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
010
두 번째 변이 수사슴을 처치한 지크는 곧바로 세 번째 변이 수사슴을 찾아 나섰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그리고 금방 세 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변이 들소라… 센 놈이지.”
변이 들소는 토끼, 다람쥐, 사슴 따위가 변이한 것과 차원이 다른 몬스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들소는 어지간한 맹수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동물이었다.
워낙에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 맹수들조차도 사냥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들소가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변이를 일으켜 더 강해졌다면, 그 강력함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만하지 말고, 조심해서 사냥해 보자.”
지크는 마음가짐을 바로 세우고, 변이 들소를 찾아 나섰다.
***
숲을 나선 지크가 향한 곳은 각양각색의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난 어느 들판이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란 말도 있듯, 변이 들소를 잡기 위해 들판을 찾은 것이다.
“들소가 어디 있으려나….”
지크가 시선이 드넓은 벌판을 훑었다.
지크가 변이 들소를 발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찾았다.”
변이 들소는 덩치가 크고, 시커먼 털을 가진 만큼 발견하기가 쉬웠다.
[변이 들소]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변이를 일으킨 들소.
•체력 : 1300
•방어력 : 25
•항마력 : 25
변이 들소의 스펙은 변이 수사슴보다 훨씬 높았다.
“좋아.”
지크가 변이 들소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을 무렵이었다.
그런 지크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일까?
“푸릉, 푸르릉!”
변이 들소가 지크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거센 콧김을 내뿜었다.
두두두두두!
그리고는 곧장 지크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온다.’
지크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치이면 죽어. 피하고, 반격한다.’
질주하는 변이 들소의 저돌적인 박치기에 치였다간 디버프 마스터고 뭐고 한 방에 골로 갈 것이 뻔했다.
‘셋, 둘, 하나. 오른쪽으로.’
변이 들소가 돌진해오는 타이밍을 재던 지크가 몸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휘익!
변이 들소가 지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던 순간.
‘반격.’
재빨리 필멸의 진 스킬을 전개, 변이 들소의 방어력을 깎은 지크가 손에 쥔 곤봉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빠악!
강타 스킬이 변이 들소의 옆통수를 후려쳤다.
[307.5 Attack Damage!]크리티컬이 적용되어 꽤나 준수한 데미지가 들어갔다.
아니?
고작 2레벨 스킬 한 방에 변이 들소의 체력을 300이 넘게 뺐으면, 준수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것이었다.
평범한 1~10레벨의 플레이어가 변이 들소를 사냥하려거든 적어도 5분 이상 사투를 벌여야 할 테니까.
‘강타의 쿨타임 동안 평타로 시간을 벌자.’
지크는 이어지는 변이 들소의 박치기를 이리저리 피하며 반격을 가했다.
빡, 빠악, 빡, 빠악!
지크의 곤봉이 연신 변이 들소를 후려쳤다.
그리고 1분이 지났을 때, 강타 스킬이 다시금 변이 들소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307.5 Attack Damage!]역시 크리티컬이 터지며 상당한 데미지가 들어갔다.
그로써 변이 들소의 남은 체력은 305.
퍽, 퍼억, 퍽, 퍽!
지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변이 들소를 향해 정확히 네 방의 몽둥이질을 시전했다.
털썩.
변이 들소가 쓰러졌다.
[변이 들소 처치에 성공하셨습니다!] [경험치 +200]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그러자 용병 길드의 라이센스 취득에 필요한 네 개의 퀘스트 모두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쉽다.”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2렙에 변이 들소 잡는 데 3분이 안 걸리네.”
강타 스킬의 높은 퍼뎀과 필멸의 진을 통한 ‘방깎’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마을로 돌아가서 라이센스 취득하고….”
그렇게 중얼거린 지크가 변이 들소의 가죽과 뿔을 채취하기 위해 단검을 꺼내 들었을 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온 것은 비명만이 아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땅바닥을 뒤흔드는 진동과 둔탁한 발굽 소리도 함께였다.
‘뭐지?’
지크는 무심결에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지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소 떼를 끌고 오면 어떡하라고.”
웬 여성 플레이어가 20마리는 될 것 같은 변이 들소 떼를 몰고 지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변이 들소를 사냥하는 데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바로 ‘무리’였다.
