를 주워다 주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435레벨 달성!] [알림: 436레벨 달성!] [알림: 437레벨 달성!] [알림: 438레벨 달성!] [알림: 439레벨 달성!]그와 동시에 퀘스트가 클리어되면서 5레벨이 한꺼번에 올랐다.
‘튀자!’
지크는 아이템을 획득하자마자 즉시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머리칼 속을 벗어났다.
“벌레인가…?”
그 프로토게노아 종족은 지크가 자신의 머리칼 안에서 미카엘의 날개를 가져간 것도 모르고, 그저 웬 날파리 하나가 잠시 귓가를 스쳐 지나간 줄로 알았다.
프로토게노아 종족의 덩치가 워낙에 커서, 지크 하나쯤 슬쩍 스쳐 가는 건 알아채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
“여기요.”
지크가 미카엘에게 날개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미카엘이 지크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채 날개를 받아들었다.
스으으!
뒤이어 날개가 미카엘의 손에 스며들었고.
스윽!
다시 등 뒤에서 돋아났다.
그로써 어느덧 미카엘은 총 12장의 날개 중 9장을 되찾았다.
비록 12장을 다 찾아 대천사장으로써의 힘을 온전히 갖추지는 못했지만, 어느덧 대천사에 버금가는 힘 정도는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미카엘은 전직 대천사장이었으므로, 9장의 날개만으로도 대천사 이상의 전투력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8장의 날개만 가지고도 죽음의 대천사인 제라키엘을 실력으로 압도하기도 했고.
‘좋아.’
지크는 강해진 미카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카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천족들과의 싸움에서 유리해진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미카엘이 12장의 날개 전부를 되찾는다면, 현직 대천사장인 루시퍼와 대적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카드가 하나 더 생길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 3장의 날개를 찾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 전에 천족들이 중간계에 강림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일단 날개를 찾았으니까.”
지크가 즉시 발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이제 고춧가루 뿌리러 가죠.”
“예, 지크 님.”
그렇게 지크는 동료들과 함께 입구 쪽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대기를 타다가 천족들과 프로토게노아 종족들을 습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
쿵쾅쿵쾅!
프로토게노아 종족들은 그들의 지도자인 아이테르, 에레보스, 그리고 폰토스를 따라 입구로 향했다.
그런 프로토게노아 종족들의 행렬 위에는 수만 명의 타락 천사들이 편대를 이루어 비행했다.
그렇게 의 입구에 도착한 직후.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르엘이 아이테르에게 말했다.
“어서 시작하게.”
아이테르는 이곳 지하 세계를 탈출해 중간계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어서, 물불을 가리지 않을 기세였다.
그만큼 프로토게노아 종족에게 있어 지하 세계의 탈출이란 끝이 없을 것 같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드리운 한 줄기 동아줄 같았던 것이다.
“형제자매들이여! 움직여라!”
가르엘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타락 천사들이 각자 밧줄을 꺼내 아이테르, 에레보스, 그리고 폰토스를 꽁꽁 묶기 시작했다.
아이테르, 에레보스, 폰토스에게 각각 150명씩 들러붙어 황금색 밧줄로 꽁꽁 묶은 것이다.
나머지 프로토게노아 종족들은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았기에, 100명씩 달라붙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가르엘이 이끄는 타락 천사들은 아이테르, 에레보스, 그리고 폰토스를 포함한 프로토게노아 종족을 매달고 중간계를 향해 훨훨 날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가는 데 몇 날 며칠이 걸릴 것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냥 떨어지기만 해도 하루 이상이 걸리는데, 이렇듯 느린 속도라면 일주일 이상이 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타락 천사들에게는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내내 비행할 체력이 있었고, 지루함도 딱히 느끼지 못했다.
타락 천사들이나 프로토게노아 종족이나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사는 존재들이었기에, 그 정도 시간쯤은 찰나에 불과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벌레 같은 놈들 같으니.’
가르엘은 프로토게노아 종족을 데리고 가면서, 중간계의 지적 생명체들을 향해 이를 갈았다.
‘기다려라. 태초의 짐승들이 네놈들을 짓밟을 것이니.’
가르엘이 생각하기에, 프로토게노아 종족은 그저 어리석은 짐승들에 불과했다.
천족들은 창조주 최초의 피조물인 프로토게노아 종족을 인정하지 않았다.
