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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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이 지휘하는 연합군은 계속해서 신성동맹군을 피해 후퇴했다.
한센은 무섭게 쫓아오는 신성동맹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명령하는 한편, 다가올 전면전을 준비했다.
한센은 뛰어난 지략으로 신성동맹군의 이동 경로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 증거로, 신성동맹군은 한센의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게 움직여 주었다.
그러니 게릴라전을 펼칠 때마다 연합군이 엄청난 전공을 세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준비해야 합니다.”
한센은 에서 신성동맹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다가올 전면전에 대비했다.
그러던 중.
“한센 소령.”
오스칼이 한센의 막사를 찾아 다급히 말했다.
“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어떤 보고이기에 총사령관 각하께서 직접 오십니까?”
한센이 놀라며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총사령관인 오스칼은 나름 바빴다.
한센이 큰 틀에서의 전략을 짠다면, 전술적인 부분은 오스칼의 책임이었다.
그래서 오스칼 역시 밤잠을 줄여가면서 연합군을 지휘하고 있었기에, 이렇듯 직접 보고를 해주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애초에 총사령관인 오스칼이 소령 계급의 한센에게 직접 보고할 일이 없기도 했고.
“신성동맹군의 움직임에 특이사항이 있다.”
“예? 어떤 특이사항이기에….”
“엄청나게 빠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수호자들의 위성에서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신성동맹군 100만 대군 중 50만에 달하는 병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얼마나 빠릅니까?”
“계산을 해보니 평소보다 2배는 더 행군 속도가 빨랐다.”
“마, 말도 안 됩니다!”
한센은 그 보고를 믿지 않았다.
“어떻게 그 많은 병력이 2배나 빨리 행군할 수 있습니까!”
“자세한 건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다. 이 속도라면….”
오스칼이 말했다.
“이르면 내일 오후면 우리 군은 50만 신성동맹군과 서로 얼굴을 맞댈 것이다.”
“……!”
“도대체가 어떻게 된 일인지 본 총사령관도 알지 못하나, 큰 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맙소사.”
한센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내일 오후라면, 처음 예상했던 3일보다 무려 이틀이나 빨라진 거였다.
연합군의 입장에선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에 이틀 동안 더 많은 피해를 주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지금 당장 대규모 전면전을 치르자니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오스칼이 한센에게 물었다.
“이건… 답이 없습니다.”
한센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대답했다.
“50만 연합군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저 지점까지 쫓아왔다면, 우리 군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귀관의 의견을 말해 보라.”
“지금 당장 전 병력을 끌고 최후의 요새로 가야 합니다. 늦으면 안 됩니다. 이대로 최후의 요새까지 쭉 행군해서 전투를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저 50만 병력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해서 행군하는 게 가능하다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귀관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
오스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전 병력, 즉시 최후의 요새로 간다.”
“예, 총사령관 각하.”
그렇게 연합군은 어쩔 수 없이 로 퇴각해야만 했다.
***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도대체가.”
델데로스 총사령관은 연합군이 주둔지에서 이미 퇴각해버렸단 보고를 받고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내부에 첩자가 있는 건가? 아니면 적들의 척후병이 상상 이상의 기동력과 은신 능력을 가진 건가.’
델데로스 총사령관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연합군의 정보력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현재 전투 각성제를 투여한 50만 신성동맹군의 이동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서, 연합군을 기습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델데로스 총사령관은 전투 각성제를 투여한 50만 병력으로 연합군을 기습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연합군이 벌써 퇴각 중이라니,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합군은 마치 신성동맹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인공위성의 존재 여부를 모르는 델데로스 총사령관으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상관없지. 힘 대 힘으로 맞부딪힐 때엔 정보력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원에 불과해.’
하지만 델데로스 총사령관은 이번만큼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전투 각성제를 투여한 50만 병력이 빠른 속도로 연합군의 뒤를 쫓고 있으니, 곧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지리라는 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한센이라고 했던가? 조금만 기다려라. 곧 내 앞에서 군사 재판을 받게 될 테니.’
델데로스 총사령관은 한센을 향해 이를 갈면서, 느긋하게 추격을 계속했다.
***
지크는 아스모단을 처치한 뒤에도 계속해서 마왕들을 사냥해 나갔다.
그 결과.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446레벨 달성!] [알림: 447레벨 달성!] [알림: 448레벨 달성!]지크는 메타트론과 벨리알을 뺀 모든 마왕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고, 그에 따라 많은 경험치를 획득해 448레벨에 올라섰다.
하지만 지크는 만족하지 못했다.
“쳇.”
본래 같았으면 마왕 1명을 사냥할 때마다 1레벨이 올랐으므로, 총 7명의 마왕을 처치했으니 449레벨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448레벨에서 449레벨로 넘어갈 때의 필요 경험치가 너무 많아서, 막판에는 레벨업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 자식을 잡아야 하는 건가?’
지크는 벨리알을 뜻하는 붉은색 점을 지켜보며 눈을 빛냈다.
현재 벨리알은 지크로부터 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물론 벨리알을 처치한다고 449레벨에 도달할지 확신하기가 힘들긴 했다.
그만큼 필요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이었다.
‘잡자.’
지크는 벨리알까지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
지크는 메타트론을 뜻하는 초록색 점이 벨리알을 뜻하는 붉은색 점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걸 발견했다.
‘안 돼!’
지크는 혹시나 메타트론에게 벨리알을 빼앗길까 봐서 이동 속도를 높였다.
만약 메타트론이 벨리알을 처치한다면, 지크로서는 그 많은 경험치를 먹지 못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크는 벨리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최고 속도로 내달렸다.