들소라는 동물은 작게는 열 마리, 많게는 20마리 이상 무리 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단 걸 의미했다.
즉, 변이 들소 떼가 출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변이 들소를 안전하게 사냥하려면 무리에서 이탈한 개체 위주로 공략하는 편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조금 전 지크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지 않고 변이 들소 떼를 자극하게 된다면?
그땐 지옥을 맛보게 된다.
저레벨 플레이어에게는 한 마리도 버거운 변이 들소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해야만 할 테니까.
변이 들소 떼를 자극한 초보 유저의 최후는 쫓기고 쫓기다 결국 날카로운 뿔과 단단한 두개골에 치이게 되고, 사망하는 것뿐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살려줘요!! 꺄아아아아아아악!!”
도망치고 있는 여성 유저.
[앙투아네트]•레벨 : 9
•직업 : 노 클래스(No class)
9레벨의 노 클래스 유저 앙투아네트는 변이 들소를 사냥하려다 변이 들소 무리를 자극했고, 그 대가로 쫓기는 신세가 되어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거, 거기! 좀 도와줘요! 제발요! 꺄아아아악!”
하필 지크가 있는 방향으로.
***
“아, 왜.”
지크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여성 유저가 달갑지 않았다.
나 홀로 다가와 말을 걸어도 귀찮을 텐데, 변이 들소 무리를 이끌고 달려오는 여자는 딱 질색이었다.
“같이 죽자는 거야 뭐야.”
지크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제아무리 기본 스펙이 출중하고 디버프 마스터라는 히든 클래스를 가진 그라 할지라도 고작 2레벨에 변이 들소 무리와의 정면 대결에서 승리할 확률은 0퍼센트라는 걸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나.”
지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타핫!
지크가 땅을 박찼다.
삼십육계, 줄행랑!
변이 들소 무리와 정면 대결을 하느니 일단은 자리를 피하는 게 나았으니까.
***
기묘한 질주가 시작되었다.
“꺄악! 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연신 비명을 질러대는 여성 유저 앙투아네트.
“…….”
그리고 말없이 달리는 지크.
두두두두두두!!
그 뒤를 쫓는 변이 들소 무리.
“어떻게 좀 해봐욧!!”
앙투아네트란 ID를 쓰는 여성 유저가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저기요! 아, 좀!!”
지크는 앙투아네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서 싸우면 불리해. 무조건 치여 죽어.’
지크는 마냥 도망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궁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저 소 떼를 다 잡으면 최소한 2렙은 오를 것 같은데.’
위기를 기회로.
[언제나 유리한 싸움만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될 때가 더 많지. 그럴 땐 말이다….]그때, 사부의 가르침이 지크의 뇌리를 스쳤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아닌 적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지를 고민하도록 하여라. 시간이면 시간, 장소면 장소. 마나의 보유량이면 보유량. 그게 뭐든 좋으니, 단 하나라도 적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점을 찾아라.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둘 너의 것으로 만들어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승자는 네 녀석이 되어 있을 것이니라.]사부는 뭐든 좋다고 했다.
‘놈들에게 유리한 건… 쪽수. 일대일은 내가 이겨. 한꺼번에 덤벼서 문제지. 내가 녀석들과 일대일로만 싸울 순 없을까? 그럼 내가 유리할 텐데?’
지크는 변이 들소 무리가 가진 전술적 이점을 떠올렸다.
‘여긴 넓어. 일대일로 싸우려면 좁은 곳으로 가야 해. 그럼 내가 유리해진다.’
아무리 머릿수가 많아 봤자 좁은 곳에서는 수적 우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거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어디 없나? 놈들을 일대일로 상대할 만한 장소가?’
지크의 시선이 주변의 지형지물들을 빠르게 훑었다.
‘저기다!’
다행스럽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꽤 가파른 언덕이 하나 있었다.
마치 협곡처럼 좁게 패인 그 언덕은, 비록 5미터도 채 되지 않았지만 변이 들소 무리를 상대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저기서 놈들을 상대한다.’
지크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어 작은 언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가, 같이 가!!”
앙투아네트가 지크의 뒤를 쫓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