창조주에게 폐기 처분된 쓰레기들이라고 여겼다.
또한, 오직 천족들만이 창조주의 정당한 자식들이란 선민의식이 뿌리 깊었다.
즉, 애초에 천족들은 프로토게노아 종족을 중간계 침공에 이용할 생각이었지 결코 같은 급으로 쳐주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아이테르는 천족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중간계에 갈 생각으로 환희에 젖어 있었다.
이 길고 긴 세월 동안 지하 세계에 처박혀 있었으니, 앞으로 천족들과의 관계가 어찌 되든 지금 생각할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프로토게노아 종족은 중간계에 도착하는 순간 옛날에 지니고 있던 권능을 어느 정도는 회복할 테고, 그러면 천족들 따위는 파리 때려잡듯 부숴 버릴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폐기 처분된 실패작들.’
‘우리 프로토게노아가 네놈들 따위의 명령을 따를 것 같으냐? 흐흐흐!’
그렇게 천족들과 프로토게노아들은 서로 다른 생각, 그러니까 결국엔 서로의 뒤통수를 후려칠 생각을 하면서 중간계로 향했다.
그러던 중.
“……!”
가르엘은 저 멀리서부터 매우 강력한 존재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 강렬한 존재감이 어찌나 무시무시했던지, 오싹 소름이 끼쳤을 정도였다.
‘설마?’
가르엘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쳤을 무렵.
촤라라락!
찬란한 9개의 날개를 가진 미카엘이 나타나 버럭 소리쳤다.
“멈춰라! 가르엘!”
“미, 미카엘 대천사장?!”
가르엘은 난데없는 미카엘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미카엘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가르엘! 그만둬라! 프로토게노아들을 중간계로 끌어들여서 뭘 하겠다는 건가! 언제부터 우리 천족들의 사명이 다른 생명체들을 파멸시키는 것이었나!”
“다, 닥쳐라! 미카엘!”
가르엘은 미카엘의 충고에 버럭 소리치며 으르렁거렸다.
“네놈은 동족의 배신자가 아닌가! 형제자매들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네놈 따위가 무슨 자격이 있어 우리에게 훈계를 늘어놓는가!”
“가르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무고한 지적 생명체들을….”
“공격하라! 동족의 배신자를 죽여라!”
가르엘은 미카엘의 말을 끊고, 프로토게노아 종족을 매달고 있지 않은 타락 천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어라! 동족의 배신자여!”
“무슨 자격으로 아직까지 살아 있는가!”
그러자 수천여 명의 타락 천사들이 일제히 미카엘을 향해 덤벼들었다.
“…결국 어쩔 수 없는가.”
미카엘은 또다시 절망감에 몸서리쳤다.
동족들을 좋게 타일러 보려고 애쓰지만, 늘 동족의 배신자라고 멸시를 당하기 일쑤이니 마음이 서러웠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카엘은 천족들을 상대로는 그리 독하지가 못했다.
미카엘의 입장에서는 미우나 고우나 형제이자 자매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자의 경우엔 아니었다.
화르르르르르르!
공중에서 별안간 번져 나가기 시작한 화염이 타락 천사들을 휘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악!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미카엘을 향해 덤벼들었던 타락 천사들의 입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아무리 천족들일지라도 산 채로 불타는 고통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제가 대신하죠.”
지크가 미카엘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미카엘의 입장에서는 동족들을 잔인하게 처치하기가 껄끄러웠기에, 지크가 대신 나서려는 것이다.
‘효과 좋네.’
지크는 가 적들의 방어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고통과 데미지를 동시에 주는 걸 보고 매우 만족했다.
인 지크로서는 그 무엇보다 밥줄 스킬인 디버프가 강화되는 게 가장 흡족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귀찮으니까, 다 꺼져.”
지크는 즉시 화속성 에너지의 집약체인 로부터 화속성 에너지를 뽑아내어 빛의 검들을 만들어 내었다.
화르르르르르!
수만 개의 빛의 검, 아니 불의 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해보자.’
지크는 즉시 스킬을 펼쳐보았다.
냉기 속성이 아닌 화속성의 를 사용해 보려는 것이다.
그 결과.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수만 개의 불의 검들이 마치 불벼락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불의 비(雨).
죽음의 칼날 폭풍이 이제는 죽음의 불벼락 세례로 뒤바뀌어 적들을 통구이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