그렇게 약 20분쯤 내달렸을 무렵이었다.
쾅! 콰앙!
저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싸움이 한창이야!’
지크는 메타트론과 벨리알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속도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싸움은 이미 끝나 있었다.
승자는… 벨리알이었다.
“커헉!”
메타트론은 벨리알의 발아래 깔린 채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패배.
마계의 제2인자인 벨리알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폐, 폐하….”
메타트론이 지크를 바라보며 힘겹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런 못난 모습….”
“됐다, 고생했어.”
지크는 메타트론을 질책하지 않았다.
메타트론이 벨리알을 처치해 경험치를 못 먹게 되어서 혼내지 않은 게 아니었다.
메타트론은 충분히 강력한 마왕이었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대마왕 바알이 죽은 이상 현재 마계의 1인자는 누가 뭐래도 벨리알이었다.
그런 벨리알을 상대로 30분을 버틴 것 자체가 메타트론이 얼마나 강력한 마왕인지를 증명해주었던 것이다.
“충분히 잘 싸운 거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 피드백이나 해 봐. 다음번에 안 지고 이기면 되잖아.”
“예, 폐하. 다음번엔 꼭….”
그때였다.
퍼억!
벨리알의 발이 메타트론을 찍어 눌렀다.
스르륵!
그러자 메타트론의 모습이 사라졌다.
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서 강제 귀환을 당한 것이다.
“왔나.”
벨리알이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걸었다.
“건방진 신입 마왕. 이름이… 지크프리트….”
“프로아.”
지크가 벨리알의 말을 받았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그게 내 이름이다.”
“그렇군.”
벨리알이 듣는 둥 마는 둥 대꾸했다.
“아무튼, 이렇게 여기서 만나게 되니 반갑군.”
“그래? 나도 그런데.”
“운 좋은 줄 알아라. 지크프리트.”
“으응?”
“밖에서 적으로 만났으면 진짜 죽었을 테니.”
벨리알이 살벌하게 이야기했다.
“그건 피차 마찬가진데.”
지크는 벨리알에게 위축되지 않았다.
사실 벨리알은 지크로서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다.
벨리알의 전투력이란 현재 천계의 2인자인 가브리엘과 거의 동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칭호의 효과를 받는 이상, 충분히 해볼 만했다.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지크는 를 움켜쥐고 벨리알에게로 다가섰다.
두근두근!
기대가 됐다.
대마왕 다음 가는 매우 강력한 마왕과 싸워볼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돈 주고 못 할 경험이었다.
그래서 지크는 기꺼이 벨리알과 승부를 겨루기로 했다.
다음 순간.
“간다.”
지크가 벨리알을 향해 쇄도했다.
***
지크와 벨리알의 대결은 일대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요란했다.
지크와 벨리알 모두 일격에 서로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보유한 만큼, 스킬 하나하나가 빗나갈 때마다 주변 구조물들을 모조리 파괴해버렸다.
‘미, 미친! 이렇게 강하다고?’
지크는 막상 벨리알과 맞붙게 되자 솔직히 너무나도 놀랐다.
벨리알은 뿜어내는 에너지만으로도 지크를 강하게 압박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했다.
벨리알로부터 터져 나오는 에너지는 와 마저도 밀어낼 정도였다.
게다가 압력 자체가 워낙에 세서, 지크는 마치 매우 깊은 바닷속인 심해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죽어라.”
벨리알이 지크를 향해 자신의 신물이자 가장 애용하는 무기인 마창[魔槍] 를 쭉 내질렀다.
‘빨라!’
지크는 그 공격을 피하려고 즉시 제3단계를 켜고, 회피 기동을 시전했다.
“쥐새끼 같은.”
벨리알은 지크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눈살을 찌푸리면서 를 미친 듯 휘둘렀다.
캉! 카앙!
뒤이어 와 방패 형태의 가 쉴 새 없이 맞부딪히며 불꽃을 피워 올렸다.
울컥!
지크는 벨리알과의 충돌로 인해 입에서 연신 피를 토해내었다.
‘이게 말이 돼?!’
지크는 솔직히 경악했다.
칭호를 가진 지크는 마왕인 벨리알로부터 데미지를 50퍼센트 덜 받았다.
그런데도 벨리알의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생명력이 깎인다?
만약 이 없었다면, 순식간에 드러누웠을 게 뻔했다.
그만큼 마계의 1인자는 엄청나게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실력 좀 보자.’
지크는 벨리알의 맹공을 받아치고는, 순간적으로 스킬을 뻗어내 벨리알의 허점을 치고 들어갔다.
“……!”
벨리알은 방패의 날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훅! 하고 들어오자 소스라치게 놀라서, 몸을 뒤로 뺐다.
그만큼 스킬이 위험해 보여서, 제아무리 벨리알이라 할지라도 받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스킬을 피한 건 벨리알의 실수였다.
‘지금!’
지크는 벨리알이 을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빼는 순간 무왕 레오니드의 비기인 를 로우킥에 실어 내질렀다.
적을 빨아들인 뒤 강타하는 스킬은 벨리알의 자세를 순간적으로 무너뜨리면서, 유효타를 적중시켰다.
빠악!
가 벨리알의 종아리를 가격하고.
“악!”
벨리알의 입에서 고통에 찬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지크는 벨리알에게 유효타를 적중시키자마자 스킬을 켜서 디버프 오라의 효과를 증폭시켰다.
벨리알이 와 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위력을 더 높인 것이다.
그 다음은?
‘몰아붙인다.’
지크는 벨리알을 향해 를 미친 듯 휘두르며 그야말로 맹공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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